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구본창
Koo Bohnchang

0원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기: 구본창의 사진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1940)라는 글에서 진정한 역사가의 과제를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승리자와 그들의 후예들이 형성하고 기록해 전승시킨 보편 역사의 부드러운 결에 함께 휩쓸려 가지 않고, 멈춰 서서 그 반대 방향으로 역사의 결을 그려보는 일이었다. 그것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해 진행해간다는 생각과 분리되는 것이었고, 통상적인 역사서술에서 나타나는 역사에 연속성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구를 끊어내기로 결심하는 일이었다.
● 이상엽 예술학 ● 사진 KOO Studio 제공

국제갤러리 부산점 구본창 개인전 'Koo Bohnchang'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Artist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한곳으로 수렴하지 않는 사진들


구본창, 그의 이름 앞뒤로 작가라는 명칭이 붙은 지는 30년이 더 지났다. 30여 년간 구본창은 그 명칭을 달고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들은 차곡차곡 쌓여 작품이라는 결과물이 되고, 결과물 중 일부는 때가 되면 전시라는 큰 틀에 묶여 세상에 보여졌다. 그가 부지런히 일구어 온 사진의 역사는 어느덧 한국 현대 사진 역사의 계보를 그릴 때도 빠질 수 없이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그의 사진 중에서 백자 연작(2004-)은 구본창의 대표작이라 불리며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구본창의 사진 역사를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가운데 대입해 볼 때, 왼편을 과거로 두고 오른편을 현재로 두면서 그려지는 기다란 선에서 오른쪽 가장 끝에 위치할 사진이 무엇일지 묻는다면 그 누구든 백자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아마도 백자 연작이 그가 최근까지도 지속하고 있는 작업이자 그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선형적이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관점을 구본창의 사진 역사에 적용하면 백자 연작은 꼭짓점에 위치하는 가장 완벽하고도 걸출한 구본창 사진의 정수로 그 위상을 치켜세우는 일이 가능해진다





<EW 08> 2006 백자 C-프린트 소장처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한국





연대순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형성된 결은 그의 사진사 전반을 연속체로 바라보게끔 한다. 가령 작가의 심리적 불안감과 내적 갈등이 사진 속에 그대로 드러나며 내면으로 침잠하던 시기에 찍은 초기 작업 긴 오후의 미행(1988)태초에(1990-1998), (1995)  차례로 거친 후, 시간의 그림(1998), 자연의 연필(2000), 오션(2002)에 이르러서 구체적인 대상이나 강렬한 이미지의 형성에 집중하던 이전 방식을 벗어나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를 포착하며 보다 관조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겨나고, 앞선 태도의 연장선에서 백자 연작은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다 객관화된 시선을 확보하며 사진의 성숙을 이루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해석이 가지는 위험성은 그의 작업 전반을 공통분모를 지닌 연속적 맥락으로 묶어내면서 이 속에 환원될 수 없는 그의 사진이 가진 불연속적 측면들을 간과한다는 점에 있다. 구본창의 모든 사진들은 백자로 수렴 가능한가? 그의 대표작인 백자 연작이 그의 모든 사진을 대표할 수 없음을 인지하면서, 결을 거슬러 그의 사진 역사를 솔질해보기로 한다. 결의 반대 방향으로 빗어내는 솔질 가운데 부드럽게 빗기지 않고 끊기고 멈추는 곳, 그곳에서 탈각되어 나오는 것들이 무엇일지 주목해 본다.





<OSK 39> 200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청화 소장처: 오사카 동양 도자 미술관 

 




백자 연작의 균열과 비늘


커다란 사각 프레임 속 연분홍빛이 도는 배경 한가운데 점잖게 놓인 단 하나의 새하얀 물질, 조선시대 백자. 언뜻 보면 이 사진은 15-16세기에 제작된 조선 백자가 가진 소박하고 고졸한 미를 관람객에게 다시금 느끼도록 권하는 것처럼 보인다. 백자의 아름다움에 몰입한 관람객은 어쩌면 , 우리의 옛 것, 전통이 지닌 아름다움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조선 백자의 단아하고도 기품이 묻어나는 여백의 미…” 등의 감동 어린 감상을 이어갈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상이 더 깊어질 즈음 작품의 세부 정보를 확인하려는 시선은 이내 작품 캡션에 도달한다. 작품의 제목과 제작 시기를 거쳐 발견하게 되는 정보는 다름 아닌 백자의 소장처다. 교토의 한 박물관, 오사카의 다른 박물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또 다른 박물관들


