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Special Feature

수장고 들여다보기

0원
Peeping at the Museum Storage

분명 존재하지만 꽁꽁 숨겨진 공간, 미술관의 수장고는 과연 어떤 곳일까. 물리적 형태의 작품들의, 말하자면 집이나 마찬가지인 수장고는 어쩌면 미술관의 심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카이브를 위한 정보의 원천들이 모여 있는데다 특정한 온도, 습도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만 작품들이 제대로 숨 쉬고 온전히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자산이 보관되는 곳 인만큼 철저한 보안도 필수적이다. 외부에 선뜻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방형 수장고’를 지향하는 기관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의 수가 한정적이니 아예 수장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감추거나 슬쩍 보여주기가 전부인 이 심장부에 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세계 곳곳에 포진한 「퍼블릭아트」 통신원들이 힘을 모아 빗장을 풀고, 수장고로 들어갔다.
● 기획·진행 이가진 기자

이안 푸니(Iwan Puni) 'Synthetischer Musiker' 1921 VG BILD-KUNST, Bonn 2014 ⓒ Photo: Nina Straßgütl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Special Feature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SPECIAL FEATURE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미술관 수장고_이가진


SPECIAL FEATURE 

미술관의 보물상자를 열다: 브루클린 미술관 수장고_전영

 

SPECIAL FEATURE 

Behind the closed doors: 베를린 현대미술관의 수장고를 살펴보다_박은지

 

SPECIAL FEATURE 

연구소와 수장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스위스 국립 박물관 컬렉션 센터_김유진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Special feature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미술관 수장고

● 이가진 기자

 


굳게 닫힌 문에 적힌 ‘Staff Only’ 사인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미술관에는 직원들조차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소장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다.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는 일 외에도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보존하고 조사·연구할뿐더러 그것을 개방해 교육 기관으로서도 작동하게 하는 역할이 미술관/박물관의 근간이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항목에 밑줄을 그어보자. 어떤 작품을 가졌는지가 미술관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이 항목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열심히 모아둔 작품들이 전시를 통해 전부 소개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실상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작품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관 어딘가,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에서 잠들어 있는 것들이 오히려 더 많다. 미국 내 미술관의 자체 컬렉션 전시율을 조사한 한 보도에 따르면,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30%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역시 49%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66%1)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조감도  





국내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소장된 수많은 작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절반이나 그 미만으로만 대중에 공개되는 실정이다. 전시장보다 수장고가 더 ‘붐비는’ 셈. 거의 매년 새로운 작품들이 수집되는데, 공간은 한정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에도 현재 10개의 수장고에 총 8,144(2018.4.30 기준)의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 소장품 수장고로는 과천관( 3,899), 외부수장고(1,381)를 활용하고, 서울관과 덕수궁관에는 전시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존재한다. 나아가 올 12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4번째 분관인 청주관의 콘셉트는 ‘수장고 속 미술관’으로 잡았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의 옛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하는 청주관은 미술품수장보존센터로서 수장과 동시에 전시기능을 가진 수장고와 일반 수장고, 두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총사업비 약 577억 원을 투입해 전체면적 19,855㎡의 건물에는 한 개의 일반 수장고 외에 상설수장 전시실이 마련돼 관람객이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두 개의 보이는 수장고는 시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대거 소장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두어 예약제로 운영할 특별수장 전시실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1 1,000여 점을 수장할 수 있을 청주관은 대형설치 조각 작품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연계해 다양한 형태의 현대 공예작품이 많아질 전망이다. 과천관의 기존 수장고에는 근대 시기의 주요 평면 작품이 주를 이룬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큐레이터의 의도된 기획전시와는 다른 작품관리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미술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미술관은 고밀도의 많은 작품을 수장하면서도 전시기능을 함께 수행하여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구미술관 수장고  





