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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엔날레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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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Biennale

“부산과 광주 당일로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지 추천해 주실 분” 소셜미디어에 종종 이런 콘텐츠가 업로드 됐다. 아시다시피 지금 대한민국은 비엔날레의 사정권 안에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4인 공동감독 체제로 ‘좋은 삶’을 주제로 지난 9월 6일,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11명의 큐레이터가 협업을 해 지난 9월 7일 개막했다. 단독 감독과 큐레이터를 선임한 ‘부산비엔날레’는 ‘분열된 영토들’을 주제로 9월 8일 개막하여 11월 11일까지 총 65일간 계속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예술인들이 앞다투어 부산, 광주, 서울을 다녀갔고, 이 시즌에 발맞추어 각 예술기관들은 의미심장한 개인전과 그룹전을 내보였다. 이번 기획에 실린 글들에 언급됐듯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가 한꺼번에 열리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미술계 사람들을 지레 피곤해하기도 어쩐지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왜 한꺼번에 여러 비엔날레가 열리는 걸까. 이는 서로에게 득일까 독일까. 대한민국의 비엔날레의 철학과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격년마다 「퍼블릭아트」도 비엔날레를 파헤치고 돌아본다. 그 만큼 현대미술엔 중요한 행사니까. 역시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뉴욕 뉴 뮤지엄 아트디렉터의 한국 비엔날레에 대한 현황과 비전에 대한 견해에 이어 문혜진 비평가, 문선아 독립 큐레이터, 양지윤 대안공간루프 디렉터의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르포기사로 이 특집은 구성된다.
● 기획・진행 편집부 ● 사진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좌) 노메다 & 게디미나스 우르보나스(Nomeda & Gediminas Urbonas) 'TRANSmutation' 2018 Multiple channel synchronised video installation, HDPE pipes Courtesy of artists Architecture: Indre Umbrasaite Video: Rainar Aasrand Camera: Rudolfas Levulis and paulius Mazuras (PVZ) Image archive: Lithuanian Central State Archives, The State Scientific Research Institute Nature Research Centre (NRC), Nikola Boji´c/ Anthropocenarium project ‘2018 부산비엔날레’ (우) 박상화 '2018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2018 Two channel video installation with handmade mesh screen ‘2018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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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말하는 한국 비엔날레_ 정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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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노동, 다원성, 지역성, 큐레이팅 : 12회 광주비엔날레_ 문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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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인터내셔널과 내셔널 사이_ 문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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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된 계략: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_ 양지윤

 

 



민세희 <보이지 않는 점들과 유익한 구멍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작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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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말하는 한국 비엔날레

 인터뷰 진행정리 정송 기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획자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에게 한국 비엔날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최근 기발하고 도발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사라 루카스(Sarah Lucas)의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하고, 비디오와 사운드 기반의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특수 기관 비닐 팩토리(Vinyl Factory)의 초청으로 런던 스토어 엑스(Store X)에서 전시를 진행한 지오니는 정신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모든 질문에 진심을 담아 꼼꼼하게 답해 주었다. 2010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을 맡아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보였고 2013  55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당시 최연소 예술 감독을 역임, 세계 최고 큐레이터 반열에 오른 그의 큐레이터십과 인사이트를 살펴보자.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Q: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디렉터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받은 당신은 미술관 전시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적이고 규모가 큰 예술 행사의 총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예술 감독으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자화자찬도 나의 몫은 아닌 것 같다. 굳이 하나 꼽자면 사람은 항상 냉정한 자기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에 있어 날카로움과 정확함을 유지할 수 있다. 비법이랄 것이 있다면 내가 기획한 전시에 출품되는 모든 작업 간의 거리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정확히 잰다. 별 것 아닌 것 같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런 정교함이 전시에도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을 관람객과 작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전설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Harold Szeeman)이 말했듯 머릿속에 그린 것부터 못 하나 박는 것까지인 것이다. 내가 굳게 지키는 좌우명이기도 하다. 전시 아이디어가 얼마나 대단하든지 또는 복잡하든지, 전달하고자 한 아이디어가 실제 전시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작품 선택, 공간 디자인, 작품 디스플레이에서의 정교함, 다시 말해 각 작품 간의 개념적 그리고 물리적 공간 간에 설정한 거리에 대한 정확도 등 모든 차원에서 전시의 메시지가 나타나야 한다. 

