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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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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PUBLIC ART NEW HERO

총 7명의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한다. 133명이 참여한 이번 공모는 지난 4월 9일 1차 포트폴리오 심사에서 16명으로 압축된 후, 4월 19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 2차 인터뷰 심사를 통해 이희준(대상), 김동형, 박관택, 우정수, 전주연, 홍성준, 홍유영이 최종 선정됐다. 쿠로사와 히로미(Hiromi Kurosawa)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와 손엠마 리만 머핀 시니어 디렉터, 백동민 본지 발행인과 정일주 편집장의 심사숙고로 뽑힌, 지금 국내외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만들고 있는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자!
● 기획·진행 편집부 ● 사진 박희자 작가 ● 장소협찬 국립현대미술관

Photo credit : Ikeda Hiraku / Jae Yong 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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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퍼블릭아트 뉴 히어로


LEE HEEJOON

KIM DONGHYEONG

PARK KWANTAECK

WOO JEONGSU

JEON JUYEON

HONG SEONGJOON

HONG EUYOUNG



2019 퍼블릭아트 뉴 히어로 심사평

●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_쿠로사와 히로미


대상 작가인 이희준은 평범한 동네의 집과 빌딩의 앞면을 관찰하고, 이를 미니멀하고 평면적인 작품 시리즈로 재탄생시켰다. 색채와 선의 두께를 잠시 제쳐 두고 이희준의 작품을 보면 마치 오랜 시간 호평 받아온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구성 시리즈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만 같다. 이성적인 추상화에 대한 확고함을 깨트리고자 하는 기조가 오늘날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이희준의 경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추상성을 찾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최근 들어 이희준은 평면 작업을 발전시킨 입체적 작업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조소로도 작업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파괴와 재건의 반복은 본래의 모습과는 별개로 진화하지만, 동시에 본래의 것이 없으면 이의 파괴나 재건 역시 불가하다. 일상의 공간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이희준에 대한 기대가 크다.

 


● 리만 머핀 시니어 디렉터_ 손엠마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1차 심사를 거쳐 올라온 작가들은 소위젊은 허리 세대들이었다. 회화, 조각부터 미디어 설치 그리고 뉴미디어까지 다양한 형식을 다루며 독특한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열여섯 명의 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깊은 일이었다. 작가별 발표 후 질의응답이 이뤄졌으며 심사 위원 한 분이 외국이었던 관계로 국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혼용된 심사 과정과 최종 선정된 작가들의 역량은 그야말로글로벌했다. 이 공모의 타이틀이뉴히어로인만큼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은 신선함 자체였으며 현대미술의 새 지평이 열릴 수도 있는 기대를 품게 했다2차 인터뷰 심사 대상인 작가 중, 전문 심사위원들이 합의를 이룬 7명만을 최종 선정했으며 그 선정 기준에는 독창성과 창의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종 논의 단계에서발전 가능성이란 키워드가 도출됐으나 이는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작가들에게 전제된 것이므로 차치됐다. 대상 작가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명확하고 간결했다. 작가 이희준은 주제와 대상을 회화로 전달하는데 탁월한 실력을 지녔으며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 안에서 자유자재로 변주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를 위시한 퍼블릭아트 뉴히어로들의 활약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이희준




이희준, <A Shape of Taste no.101> 

2018 캔버스에 유채 182×182cm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_이희준

 

Q:전반적인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


A:거리를 걷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직접 걸으며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을 수집하고 그 풍경 속에서 조형적 형태를 찾는다. 특별한 도구 없이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화면 속에서 특정 부분을 잘라내 원본에서 떨어져 나온 이미지 조각을 만든다. 이러한 이미지 조각 위에 드로잉을 하고 드로잉을 기반으로 회화를 제작한다.

 


Q:일상의 풍경을 색과 형태로 단순화하는데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


A:4-5년 전 외국 생활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 이곳의 일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색과 조형성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며 거리의 색 또한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채도가 높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담으려 하기보단 나의 언어와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게 됐다.

 


Q:작은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작품의 크기가 달라짐에 따라 맥락이 변화하는가


A:현재 즐겨 그리는 작업의 크기는 53×53cm의 정방형 캔버스로, 직접 드로잉 한 결과물을 회화로 옮기기 가장 편한 크기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다 화면을 90°로 돌리기도 하고 그림이 잘 안 될 때 쉽게 다시 그릴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해 여기에 작업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작은 그림이 쌓이면, 그중 몇몇 그림들을 선정해 대형 회화로 확장한다. 이때 작은 회화 속 조형이 해체되기도 하고 다시 합쳐지기도 하며 한층 더 추상화된 결과물을 보여준다.