다른 미술관들도 적정 수장률을 유지하며 공간 확충을 위해 고심한다.  4,751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과 북서울미술관 분관에 수장고를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716.87㎡ 크기의 본관 수장고에는 매해 신규로 수집되는 작품이 들어오며, 천경자기증작과 뉴미디어, 사진 등을 주로 보관한다. 그중 신규 수집작은 규모가 더 큰 북서울미술관 수장고(2,399.79)로 이듬해 이관하여 관리한다. 그래서 분관 수장고에는 주로 크기가 큰 회화, 한국화, 조각 등이 있다. 지난 4 2, 서울특별시는 횡성군과 ‘문화자원센터(가칭)’ 건립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1, 횡성군 우천면 일대에 약 35만 점의 유물을 수용하는 9007.2㎡ 크기 수장고인 문화자원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신규 수장고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열린 수장고를 표방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컬렉션 이동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바 없다”고 밝혔지만, 서울에 집중된 문화예술 인프라가 강원도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년 이응노미술관 역시 소장품 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수장고를 개관했다.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1,000여 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소장품의 특성에 맞춰 대형 작업과 액자도 문제없이 보관할 수 있도록 회화형 모빌랙, 조각이나 공예품을 보관할 수 있는 파레트렉, 지류 보관을 위한 목재 서랍형, 병풍 종류를 위한 수장대를 갖췄다. 이처럼 장르 특성이나 재질, 형태에 따라 걸맞은 형태의 구조를 비치해 안정적으로 작품을 보관하는 동시에 용적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미술관들이 여럿이다.  





이우환 <점으로부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소장품

 




현재 미술관 지하 1층에 복층구조로 조각, 설치 등 입체 작품을 보관하는 1수장고와 회화, 사진 등 평면 위주의 2수장고가 있는 대구미술관도 프로젝트성 전시를 진행하던 공간을 수장고로 추가로 개축, 확충할 것이라 전했다. 대구미술관의 1,232점 소장품은 내부 수장고 외에도 대여 작품을 잠시 보관하는 임시 수장고에까지 분산되어 있긴 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장소 확보를 위해 이 같은 개보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형의 작품이 점점 많아질수록 자연스레 공간은 부족해지고, 무턱대고 쌓아둘 수도 없다 보니 저마다의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장고 내부 환경은 어떨까? 민감한 작품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안전하게 보존되려면 도난, 수해, 화재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작품 훼손을 예방하는 적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설계단계부터 철저하게 계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작품이 물과 불에 취약하지만, 특히 유화나 목공예, 미디어아트 등은 물과 접촉하기만 해도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불이 나도 물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대부분 수장고에는 기체화된 청정소화설비시스템이 천장과 벽면 등에 장착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그 열이 수장고 안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금고형 특수 출입문을 부착해야 한다. 





곽훈 <찻잔> 1998-2012 

도기, 종이에 유채 가변설치 대구미술관 소장품  

 



온도와 습도에 대한 고려도 놓칠 수 없다. 결로현상을 막기 위해 내부의 벽과 바닥에 습기를 차단하는 불투습 패널을 붙이고, 석고판에는 조습 패널을 붙여 적정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온·습도 변화를 감시하는 전문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할 정도다. 대구미술관에서 소장품 관리와 아카이브 업무를 담당하는 이정희 학예사는 “대구미술관 수장고는 24시간 내내 18-22℃의 온도와50-60%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중앙 공조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방충 약품으로 벌레나 곰팡이로 인한 손실에 대비한다. 자외선 차단 필터를 부착한 형광등으로 조도까지 신경 써야 할 만큼 예민한 공간이 바로 수장고다. 이토록 철저한 환경 유지만큼이나 보안에도 민감하다. 실제로 보안을 이유로 수장고 관련 정보나 내부 노출을 꺼리는 기관들이 매우 많다. 안팎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며 출입 보안을 위해 이중, 삼중의 보안시스템을 가동한다. 


가령 서울시립미술관은 작품을 관리하는 담당 부서의 학예사일지라도 보안을 위해 한번에 반드시 2인 이상이 출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출입자 통제를 위해 총 5단계의 보안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번 수장고 출입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는 생체시스템을 적용한 출입방식을 적용할 것이라니 각 기관이 얼마나 수장고를 위한 통제와 보안에 힘쓰는지 알 수 있다. 수집과 소유, 관리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이러한 체계는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앞서 말한 미술관의 역할 중 개방과 활용의 차원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 2003년 스위스 바젤의 샤울라거 미술관(Schaulager)이 미술관과 연구소, 수장고의 중간 개념을 내세우며 파격적인 시도를 했고, 이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국 LA의 더 브로드 뮤지엄(The Broad Museum)의 수장고 ‘the Vault’는 가지런히 나열된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연구하고, 작품이 들고 나는 현장까지 그대로 볼 수 있도록 건축 단계부터 고려해 설계했다. 이런 생동하는 장면은 더 넓은 차원의 미술관 경험으로 확장된다. 만질 수 없지만 가까이 갈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도 전부를 보여주진 않는, 오늘날 미술관 수장고의 여러 얼굴이다.  

