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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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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dustry Report

예술산업.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합이다. 물적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일컫는 말이 산업이라면, 예술도 분명 그 두 가지의 생산에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다. 예술산업이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창조·문화산업이 미래 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많다. 다만 그것을 수면으로 올렸을 때 느껴지는 부대낌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이처럼 이질적인 속성의 두 분야가 만났을 때 어색한 접붙이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점검해 볼 때다. 아직까지는 예술산업이 함의하는 범위는 매우 넓고, 그 안에서 이야기되는 내용도 방대하다. 새로운 형태의 소비 창출이나 예술품 유통구조의 변화, 예술기반경영 혹은 예술의 사회적 쓰임 나아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기반이 되는 예술의 모든 것들이 예술산업이라는 틀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여전히 모호한 용어의 의미부터 그 필요성 그리고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 기획·진행 이가진 기자

데스티니스 칠드런(Destiny's Children) 'Follow Us' ⓒ Iris Duvekot Courtesy of NEU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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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Ⅰ

. 예술산업의 의미와 필요성_장대철       

 

SPECIAL FEATURE 

. 예술산업의 현재와 방향: 소비 발굴과 예술 쓰임의 고민_김혜인

 

SPECIAL FEATURE 

. 해외 사례로  예술산업 프리즘_이가진 기자

 

 



루르 미술관 계단(Treppenhaus Ruhr Museum) 

 루르 미술관(Ruhr Museum) 

사진:  슈뢰더(Tim Schroder)

 



 

Special feature Ⅰ

예술산업의 의미와 필요성 1)

● 장대철 카이스트 교수



예술산업에 대한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예술이 단지 예술 장르로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예술산업의 의미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 한 번쯤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예술산업에 대한 기존 정의 및 분류를 살펴보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초예술과 문화사업의 연계방안 연구’(2008)에 따르면, (1)예술의 복제성을 기준으로 하여 순수(기초)예술 분야와 복제예술 또는 대중예술 분야로 구분하거나, (2)문화산업의 원형으로서의 기초예술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문화콘텐츠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으로 정의하고, 문화산업을 문화콘텐츠의 기획, 제작, 가공, 유통, 소비와 관련된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는 (3)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시장 구조, 유통구조, 소비 유형 등을 반영하여 원작, 콘텐츠, 체험, 서비스 등의 4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기 전에 예술산업은 왜 필요한 것일까에 대해서 논의해야만 한다. 예술산업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고민이 무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지금, 많은 자원 중에서 혁신적인 생각과 방법, 그리고 창의적인 역량(창의성)이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 그런데 예술이야말로 바로 혁신과 창의성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 비하면 예술의 사회 전체적인 활용도는 높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되는데 그 이유는 예술의 결과물이 종합적이고 전체적이며, 예술의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여 실생활에서 이러한 결과와 과정을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개체의 독특성이 강조되고 특히 완성도 등과 같은 장인의 특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술산업은 예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활용성에 중점을 둔 개념이다. 서양의 지식수준이 ‘과학적 방법’의 도입으로 크게 향상되었듯이 예술에 대한 활용성 중심의 접근방식과 방법론의 개발이 예술 자체의 수준도 같이 높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예술의 산업화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의 예술화이다. 






<Ebene Mythos Ruhrgebiet> 

설치전경 루르 미술관 17층(17m level of Ruhr Museum) 

ⓒ 루르 미술관 사진: 브리지다 곤잘레스(Brigida González)  