 


Q: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A:장소에서 얻는 경험과 새로운 시각성 탐구다. 특정 지역, 시대, 문화에서 얻는 경험이 새로운 작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우연한 여행에서 새로운 지역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지역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기도 하며 특정 시대 건축양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러한 정보를 습관적으로 수집하고 훗날 새로운 작업에 대한 기초로 사용한다. 또한 회화 자체로서 어떤 새로운 시각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이희준은 2012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조소과를 졸업하고 2014년에 영국 글라스고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목화랑, 기고자, 위켄드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세계 각국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신생 공간노토일렛’(2014-2015)을 운영하며 다수의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오트리모이 투마주(니코지아, 키프로스) 레지던시에 입주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김동형

 



김동형, <behold!> 2017 단채널 비디오 21 41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김동형

 

Q:<behold!>(2017), <위대하거나 빌어먹거나>(2018), <불안이 초래한 강박>(2018)과 같은 작업에서행위의 반복이 두드러진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또 강조하고 싶었는가


A:본인의 신체를 재료로,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역사책 속으로 편입된 특정 기호체계(모스부호)를 접목한 작업이다. 이전 세대에서는 해독 가능한 언어가 지금은 의미 없는 깜빡임이 된 것처럼, 미술을 통해 세상에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또 말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기호체계를 사용한 통신 방법과 겹쳐지기도 한다. 내가 존립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하는 노력은 결국 해독을 해야 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사장된 언어로, 알아듣지 못하는 무의미한 움직임으로 느껴질 것이다.

 


Q:올 초에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선뵌 <콜럼버스와 인디언>전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선뵌 작업과 전시명이 어떻게 이어지나


A:처음은 콜럼버스와 원주민의 첫 만남을 상상하며 시작되었고, 종국에는나는 콜럼버스인가, 인디언인가?” “내가 콜럼버스라면 무엇이 인디언인가?” “내가 인디언이라면 무엇이 콜럼버스인가?”란 질문으로 끝이 났다. 이러한 질문들이 내가 미술이라 말하며 하는 행위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외부 시선과 물음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위대하거나, 빌어먹거나.”

 


Q:당신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조가 있다면 무엇인가


A:시작은 언제나 작은 물음이다.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물음들 또한 무시하지 않고 한 번 더 바라보고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스스로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더욱 치장해야 하는 건 아닐까?”란 물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고민과 더 멋지게 보이고픈 마음에 이런저런 살을 붙이다 보면, 결국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이를 다시 뜯고 뜯어 작은 물음에서 피어난 감정으로 되돌린다. 모두가 알고 느꼈던 그 마음과 감정을 슬며시 보이는 것, 그것이 나의 작업인 것 같다.

 


김동형은 작가 스스로 행하는 예술 행위의 의미와 위치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2017년 울산의 염포 예술창작소와 2018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의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된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했다. 주요 전시로 소금포 갤러리에서 선보인 <어떤 하루>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의 <콜럼버스와 인디언>이 있다.

 


 

 

박관택




박관택,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

 2019 투명잉크, UV 라이트 손전등 가변 설치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박관택

 

Q:요즘 관심 있는 사회 현상은 무엇이고, 작업에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가


A:여러 가지 사회 현상에 대해 두루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나와는 무관해 보이던 어떤 사건이나 현상과 나와의 접점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주로 이 접점의 순간을 주목하는 편이다. 이를 단순히 작업에 녹여내고 표현하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가 작업으로 발현되는 기준점 또는 모티브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발현의 방향성은 그때마다 다르다. 요즘에는 아무래도 우리의 눈높이를 형성하는 미디어 메커니즘이나, 그 메커니즘 형성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상에 두루 눈길이 간다.

 


Q:개인전 <여백(Spinoff from the facts)>에서 UV라이트를 활용한 드로잉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에서 보여주고자(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가


A:여기서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물질적 인식의 과정을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 미디어의 작동 원리는 필연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배한다. 나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미디어의 원리가 발생하기 이전 시기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작업의 키워드로 지정하고, 그에 관한 검색을 시도한다. 이때 나는진실에 접근하기보다 오히려 표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이러한 상태를 적극적으로 작업의 구성과 이미지 배치에 반영하고자 했다.