 

[각주]

1) Quartz』 ‘Museums are keeping a ton of the worlds most famous art locked away in storage(2016.1.20 기사) https://qz.com/1288835/gdpr-email-subject-lines-the-five-stages-of-grief/ (2018.5.17 검색)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 제2수장고






Special feature 

미술관의 보물상자를 열다: 브루클린 미술관 수장고

Brooklyn Museum, New York City, USA

● 전영 미국통신원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 되어 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계획된 미술관이 있다. 현재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다음으로 그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이다. 비록 세계 최대의 자리는 파리의 루브르(Musée du Louvre)에 내주게 되었지만, 미국 내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본래 도서관이 전신인 브루클린 미술관 건물은 맥킴, 미드 앤 화이트(McKim, Mead and White)의 건축으로 1897, 대중에 그 문을 열었다. 이후 증축과 보수를 거듭하며 총면적이 56ft²(5 2,000)에 이르는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고대 이집트 문명부터 동시대까지 아우르는 미술관으로 11개의 큐레토리얼 팀이 대략 50만 점의 컬렉션을 소장하며 운영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미술관일수록 보호(protection)와 보존(preservation)의 공간인 수장고의 역할이 중요하고, 늘어난 소장품 수를 감당하기 위한 수장 공간의 면적을 넓히는 과정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1993년 한차례 건물 내 대규모 수장고 위치 이동을 한 후, 2007년 레노베이션을 통해 본 건물의 한 축을 늘려 수장고 타워를 만들었다. 2층부터 6층까지 각 수장고와 연결되는 작품 전용 화물 엘리베이터로 편리성을 높여 지금까지 유지·관리 되고 있다. 이전의 오래된 건물로 인해 어려웠던 냉난방과 비좁은 수장 공간, 작품 이동의 복잡함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대략 4 1,200ft²(3,827)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는 수장고는 다섯 개의 층에 나뉘어 총 21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대한 컬렉션만큼 그 보관 기준도 다양하나 주로 같은 재료로 제작된 작품끼리 한데 모일 수 있도록 했고, 모든 수장 공간을 동일한 표준 온도와 습도로 유지하고 있다. 




미칼린 토마스(Mickalene Thomas)

 <A Little Taste Outside of Love>

 2007 Acrylic, enamel and rhinestones on wood panel, 

Overall:108×144in. (274.3×365.8cm) Brooklyn Museum, 

Gift of Giulia Borghese and Designated Purchase Fund, 

2008.7a-c.  Mickalene Thomas. Image courtesy of 

the artists and Rhona Hoffman Gallery, Chicago  




“수장고에 빈 공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어떤 작품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정기적으로 컬렉션 시스템을 검토한다.” 브루클린 미술관의 컬렉션 디렉터(Director of Collections)인 수잔 피셔(Susan Fisher)는 여러 부서의 인력들이 함께 수장고를 재정비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장고에 관여하는 부서들은 컬렉션 디렉터와 컬렉션 매니저 이외에도 큐레토리얼 팀은 물론, 작품 관리 및 출납을 담당하는 레지스트라 부서와 작품을 보존 처리하는 컨서베이터 부서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장고가 그저 작품이 쌓여있는 정적인 공간이 아닌, 동적 공간으로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레지스트라 부서에서는 TMS(The Museum System)를 통해 수장고에 출입한 모든 작품의 이동 경로를 트래킹하고 수장고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을 디지털 기록으로 관리 중인 식이다. 여느 미술관이 그렇듯, 브루클린 미술관도 컬렉션 규모에 비해 부족한 수장 공간과 전시 공간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만,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은 전체 컬렉션의 5-10%에도 못 미치는 정도이다.” 


뉴욕에선 항상 공간 부족이 문제라며 수잔 피셔, 컬렉션 디렉터는 ‘열린 수장고’를 그 보완책으로 소개했다. 어떻게 하면 수장고 내의 작품들을 더 많은 관람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2004년 미국 미술 컬렉션을 위한 열린 수장고 겸 연구 센터(The Luce Center for American Art Visible Storage/Study Center)가 태어났다. 5,000ft²,  140평 남짓의 공간에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회화, 조각, 장식미술, 프린트, 드로잉, 사진 등의 미국미술 컬렉션이 2,000여 점 보관/전시되며 관람객들을 항시 맞이하고 있다. 수장고와 전시장 두 개의 목적을 실현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물상자에 들어온 듯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술관 측에서는 보관과 트래킹이 편하고 방문자들은 미술관 뒷이야기를 훔쳐보는 듯한 특별함을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특히, 브루클린 미술관은 주변 학교들과 연계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공간이기도 하다. 





