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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퍼블릭아트 공공미술 라운드테이블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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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라운드테이블Ⅰ에서 공공미술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도모했다면, 두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공공미술 정책을 논의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각종 프로젝트, ‘공공’의 개념 하에 완성되는 각 작품들의 근간엔 정책이 있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 위원회 위원장, 이웅배 서울시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공공미술 1세대로 한국의 비전을 제시했던 이섭 전시기획자, 이론과 행정을 바탕으로 본인의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박동수 (주)메이크앤무브 디렉터와 이재준 (주)리마크 프레스 대표가 공공미술의 모든 것이 설정되고, 제도화되는 정책을 말한다. 이 주제에 “공공미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작가를 위하든, 개인을 위하든, 사회를 위하든 그 대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모든 것이 시장(市長)을 위해 만들어지는 현재”라는 잣대도 들이댄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공공미술의 형식, 한데 정책화를 진행할 때 이런 과정 중심적인 면이 간과되는 허점이야말로 전문가들의 지적한 문제의 핵심이다.
● 기획 정일주 편집장 ● 진행 편집부·이민주 객원기자 ● 장소협찬 ZER01NE ● 모더레이터 이웅배 ● 전문가 박동수·안규철·이섭·이재준

2019 퍼블릭아트 공공미술 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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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의 정책

 


이웅배: 라운드테이블에서 공공미술의 개념과 기능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골칫거리 중 하나인 공공미술 정책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정부 주도적인 공공미술 정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책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출발한다. 최근에 안규철 선생께서는 공공미술 위원회 위원장으로 정책 관련 논의를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계시고, 박동수 선생께서는 도시재생이나 문화정책에 관한 확산적인 개념을 현장에서 다루고 계신 것으로 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하신다. 전문가들을 모신 김에 본질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다. 


한국에는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나. 공공미술 정책에 의해서 발생한 프로젝트들을 나열해보자면,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2007-2013)’, ‘아트 인 시티(2006-2007)’, ‘마을 미술 프로젝트(2009-현재)’,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현재)’, ‘금강 자연 비엔날레(2004-현재)’, ‘서울은 미술관(2016-현재)’, ‘부산 감촌동  문화마을(2018-현재)’, ‘청주 수동공공미술프로젝트(2008-2010)’, ‘인천배다리공공미술(2007-현재)’ 등이 있고 인천 등 도시별로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굉장히 많다. 이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우리에게 어떤 유의미한 지점들을 생산했는지 의문이 든다. 


안규철: 공공미술 위원장의 경험에서 출발해서울은 미술관사업을 먼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규모나 종류 등을 고려해 볼 때, 서울시가 이 사업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한동안 공공미술 사업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에 이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전문가들을 모아 자문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가 나왔다.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가 꼭 필요하고, 방향성이 확실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공공미술 위원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 역할을 제가 맡게 됐다. 실제로 진행해보니 규모나 파급 효과가 대단히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사업이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지로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하고 있는서울은 미술관사업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 예산이 7억 정도가 된다. 이 예산으로 시범 사업들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1-2억 짜리 연례 사업이다. 사실 위원회 안에서는 우리가 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전체 과정을 자문해주는 역할 정도가 필요하지 싶다. 어쨌거나, 서울시 위원회는 굉장히 큰 조직이라 대단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상당히 일상적인 심의, 심사, 자문 정도의 역할로 운영되고 있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서울에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공공간이 없, 그래서 장소는 점점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녹사평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장소는 지하철 역사였고, 올해 공모를 통해 채택된 장소는 홍제천으로 역시 지하 공간이다. 처음엔 우리가 두더지도 아니고 왜 계속 땅 속으로 들어가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사실은 서울에서 공공미술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장소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실제로 공공미술 위원회 초창기 때는 작가들, 건축가들, 디자이너들에게 서울시의 공공미술로 꼭 실현하고 싶은 스케치를 내달라고 아이디어 공모를 했다


한데 실현하려고 보니,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가 없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를 먼저 정하기로 했다. 공공미술을 필요로 하는 장소부터 찾았다. 그래서 채택된 곳이 지하 공간, 지하철 역사가 됐다. 위원회는 사업의 규모를 떠나서 기존의 공공미술의 틀에서 살짝 진보된, 조금 더 발전한 새로운 모델들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대단히 소극적인 공공미술 정책이다. 이제 한 3년 차가 됐는데, 내부적으로 이게 유효한 건지에 대한 회의론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시 차원에서 여기저기 작품을 갖다 놓는 식으로 공공미술을 확산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히 크다. 정책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지점은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의 심의 절차다. 기존의 심의 절차에 80명의 위원이 참석 했는데, 공공미술 위원회가 제안해서 20명의 위원으로 축소했다. 축소된 인원으로 책임감과 독립성, 심사 기준의 연속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반도 안 되어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논의가 시 의회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발상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상상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웅배: 안규철 선생께서 내부적으로 정책을 만든다면, 다른 분들은 외부에서 실행하면서 또 다른 시선이 있을 것 같다. 이섭 선생께서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아트컨설팅서울프로젝트를 실행하시기도 했고 오랫동안 공공미술의 정책에 대해 고민해 오셨다.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섭: 처음으로 정책에 관련된 자리에 참여한 건 공주시에서 진행된 한 회의였다. 그때 처음으로 정책을 제대로 펴놓고 볼 수 있었는데, 모두 개조 식으로 작성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줄만 읽으면 어떤 식의 이야기를 하는 지가 보였다. 그러나 이런 형식은 공공미술이 어떻게 진행되고 나타날 지 상상할 수 없게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개조 식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 문건을 구성한다면 실행단계에서 문제가 많아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공미술 정책에 대한 문제를 말해보자면, 첫째로 공공미술 정책에 대한 과업지시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을 담든지 문서의 형태는 모두 일괄적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런 방식은 공무원들이 문건만 받았을 때 오해를 빚을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정책이 매우 비현장적이라는 점이다. 책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과 현장에서 공공미술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 사이의 괴리가 크다. 이것은 관련 정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정책을 만드는 방식의 문제다.