 

Q: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적인 예술 행사에서 예술 감독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어떤 형태의 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을 찾기는 어렵다. 내가 뉴욕의 뉴 뮤지엄에서 기획하는 전시는 밀라노의 니콜라 트루사르디 재단에서 기획하는 전시와 다르고, 초청받아 기획하는 기타 주요 전시와도 다르다. 각 생태계가 구별되기 때문에 큐레이터나 예술감독으로서 각 전시의 차이점과 각 맥락의 필요에 예민해야 한다. 추상적인 원칙이라도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항상 내가 보고 싶은 전시와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전시를 구상하는 편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시와 특정 장소나 시점과 관련 있는 전시, 그리고 특정 시점에 대중과 특히 작가들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시를 기획하려고 노력해왔다.

 



에이미 시겔(Amie Siegel)

 <프로버넌스(Provenance)> 2013 2018 광주비엔날레  





Q:‘2010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굉장히 짜임새 있는 전시를 구성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 당시 어떤 것을 가장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행사를 구상했나?

 

A:‘광주비엔날레’는 내게 있어 놀랍도록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많이 배울 수 있던 기회였고, 그때의 경험이 광주비엔날레 이후 기획한 모든 전시에 영향을 미쳤다. 운 좋게도 훌륭한 동료들과 일했던 시간이었고 내가 기획한 전시의 비전을 완전히 소화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기관과 함께 한 경험이었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길고 복잡했던 대화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정말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비엔날레에 함께 했던 모두와 대중에게도 마찬가지였기를 바란다. 또 하나는 전시 준비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것이 많으면 그 전시를 관람하는 대중 역시 시각적, 지적,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풍부한 배움에 동참해 보람된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았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교육 수단으로서의 전시, 공허한 개념이 아닌 전시 작품을 통한 교수법으로서의 전시라는 개념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는 대형 전시 기획에 있어 유익한 경험이 되었고, 가장 큰 규모의 전시인 베니스비엔날레를 위한 훈련도 되었다. 전시를 기획할 때는 서로 다른 시대와 역사의 예술 작품과 문화 유물을 결합하는 형태를 취해왔는데, 광주비엔날레가 이런 내 전시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전시이자 효과적인 전시였기를 바란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얻은 소중한 교훈이 있다. 내가 기획하는 모든 전시에 지금까지도 반영하고 있는 교훈인데, 어린이부터 전문가까지 50만 명이 넘는 다양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를 기획할 때 전시 기획자는 본인에 대한 책임, 작가에 대한 책임, 출품작에 대한 책임과 대중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책임이란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의 대중 모두에게 연관성 있고 도전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모든 관람객 개개인에게 이상적인 주제나 테마를 다루는 전시를 만들어야 하고 어렵고 복잡한 질문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항상 각 작품과 예술품에 대한 확실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Installation view <Raymond Pettibon: A Pen of All Work>

 2017 New Museum, New York 

Photo: Maris Hutchinson / EPW Studio  




Q:‘2010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취임하고 일했던 시간 동안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 있다면?

 

A:운동하는 사람들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광주비엔날레에도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늘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는데, 정확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비엔날레 전시 평면도를 갖고 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난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비엔날레 팀과 훌륭한 전시를 만들어내는 것도 업무의 일부다.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엄청난 전시를 실현하고자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는 기관을 만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엄청난 전시라 함은 수천 점의 대여 작품과 까다로운 구성 요소가 많은, 복잡하고 풍부하며 다층적인 전시였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Q:‘광주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등 현재 한국에는 수많은 비엔날레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다. 심지어 열리는 기간도 겹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먼저, 한국에서 비엔날레가 퍼졌다는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한국과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높은 위상을 유지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나는 비엔날레의 확산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본연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광주비엔날레가 예술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창설된 특별한 예술 행사인 만큼, 광주비엔날레가 시민성을 가진 전시라는 고유의 정체성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Q:‘2010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을 역임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발전해왔다고 보는가?