 


Q:공간을 활용한 작업이 많다. 작업과 공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A:작업이 전시로 드러날 때, 공간 활용에 따라 더 힘을 가질 수도,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은 나에게는 선택 사항이 아닌 것 같다. 한편, 작업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특정 공간의 성격이나 건축적 구조가 되려 작업의 영감을 주기도 한다. 평소 여러 작업을 구상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 놓지만, 결국 나는 그 작업이 보이기로 한 상황과 공간에 잘 흡수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있어 장소 특정성 혹은 상황 특정성은 특정 작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박관택은 2008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3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1년 미국 첼시 미술관에서 <이너스페이싱 더 시티>를 시작으로 볼티모어, 뉴욕, 서울 등지에서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으며, 대표적인 개인전으로는 미국 덴버에서 선보인 <적정 공포>와 서울 인사미술공간의 <여백(Spinoff from the facts)>전이 있다.

 



 

우정수




우정수, <프로타고니스트_스마일 1>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 잉크 162.2×130.3cm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우정수

 

Q:흑백작품이 인상 깊다. 잉크와 차콜로 그리는데도 완성작품은 마치 판화작품을 연상시킨다. 의도한 것인가? 혹은, 판화처럼 선명하고 명확한 명암의 사용이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 듣고 싶다


A:이야기를 전하려는 이미지 대부분은 그동안 인쇄물 형식으로 제작되고 배포되었다. 프로파간다 미술이나, 삐라, 전단지 이미지처럼 전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할수록 그 표현은 더욱더 간결해진다. 초기 작업은 그림을 그릴 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하면 이미지로 잘 전달할 수 있겠냐는 고민으로 작업했다. 그렇기 때문에 판화에서 사용된 표현들이 드러나는 것 같다.

 


Q:시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러티브가 궁금하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가


A:최근 작업인프로타고니스트시리즈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프로타고니스트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뜻하는데 어원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을 나타낸다. 이 시리즈는 태풍 속 항해하는 배가 있는 풍경이다.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극적인 요소를 이미지로 사용하고 싶었다. 주로 생각한 것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부조리극적인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사람이 없는 배를 그렸고, 터무니없는 태풍 속에서 덤덤히 앞으로 나가는 배의 모습을 그렸다. 배와 바다는 고전문학에서 삶을 비유하는 클리셰로 사용돼 왔다. 삶은 이야기고 이야기는 곧 극이 된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어떠한 상황에서든 우리의 삶은 항해하는 배처럼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Q: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A:인간, , 시간, 이런 거대하고 추상적인 것들을 쪼개면서 이미지로 이야기한다.

 


Q:작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A:예전에는 주로 텍스트에서 얻거나 특정 순간, 이미지 등에서 얻었다. 요즘에는 점점 작업하는 것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단편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업하지 않는 것 같다. 관찰하고, 고민하고, 망치다 보면 원하던 그림을 그리는 때가 온다.

 


우정수는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의 전문사를 취득했다. 2015년 서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연 <불한당의 그림들>전부터 OCI미술관, 갤러리 룩스, 온그라운2,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 밖에도 두산갤러리, 챕터투,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교예술실험센터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전주연




전주연, <때리기

2018 각목, 아크릴릭 200×160×5cm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전주연

 

Q:작업에서 소통이 핵심인 것 같다. 작가에게 이는 어떤 의미인가


A:내 안에서 맴도는 생각과 말을 최대한 밖으로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소통의 과정은 내가 가진 것을 손상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훼손이 내가 가진 폐쇄적인 면을 개방하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소통 자체보다 공감의 영역, 자신이 깨지고 부서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넘어선 공감은 예측할 수 없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믿음과 같다. 그래서 나는 언어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언어가 주는 관념적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물질화된 상태의 여러 실체적인 감각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Q:텍스트를 직접 작품에 가져오는데, 문장의 출처가 어디에 있는지


A:평상시에 읽었던 글이나, 글의 표본처럼 학습되는 논자들의 글에서 가져온. 함부로 권위에 도전할 수 없거나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글을 작품의 재료로 가져오는 건 텍스트를 독해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재료로 사용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재료화된 텍스트는 내게 일종의 물질이다. 종이 표면 위에 누워 있는 글자들은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주무르고 만지며 감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직접 텍스트를 쓰기도 한다. 내가 나의 글을 쓰고 이야기할 때 거대 담론의 조류로 휩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Q:작업에 작가가 직접 행위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직접 참여하고 행위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A:나 스스로 작업의 행위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작품에 등장하는 나의 몸은 타인의 육체로, 이질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영상 안에서 등장하는 행위자가 작업의 맥락에서라는 정체성으로 등장하기보다 움직이는 몸의 기표로서 드러나길 바란다. 그래서 작가 자신이 행위자로 등장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인 경험을 투사해 타인의 몸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싶다. 나의 경험이 타인의 신체를 통해 오해되고 손상되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

 


전주연은 2014년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조형미술과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17년 같은 대학 대학원 조형문화예술학과를 나왔다. 지난 2018년에는 777레지던시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3기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2017년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연 개인전 <TEXTured>를 비롯해 스페이스선+ <The Reading Room>, 777레지던스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간지럼 태우기와 휘젓기와 때리기와 반전시키기>전을 열었다.

