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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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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Errors

‘실패(Failure)’는 20세기 예술에서 중요한 미학적 가치를 갖는다. 그것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컨트롤은 환상에 불과하며 디지털 도구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만 완벽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임을 보여준다.1) 사람들은 Y2K, 혹은 밀레니엄 버그, 해프닝을 통해 완벽할 것 같았던 디지털 네트워크와 테크놀로지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전공 석사학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테크놀로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Technology is not working properly often)”는 점이었다. 하지만 알고리즘과 기계의 작동 오류를 통해 드러나는 테크놀로지의 민얼굴은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된 담론을 더욱 입체적이고 풍요롭게 하고 있다. 본 텍스트를 통해 국내에는 아직 생경한 ‘실패의 미학’에 대해 몇몇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 진행 이가진 기자 ● 글 배남우 디지털 미학

레너드 클라인록(Leonard Kleinrock)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전산과 교수로, 아파넷 개발과 1969년 IMP를 이용한 스탠포드 대학교와의 첫 인터넷 메시지 교환 테스트를 진행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교환 방식인 ‘패킷 스위칭(Packet Switching)’의 기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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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한 연구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아파넷(ARPANET,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 오늘날의 인터넷)을 통한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와의 첫 메시지 교환을 앞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냉장고 크기만 한 커다란 컴퓨터(IMP, Interface Message Processor, 첫 번째 인터넷 라우터)가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약 480km 떨어진 스탠퍼드 대학교에 설치되었다. 각 컴퓨터의 모뎀은 전화선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보낸 메시지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수신하면 되는 간단한 테스트였다. 두 컴퓨터가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특정한 단어를 먼저 입력해야 했는데, 이때 사용된 단어가 ‘로그인(Login)’이었다. 단, 데이터 대역폭의 한계로 인해 ‘Login’이 아닌 ‘L’, ‘o’, ‘g’, ‘i’, ‘n’처럼 낱글자로 하나씩 전송해야 했다. 서부시간 기준 1969년 10월 29일 밤 10시 30분 역사상 첫 인터넷 메시지 전송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글자가 제대로 전송되었는지는 전화로 확인했다.

 




피에데 노비(Peder Norrby) 'mapglitch' 2013 

Snaps of glitches in iOS Maps in 3D mode




‘L’, 전송 성공

‘o’, 전송 성공


그런데 ‘i’를 전송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해 시스템이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수억, 수조 바이트의 디지털 정보들이 광대한 네트워크에 걸쳐 촘촘히 얽혀있는 인터넷의 시작은 사실 ‘에러’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가능성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동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현대예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한 이후,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예술가와 디자이너, 엔지니어는 최신의 테크놀로지를 장착하고 활용하여 ‘포스트-인터넷 아트(Post-Internet Art)’라는 미지의 신대륙을 탐험해왔다.2) 무엇보다 이 신대륙이 흥미로운 이유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에러와 시스템의 오류, 충돌, 불완전성이 포스트-인터넷 아트와 연관된 작업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인터넷,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작가들은 가상의 공간에 구축된 ‘현실’의 모순을 발견하고, 하이퍼-리얼한 재현이 변탈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스웨덴의 그래픽 엔지니어 피에데 노비(Peder Norrby)는 2012년 가을, 아이폰의 애플 지도(Apple Maps) 앱을 이용해 본인의 고향인 스톡홀롬 거리를 탐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특정 장소에서 애플 지도상의 지형과 땅 위 물체가 마치 젖은 페인트 위를 스펀지로 문지른 것처럼 번져있는 듯한 현상을 발견했다. 노비는 글리치(Glitch)처럼 보이는 지도 화면을 캡처 후 본인의 플리커(Flickr) 계정에 업로드 했다. 작가는 폴더명을 ‘mapglitch’로 정했고3), 지금까지 3D 모드에서 에러가 난 약 40여 개의 애플 지도 이미지들을 아카이브해 왔다. 그래픽 전문가로서 작가는 그러한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 이차원으로 구현된 지도 이미지들을 삼차원 지형지물로 구현하기 위한 렌더링 작업이 진행되던 중, 데이터 매핑 과정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기이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작가가 아카이브한 글리치 이미지들은 이미지 자체로서 완벽하다. 매핑 에러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긴 하지만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완벽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렌더링 오류들이 수정해야 할 버그에 불과하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디스토피아 적으로 드러난 가상의 틈으로 기계가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4)




404 Error Gallery2017 




캐나다의 미디어 아티스트 존 라프만(Jon Rafman)의 ‘The Nine Eyes of Google Street View’(2010-)5) 시리즈는, 9개의 눈(카메라)을 가진 구글(Google)로봇이 촬영한 당혹스러운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구글 로봇이 장착된 차량의 운전자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하고,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로봇은 주기적으로 9개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이미지들은 구글이 개발한 알고리즘에 의해 짜깁기 되고 불필요한 정보들은 여과되어 가상의 현실을 구축한다. 존 라프만의 9-Eyes 사진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사진들은, 로봇의 시선으로 기록된 냉소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이다. 갱단 멤버 혹은 경찰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 아이 혹은 여성들에 가해지는 폭력, 구글 차량과 로봇에 의해 노출되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반감, 매춘, 총기 밀거래 등 그의 웹 브라우저 의해 캡처된 거리 사진들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위지(Weegee)와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를 연상시킨다. 


