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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의 스케치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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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ANETTE LENZ. à propos
2020.7.2-2021.1.3 프랑크푸르트, 응용예술 박물관

매끈매끈한 인쇄물의 표면과 오브제의 깨끗한 마감. 이런 시각적 특징이 아니어도 디자인과 순수예술을 굳이 나누자면 디자이너의 작품은 어딘가 딱 떨어지고 확실한 맛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디자이너들을 으레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데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네트 렌츠(Anette Lenz) 역시 오랜 시간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다양한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조율했다. 대표작들을 집대성한 본 전시에서 그는 그동안 ‘무엇을(what)’ 했느냐보다는 ‘어떻게(how)’ 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 한정민 독일통신원 ● 이미지 Museum Angewandte Kunst 제공

Istallation view of 'ANETTE LENZ. à propos' Photo: Wolfgang Günzel © Museum Angewandte Kunst, Frankfurt am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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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된 몇 달의 휴식 뒤에 다시 관람객으로서 전시장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일부러 느린 걸음으로 전시장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의 벽마다 아네트 렌츠의 작품들이 크게 프린트돼있었다. 응용예술 박물관(Museum Angewandte Kunst) 외관에 걸린 전시 포스터의 그래픽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작품도 있고, 강에 있는 백조의 사진 작업이나 숲의 실루엣이 전면으로 인쇄된 것도 있어 얼핏 이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헷갈리게 된다. 사실 이것들은 렌츠가 작업에 즐겨 사용하는 모티브들로 앞으로 볼 작품들에 대한 일종의 스포일러다


렌츠는 독일 태생이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시각 디자이너다그래서 그의 오랜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규모로 독일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고 한다그는 전시 소개문에 묘사된 것처럼 타이포그래피색감사진영화 등을 포스터출판물전시 디자인 등에 구애받지 않고 적용한다이미 포스터 디자인으로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이력이 있지만그는 이것에만 천착하지 않고 극장미술관 안에 존재하는 예술을 도시 바깥으로 전달하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는 등 전반적인 시각 예술 분야에서 종횡무진 중이다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개할 때면 렌츠는 자신의 아틀리에가 프랑스 혁명의 현장이었던 바스티유(Bastille) 지역에 있음을 굳이 언급하곤 하는데이는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자각과 태도가 작업에 선행한다는 것을 관람객들도 함께 인지했으면 하는 그의 바람에서 비롯한다그는 매일 작업실에서 ‘변화는 가능하다(Change is possible)’는 것을 주문처럼 떠올린다고 한다.





1.Istallation view of <ANETTE LENZ. à propos>

 Photo: Wolfgang Günzel

 © Museum Angewandte Kunst, Frankfurt am Main





1층 메인 공간에 들어서면 다섯 개의 원색 플레이트들과 뒤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글자 프린팅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로로 길게 늘어져 있는 글자 ‘REPETITION!(반복)’은 한 번에 읽히기보다는 바코드 같은 기하학적 패턴으로 먼저 인지된다. 여기서 글자와 천장에 걸린 색 플레이트들이 같은 작품으로 기능하는데, 먼저 양면으로 된 판의 한 면에는 노랑, 빨강, 분홍, 보라, 파랑이 시퀀스를 이루고 있고 이것들의 뒷면에는 부서진 거울 파편이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되어있다. 그가 2D 포스터를 구성할 때 즐겨 사용하는 시각적 요소들인 색채와 폰트의 견고한 레이어들을 해체하고 전시 공간에서 3D 입체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평면 배치를 벗어나려는 작가의 실험은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유리 액자를 한 작품 <Work War - Break the glass ceiling / Briser le plafond de verre>(2019)에는 반시계방향으로 기울여 금으로 쓰인 ‘WORK()’와 은으로 써진 ‘WAR(전쟁)’이 겹쳐져 있다.


그리고 유리 천장을 깨라는 메시지, “BREAK THE GLASS CEILING / BRISER LE PLAFOND DE VERRE”가 그 위에 인쇄되어 있다. 지난해 <Expoesie 2019>에서 이 작품을 뗀석기 바로 옆에 설치했다면 이번엔 작품의 양옆 창문으로 프랑크푸르트의 비즈니스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유리 천장에 대한 이야기를유리 액자라는 물질과(노동)의 현장을 재료 삼아 병치해 드러낸 것이다실험은 <SYSTEM ERROR>(2020), <RESTART>(2020)에도 이어진다인쇄된 종이에는 컴퓨터 바이러스시스템 장애에 대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여기서 그는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 과연 예상치 못한 컴퓨터의 오류인지그 알고리즘을 디자인한 인간의 실수인지아니면 데이터값을 출력하는 모니터나 프린터의 물리적 오류인지 모호하다는 지점을 건드린다이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의 곡 <Language Is A Virus>(1984)에 영감을 받아 변주한 문장 “virus is a language from livigng space”에 사용한 글리치(glitch) 색채-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해 손상된 이미지-를 이 작품에도 적용했는데 렌츠가 ‘시스템의 붕괴라는 키워드를 컴퓨터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적용되는 중의적 의미로 사용했음을 곧 눈치챌 수 있다.