 

A:내가 기획했던 전시 이후 열린 광주비엔날레에 모두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다수를 관람했다. 전반적으로 전문성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고, 국제적인 작가들과 관람객과의 교류 능력도 꾸준히 발전한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전시 중 하나이다. 과거의 정치적 상황도 있었고, 그래서 매우 안타까운 일도 겪었지만 광주비엔날레는 견고하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광주비엔날레가 한국과 국제무대에서 모두 높이 평가받고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광주에서 중요한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역사 속에서 광주비엔날레는 현대 미술의 특정 동향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시민 프로젝트였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여러 비엔날레가 대단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때면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Pipilotti Rist <Open My Glade (Flatten)>(Outside view) 2000

  Pipilotti Rist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silent, color; 9:07 min Courtesy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Luhring Augustine Installation photo: Maris Hutchinson / 

EPW Studio, courtesy New Museum

 



Q:‘광주비엔날레’ 이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도 역임했다. 두 비엔날레를 비교해 본다면?

 

A:‘광주비엔날레’ 때 종종 했던 말이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콕 집어 말하자면 베니스 출신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아시아에서 국수라는 개념을 훔쳐 왔고 이탈리아인들이 스파게티를 만들면서 국수를 완성했다는 것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반면에 한국은 이탈리아에서 비엔날레라는 전시 형태를 따와 이를 더 개선했다. 그래서 내가 아시아에서 비엔날레를 먼저 경험하고 이탈리아로 돌아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비엔날레를 기획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했다. 이와 별개로 광주비엔날레의 규모나 광범위한 관람객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아주 좋은 예행연습이 될 수 있었다. 광주비엔날레를 기획했던 예술 감독 중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 오쿠위 엔위저(Okwui Enwezor)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 추후 베니스 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직도 맡았다는 사실이 광주비엔날레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두 명에 견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광주비엔날레를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나에게 많은 자유가 허락된 경험이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실험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나에게 주어진 책임은 예술과 대중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베니스비엔날레 전시는 더 자유롭게,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에 견줄 수 있도록 한국의 비엔날레가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방향제시나 조언을 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항상 망설여진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광주비엔날레가 이미 잘 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계속 잘해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광주와 한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주요 세계 전시로서 현대 미술의 복잡성과 풍성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넓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이어가는 전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이정록 <사적 성소 #3> 

2018 시리즈 8 2018 광주비엔날레  


 

 

Q:당신이 생각했을 때 비엔날레란 어떠한 예술 행사가 되어야 할까?

 

A:1990년대부터 비엔날레가 확산됐는데 이로 인한 한 가지 명확한 효과가 있다. 오늘날의 비엔날레는 그 수도 많고 굉장히 다양해서 정해진 모델이나 형식의 비엔날레라는 것이 없다는 거다. 이러한 사실은 엄청난 자유를 선사한다. 비엔날레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정의되고 재창조될 수 있다는 것. 제한도, 경계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예술 기관이나 큐레이터 또는 전시 기획자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Q:지난 주 영국에서 전시 오픈 준비로 바쁘게 보냈다고 들었다. 어떤 전시를 구상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예술 감독으로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이번 전시를 꾸렸는지도 알려 달라. 

 

A: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9월 말에는 기발하면서도 도발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전설적 작가, 사라 루카스(Sarah Lucas)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현재까지 열린 사라 루카스의 전시 중 가장 대규모로, 페미니스트 아트에서 작가의 작업이 가지는 입지를 공고히 하는 전시다. 더 넓은 차원, 즉 초현실주의 미술 맥락에서 보면 가장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작업을 할 때도 작가가 끊임없이 예술의 역사를 수정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페미니스트 아트의 전통과 초현실주의자들과 같이 가장 자유로운 사고를 했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까지도 강요했던 여성의 역할과 고정 관념을 수정하는 작가의 작업을 보여준다. 루카스 회고전 오픈 후 일주일 만에 런던에서는 팝업 전시 오프닝이 있었다. 


비디오와 사운드 작업을 하는 현대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특수 기관인 비닐 팩토리(Vinyl Factory)의 초청으로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부르털리즘 양식의 건축물인 스토어 엑스(Store X)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스토어 엑스에서는 지난 10년간 뉴 뮤지엄에서 선보인 작가 21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매우 폭넓고 복잡한 비디오 전시를 선보이는데, 존 아캄프라(John Akomfrah),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 카릴 조셉(Kahlil Joseph), 라그나르 카르탄슨(Ragnar Kjartansson), 웡 핑(Wong Ping),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우 창(Wu Tsang)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바우어리에 위치한 신축 건물로 이전한 이래 10년간의 뉴 뮤지엄 프로그램을 기념하는 전시인 동시에 21세기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훑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Courtesy New Museum. Photo: Scott Rudd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1973년 생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현대미술 비평가다. 그는 볼로냐 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플래시 아트 인터내셔널(Flash Art International)』 미국 편집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미국 뉴욕의 뉴 뮤지엄과 니콜라 트루사디 재단(Nicola Trussardi Foundation)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노경애 <더하기 놓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사진 제공 이운식