 

 


홍성준 




홍성준, <5966.5708.1992> 2018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릭 97×130.3×4cm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홍성준

 

Q:전반적인 작업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A:최근에는 모바일 기기들을 사용하고 있다. 나는 회화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 표현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래서 디지털카메라로 담지 못하는 추상적인 화면들도 함께 혼재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3자의 시선인데, 바로 카메라의 시점이다. 직접 수집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건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미지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스스로 이미지를 건져내며 느끼는경험을 작업에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Q:이미지를 데이터로 수집할 때 선택의 기준이 있는가


A:‘기호(sign)’가 될 수 있을 만한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개인적으로 디지털 내에서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아키비스트(archivist)가 되어 수천 개의 문서, 이미지를 저장하고 보관할 수 있다. 나 또한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 나만의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때 나는 작업에서 여러 상징적 기호들이 되는 이미지들을 대중매체와 함께 연관 짓는다. 어떤 가치나 문화적인 프레임 등에 따라 외부 세계의 성격을 구성하고 해석한다. 이렇게 구성된 세계는 회화의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생명력을 잃게 된다. 이 말은 회화적 물성이 세계의 리얼리티를 허구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데이터로서 이미지와 회화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A:상호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데이터를 더욱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마저 데이터화되고 있다. 평면 작업이든, 설치 혹은 조각 작품이건, 세월이 지나면 데이터로 남게 된다. 물론 원본 작품과 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작품의 관계는 아주 복잡하고, 더욱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두 영역의 경계에서 회화와 데이터 이미지의 상호 관계를 고민하고 싶다.

 

 

홍성준은 2012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화랑대 기차역에서 그룹전 <네가 지난 여름에>를 비롯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울미술관, S 팩토리, 등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주요 개인전으로는 2014년 파인 아트 스페이스에서 연 <Life Between Lines>전과 2018 63아트뮤지엄에서 선보인 <IMG Drive>전이 있다. 또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미술 재료학에 관한 특강을 진행 중이다.




 

홍유영




<Elaborate Oblivion> 

2018 발견된 오브제 가변 크기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_홍유영

 

Q:주제를 정하고 완성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한다면


A:매번 주제를 먼저 정하고 작업에 들어가거나, 작업의 순서가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작업 과정은 유동적인 편이다. 특별히 흥미 있는 주요 관심 분야가 있기 때문에 그 관점으로 어떤 대상을 보거나 사건을 접하고 이해하고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의 방향이나 방법이 정해지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Q:영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사회를 단일화하고 시각화, 물질화하는 비밀스럽고 치밀한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힘을 주제로 담았다고 했다.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가 아니면 막연한 것인가


A:대부분의 작업이 실제 특정 도시공간과 분명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특정 인물이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어떤 정치적 또는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이 되는 방식에서 종종 작품이 단순화되고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 되어 작업에서는 지양하는 편이다. 작품의 기저에는 현실 공간 또는 실제 삶 속에서 발견되는 여러 종류의 권력 관계가 내재하여 있으나 실제 작품에 쓰이는 재료나 대상의 경계를 미세하게 흔들어서 작품이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공간을 남기고 있다.

 


Q:작품에 쓰이는 오브제는 주로 어디서 가져오며, 어떻게 선별하는가


A:실제 도시공간에서 직접 수집한다. 오브제를 실제 현장에서 접하고 관찰하다 보면 작업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고 또는 특정 지역에 관련된 작업을 할 때는 머릿속에 생각한 작업에 맞는 것을 찾기도 한다. 예로 ‘Greenhouse Project’(2017) ‘Goshiwon Project’(2017)와 같은 작업은 정릉에서 여러 이유로 버려진 화초들을 모아서 작업하거나 신림동 한 고시원의 실제 공간과 건축구조, 그곳에서 수집한 오브제를 가지고 진행했다. 작품에서 원하는 오브제들을 긴 기간 동안 수집을 하거나 관찰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홍유영은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2013년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학 박사를 학위를 받은 그는 경기창작센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영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스튜디오 등 국내외 여러 레지던시를 거쳤다. 시카고, 뉴욕, 토론토, 런던, 벨파스트, 타이페이 등 세계 각국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2002 <Island>전을 시작으로 많은 개인전을 개최했고 가장 최근 영은미술관에서 <Elaborate Oblivion>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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