사진 속 아름다운 조선 백자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백자 연작을 바라보며 갖는 감상은 단순히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빚어낸 도자기의 아름다운 자태만으로 수렴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사진 속 백자를 유심히 들여다 볼 때 보이는 세월을 머금고 노쇠한 물질 표면에 드러난 미세한 균열처럼, 사진 감상에 있어서도 균열을 일으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89년 구본창은 어느 책자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에서 오스트리아 도예가 옆에 놓인 조선시대 백자와 마주한다. 타국의 무균실 수장고에 보관된 조선 백자들은 이 계기를 통해 그로부터 15년 후인 2004년 잠시 동안 자국민과의 조우, 어쩌면 구원일지도 모를 순간을 맞는다. 수백 년 동안 타향의 컴컴한 공간에 냉동되어 있던 백자들은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해동되기 시작한다. 다시 현재, 백자가 가진 수백 년의 역사와 백자를 촬영한 백자 사진이 가진 십수 년의 역사는 서로 맞물리며 뽀얗게 미화된 백자 이미지의 비늘을 벗겨낸다.  




<OM 17> 201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90×72cm 

청화백자 소장처: 교토이조박물관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솔질이 멈춘 곳


구본창의 사진 역사를 거꾸로 솔질하는 중에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2018 9월 선보인 그의 개인전에서였다. 구본창은 <시작을 돌아보다 EARLY WORKS 1970-1990 my beginnings>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가졌는데,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2018년 현재 시점에서 꽤나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도하는 1970년부터 1990년에 걸친 작가의 초기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구본창에게 작업의 시작이 되었던 과거의 사진들은 삼사십 년이 더 흐른 지금에 돌아보아야만 볼 수 있는 이미 종료된 시간을 회고하는 맥락으로 읽힐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잠정적으로 유예된 시간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오래도록 머물다가 다시 그 위로 뻐끔 솟아난 상황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 이 전시는 구본창의 사진 역사를 굳건히 세우고 다지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더하는 현재의 흐름 가운데 일종의 브레이크를 걸며 속도를 늦추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를테면 이 전시가 회고전의 형태로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빠짐없이 구본창의 사진 역사를 개괄하고 그 성과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에서 1990년에 걸쳐 찍은 사진 중에는 구본창이 작가의 명칭을 달기 전에 촬영한 경력에 포함되지 않는 습작 사진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뭉텅이로 현재에 던져진 역사화에 포함되지 않았던 초기 작업의 등장은 앞서도 말했듯이 구본창의 사진들이 백자 연작으로 귀결되는 일방향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며, 백자 연작이 다 포섭하지 못하나 그의 사진에서 충분히 발견 가능한 새로운 타래를 엮어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이 전시는 예기치 못한 솟구침이 되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향하던 구본창 사진 역사의 연속성을 끊어내고 그 역방향성을 내포하며 다른 물길을 터보게끔 한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구본창 개인전 

<Koo Bohnchang>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과거에 있는 미래: 시선 1980 연작과 긴 오후의 미행


사진은 그 매체가 가진 특성상 사진가의 의도를 벗어나는 영역까지도 포함한다. 사진가가 사진을 찍을 당시 의도하지 않았고, 그 당시 읽히지 않았던 정보들은 시간이 흐른 후에 재발견되고 다른 맥락에서 읽히기도 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이러한 사진의 가능성은 구본창이 1980년대 한국 도시 풍경을 담아낸 다량의 스냅사진이 가진 잠재성과도 연결된다. 시선 1980 연작(1985-1989)긴 오후의 미행(1988)은 그가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6년의 시차 동안 급변한 1980년대 서울의 풍경과 전국 도시 풍경을 담아낸다. 그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성과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남성의 데이트 풍경부터 갓 세워진 아파트 맞은 편 헐리고 있는 구식 건물과 그 앞에 주차된 이제는 구형이 된 자동차들을 함께 담은 풍경, 천호동과 중앙극장을 잇는 1980년대 시내버스 등을 속도감 있게 찍어냈다. 사진을 찍는 당시에 가장 최신이었던 풍경들은 현재에 이르러 또 다른 새로움에 덮여 이미 사라져버렸거나 변혁과는 거리가 먼 낡은 풍경이 되었다. 구본창의 1980년대 스냅사진은 그의 의도 바깥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시키고, 그의 손길 너머에서 다시 채굴되며 현재성을 획득한다. 

 

 


 

구본창



 

작가 구본창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넘어가 함부르크 조형 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해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서울 파인 힐 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을 시작으로 함부르크, 도쿄, 오사카, 샌프란시스코, 뉴욕, 파리, 비엔나, 밀라노 등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며 종횡무진 활동해 온 그는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 학부에 재직 중이다. 지난해 12 14일부터 오는 2 17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개인전 <Koo Bohnchang>을 선보이고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