Poesiefestival <Expoésie> 2019 © the artist





지금까지가 그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다면 전시장 2층에서는 클라이언트를 두고 작업한 포스터 작품들이 공간의 전면을 채운다. 컴퓨터 그래픽적 요소가 주를 이루는 포스터들도 있는 반면, 인물 사진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 포스터들도 있는데 강렬한 형광 색채를 주로 사용하는 그답게 전반적으로 모두 색감과 채도가 높은 편이다. 포스터는 주로 미술관 전시나 극장의 공연을 위한 것들로 그가 수년 동안 도맡아 제작해온 연작물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강에 비치는 나무 풍경 사진에 앙굴렘 극장(Theatre d'Angouleme) 이름과 숫자 7(03, 04, 05, 45, 38, 61, 62)만 있는 것이었다. 공연 장소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이 포스터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관람객들 여럿이 모여 토론을 했으나 결국 이 숫자는 공연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극장의 전화번호라는 맥 빠지는 결론에 이르렀다. 프랑스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전화번호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관람객이 전화를 걸어 정보를 알아내게끔 유도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함축적으로 전달한다는 포스터의 본질적인 역할을 지워낸 것이었다. 정보가 배제된 아네트 렌츠의 포스터는 오히려 이상(李箱) 시인의 초현실주의 시와 더 가까워 보인다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가 자연/인공 빛을 작품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볼 수 있다사실 여기까지 와야 전시장 입구에 있던 사진 작품 <Cosmopoem>(2019)도 렌츠의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전시가 작품 레이블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객은 디자이너가 촘촘하게 구상한 공간을 부유하며 알아서 눈치채고발견하는 과정에 휘말려야만 한다힌트 중 하나는 자연광인 윤슬-반짝이는 잔물결-위에 스포트라이트를 교차시킨 사진 작업 <Cosmopoem>과 같은 시각 시스템이 사용된 인쇄물에 있었다디자이너는 이 2층 공간을 두고 “이것은 전부 빛에 관한 것움직임레이어춤 그리고 신체라고 했다이것은 노르망디의 국립 무용 센터 <등대(Le Phare)>를 위한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 센터의 과 등대라는 센터의 이름에 걸맞는 ‘이라는 요소를 렌츠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에서 기인한다





<Là est la question> 2015-2016 © the artist




포스터와 건물 외관 디자인을 함께 도맡은 아네트 렌츠는 노르망디 거리 곳곳에 등대의 빛을 끌어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스포트라이트 조명과 오로라, 열 카메라 할 것 없이 각 빛이 가지는 특징을 각각 드러내는 시각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영상 작업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편집해 여러 겹으로 투사한 것이고 맞은편 벽에는 안무를 마친 무용수의 열이 오른 몸을 열 카메라로 찍은 형상을 스프레이로 페인팅했다. 뿐만 아니라 포스터나 인쇄물에서 사용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은 빛이 있는 곳에는 글자가 보이고 그림자 부분에는 글자가 사라지는 배치로 확실한 가독성보다는 빛이 번지고 섞이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시는 작품 제목과 글로 된 설명보다 디자이너가 작품에서 사용한 형광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오로라는 어떤 영감을 주어 작품으로 완성했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이렇게 집중한다. 그리고 수없이 작업하면서 그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들, ‘본다는 것이라는 서양 미술/철학사의 헤게모니는 정말 유효한가, 그리드, 레이어, 색채는 실제로 디자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람객 역시 끼어들어 소통하기를 기꺼이 제안한다. 방을 어지럽게 채운 ‘Relax’ 글자들 사이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관람객들은 마치 아네트 렌츠가 작업 중인 포토샵 화면 안에 있거나 그에게 영감을 주는 여러 시각물이 콜라주 된 스케치북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렌츠가 아끼는 풍경 사진 앞에서 이것이 어떻게든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 것임을 미리 기대하게 되면서 말이다.





Istallation view of <ANETTE LENZ. à propos>

 Photo: Wolfgang Günzel

 © Museum Angewandte Kunst, Frankfurt am Main





전시의 제목인 ‘à propos’는 프랑스어로그건 그렇고를 의미한다. 이는 보통 화제를 전환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때 사용되면서도 주제와 연관된 시의적절한 말을 뜻하기도 한다. 아네트 렌츠는 관람객에게 그가 여성으로, 디자이너로서 오랫동안 고심한 문제들을 두려움 없이 드러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이슈들 앞에서 렌츠는 전시 제목처럼잠깐만, 그건 그렇고라고 말하며 주의를 환기하고 감상자인 우리가 촌철살인의 말을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같은 작품을 가지고 전시 공간에 따라 다른 맥락을 적용해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기민한 디자이너가 남기는 메모들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글쓴이 한정민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핀란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에서 현대미술과 이론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독일에 머무르며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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