그렇다면 첫 번째, 예술의 산업화는 어떤 의미인가? 산업화는 상업화인가? 아니다. 상업은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얻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산업화는 상생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교환 방식의 활성화이다. 산업화는 이윤을 남긴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전달 방식이 아니라 교환 방식을 통해서 교환 당사자들이 모두 윈-윈(win-win)의 상생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즉 협업, 연대, 공유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고 교환 방식의 활성화는 분업화(분업의 세분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분업화는 시장이나 산업의 규모가 클수록 더욱더 심화된다. 즉, 예술의 산업화는 분업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과 시장규모의 확장을 통해서 예술 관련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는 예술을 더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고 예술 관련 분야와 일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시장의 규모 확장은 (1)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거나, (2)가치 사슬에서 특정 부분을 모듈화(플랫폼화)되어 대규모 공유가 일어남으로써 효율성이 향상되어 가능해진다. 이것은 예술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와 실험을 통해서, 그리고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것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또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또는 공유가 많이 될 수 있는 가치 사슬 중의 특정 기능을 모듈화할 수도 있다. 기획, 회계, 마케팅 등에 대해서 방법론과 프로세스 등을 개발하고 표준화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서 암묵적 지식을 확보하여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예술 과정과 결과물을 분리하고 각각을 작게 나누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방법론과 프로세스 및 암묵적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분업화가 진행될수록 분업화된 기능과 분야를 연결하는 조정적/매개적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분업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각 영역이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술가들이 다른 일들을 하지 않고 예술만을 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고 통역을 해 줄 수 있는 ‘브릿저(Bridger)’가 필요하며, 이러한 조정적/매개적 기능이 체계화되어 시스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Radical Atoms> 키네틱 설치전경 ‘2016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Ars Electronica Festival 2016)’





앞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화는 상생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교환 방식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이고, 예술산업은 교환 방식의 확장 적용을 통해서 예술의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를 내재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예술의 산업화는 분업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과 시장규모의 확장을 통해서 예술 관련 영역을 확장시키게 된다. 이러한 예술의 산업화를 통해서 집단지성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며, 예술의 산업화는 관련 역량 및 기술을 누적적으로 축적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문화예술 자본을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이와 같은 예술산업의 구조는 세분화되고 모듈화되어야 하는데 플랫폼적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에 의해서 예술의 분업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예술 관련 가치 사슬의 각 영역이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술가들은 다른 일들을 하지 않고 예술만을 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또한, 예술의 산업화는 자립화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예술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한편, 산업의 예술화는 산업의 각 부분의 예술성 또는 창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술 방법론이 각 산업에 적용되는 것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필자는 ‘예술기반경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경영에 예술 콘텐츠와 예술 방법론 등 예술의 요소를 적용하여 기업과 조직의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일련의 경영활동’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예술기반경영’은 기존의 예술경영과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되는데 기존의 예술경영이 경영을 예술 분야 또는 예술 단체 운영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이라면, ‘예술기반경영’은 예술을 조직 또는 경영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즉 예술의 도구적 맥락을 강조하는 것이며, 기업의 내부적 문제에 대해서 통합(또는 통섭)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디어버스×신신 <복-합-기> 

2015 <사물학Ⅱ: 제작자들의 도시>

(2015.02.17-2015.06.2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설치전경  





산업의 예술화를 통해서 예술의 활용성은 증가할 것이고 예술의 영역도 따라서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예술이 모듈화되어 사회의 전체 영역으로 스며들게 됨으로써 예술의 일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필자가 ‘예술기반경영’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느낀 것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2010년 9월호에 실린 다니엘 맥긴(Daniel McGinn)과 스테파니 크롤리(Stephanie Crowley)의 ‘그래픽 레코더(Graphic Recorder)’라는 직업에 대한 글을 읽은 직후였다. 이 글에서 어떻게 시각예술이 기업의 요구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또한 매우 높은 가치가 있는 일임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그래픽 레코더는 그래픽 레코딩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그래픽 레코딩은 참여자들이 활발하게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회의실 벽면에 그리는 창의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그림으로, 정형화된 파워포인트 발표 대신 그래픽 레코딩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래픽 레코더의 몸값은 하루 최고 1,000달러에서 3,500달러 수준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예술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의미 있는 금액으로 생각되며, 예술이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을수록 더 좋은 그리고 더 많은 활용방법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예술산업과 관련되어 필자가 좋아하는 유니레버(Unilever)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니레버에서는 예술 활용의 일환으로 시인을 제품개발센터에 고용하였으며, 시인은 팀에 합류하여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감성적인 직관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시인이 속해있던 섬유유연제 혁신그룹은 여러 다른 제품들의 혁신그룹 중에서 가장 창의력이 뛰어난 그룹으로 회사 내에서 명성을 쌓았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이 시인을 고용하고 시인의 임금을 100% 보조해주는 사업에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복지적 투자)한다면 이를 통해서 한편으로는 예술가에 대한 복지적 지원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인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의 이윤 향상에 기여함을 입증함으로써 이후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기업은 시인을 고용할 것이고, 시인은 자립할 수 있게 되고 기업의 가치도 향상될 것이다. 추가로 유니레버의 카탈리스트(Catalyst) 프로그램 중 예술품 수집 및 전시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이것은 예술품을 구입하여 만든 예술품 컬렉션의 성공사례 중 하나인데, 직원들이 예술작품을 고르고,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그들의 선호도에 대해 기록하여 그 작품들을 빌딩 내 공공장소에 전시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회사 내에서 디자인이나 다른 예술적 주제 등 흥미로운 대화들을 빠르게 자극하였고, 소비재 회사인 유니레버에게 꼭 필요한 디자인 및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아네트 로즈(Anette Rose) <# 20.1-20.2 flechten>