릴리 마틴 스펜서(Lilly Martin Spencer)

 <Kiss Me and Youll Kiss the 'Lasses> 

1856 Oil on canvas 29 15/16×24 15/16 in.(76×63.3cm). 

Brooklyn Museum, A. Augustus Healy Fund, 

70.26. Brooklyn Museum photograph





일반 전시장의 경우, 작품보다 옆 텍스트를 먼저 읽게 되는 반면, 열린 수장고에서는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들 하나하나에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는 새로운 전시 경험을 하게 된다. 열린 수장고이긴 하지만 통유리 벽과 유리 장을 설치하고 최소한의 조명만을 남겨 소장품 보호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또한, 관련 세부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곳곳에 교육용 자료가 배치되어 있고 터치스크린이 설치되어있어 작품 등록번호를 검색해 궁금한 컬렉션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다. 대부분 작품은 영구적으로 같은 자리에 보관되어 있지만, 회화가 걸려있는 선반을 바꿔가며 펼쳐 놓거나, 드로잉 컬렉션 서랍 안의 작품들을 돌아가며 벽에 전시하는 등 각 부분별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외의 일반 수장고는 내부적으로만 공유되고, 때에 따라 연구자들이나 미술관 관련 방문자들에게만 공개되고 있다. 미술관 일 층의 식당 또한 열린 수장고의 미니 버전으로 볼 수 있겠다. 2016년 재개방한 The Norm은 미술관의 수장고를 테마로 디자인되어 마치 수장고 내부에서 식사를 즐기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브루클린 미술관 작품 상자를 상징하는 바다 거품 색깔(Sea foam green)의 대형 운반용 상자가 눈에 띄는 입구를 지나면 양 벽을 수장고의 회화 보관 선반과 작품 운반용 상자로 꾸민 식당 내부에 들어오게 된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바꿔 전시하며 현재는 미술관에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식당 내부에도 사진가 마사요시 수키타(Masayoshi Sukita)가 찍은 보위의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The Visible Storage/Study Center, 

The Luce Center for American Art’ 

전시 전경 Brooklyn Museum photograph  





수장고는 작품을 보호/보관하는 공간이면서도 전시를 위해 준비되는 공간이도 한 만큼 관리법 또한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수장고 방문 매뉴얼과 컨서베이션 부서에서 작성한 하우스키핑 가이드라인(Housekeeping guidelines)에 따라 수장고와 전시장 상태가 관리된다. 문서에 따르면 수장고 안의 작품 이동 시 최소 두 명의 인원이 참여하며 장갑 착용 후 긴 목걸이나 팔찌, 시계 등을 모두 벗고 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항부터 미술관의 대표 컬렉션 한 작품만을 위한 운영 사항들이 몇 페이지씩 열거되어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브루클린 미술관이 자랑하는 컬렉션 중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디너파티(The Dinner Party)>(1974-1979) 2007년 이후 줄곧 4층의 페미니스트 미술 부서 공간(The Elizabeth A. Sackler Center for Feminist Art)을 지키며 영구 전시 중인 미술관 대표 소장품이다. 


삼각형의 테이블에39인용 식기 세트가 배열된 대형 설치작품으로 각 식탁의 주인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신화와 역사 속에 족적을 남긴 여성들이다. 작품의 엄청난 크기와 존재감으로 수장고에 들어갈 틈 없이 그만의 공간을 따로 할당받아<디너파티>만을 위한 전시공간이 마련되었다. 도자 접시와 자수가 새겨져 있는 이 역사적 작품을 제대로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하우스키핑 가이드라인에 적혀진 대로 철저히 전시공간과 작품 상태가 관리되고 있다. 어떤 주기로 작품 상태를 체크하고 청소할지, 먼지는 어떤 방식으로 터는지, 청소 중에 어떤 밝기의 빛을 비춰야 할지, 청소기의 세기와 속도 등의 작은 부분들까지 정확하게 명시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디너파티>의 영구 공간과 마찬가지로 수장고의 시설이나 환경 변화에 따른 운영 매뉴얼의 최적화에도 노력 중이고 이러한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교육과 실습을 하고 있다.