Special feature 

관람노동, 다원성, 지역성, 큐레이팅: 12회 광주비엔날레

 문혜진 미술비평

 


0. 개막한지 한참이 지난 10월 중순의 한 주말, 1 2일의 일정으로 2018년도 제12회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했다. 가기 전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점심도 거르고 개장시간부터 폐장시간까지 택시를 전세 낸 듯 잡아타며 달리고 달렸음에도 모든 전시를 일별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시간에 쫓겨 북구의 핫하우스와 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구 전남도청)은 방문하지 못했고, 메인 전시장인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후반부에 배치된 섹션들은 주마간산으로 훑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비엔날레 시대의 도래 이후 전시 관람이 노동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규모 면에서 그간의 국내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에 가깝다. 기존의 비엔날레 전시관 외에 이에 육박하는 규모인 아시아문화전당 전관을 동원했으니 사실상 주전시장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고, GB 커미션 및 파빌리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광주 시민회관, 구 국군광주병원, 이강하미술관, 무각사 등 도심 곳곳에 산포된 부수적 전시들도 적지 않았다. 


사실상 오늘날의 비엔날레는 관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작가 및 큐레이터의 경력과 제도 및 정치적 필요성의 소산이기도 하니, 보라고 만든 것이 아닌 것을 기를 쓰고 보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저 작업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작업을 보게 만든다. 작업을 보는 것인지 마라톤의 기점을 찍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전력 질주는 최근의 전시 급증 사태와 맞물려 여러 가지 생각을 야기했다. 전시의 총량을 한 개인이 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이젠 전시에 대한 인상이나 평가도 신뢰 집단 안에서 품앗이(분배)의 형태로 해야 하는 걸까? 설치의 공간적 체험과 물성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장소 특정적이며 실체적인 미술의 본성이 물량에 밀려 결국 누군가 올려놓은 SNS 이미지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관객의 결정권을 무화시키는 물량 공세의 사태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미래의 전시는 일회성이라는 기존의 특권을 얼마나 고수할 수 있을까? 미디어를 통한 다시 보기는 전시의 성격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최윤 <퍼포먼스 도구와 찌꺼기> 2017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of Hanaco, Yunyunchoi, Choi Yun solo exhibition, Art Sunje Center,

 Seoul, 2017 2018 광주비엔날레 팔레 드 도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Photo by Cheolki Hong Courtesy the artist  





1. 이번 광주비엔날레가 기존과 다른 지점 중 하나는 예술 감독을 없애고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아마도 김선정 비엔날레 재단대표가 총괄 큐레이터를 겸임하게 되면서 채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는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큰 주제를 11명의 큐레이터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실패한 근대화 과정의 국가주의나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클라라 킴), 현재의 이주나 난민 문제에 대한 아시아적 관점(그리티야 가위웡), 일상에 편재하게 된 인터넷으로 생긴 새로운 경계들(크리스틴 김, 리타 곤잘레스), 사회적 정치적, 심리적 분열을 초래하는 여러 가지 문제(정연심, 이완 쿤), 인간과 자연, 개인과 개인, 집결지와 비장소를 둘러싼 갈등과 투쟁에서 야기되는 경계들(백종옥, 김성우, 김만석)이 그 결과다.1) 


하나의 주제를 복수의 기획자가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그 결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방식은 개념적으로 낯선 것이 아니다. 일시적이지만 새로운 네트워크를 산출하는2) 구성을 기획자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르트의 다중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부분들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횡단적 네트워크는 들뢰즈·가타리의 리좀 등 다양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는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멀게는 복수의 커미셔너들을 동원해 지구의 여백이라는 주제를 5가지 방식(속도-, 공간-, 혼성-나무, 권력-, 생성-)으로 풀어낸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이영철 기획)에서부터 가깝게는 김선정 재단 대표를 포함한 6인의 아시아 여성 큐레이터가 공동 감독을 맡았던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라운드테이블) 등이 그 예다. 


