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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드니가 나섰다. 호주 현대미술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시드니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세 개의 기관이 손을 잡은 것.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이하 AGNSW,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시드니 현대미술관(이하 MC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캐리지웍스(Carriageworks)는 시드니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전시로 <The National 2017: New Australian Art>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 현대미술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2017년을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총 3회에 걸쳐 6년간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 시발점이 된 올해에는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작가와 중견작가 48명이 회화, 조각, 설치, 영상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큐레이터로는 AGNSW의 안네케 야스퍼스(Anneke Jaspers)와 웨인 터니클리프(Wayne Tunnicliffe), MCA의 블레어 프렌치(Blair French), 캐리지웍스의 리사 하빌라(Lisa Havilah)와 니나 미올(Nina Miall)이 참여했다.

Justene Williams <Two Fold>  2016 

Performance documentation, Contemporary Art Centre 

of South Australia, Adelaide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Sarah Cottier Gallery ⓒ the artist Photograph Andy Nowell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AGNSW는 1871년에 설립된 이후 호주 미술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호주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을 참고한 AGNSW의 전시는 호주의 역사와 정치적 이슈를 큰 주제로 삼고 있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그동안 호주 내에서 일어난 식민주의, 페미니즘, 환경문제를 다루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제는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작품의 형식과 구성은 상당히 다채롭다. AGNSW에 들어서면 미술관 메인 코트에 위치한 에밀리 플로이드(Emily Floyd)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화려한 색상의 추상 조각은 고풍스러운 19세기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미술관 인테리어와 대조를 이룬다. 

파푸아뉴기니 출신의 타로이 하비니(Taloi Havini)는 호주의 원시적인 풍경을 매혹적인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통적인 풍경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초자연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헬렌 존슨(Helen Johnson)의 회화는 호주의 전설적인 갱(gang), 네드 켈리(Ned Kelly)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영국 지배하의 식민지 역사는 호주 미술사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로서 때로는 실재와 허구가 뒤섞인 불확실한 신화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네드 켈리이며 존슨 이외에도 수많은 예술가가 그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한편,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MCA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더 록스와 서큘러 키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초창기 이민자들의 정착지였던 이곳은 현재 시드니의 아트 씬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Alan Griffiths <Goorbadjim balmarra, representing 

the hills of Bullo River and references the late Paddy Carlton, 

senior lawman and traditional owner of Goorbadjim> 2002 Ochre-painted wood, 

coloured wool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Waringarri Aboriginal Arts 

ⓒ the artist Photograph Peter Eve

이번 전시에서MCA는 지역적 안배를 고려하여 모든 주(州)의 예술가들이 포함되도록 작품을 선정했다. 선정작들은 주로 사회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권력과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드니에서 활동 하고 있는 파키스탄 태생의 카딤 알리(Khadim Ali)는 이민자로서 겪었던 소외, 고독, 기다림의 경험을 15m 벽화로 제작하여 MCA의 로비를 채웠다. 멜버른의 벽돌 스튜디오로 유명한 로즈 놀란(Rose Nolan)은 붉은색과 흰색 도트 무늬로 텍스트를 만드는 거대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동일한 재료와 형태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내는 그가 이번 전시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To keep going, breathing helps.’ 애들레이드 출신의 매튜 브레들리(Matthew Bradley)는 32점의 금속 오브제를 통해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서 재료와 형태의 관계를 탐구한다. 

19세기 산업공간이었던 캐리지웍스는 복합문화시설로 변경되었지만 예전의 벽돌 건물은 물론 화물 운송 열차가 드나들던 철로와 플랫폼까지, 당시의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캐리지웍스가 위치한 레드펀은 애버리지니(Australian Aborigine) 거주 문제로 시드니 정부와 원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논쟁적인 지역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캐리지웍스의 전시는 수많은 언어, 국적, 인종이 혼재된 호주의 복잡한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것은 비단 애버리지니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문화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호주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Khadim Ali <The Arrival of Demons> 2017 Ink, 

synthetic polymer paint, gold leaf, gouache, installation view of 

<The National 2017: New Australian Art> a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commissioned by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2016, supported by Veolia Environmental Services,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Milani Gallery ⓒ the artist Photograph Ken Leanfore  

캐리지웍스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평소 시각예술과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왔던 캐리지웍스는 이번에도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가장 많이 소개한다. 호주 서부의 킴벌리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 앨런 그리피스(Alan Griffiths)는 15명의 애버리지니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를, 저스틴 윌리엄스(Justene Williams)는 설치 작품과 춤, 의상,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애틀랜타 이크(Atlanta Eke)와 원주민 예술가 제노아 젤라(Ghenoa Gela)의 합작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The National 2017: New Australian Art>가 보여주듯이 호주 미술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다문화주의에 있다. 호주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비영어권 출신일 정도로 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예술 분야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호주 미술을 광범위하게 발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성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시드니에서는 <The National 2017: New Australian Art>의 전시장 세 곳을 하루에 모두 관람하는 투어 패키지가 인기라고 한다. 호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6년 후 호주 미술은, 그리고 호주의 다문화주의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Rose Nolan <Big Words - To keep going, breathing helps(circle work)> 

2016-2017 Installation view of <The National 2017: New Australian Art> 

a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Synthetic polymer paint,

 hessian, velcro, steel, supported by the Victorian Government through 

Creative Victoria,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 the artist Photograph Felicity Jenkins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