The Visible Storage/Study Center, 

The Luce Center for American Art’ 

전시 전경 Brooklyn Museum photograph  





미술관은 물리적 수장고 관리 이외에 디지털 아카이빙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근·현대 미술 소장품은 전체 컬렉션의 10% 정도이지만 미술계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디어 작업이 많이 등장하면서 미술관에서도 그에 부합하는 공간과 시스템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수장고의 구조가 천천히 변화되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테크놀로지 부서, 컨서베이션 부서 등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의 수장고 모습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라는 수잔 피셔 컬렉션 디렉터는 “요즘 큐레이토리얼 부서들과 함께 새로운 ‘컬렉션 계획서’를 작성 중이다. 어떤 시기의 작품들을 소장품에 더할 것인지, 어떤 스토리를 피력할 것인지의 우선순위 요소들을 정리 중이다”라며 완성되면 올해의 주요 문서로서 미술관의 모든 부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비췄다. 미술관 수장고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논의되고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소장품의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첫째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가진 문화 기관으로서, 수장 공간은 그 핵심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수장고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로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아직 편집되지 않은(unedited) 미술관이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The Norm Brooklyn Museum photograph





Special feature 

Behind the closed doors: 베를린 현대미술관의 수장고를 살펴보다.1) 

Berlinische Galerie, Berlin, Germany 

● 박은지 독일통신원

 


수많은 미술관 중 어느 곳을 방문해야 할까? 유럽 내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특히 한 도시에 서너 개의 미술관은 물론이고 작은 갤러리들까지 밀집된 지역을 짧은 일정으로 방문해야 할 때 말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익숙한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거나, 전시 서문을 읽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한 미술관의 수장고를 들여다보는 일은 빠른 시간 내에 미술관의 설립 취지와 특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품 수집과 연구, 전시, 교육을 미술관 활동의 근간으로 볼 때, 수장고는 이 모든 과정을 가능케 하는 미술관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서 수장고는 미술관이 미술관이라고 불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예컨대 도시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쿤스트할레(Kunsthalle) 또는 쿤스트페어라인(Kunstverein)은 비영리 전시기관으로 미술관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미술관이라는 명칭은 그 기관이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적합한 수장고와 소장품 관리체계가 마련된 곳임을 의미한다. 미술관의 작품 수집은 컬렉터의 활동과 달리 본질적으로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을 후대에 전승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가치보다 윤리적인 목표가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한 지역과 시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전문미술관의 경우, 소장품을 연구자 및 일반 대중에 공개하여 작품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알릴 의무 또한 막중하다. 이는 베를린 현대미술관(Berlinische Galerie)이 일시적인 이벤트와 기획전시에 치중하지 않고, 소장품 기획전을 매해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Architekturpläne Depot Berlinische Galerie, 2014

  Photo: Nina Straßgütl  

 



베를린 현대미술관은 1975년 개관한 이래 주로 19세기 후반 베를린 분리파(Berlin Secession)와 베를린 다다(Berlin Dada), 동유럽 아방가르드 운동, 그리고 1980년대 독일의 신표현주의 회화인 노이에 빌데(Neue Wilde)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수집했다. 그 배경에 대해 미술관은 “베를린이 앞서 열거한 미술운동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공간이며, 특히 1920년대 이 도시는 독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미술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간명한 답변이지만, 베를린 주립미술관으로서 미술관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확고히 드러냈다. 본래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Martin-Gropius-Bau)에 속해 있던 베를린 현대미술관은2004년 대규모 공업부지와 건물을 미술관 용도에 맞게 재건축한 후에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여느 미술관처럼 미술관 수장고의 위치는 외부에서 가늠하기 어렵다. 미술관 측에 의하면 수장고는 4,600m²의2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 건물과 비슷한 규모이며, 내부는 매체에 따라 크게 5개의 섹션으로 나뉘었다. 순수미술 섹션에는 회화와 조각, 미디어, 설치 작품 등 도합 5,000여 점의 작품이 함께 보관 중이고, 그래픽 아트의 경우 7,000여 점의 작품이 소장되었다. 뿐만 아니라 1900년부터 현재까지 베를린의 도시계획과 주요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는 40만여 점의 오브제와, 설계도 드로잉, 건축 모형도, 사진 등이 보관되었으며,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한 예술가와 화상, 역사가 등에 관한 20만여 점의 오브제도 함께 보관 중이다. 




펠릭스 누스바움(Felix Nussbaum) 

<Der tolle Platz> 1931  Repro: Kai-Annett Becker 




베를린 현대미술관은 독일에서도 사진 작품을 다수 보유한 주요 기관으로 손꼽힌다.  8 3,000여 점에 이르는 사진 중에는 매체의 재료와 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은 물론이고,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당, 독일민주공화국(DDR) 집권 시기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한 당시 베를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술관은 다른 매체보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미세한 외부적 요인으로도 쉽게 훼손되는 사진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타 매체를 보관한 수장고의 경우, 전시장과 비슷한 정도의 물리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사진의 경우 흑백과 컬러 사진을 분류하여 각기 다른 온, 습도를 유지한 수장고에 별도 보관 중이다. 


