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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불과 몇 달 전, 현대미술 최고 영예로 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은 흑인 시민에 대한 백인 폭력을 기록한 아서 자파의 필름 <The White Album>(2018)에 돌아갔다. 아서 자파는 폐쇄 회로 TV, 휴대폰, 다큐멘터리 등에서 찾은 비디오 클립 중 인종 차별에 관련된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상과 충격적 진술들을 전혀 다른 이미지와 병치해 40분짜리 비디오 에세이로 완성했다. 그가 만든 익숙하면서 동시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화면들은 “백인과 흑인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불안하고 침략적인 인종 차별을 시각화한 매우 중요한 작품이란 평을 받으며 아서 자파는 황금사자상의 주인이 됐다.
<The White Album> 2018-2019 Installation view for the 22nd Biennale of Sydney(2020),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Originally commissioned
by the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BAMPFA).
Presented at the 22nd Biennale of Sydney with assistance from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Courtesy the artist and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Rome. Photograph: Zan Wimberley.
줄곧 하나의 주제에 천착해 온 아서 자파에게 집중된 이 스포트라이트는 그가 작품을 통해 주장하는 이론과 실재에 예술계의 절대적 동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으나 차마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들, 감히 나서지 못했던 상황들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미술인들은 이 지긋지긋한 싸움이 끝나길 염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아서 자파의 필름보다 더 끔찍하고 긴급한 사건으로 조지 플로이드는 살해됐다. 누구보다 처참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아서 자파는 그저 낙담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2020년 6월 26일 금요일, 7개국 13개 미술관·박물관 웹 사이트를 통해 48시간 동안 무료로 자신의 작품을 스트리밍하며 이 지리멸렬한 싸움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 2016
Courtesy the Artist and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 Rome
<The White Album>에 앞서 2016년 그는 광범위한 동시대 이미지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줄거리를 융합한<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2016)를 발표했다. 래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복음에서 영감 받아 만든 힙합 트랙 <Ultralight Beam>의 강렬한 비트와 맞물린 이 7분 남짓의 영상은 미디어의 표현 모드와 전략을 채굴하고 면밀히 조사하는 아서 자파의 역량을 여실히 증명했다. 경찰 폭력과 시민권 운동의 영상을 흑인 예술성, 대중문화, 파티, 창의성으로 덧씌운 그의 비디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Art)에 소장되며 사료로서의 권위도 입증 받았다.
‘Getty Images’ 워터 마크가 찍힌 시민운동 지도자 사진부터 LA 폭동 관련 헬리콥터, 춤추는 시체에 이르기까지 다 흑인뿐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비롯 익숙한 블랙 아이콘과 역사적 사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와중 완전히 평범한 일반인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아서 자파는 비디오를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꼼꼼한 편집 때문일까,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는 감성적 몽타주로 보는 이의 넋을 뺏는다. 흑인 음악의 힘, 아름다움, 소외를 복제함으로써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사회 전반에 그들이 기여하는 지형을 부각시키는 예술가의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 2016
Courtesy the Artist and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 Rome
그리고 만든 작업이 <The White Album>이다. 아서 자파는 특정 맥락의 음악을 선사하는 디스크자키(disk jockey)처럼 자신이 모은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이전 작업의 빠른 편집을 배제한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흰색 배경을 길게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그는 대상의 사유와 인식의 효율을 높였다. 40분 분량의 비디오에는 다양한 남성과 여성이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돼 삽입된다. 비디오에서 한 젊은 금발 여성은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인종 차별에 대한 의견을 풀어 제친다. “나는 인종 차별주의자에서 가장 먼 사람이다”로 시작하는 일련의 자화자찬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일부는……”이다. 흑인 등 유색 인종에게 익숙한 이 문장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적신호를 상징한다. 그녀는 진부하게 남용되는 상투적 표현들로 인종 차별의 책임을 어느새 유색 인종들에게로 옮기며 자신의 편협함에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한다.
딱 그때 아서 자파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가 2016년 발표한 동영상 <Animals> 속 배우 발 킬머(Val Kilmer) 클로즈업 화면으로 전환한다. 빨간색 나이키 운동복을 입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킬머는 이 여성의 헛소리에 완전히 지친 듯한 모습이다. 이미지만으로 내러티브가 분명하지만 작가는 사운드로 메시지를 공고히 한다. 확장된 리믹스와 레코드 세트로 유명한 전설적 하우스 DJ 래리 레반(Larry Levan)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살려 피치 컨트롤 및 효과로 조작한 노래들을 <The White Album>에 깐 것이다. 한편 ‘2019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체인으로 감싼 검은 타이어 작업 <Big Wheel> (2018)은 <The White Album>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Big Wheel I>, <Big Wheel II> 그리고 <Big Wheel III>로 상정된 이 기념비적 조형물은 흑인 미국인의 삶, 그들의 핍박과 반란에 대한 은유였다. 한때 많은 흑인 미국인에게 생계를 제공했던 자동차 바퀴를 모티브로 한 7피트 높이의 조형은 부끄러운 과거에 흑인들이 매달린 모습을 암시한 것임을 작가 스스로 밝힌 바 있다.
Installation view of <Air Above Mountains, Unknown Pleasures>
2018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 Rome
뚜렷한 의식의 작품, 문제를 파고드는 치밀함 등으로 2017년 『아트리뷰(ArtReview)』 Power 100 목록에도 포함됐던 아서 자파는 일찍이 ‘20세기의 흑인 음악과 마찬가지로 21세기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중심이 되는 흑인 영화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화 스튜디오’인 TNEG를 미국 촬영 감독이자 프로듀서, 디렉터인 말리카 세이드(Malik Sayeed)와 공동 설립했다. TNEG는 제이-지(Jay-Z)의 노래 <4:44> 뮤직비디오와 아르튀르 자파가 감독한 52분짜리 다큐멘터리 <Dreams Are Colder Than Death>(2013) 등 다수의 작품을 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아서 자파는 영화와 설치, 조각과 공연이란 매체를 이용해 줄곧 하나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것은 기쁨, 공포, 아름다움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면을 흑인 존재의 관점에서 시각적으로, 개념적으로, 문화적으로, 관용적으로 렌더링하는 방법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역사적 사진, 현지인 초상화, 네트워크 기반 이미지, 뮤직 비디오, 밈 및 뉴스 영상을 모아 차별과 부조리를 타파하는 아서 자파의 외길은 결코 끝나야 할,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될 싸움이다.
아서 자파
Photo: Robert Ham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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