(비디오 스틸) 2016 ⓒ 아네트 로즈, VG Bild-Kunst Bonn, 2016  






마지막으로, 실러(Siler)2)가 제시한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통신사업자였던 US West, Inc.은 부서들 간의 정보소통 및 협력 부족의 문제와 제품의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제품의 개념을 창조하지 못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조형물을 이용한 전략기획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이 워크숍을 통해 기존의 공공 네트워크 구조에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였는데, 이것은 예술 활동을 통해서 부서 간 경계를 허물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면,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B2B 환경에서의 ‘안전보증 통합 데이터파일 공유 애플리케이션’은 대규모 항공사가 하청업체에게 원격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민감한 디자인이나 재무적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항공사들은 비용의 감소와 효율성 증대를 달성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US West, Inc.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인터뷰 하였다.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었고, 정치적, 내부적 경쟁, 부서 간 통제와 같은 인공적인 장벽을 제거하였다. 또한 명확하고 생생하게 이해하게 하는 새로운 소통방법과 지식습득방법을 익혔다. 그 결과 워크숍에 참여한 각 직원들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고객의 요구에 대처하며, 다른 부서와 협력하는데 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 참가자들이 합병 후에 남아 있든 아니든, 그들이 배운 중요한 교훈은 그들이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예술의 무한한 잠재성을 놓치고 있다. 예술산업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이고 포용적이며 발전적으로 진행되어 개인적 삶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의 향상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주]

1) 본고의 내용은 2015년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예술산업의 의미와 구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 및 보완 정리한 것이다. 

2) Todd Siler 「Pointing your way to success through metaphorming」, 『Journal of Business Strategy』 2010 Vol. 31, No.4, pp.47-58.



글쓴이 장대철은 KAIST 경영대학에 재직 중이며, 산업조직론과 경영전략을 전공하였다. 주된 관심 분야는 에너지 및 환경,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 문화예술 등의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그리고 문화예술 관련 조직 및 단체에서 심사, 자문, 교육, 경영 컨설팅, 연구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다. 본고와 관련해 문화경제연구 Vol.16, No.2에 실린 ‘예술기반창조경영의 개념과 유형’이 있으며, 2015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한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에서 ‘예술산업의 의미와 구조’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차이 구어-치앙(Cai Guo-Qiang) 

<Inopportune: Stage One> 시드니, 호주 2010





Special feature Ⅱ

예술산업의 현재와 방향: 소비 발굴과 예술 쓰임의 고민

● 김혜인 한국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국제교류팀장



산업화? 예술 소비의 확장? 


