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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Lee Jin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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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냄, 그 투혼의 가치

이진우의 작업은 모두 ‘무제(Untitled)’다. 여기엔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인간의 몸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발휘하지만 마음만큼은 저 아래로 내려놓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본인 안의 개념을 지우고 작업의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실제로 작품에서 생각의 군더더기를 모두 빼버린다. 한지와 숯을 겹겹이 바른 작품은 언뜻 단조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으로 빠져들 듯 눈을 떼기 힘들다. 몸을 혹사시키는 노동과 그것을 넘어서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한지의 울퉁불퉁한 틈 사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작업에도 한지의 질긴 성질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온 그는 타고난 예술가다. 30여년 프랑스에서의 생활에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한지만을 사용해 작업해온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그가 지난 세월의 흔적을 들고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다.
● 조연미 기자 ● 사진 서지연 기자

'무제 No.16c-045' 30.5×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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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보다 ‘투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숯을 잘게 부숴 아크릴 바인더 용액과 섞은 것을 린넨 천 위에 바르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다시 숯을 거칠게 부수고 크기가 다른 체에 걸러내 린넨 위에 펼쳐놓고 그 위에 한지를 덮은 후 온몸의 무게를 실어 쇠솔로 두드린다. 어느 정도 완료됐다 싶으면 다시 한지를 덮고 같은 과정을 20여 차례 반복한다. 노동에 가까운 작업에 몸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지만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 9시간씩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적게는 5장에서 많으면 50장까지, 한지가 더 이상 힘을 견디지 못할 때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켜켜이 쌓이는 한지와는 달리 그는 마음의 것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반복적인 작업의 시작은 몇 년 전 파리의 아파트에서 했던 드로잉 연습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열두 시간씩 장지에 나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벽에 붙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던 시절이었다. 다음날이면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완성된 종이를 전날의 종이 위에 덧붙이기를 몇 달, 전날의 흔적이 얇은 종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다 결국엔 새 그림에 가려져 무의미해졌다. 하루 종일 작업하지만 해 끝자락의 무렵에는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무효화의 진행이 그에게 전하는 울림은 컸다.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찾아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세계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인간은 결국 누구나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며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인데 그런 가운데 사람 간, 작품 간 편차를 구분 짓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제 No.16c-050> 50×80cm





비슷한 맥락으로 개념미술이라는 명목 아래 캔버스에 점 하나 그려놓고 갖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도 회의가 들었다. 그에게는 예술작업이라는 것 자체가 답은 알 수 없지만 결국 모두 같은 한 곳을 지향하는 행위였다. 한때는 유행을 좇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대학 무렵에는 여느 작가들처럼 사실화, 누드 드로잉도 했고 한동안 퍼포먼스 작업에도 빠져있었다. 1990년 혈기왕성한 시절 파리 한복판에서 탈춤패가 춤추는 옆에 대형 캔버스를 세워놓고 탈춤을 즉흥적으로 드로잉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도 했던 그다. 


하지만 무의미의 깨달음이 예술세계의 전환점이 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품의 의미를 없애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내려놓은 채 오로지 몸만을 사용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의 작품이 모두 비슷한 형태를 띄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같은 재료로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그 모습 또한 비슷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개념의 완전한 무의미화를 위해 일부러 작품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똑같은 과정의 작업도 1-2개월간 진행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은 어쩔 수 없었다고. 내려놓음이 가져다준 또 다른 깨달음이었다.    




<무제 No.16c-032> 66×101cm





현재 이진우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것은 오직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이다. 지금같은 글로벌 시대에 정체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그에게 ‘아이덴티티’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오랜 외국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남들과는 구분되는 한국인으로서의 존재감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적임’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소재가 한지다. “왜 한지여야만 했나”라는 질문에도 한 치의 막힘이 없다. 한국에서 자생한 고유의 재료이고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대답의 중간에 “한국인의 성질과 많이 닮아있다”는 솔깃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지는 빛의 투과성이 70퍼센트로 직접적이지 않고 먹을 입혀도 섬유 사이로 서서히 스며드는 즉각적이지 않음이 한국인의 정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밥 먹었니?” 하고 물었을 때 먹지 않았어도 “응 먹었어” 라고 대답하는 우리의 뜨뜻미지근한 확고함이 한지에 녹아있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프랑스에서 한지로 하는 작업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현지 사람들은 한지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고 지금이야 단단하고 아름다운 동양의 종이로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지’라는 이름보다 ‘재패니즈 페이퍼(Japanese paper)’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로 활동하는 프랑스에서 대중의 재료에 대한 이해의 부재가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이진우는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다. 오히려 한지를 통해 ‘작가 이진우’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한국인임을 느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현지에서 ‘이진우=한지작가’라는 공식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도 한몫 했다. 

  



<무제 No.16c-014> 131×162cm





지금은 한지를 사용한 작업이 독창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긴 세월을 견딘 노력은 최근 세계적인 프랑스의 독립출판사 악트쉬드(Actes Sud)가 그의 이름으로 발행한 도록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당대 최고의 작가를 선별해 도록을 발행하는 출판사가 그를 선택한 점, 특히 한국작가로는 10여 년 전 이우환 이후 두 번째로 택한 작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사실 이번 도록 발행은 단색화를 이을 차세대 작가로 이진우를 눈여겨보는 해외 미술계의 역할도 컸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색화 작가의 범주에 넣고, 작가 본인도 작업이 단색화의 기본 정신에는 부합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반갑지만은 않다고 고백한다. 


물론 단색화의 정신은 높이 사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작업에 ‘단색화’라는 의미가 더해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더하자면, 유행처럼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단색화가 과거에 비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단색화라는 장르를 한국미술이 세계무대에서 더욱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수많은 통로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외부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그의 소신대로 그저 내려놓는 작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마무리 짓는다.





<비움과 채움>

(2016.10.19-2016.10.24, 선일보 미술관) 전시전경





지난달 서울에서 막을 내린 개인전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그에게 작가로서의 존재를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기회였다. 몇 년 만에 국내 관람객을 마주하는 자리였던 만큼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뼈대는 굵었다. 그는 전시 관람이 생활화 되어있는 프랑스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 작가의 전시에만 관심을 갖는 국내 전시 문화가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열었던 개인전에 한 방문객이 하나의 작품 앞에서 미동도 않은 채 30분 동안 관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쏟은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30분도 모자란다”라는 그의 말이 이진우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의 부재도 국내 전시 관람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그는 사람들이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에서 위안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답은 간결하다. “지금처럼만 하는 것.” 모든 것을 비운 채 머리 대신 몸으로만 작업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마치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듯 느슨해지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다보면 볼 수 없던 또 다른 빛이 보일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진우




이진우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미술학 석사를 마쳤다. 서울 석화랑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후 갤러리 마리아 룬드, 프랑스 재단, 체코 마네스갤러리, 북경 H.T갤러리 등 주로 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프랑스 메스 아트페어, 상하이 아트페어, 부산아트페어, KIAF 등에도 수차례 참여한 그는 최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인전 <비움과 채움>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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