이런 포맷의 전시는 다원성과 관련한 원론적 딜레마를 촉발시킨다. 중심이 부재하는 민주적 구조, 모두가 카오스적 질서를 구축하는 놀이에 참여하는 열린 시스템은 개념적으로는 너무나 옳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 같은 따로 또 같이의 방식은 전체를 조율하는 조정자 없이는 각기 다른 색깔의 공들의 병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일 테다. 총괄 큐레이터가 존재한 이번 전시가 앞서의 선례들에 비해 생성적 차이를 형성했는가? 각 전시들이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모종의 에너지를 창출했는가? 일단 표면적으로 각 큐레이터들은 경계라는 주제에 모범적으로 충실히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면 너무 예상 가능한 해석들이라 모종의 파격이나 신선함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나열에 가까운 병존을 뛰어넘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부 연결 지점을 만들려는 시도는 존재하나3), 전체적으로 전시는 개별 기획 내부에 머물지 다른 전시와 충돌 혹은 교류하며 개념적·공간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 역시 비슷비슷한 차이들의 병치지 이들 간의 생성적 경합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엘리나 바이니오(Elina Vainio)

 <풍성(風成) 과정(Aeolian Processes)> 

2017 2018 광주비엔날레 헬싱키 국제 아티스트 프로그램 

Courtesy the artist 




2. 이번 전시는 간접적이나 명시적으로 광주의 지역성으로 회귀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기획 곳곳에서 강조되고,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섹션(5관의 아카이브 라운지(데이비드 테 기획))도 별도로 할당되었다. 아시아성, 국가주의, 이주, 탈식민과 결부되는 경계라는 주제 자체가 제3세계적 정체성과 지역성을 소환한다. 지역성의 문제는 창립부터 현재까지 광주비엔날레의 태생적 딜레마다. 3세계 비엔날레라는 정체성이 현실적으로 또한 상징적으로 끊임없이 광주(한국)의 역사성을 요구한다. 비서구 비엔날레로서 지역성은 한편으로 스스로의 주체성을 찾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 주변과 중심의 위계를 승인하거나 서구가 원하는 타자성을 재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주변부와 타자성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의 전략이 그저 중심을 주변으로 대체하는 권력 투쟁이 되거나 이분법적 대립 자체가 기존의 가치 구도의 연장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그러한 예다. 무조건 긍정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고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지역성이라는 화두를 바라본다.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에 충실하려는 이번 비엔날레의 의지는 올해 신설된 광주비엔날레 커미션(GB 커미션)으로 표방된다. 이 프로젝트는 광주의 역사성과 민주화 운동 정신을 조명하는 신작에 제작 지원을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네 작가가 신작을 제작했다. 이들은 주로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장소나 인물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검증된 작가들이어선지 상당히 좋은 질의 작업들을 선보였다. 카데르 아티아와 마이크 넬슨은 518 당시 시민군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쓰였던 구 국군광주병원의 장소 특정성을 살린 설치를 했다. 


특히 병원 터에서 떼어낸 60여개의 거울을 부지 내 교회에 설치한 마이크 넬슨의 작업은 발견된 재료가 내포하는 역사성과 거울의 현재성을 적절히 결합한 장소특정적 작업의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야간에 진행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별자리>(2018)는 공간에 배어 있는 상흔과 기억들을 시적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실상 이번 비엔날레 전체 출품작 중 가장 아름다웠던 <별자리>의 미세한 빛과 소리, 움직임은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모호한 상태를 창출하며, 어딘가에 잔존하며 출현하는 어스름한 미광의 희망을 여운 속에 남긴다. 광주를 소재로 하지는 않았으나 DMZ 접경 지역 마을의 기묘한 비현실성과 바로크적 뒤틀림을 포착해낸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의 두 작업 역시 타자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뛰어넘는 깊이 있는 시선과 빼어난 형식적 완성도로 기쁨을 주었다.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 