이 밖에도 영상과 사운드 등 비물질적인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은 중앙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다수의 미술관이 그렇듯, 베를린 현대미술관도 미술관의 디지털화에 대한 문제로 고심 중이다. 근래의 작품들이 디지털 기기와 혼합재료, 인터넷 미디어 등을 활용하고 있어 미술관의 소장품 관리에 많은 변화와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현대미술관은 최근 구매하거나 기증된 동시대 미술 작품들이 다양한 매체가 혼합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존의 소장품과 달리 각각의 작품이 요구하는 개별 조건에 맞춰 보관 중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소장품 확대를 위해서라도 매체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관리체계와 별도로 매체와 규모, 성격이 상이한 작품들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이 불가피해 보였다. 





나움 가보(Naum Gabo) 

<Modell für Konstruktiver Torso> 1917 

The Work of Naum Gabo  Nina & Graham Williams 

 Photo: Nina Straßgütl




이와 함께 소장품과 시각 자료들을 디지털화하여 연구자와 대중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또한 미술관이 당면한 과제이다. 현재 베를린 현대미술관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소장품 검색이 가능하도록 ‘컬렉션 온라인’을 운영 중이며, 사이트 방문자는 소장품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간략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소장품의 온라인 검색은 순수미술 작품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소장품의 디지털화와 자료의 온라인 공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장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인력과 예산. 수장고의 모든 소장품들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기 위해서 작품 촬영과 자료 분류, 등록, 검색 등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이용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베를린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으로 온라인 아카이브의 확충은 물론이고 개별 연구자들의 연구증진을 위한 소장품 공개마저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저작권법 또한 미술관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소장품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에 공개할 경우, 사후 70년으로 묶인 저작권 법 보호 기간으로 인해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울리히 베어(Ulrich Baehr) <Kinderfreund> 1976

  VG Bild-Kunst Bonn 2014 

 Photo: Nina Straßgütl





수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의 입장에서 수장고의 실제적인 관리와 더불어 웹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수장고를 동시에 제대로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의 내용과 형식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미술관의 수장고는 종종 ‘작품의 무덤’으로 비유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 중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있던가. 베를린 현대미술관은 디지털 환경을 맞이하여 산적한 문제를 앞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미술관의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6년부터 두 해간 진행된 ‘11월 그룹(Novembergruppe)’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는 ‘쿤스트 우프 라거(Kunst auf Lager)2) 협회를 통해 외부 연구자와 미술관이 함께 진행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수장고에 묵혀 있던 오토 묄러(Otto Möller)와 한나 회흐(Hannah Höch), 라울 하우스만(Raoul Hausmann) 등의 작품 30여 점이 재조명되었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1880년부터 1980년 시기에 제작된 소장품 250여 점을 전시 중이며, 2019년 기획될 소장품 전에는 이제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다수 포함해 선보일 예정이다.  

 

[각주]

1) 베를린 현대미술관에 관한 정보는 Andreas Piel(Head of Conservation Department) Stefanie Heckmann(Leitung Sammlung Bildende Kunst)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성된 것이다.

2) Kunst auf Lager(https://www.kunst-auf-lager.de/) 2014년 설립된 단체로 독일 내 미술관 및 박물관의 소장품을 연구하고 재해석하기 위해 2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미술관 수장고의 수준개선과 디지털 방식으로 작품 수집 및 공개를 위해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Special feature 

연구소와 수장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스위스 국립 박물관 컬렉션 센터

Swiss National Museum Collection Centre, Affoltern am Albis, Switzerland 

● 김유진 스위스통신원

 