예술에 경제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를 잘 증명해보라는 사회의 압박은 2016년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냈다. 언젠가부터 ‘예술=창조적인 예술 가치를 통해 미래사회의 경제적 가치를 폭발시킬 수 있는 활용가치 높은 산업’이란 개념이 예술에서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2015년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이라는 것이 열리기도 했고, 예술산업, 예술의 산업화, 예술시장 활성화 개념의 정의와 특징, 그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살펴보는 연구와 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술산업의 개념이나 방향성은 모호하며, 특히나 이것이 예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진흥활동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필자는 아직 그 답을 찾아보지 못했고, 그 답을 고민해달라는 요청들에도 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필자가 그나마(?) 이해하는 것은 예술의 산업화라는 개념은 예술과 그에서 파생된 모든 상품이 창작, 매개, 유통, 소비, 향유되는 모든 과정을 세분화하고, 그 세분된 분야를 전문화하고 가능한 분야를 모듈화하여, ‘대규모의 공유’를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세분화를 하고, 전문화를 하고, 모듈화를 하고, 공유하기 위한 효율성을 찾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누군가 예술을 많이 찾고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는 예술의 산업화 주체가 되는 창작자와 매개자들의 생산에 비해, 찾고 원하는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다는 문제를 늘 겪어왔고, 현재의 시도들은 대부분 ‘많이 찾고 원하는’ 대상을 만들기 위한 매우 초기 단계의 활동들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시도들은 예술과 예술상품의 소비 개념을 그간 이해해오던 전통적 예술소비, 즉 ‘사회적 지위를 소유하기 위한 부르디외(Pierre Bourdieu)식의 구별짓기적(distinction)소비이자 사회자본으로서 인정과 상호인지라는 제도화된 관계를 소유하려는 특성에 더해진 복합적인 가치소비로서의 행위’로서의 문화자본론적 소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들로 보인다. 개인의 관심이나 취향에 따라 복잡한 지형으로 나타나는 옴니보어(omnivore)적인 취향 절충주의적(taste electicism)인 소비1)로 예술과 예술상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소비플랫폼과 새로운 소비형태의 제시들이 최근 예술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최근 참여적 소비, 공동 소비, 혼종 소비 등 새로운 소비의 형태에 익숙한 신소비층들을 유입하고 있고, 그들의 소비패턴에 맞춘 서비스들이 예술 스타트업 분야에 등장하고, 기존의 시장주체들의 유통방식 변화를 조금씩 이끌어내며 세분된 분야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사이먼 데니(Simon Denny) <Secret Power> Installation view

 with Modded Server-Rack Display with Some Interpretations 

of Imagery from NSA MYSTIC, FOXACID, QUANTUMTHEORY, 

and Other SSO/TAO Slides 2015 사진: 닉 애쉬(Nick Ash)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작은 사치소비시장의 시작 


소비트렌드나 문화예술트렌드에 대한 최근 서적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비층이 있다. 스마슈머(Sma-sumer). 스마트(smart)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물질적 소유보다는 문화생활 경험에 대한 지출 선호도가 높고, 자기만족적 소비를 지향하고, 소비 콘텐츠의 품질검증을 위한 정보 수집 및 필터링 능력이 있어 조금이라도 나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보통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출생한 세대, 즉 현재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0-30대층을 일컫는데,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경제적 현실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일명 ‘작은 사치소비’를 선호한다. 그리고 그 ‘작은 사치소비’에 문화예술생활의 향유와 소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현대카드의 문화예술마케팅 전략이 주로 이런 소비층에 집중하고 각종 컬처 프로젝트를 통해 카드 매출 신장 및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소비층은 전통적 예술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예술산업화의 흐름 속에 신 소비층을 위한 유통 플랫폼의 전문서비스 산업의 시작이나 전통적 예술유통플랫폼의 신 소비층을 위한 서브마켓 시도들을 통해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작은 사치를 위한 중저가 미술소품 시장으로, 10만 원대의 디지털프린트 그림을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 유명 사진작가의 비에디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옐로우 코너’, 신진 아티스트와 패션브랜드의 협업 작품을 판매하는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등은 이런 서비스산업의 흥미로운 사례들로 볼 수 있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대여해주는 ‘오픈 갤러리’ 등도 입소문을 타면서 미술품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 예술유통 플랫폼들이 신 소비층을 흡수하기 위해 시도하는 각종 서브마켓 시도들도 그 성과를 지켜보게 한다. 2015년의 ‘블라인드 데이트’ 등의 기존 갤러리들의 모습은 그 성과를 논하기에 시간적 부족이 있지만, 그 시도만으로 시장의 세분화 및 신 소비층 개발을 위한 가능성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Coal Wahsing Gangway Escalator’ 루르 미술관 