<경계의 이동(Shifting Borders)> 

2018 Film still 2018 광주비엔날레 Coutesy the artist





3. 전체적으로 이번 비엔날레는 선정작의 수준과 주제 부합성 면에서 우수한 편이다. 국내 작가와 국외 작가 모두 대개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 무난한 감상이 가능했다. 유일한 예외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인데, 팔레 드 도쿄, 헬싱키 국제 아티스트 프로그램, 필리핀 컨템포러리 아트 네트워크 등 해외 기관과의 교류를 표방했음에도 해당 기관의 특성이 드러난 것도 협업이 긴밀한 것도 아닌 애매한 전시들이었다. 그 중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는 주황색 철제 빔과 건물이 품어내는 강력한 아우라에 힘입어 비교적 볼 만한 인상이었으나, 이강하미술관, 무각사 등의 전시는 몇몇 괜찮은 작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메인 전시관의 공간 연출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대화를 창출하는 개념의 공간화까지 이루지는 못했지만 관람의 효율성을 고려한 동선의 흐름을 안배해 대체로 안정적이고 보기 편했다. 비엔날레 본관의 경우 주제 충실도가 높은 경우는 클라라 킴과 그리티야 가위웡의 섹션이었다. 상상된 국가들은 긴 영상을 최소화하고 사진, 설치, 조각을 적절히 섞어 무겁고 내용이 많은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여기서는 에이미 시겔, 루이지 벨트람, 알렉산더 아포스톨, 클라리사 토신 등의 작업이 우수했다.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 <별들의 전쟁(The War of the Stars)> 

2018 Film still 2018 광주비엔날레 

Courtesy the artist and Gwangju Biennale Foundation  





경계라는 환영을 마주하며 섹션은 아시아성이라는 주제답게 영상이 많아 버거웠지만 강약을 주려 시도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호 추 니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스튜디오 리볼트, 할릴 알틴데레, 딘 큐 레, 카데르 아티아 등 작품성 있는 묵직한 작업이 많았으나 긴 상영시간 때문에 충분히 보이기는 어려워 보였다. 종말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 정치역시 무난한 편이었으나, 뉴미디어와 정치를 결합시키는 바람에 한쪽에 치우치는 작업들이 발생했고 매체 특성상 형식 실험이 조잡한 경우가 있었다. 특별전인 가공할 헛소리를 이 섹션에 통합해도 좋았을 듯하다. 아시아문화전당의 메인 전시인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3,4)은 바이런 킴, 프란시스 알리스, 실파 굽타 등 차분한 작업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빡빡한 2관과 5관 사이에서 휴식을 제공했다. 


한편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 3인의 젊은 큐레이터들의 전시(2, 5)는 각 큐레이터의 성향은 감지되었으나 작품 및 주제의 정합성은 다른 섹션에 비해 느슨한 편이었다. 이를테면 2관의 일본군성노예 및 집창촌 여성들 관련 작업은 한국 및 광주의 사회정치적 역사를 강조하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원론적으로 부합하지만, 같은 장소에 전시된 조형섭, 변재규 같은 실험영화 계열의 작업과는 어우러지지 않았다. 5관의 경우에도 개별 작업들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지만 각 작업들과의 관계가 모호한 경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질에 비해 덜 알려진 부산과 광주 작가들을 많이 초대한 점은 긍정적으로 보였다. 마지막 6관의 북한미술전은 시대적 필요성에 부응한 전시였고 미술사적 관점에서 흥미로웠지만, 전체 전시와 분리된 어색함은 피하기 어려웠다. 물량의 충격이 워낙 압도적이었지만, 진부하지 않은 작가 선정과 안정적인 작품의 질이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의 의의를 지탱해주었다.   

 

[각주]

1) 김선정, 「상상된 경계들」, 2018 광주비엔날레』,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2018, 9. 

2) 김선정, 위의 글, 9. 

3) 클라라 킴과 그리티야 가위웡의 전시가 대표적이다. 세 개의 전시장을 나눠서 사용하느라 2전시관에서 연결되는 이들의 섹션은 공간적으로도 서로 섞이지만 주제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극소수이긴 하나 과거 비엔날레의 출품작들이 다른 전시 사이에 배치된 것도 차이들의 접속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글쓴이 문혜진은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연구자, 번역가다. KAIST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재료공학과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여대 초빙 강의 교수로 일한다. 주 관심사는 사진, 영상, 뉴미디어 등 기술 매체의 형식적 특질, 장르융합 관련 학제 간 연구, 한국 현대미술이다. 쓴 책으로 『90년대 한국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현실문화, 2015), 옮긴 책으로 『사진이론』(공역, 두성북스, 2016), 『테마현대미술노트』(두성북스, 2011)가 있다. 

  



수퍼플렉스(Superflex) 

<외국인 여러분, 제발 우리를 덴마크 사람들하고만 남겨두지 마세요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 

2002 Wall painting, posters Dimentions variable Graphic design 

by Rasmus Koch Supported by the Danish Arts 

Foundation Courtesy of thea artists 2018 광주비엔날레





* 대한민국 비엔날레 ②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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