구글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거리 사진을 이용하는 중, 작가에 의해 드러난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할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면 인식과 차량번호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정보는 ‘흐릿하게(blur)’ 처리할 수는 있어도, 촬영된 상황이 적절한 상황인지 부적절한 상황인지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앞서 소개한 피에데 노비와 존 라프만 작업의 원활한 감상을 위해서는 작가에 의해 아카이브된 인터넷 링크가 지속적으로 기능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해당 링크가 살아 있어야 작품 관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 링크는 유한하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접속 가능했었던 웹페이지가 지금은 접속 불가능한 것이 흔한 사례가 된 지 오래다.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웹 페이지이자 인터넷 링크의 막다른 길, ‘HTTP 404 - Page not found’ 에러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404 에러 페이지’라 할지라도 웹 페이지는 여전히 웹 페이지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정보를 웹 브라우저를 통해 열람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웹 페이지를 통해 에러 메시지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라프만

 'The Nine Eyes of Google Street View' 2010




이러한 점에 착안해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전문 잡지 『마더보드』에서는 2017년 1월, 404 에러 페이지를 인터넷 서핑의 막다른 길이 아닌 넷 아트(Net Art)로서 새롭게 기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6) ‘404error.gallery’(http://www.404error.gallery/)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실제 존재하는 404 페이지 주소나 존재하지 않는 웹페이지 주소를 임의로 만들어 ‘404error.gallery’에 입력하면 화려한 넷 아트로 재탄생한 웹페이지를 보여준다. 404 페이지가 더는 콘텐츠를 열람할 수 없는 웹의 종착지가 아닌 새로운 디지털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소피아 브루크너(Sophia Brueckner)는 빠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 코딩을 위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직업병인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이다. 


프로그램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작가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본인의 노트북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뛰어난 음성인식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흐느낌과 울음이 제대로 된 명령어로 인식되었을 리 만무하다. 음성 인식된 작가의 울음은 기괴한 기계 언어처럼 읽혔다. 예를 들어 ‘흑흑흑’은 ‘him him him’으로, ‘훌쩍훌쩍’은 ‘will will’처럼 인식된 것이다. 작가가 작업 중이던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약 5분 정도 지속된 울음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에 30초 정도의 분량으로 입력되어 자동 저장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컴퓨터와 짧은 시간 동안 기이한 의성어를 사용해 기계와 소통한 셈이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인터페이스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됨으로써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2012) 

설치 전경, <-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69/1972)

(우측)과 교육용 기능 복원 프로젝트로 제작된 

비디오 신디사이저(좌측) 시연 장면, 

사진: 강제욱 / 백남준아트센터 




시스템의 오작동, 충돌, 에러는 예술가에 의해 형태가 미리 정해지거나 프로그램되지 않다는 점에서 잠재성이 크다. 여기서의 잠재성은 시스템의 탈 영토화 과정, 다시 말해 예술가의 독특한 창작활동을 통해 기존에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작동하던 컨텍스트가 제거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이 돌발적으로 발현됨을 말한다. 백남준은 1965년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 <NJ Paik: Electronic TV, Color TV Experiments, 3 Robots, 2 Zen boxes & 1 Zen Can>에서 <Magnet TV>(1965)를 처음 선보였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TV 브라운관 앞에 자석을 고정하고 약간의 전자기장 간섭을 통해 TV의 비디오 신호를 왜곡시키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갤러리를 찾은 한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던 중 자석을 들어서 TV 몸체 위에 올려놓고 떠났다. 그 결과 TV와 직접 접촉된 자석의 강한 자성으로 인해 TV 영상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변형되었다.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Paik-Abe Video Synthesizer)> 구상을 위한 영감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각주]

1) 킴 캐스콘(Kim Cascone) 「실패의 미학: 현대 컴퓨터 음악에 있어서 ‘포스트-디지털’의 경향(The Aesthetics of Failure: ‘Post-Digital’ Tendencies in Contemporary Computer Music)」, 『Computer Music Journal』 24, no. 4 (Winter 2000)

2) 포스트-인터넷 아트(Post-Internet Art)는 네트워크화 된 테크놀로지가 예술작품 생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집중한다. 이에 대해 갑론을박 다양한 의견들이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CCA(College Art Association), SXSW(The South by Southwest) 등의 예술 콘퍼런스와 포럼들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 www.flickr.com/photos/pedernorrby/sets/72157632277119513/

4) 관련해서는 클레멘트 발라(Clement Valla)의 ‘Postcards from Google Earth’(2010-) 시리즈도 참고할 만하다. www.postcards-from-google-earth.com/

5) http://9-eyes.com/

6) 『마더보드』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404 대체 페이지는 404 HORSE 페이지이며, 다음의 링크(http://motherboard.vice.com/help-me-magnificent-filly)로 접속하면 3D 렌더링 된 말이 달리는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글쓴이 배남우는 201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디지털+미디어로 석사학위 취득 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그리고 국제교류 담당자로 활동했다. 현재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큐레이토리얼팀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디지털 음악 프로그래밍 워크숍>(2015), 가야금과 디지털 사운드의 협업을 통한 즉흥연주 퍼포먼스 <순회자 Circulator>(2015) 등을 기획했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디지로그의 이해’(2015)라는 디지털 미디어와 현대예술 사이의 실험적인 매칭에 대해 강의했다. <포스트-인터넷>,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예술작품들을 아카이브하고 연구할 수 있는 미디어 랩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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