ⓒ 루르 미술관  사진: 브리지다 곤잘레스  





예술유통구조의 유연함 문제를 지적하며 작가, 대안공간, 기획자들이 직접 아트마켓을 시도하는 사례들도 2015년부터 미술계의 시장 구조의 변화의 시작점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의 ‘굿-즈’, ‘어포더블 아트페어’, 2016년의 ‘유니온 아트페어’ 등은 기존 갤러리 중심과 기존 소비층만을 대상으로 매년 비슷비슷하게 운영되던 아트페어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안적 아트페어들은 지속적 운영형태를 담보할 협의체 등의 약화로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해당 아트페어들은 몇만 원의 가격대부터 시작하는 다양한 작품 가격과 어느 아트페어를 가든 비슷비슷한 작품을 보던 소비자들에게 약간은 파격적이거나(증권을 산다든지, 소의 부위를 잘라 가져 오게 된다든지 등의), 흥미로운 형태로 예술을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미술소비와의 간격을 좁히는데 역할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조금씩 좁혀진 간격들이 모이면 예술의 유통과정이 다변화되고, 그 속에서 전문화된 산업분야들이 발전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온라인 아트페어의 형식들도 조금씩 실험되고 있는데, ‘마니프(MANIF)’의 새로운 시도인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가다’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아트마켓을 동시 진행하고 있고, 온라인 아트페어는 온라인 옥션과 함께 새로운 유통 형태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야심차게 시작한 ‘VIP 아트페어(VIP art fair)’가 막스 헤트츨러(Galerie Max Hetzler),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 하우저&워스(Hauser&Wirth), 제임스 코헨 갤러리(James Cohan Gallery) 등의 쟁쟁한 갤러리를 포함한 30개국의 138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시작했고, 9일간 약 4만 1,000명의 방문자가 있었음에도 기술적 뒷받침의 문제 등으로 서비스가 다운되는 문제를 겪으며 종료되었다. 


또한 온라인으로 소비하기에는 상대적 고가인 작품가에 대한 심리적 장벽 문제도 문제로 지적되었었는데, 이 사례는 새로운 예술시장플랫폼의 발굴과 기술적 부분과의 접목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의 현시점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간 집중하지 않던 소비층과 콘텐츠의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산업 개발도 중요하고, 대안적 형태의 시장주체들을 찾으며 유통과정의 전문화와 공유화를 꾀하는 것도 흥미롭고, 기술과 만나 생성되는 새롭고 세분된 시장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모두 예술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고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저변에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가 늘 자리 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대안적 과정과 분야의 발견은 결국 전문화의 뒷받침 속에 지속되고 사회적, 산업적, 미래적 다음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MIT 미디어랩 텐저블 미디어그룹(MIT Tangible Media Group)

 <Radical Atoms> 전시 전경 ‘2016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예술의 사회적 쓰임의 문제에 대한 고민들 


예술산업 분야에 한동안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플랫폼은 늘 부족한 재원을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장치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았다. 텀블벅(Tumblbug)으로 대표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창작자의 작품 제작에 대한 후원, 전시, 공연, 영화 등의 개최 및 제작을 위한 후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후, 크라우드펀딩은 점차 재정적 후원 외에도 자신의 전문적인 재능이나 정보를 예술 창작 및 제작과정, 프로젝트 기획을 위해 제공하고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흥미로운 국외 사례들은 참여적 소비의 마케팅이 향후 예술 프로젝트 주체 및 진행의 새로운 형태이자 예술의 다양한 사회적 쓰임을 확장하는데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어 캐롤린 울라드(Caroline Woolard)가 운영하는 ‘아우어 굿즈(Our goods)’는 처음 울라드의 개인 예술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현재 5년 넘게 공유적인 예술프로젝트 제작 및 소비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곳은 누구나 자신의 프로젝트에 관한 예술적인 아이디어, 기술, 공간, 물건, 재능 등을 제공하겠다거나 필요로 한다고 올릴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나 사람들과 내가 제공하는 자원을 공유하게 되면, 나는 제공자로서 상대방에게 다음 기회에 나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할 수 있고 추후 참여에 대한 혜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2009년 릭 드보스(Rick DeVos)가 시작해 2016년 8회를 맞은 ‘아트프라이즈(ArtPrize)’는 예술가들의 전시신청을 관객과 지역사회가 선정하고, 투표하여 Top 10으로 선정된 예술품에 상금을 주는 행사이다. 미국 중북부의 미시간 주의 작은 도시인 그랜드 래피즈에서 시작된 이 예술행사는 약 50만 달러(한화 약 5억 6,800만원)의 상금을 걸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신청을 받는다. 18세 이상의 예술가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자신의 프로필과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싶은 거리 및 장소에 대한 설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구글(Google) 지도를 이용해서 자신의 작품이 설치되길 희망하는 거리와 장소를 신청하면, 해당 거리에 있는 가게나 땅의 소유주가 신청한 예술작품들을 보고 어떤 작품을 전시할 것인지 선정하는 작업이 완료된다. 