100여 년 전 설립된 스위스 국립 박물관(Swiss National Museum)은 역사, 미술사, 고고학을 망라하며 석기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스위스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유물들을 보관, 관리, 전시하는 곳이다. 특히 선사 시대 수상가옥의 유적, 중세 교회들의 제단 그림과 조각, 역사적 무기, 깃발, 갑옷 등의 수집품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근대 이후 미술품은 취리히 미술관(Kunsthaus Zürich)이 도서는 베른에 있는 스위스 국립도서관(Swiss National Library)이 중심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므로 이곳은 근·현대 수집의 관심을 섬유, 공예, 공업 용품, 광고물 등 광범위한 생활 영역의 시대적 대표물에 두고 있다. 스위스 국립 박물관은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문화부에서 진흥하는 여덟 곳의 박물관 협회로, 뮤제 스위스 그룹(Musée Suisse Group)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취리히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Zurich)을 중심으로 로잔 인근의 사또 드 프랑쟝(Château de Prangins)이나 슈비츠에 위치한 스위스 역사 포럼(Forum of Swiss History Schwyz) 등이 국립 박물관에 속한다. 또 빌데크 성(Wildegg Castle)의 소장품은 아르가우 주 정부가 다시 관리하고, 세관 박물관(Swiss Customs Museum)도 테신에 있으나 관리는 컬렉션 센터가 맡는 등 국립 박물관은 중앙 집중적 시스템이라기보다 유동성 있는 협회의 성격이 강한 듯 보인다. 이렇듯 참여하는 박물관들의 위치나 소장품의 성격이 다양하다 보니 2000년대 중반까지 수장고들도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당시 수장고, 복원 아틀리에, 과학 연구소, 또 운반소들은 10여 개가 넘었고, 취리히 근교에 흩어져 있었다. 아폴테른에 위치한 컬렉션 센터(Swiss National Museum Collection Centre)는 이렇게 여러 군데로 분산되어 있던 유물 들을 한곳에서 관리하고 또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7년 설립된 기관이다.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이 일대에는 본래 무기 저장고로 사용되던 커다란 건물이 있었지만, 군이 떠난 후 비어있던 공간을 수장고로 이용하게 된 것이 컬렉션 센터 역사의 시작이다. 일종의 방공호 같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의 느낌은 방문객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러한 견고한 건축적 특징 때문에 이곳이 온도와 습도 유지에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30cm가 넘는 두께의 벽과 천장은 소장품들이 수백 년 동안 일정한 조건으로 보관되기엔 아마도 최상의 조건이리라. 이 지대 안에는 기존의 무기 창고 옆으로 많은 녹색지대가 남아 있어 증축 시 유리하다는 것도, 또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측면도 이곳을 재활용하는 데 중요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2m², 10만㎥의 규모를 자랑하는 컬렉션 센터에는 현재 80만 개가 넘는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고, 2022년에는 증축으로 두 배 더 큰 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오브젝트 센터의 베르나드 슐레(Bernard Schüle) 관장은 “투자금의 절약, 환경 친화, 사용자를 위한 건설”이란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리모델링은 기존의 구조와 구조물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말한다. 현재 센터는 세 개의 동으로 이뤄진 무기 창고의 건물 구조를 유지하며 각각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환경친화적 에너지 열펌프로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실질적 운영비도 절감하고 있다. 외부 리모델링은 코팅 처리되지 않은 거대한 철판으로 했는데, 자연적 녹슴으로 역사 속 시간의 흐름을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건축가(Stücheli Architekten)는 센터 안의 수집품처럼 건물도 과거의 흐름을 나타내는 역사의 증표로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2022년에 완성될 증축 건물은 60: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는데, 지금과 달리 시멘트벽을 그대로 외부로 드러내면서 더욱 미니멀한 느낌을 강조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존의 철이라는 재료의 느낌과 연결하기 위해 철근들은 외관 요소로 남게 된다. 세 건물의 병행적 형태를 강조하는 외관은 바코드의 상징적 표현으로 소장품들의 기록화, 전산화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재미있던 점은 실제로 이곳의 모든 소장품은 바코드 번호로 표시되어, 전시를 위해 작품들을 찾을 때 큐레이터들이 바코드 기를 들고 정보를 확인한다는 점이다.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50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들도 건물 구조와 함께 나누어져 있다. 건물 A 1m²의 오브젝트 센터로, 완벽한 온도와 보완 장치로 유물의 보관을 담당하며, 건물 B에는 복원 전문가들의 아틀리에와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 새로운 물질, 금속, 종이, 회화 등 장르와 재질에 따른 체계적 복원 과학 연구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건물 C는 서비스 센터로서 새로운 컬렉션의 등록, 기록, 대여 작품들의 운송과 보관, 전문적 사진 기록 작업이 이루어진다. 또한, 도서관과 세미나실, 학예연구실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각각의 업무 장소들은 긴 복도로 연결되어 건물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 오브젝트 센터가 흩어져있던 소장품의 통일화에 기여했다면, 국가적 통합 연구소의 설치는 국내 네트워크를 통한 지식의 교환은 물론 국제적 연계를 통해 복원을 과학적으로 연구,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소장품의 통일화는 체계적인 디지털 기록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전시 계획과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사적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먼지 가득한 공간을 예상했던 필자의 상상과 달리 센터 안은 도서관에 온 듯 무척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실제로 보관함은 도서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철재 캐비닛으로 되어 있다. 청소나 환경 관리에 관해 질문하자 슐레 관장은 “복도 빼고는 청소의 필요성이 없다”고 대답했다. 오브젝트 센터는 일반 식품산업 공장보다 두세 배 더 강도가 센 필터를 이용해 공기압으로 먼지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소장품들은 물론 크기와 운반을 가장 먼저 고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같은 장르별로 구분되어 소장되고 있다. 센터 안 소장품은 전체적으로 같은 온도와 습도로 보관되고 있는데, 실내는 일 년 내내 18℃의 온도와 48% 정도의 습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온도차가 크지 않은 스위스의 기후적 특징과 견고한 건축적 구조는 작품 보관의 생명인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열펌프로 남아있는 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기름이나 가스를 이용한 온도 조절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편리성도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슐레 관장은 현재의 온도 유지가 수집품의 일정 부분 이상을 차지하는 언론 사진 아카이브에는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필름이나 사진 건판, 컬러 사진들은 7℃ 이하에서 보관되어야 하므로, 새로 증축되는 건물 안에 따로 보관될 계획이란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손상되어 해로운 화학물질을 내뿜거나 곰팡이가 퍼진 수장품들은 현재 따로 떨어져 보관되고 있지만, 이후에는 더욱더 완벽하게 고립된 캐비닛 안에 보관될 것이다.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컬렉션 센터의 소장품 중 15%(대부분의 대형 미술관/박물관들은 공간 부족으로 소장품의 10% 정도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가 전시되고, 나머지는 보관만 하는 상태다. 그 중 혹시 공개할 수 없는 작품이 없냐는 질문에 슐레 관장은 2개 작품만 빼고는 모두 출처가 분명하므로 법적으로는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 두 작품은 나치 시절 구입한 소장품으로 하나는 당시 원주인인 유대인 가족의 신청으로 돌려주었고, 하나는 아직 출처를 몰라 임시 보관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소장품 중 손상으로 인해 다시 재현이 힘들 작품도 있다고 한다. 일례로 스위스의 예술가이자 인형 제작자인 사샤 모르겐텔러(Sasha Morgenthaler)의 인형 컬렉션은 공기와 접촉 시 변색되거나 탈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시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소장품의 복원은 전시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라 이뤄진다. 전시 장소가 다양해지면서 많은 작품이 복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취리히 패션 산업의 주축이 되었던 비단 회사들의 아카이브가 소장품으로 편입되었다. 