제이미 노스(Jamie North) <Terraforms> 사라 코티어 갤러리

(Sarah Cottier Gallery, Sydney) 설치전경 2014 시멘트, 

대리석 폐기물, 석회암, 스틸 슬래그, 탄재, 플라스틱 섬유, 나무고사리 

조각, 다양한 호주 자생식물 가변설치 Courtesy the artist and 

Sarah Cottier Gallery, Sydney 사진: 애슐리 바버(Ashley Barber)  





이렇게 전시된 작품들은 아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 등록하고, 투표권을 얻은 일반 관람객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에 투표해, 일반 관람객의 투표를 통한 수상자와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작품들이 각각 상금을 받게 된다. 8회를 맞이한 이 페스티벌은 올해 1,453명의 아티스트가 44개국과 40여개 주에서 신청했고, 매년 2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참여하는 페스티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공공미술이란 것이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기도 하고, 예술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등을 논할 때, 참여적 소비와 기획이 가지는 마케팅적 힘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는 예술의 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논하며 예술가와 기획자, 그리고 예술 외 전문가들의 만남이 가져올 가능성과 고부가 가치에 집중해왔다. 과학과 기술의 만남에 집중해온 것들이 그것이고, 예술이 어떻게 더 많은 분야에 접목하여 쓰일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해왔다. 예술기반경영을 강조하는 사례들도(예술인파견지원사업과 같은) 예술가가 일반 기업에 파견되어 기업의 조직문화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주었는가의 사례들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술이 상생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이것이 예술과 타 산업과 사회 분야가 교환을 해야 하는 이유라는 논리는 매우 양면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는 논리로 사용될 수 있으면서도, 예술이 사회에서 부가적 쓰임의 도구로 여겨질 위험을 동시에 가져오는 것 같다. 즉 예술은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도 하고, 사회적 긍정 효과를 창출해내기도 하며, 기술적 만남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이 파생시킬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가능성을 예술가와 사회 전 분야 전문가들에게, 그리고 관객과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경제적 가치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이것이 예술이 파생시킬 수 있는 효과로 보지 않고, 예술이 파생시켜야만 하는 효과로 읽힐 수 있는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늘 주시해야할 것이다.  


[각주]

1)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고정적인 문화소비 패턴은 없다는 것으로, 어릴 적부터 부유한 집단의 구성원은 자신의 분류적 소비가치 실현을 위해 고급문화만을 소비한다는 관점을 부정하는 개념이다. 



글쓴이 김혜인은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예술경영 및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대미술 큐레이터 및 에듀케이터로 활동했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이자 국제교류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술정책, 미술관 정책,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Chemistry Fume Cabinet> 에든버러대학교

(The University of Edinburgh) 전시전경 2010 잉크젯 프린트 

114.5×159.9cm ⓒ 토마스 스트루스 





Special feature Ⅲ

해외 사례로 본 예술산업 프리즘

● 이가진 기자



2015년 1월,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The Museo del Prado)에서는 관람객들이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àzquez), 엘 그레코(El Greco) 등 거장의 회화를 손으로 직접 만지며 감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로 <Touching the Prado>라는 전시를 통해 실현된 일이다. 엄선된 6점의 작품은 물론 원화가 아니라,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회화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 것이다. 사물의 형태를 도드라지게 하고, 인물화의 이목구비를 도톰하게 하는 등 미세한 차이를 통해 특히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이 ‘시각예술’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앞을 볼 수 없는 관객들로 하여금 해설, 설명, 분석과 같은 감상을 뛰어넘는 감정적 이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앞을 볼 수 있는 이들에게도 2차원으로만 보던 명화가 3차원으로 구현된 모습은 색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고해상으로 사진을 찍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입체감을 부여한 후 특수 잉크로 프린트하는 과정을 요하는 이런 3D 명화는 작품 한 점당 6680달러(한화 약 754만 5천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모으고, 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혁신적인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지난 10월에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르 미술관(Belvedere Museum in Vienna)에서도 소장품인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The Kiss)>(1907-1908)를 3D 프린트 버전으로 제작, 공개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AMBAVis (Access to Museums for Blind and Visually Im paired Peopl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말 그대로 시각장애인들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이 프로젝트는 3D 기술 산업의 도움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1980년대 개발된 3D 프린터는 지적재산권 행사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여러 방면에서 이를 활용하려는 관심이 높아졌다. 「퍼블릭아트」가 2014년 8월 ‘3D 스펙터큘러’ 특집에서 3D 관련 기술을 살폈던 때만 해도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3D 기술을 사용한 사례를 위주로 소개했다면, 이 같은 작업들을 모아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거나 소장품을 3D 프린터용 데이터로 공개하는 등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그 움직임은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스캐치팹(Sketchfab)은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어진 젊은 기업이다. 3D 기술을 필요로 하는 창작자를 위한 3D 모델링 서비스와, 각자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최우람 <Opertus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Moon)>