그중에서도1878년 첫 삽을 뜬 후 2002년 폐업한 스위스 섬유 사업의 선두 주자였던 실크 디자인 회사 아브라함(Abraham AG)의 패턴들과 6 9,000개가 넘는 게스너(Gessner  AG)의 넥타이들이 눈에 띈다. 패턴의 경우 최종 결과물인 직물 형태로만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처음 스케치부터 당시 사용했던 방직기계와 천, 그리고 천으로 만든 오뜨 꾸뛰르 의상까지 종합적으로 완벽하게 보관돼 당시의 섬유 업계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역할 한다. 실제로 수장고를 돌아보며 눈에 띄었던 점은 보관함들이 단순하게 대량제작한 것들이 아니라 유물 하나하나의 특성에 따라 개발된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우산만 해도 접어 두면 주름이 생기고, 편 채로 보관하면 창살에 무리가 간다. 따라서 반만 펴진 상태에서 산화 방지 종이로 고정해 낱개로 걸어 두었다. 이처럼 국립 박물관 컬렉션 센터는 정확성과 완전성을 추구하는 스위스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Photo  Schweizerisches Nationalmuseum


 


그 덕분인지 프랑스, 독일 등에서 비슷한 계획을 세운 박물관/미술관 관련 인사들이 의견을 듣기 위해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컬렉션 센터는 연구소와 수장고의 직접적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꾀하는 면에서 보았을 때, 오늘날의 박물관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꼭 관련 업계에서 일해야만 이곳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에만도 1,700명 이상 방문객이 찾았다는 컬렉션 센터는 대중에게도 문을 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제별로 일반 관람객을 위해 가이드 투어까지 마련해 두었다. 그룹 단위로 방문을 예약할 수도 있다. 완벽한 조명과 압도되는 분위기로 연출된 전시 공간이 아닌 일상적으로 작품이 보관된 수장고에서 예술품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