(학명 : Anmopial pennatus lunula Uram) 

포즈난 예술재단 설치전경(Art stations Foundation, Poznan) 

2008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전기기구(BLDC 모터 모션 컴퓨팅 시스템) 420×420×130cm

(closed), 500×490×360cm(open)  





영국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도 이 사이트를 통해 컬렉션 중 83점을 3D 프린터용 데이터로 공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이 2점의 작품 데이터를 올려 누구나 그것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예술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건축가 등 개인뿐 아니라 기업, 미술관과 박물관, 학교 등 다양한 기관이 3D 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키며 산업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신기술을 예술이 받아 들이면서, 콘텐츠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 외에도, 특정한 공간이나 지역의 개발을 위해 예술이 활용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역시 “도시란 자본의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문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상호 공생을 꿈꾸며 예술과 도시는 산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양한데, 폐 산업시설물을 활용한 도시재생프로그램, 예술축제를 통한 마케팅, 공공예술 프로젝트, 예술가 창작촌 설립 등 직·간접적으로 예술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부산 비엔날레’의 전시관으로 사용된 ‘F1963(고려제강 수영공장)’은 가동이 중지된 철강공장을 대규모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렇게 낡거나 폐기된 산업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의 본전시관 중 하나인 아르세날레(Arsenale)는 본래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다. 세계 3대 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한 시설물을 개비하는 방법을 넘어 도시 혹은 지역 전체를 하나의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 북서부 에센 지역에 위치한 졸페라인(Zollverein)은 19세기 독일 경제를 지탱한 대규모 탄광 공업지역이었다.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이후, 도시 전체가 개점휴업 상태일 정도로 악화일로로 치닫던 이 도시는 2001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연간 150만 명 정도가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비결은 바로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 건물만 65채, 200개 이상의 기계 설비를 갖춘 탄광 시설은 철거를 면하고, 루르 미술관(Ruhr Museum), 레드닷 디자인미술관(Red Dot Design Museum)으로 거듭났다.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Semi Submersible Rig> DSME 거제도 조선소 2007 C-

프린트 270×340cm, 279.5×349cm 6 프레임 에디션 

ⓒ 막스 헤츨러 갤러리(Galerie Max Hetzler), Berlin  






공원으로 정비한 부지에는 독일 출신이거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상설 전시해 주민들이 예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그 밖의 시설에도 작가 스튜디오, 프로젝트 공간, 전시 및 공연장이 마련되었고, 볼프강 예술대학교(Folkwang University of the Arts)가 캠퍼스를 이전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타운으로 변신했다. 살아난 도시에는 기업이 모여들고, 덕분에 수천 개의 일자리도 생겨났다. 이로 인한 관광수입만도 연간 5,000만-6,000만 유로(한화 약 700억-800억 원)에 이른다고. 저물어버린 ‘검은 황금’ 시대를 뒤로하고, 도시의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시대와 사회에 따른 기간산업의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고,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문화와 예술은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에는 가스공장을 환경친화적 예술공원으로 변신시킨 베스터가스파브릭(Wester gasfabriek)이 있다. 


‘서쪽에 있는 가스공장’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1967년까지도 가스를 생산했다. 공장 가동을 멈춘 후 10년여에 걸쳐 녹지화 사업을 진행했고, 공장 건물도 수리와 보수를 통한 정비를 거쳐 아트페어, 콘서트, 패션쇼,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소화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여타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기관처럼 가스탱크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나아가 건물 입구에 QR코드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건물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가스공장 노동자들의 회상, 공원 방문객의 감상기도 흘러나온다.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문화행사가 열리며, 단순히 관광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이 더 많이 진행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지난 9월에는 ‘NEU NOW’라는 페스티벌을 통해 65명의 떠오르는 신진작가들을 암스테르담으로 불러 모았다. 이들은 회화, 영상, 사진,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작업을 통해 정체성, 사회, 언어, 경제, 젠더 등의 주제를 펼쳐 보이며 유럽의 새로운 예술 핫스팟의 탄생을 점칠 수 있게 했다. 






<Ebene Hochindustrialisierung> 설치 전경 루르 미술관 6층

(6m level of Ruhr Museum) ⓒ 루르 미술관 사진:

 브리지다 곤잘레스





보다 가까운 타이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화련문화창의산업원구(花蓮文化創意産業園區)다. 20세기 초반까지 양조장이 밀집해있던 이곳은 3만㎡가 넘는 부지를 창의·문화 사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26개의 창고 건물에 갤러리, 공연장, 레스토랑 등을 지었다. 일제 강점 시기에 사케 양조장으로 쓰던 건축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소규모 공방형 매장들은 작품뿐 아니라 패션 소품, 공예품, 아트상품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의 가장 큰 미술시장으로 떠오른 홍콩에도 대규모 문화단지가 들어선다. 바로 웨스트카오룽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바다를 메운 개간지에 오페라하우스, 해양박물관, 아트아카데미 등 213억 홍콩 달러(한화 약 3조원)을 투자한 복합 문화단지다. 2019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M+ 미술관(M+ Museum)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금융과 무역으로 경제 성장을 일궈온 홍콩이 본격적으로 문화와 예술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처럼 예술과 산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것에 대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용어만 해도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 예술산업(Art Industry),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등 나라마다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 하드웨어(기관, 건물 등)와 소프트웨어(콘텐츠)에 대한 이해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학문적, 제도적 난점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위에 언급한 사례들 대부분은 이러한 변화가 중앙정부나 위로부터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시민,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문화 예술을 도시가 품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에 행정기구, 민간 기업이 동참하며 힘을 실어주었고, 결론적으로 엄청난 산업적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유발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토포스 콜렉티브(Topos Kolektiv) 

베스터가스파브릭 장소특정적 설치 2016 

ⓒ Iris Duvekot Courtesy of NEU NOW




하지만 시작부터 자생적이었던 사업일수록 지역민이 앞장서서 부작용을 막으려는 자정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제 예술적, 문화적 창의성을 접목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가는 더 이상 논의의 중심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다. 영국은 1998년부터 ‘창의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을 국가 성장 키워드로 내세우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다. 2014년 영국 창의산업의 총부가가치(GVA)는 841억 파운드(한화 약 116조 808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13년보다 8.9% 증가한 액수로, 영국 경제 전체의 GVA가 4.6% 성장한 것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모두 광고, 건축, 예술&문화, 공예, 디자인, 패션, 게임, 음악, 출판, 기술, TV&영화 11개 분야를 지정해 제대로 키우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특히 영국 정부는 디자인 분야에 방점을 두고, 집중적인 지원을 했다. 덕분에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 동안 영국은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영국의 ‘어떻게’는 바로 선택과 집중이었고,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해외의 선례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예술에서 산업적인 요소를 끌어내고, 응용할 수 있다는 이해가 공유되지만, 예술 자체의 본질을 건드리거나 행정적·경제적 관성으로 일을 끌어가지 않는 자세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 본연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모든 과정의 기반이자, 주축이다. 램 쿨하스(Rem Koolhaas)가 ‘프로젝트 온 더 시티(Project on the City)’라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참여한 교수진, 학생들과 함께 펴낸 『하버드 디자인 스쿨 쇼핑 안내서(Harvard Design School Guide to Shopping)』에는 “미술관 1평에서 창출하는 하루 수익이 대형마트의 그것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한다. 이때의 1평의 가치는 단순히 부동산적인 측면에서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 더해,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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