 

박동수: 우리나라 공공미술은 두 가지로 명확하게 분리된다. 하나는미술장식법인데, ‘문화예술진흥법에 기초한다. 기억해보자면 이문화예술진흥법 1972, 박정희 정권 시기 일본의 법을 가져와서 만들어졌다. 의무화가 된 것은 서울시가 조례 안을 발의한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부터 공공미술 작품에 대한 폐해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미술에 대한 공공성과 지자체들의 브랜드 마케팅이 맞물리며 논의가 활성화 됐다. 안규철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시 공공미술 조례를 보면 서울시 공공미술 위원회와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두 개의 조직으로 분리가 되어있다.


서울시 공공미술 위원회는 임기가 5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5년이 지나면미술작품법은 남아있는데, 공공미술 위원회는 없어진다. 물론 시의회에서 논의 후 조직을 남겨둘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게 조건이다. 이 두 조직은 미술제도 내에서 진행되는 작품들과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는 프로젝트, 서로 다른 갈래로 공공미술을 진행한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하면서 이윤, 이권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힌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이섭: 정책이 항상 스스로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남의 정책을 카피한다는 데에 있다. 문서를 살펴보면, 주제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키워드가 먼저 나온다. 공무원들은 연상되는 단어를 중심으로 키워드를 검색하고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를 첨부하여 이해하려고 한다. 이때 그 사례를 내용적으로 이해한 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예를 들자면 오키나와를 공주시로 바꾸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주제어를 중심으로 장소만 바꾼다. 이 지점에 나라 간 정서적인 차이에 대한 고려는 없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카피해 온 키워드를 원본처럼 진행한다는 점이다. 직접 그 나라에 가서 사전 조사를 하면서 논의를 확장시켜야 하는데, 조사비용의 측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들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박동수: 실제로 2008년인가,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사이트 플래닝(Site Planning)’이라고 전문 기관을 통해 지역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유동인구가 얼마나 많으며, 사람들이 지역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고, 사회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조사가 실제로 계획에 쓰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재준: 정책으로서 공공미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문제다. 작가를 위하든, 개인을 위하든, 사회를 위하든 공공미술은 대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지자체장을 위해서 만들어진다. 게다가,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작가성이 발현될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없이 각 부서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인공공미술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맥락 없이 현상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책정된 예산안에 따라 선정된 작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지만, 이를 각 부서에서 판단할 근거가 없이 실행되어 버린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공공미술 위원회가 필요하다. 위원회를 통해 각 부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결과로 나오기 이전에 맥락과 맞는지에 대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물 미술 장식도 마찬가지로, 좋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자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편성해서 본격적으로 대형 사업을 하게 되면, 이런 방식이 있더라도 작동되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장을 위한 기조식 정책이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9월에 예산과 일정이 모두 결정된 후, 사업은 그 다음해에 시행된다. 사업을 계획하고 실제로 시행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결국,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 상태에서 예술은 도구화된다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 쓰이는 돈도 약 40%는 입찰로 인해 행정비로 나간다. 전체 사업비가 10억이라면, 실제 작가에게 주어지는 돈은 작품제작비와 아티스트 피를 포함해서 6억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많이 할당된 경우이다. 그런데 여기에 시민참여, 커뮤니티 활성화 관련 예산을 떼어내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결국 50% 미만이다. 가령, 10억 예산의 공공미술이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작품을 위해 운용할 수 있는 돈은 5억 미만이라 할 수 있겠다.

 

박동수: 서울시에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조례를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조례에 근거 없이 진행이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예산이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다. 또 하나는 조례에서 규정을 하면, 회계연도인 1년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노력이 한 번도 없었다. 현재, 12월에 예산이 책정되면 3월에 집행 시작, 11월에 집행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통상적으로 2년이 필요하다. 2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아무도 마련해주지 않는다. 하려고 하면 진행하는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이재준: 그 책임의 문제로부터 공공미술사업에서 공무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몇몇 공무원들은 작가의 작품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한다. 따라서 작품의 결과물이 작가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지원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공무원을 설득하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예술가의 이야기를 듣고, 조직의 언어로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섭: 맞다. 공무원의 능력과 결정권이 현재로서 가장 중요하다. 서울시 의회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게 문제다. 더군다나 선거로 자리를 연임해야 하는 단체장은 정책의 옳고 그름에 관심이 없다.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 안 된다. 문화예술 분야가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정책의 입안과 수립 전 과정에 걸쳐 전문가집단의 협업방식과 지속성을 훼손할 수 있는 결정방식에 대한 다양한 저항의 방식이 필요하다.

 

이재준: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공무원이 프로젝트 실행 단계에 개입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절대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 크기, 색깔, 위치 등 이 모든 걸 작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데, 여기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공무원과 작가의 역할 사이에 혼란이 생긴다. 정책을 실행하는 주무관, 팀장, 과장 등 모두가 문제라기보다, 그들이 예술에 있어서 행정의 역할을 얼마나 뚜렷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절대로 간섭이 되어선 안 된다. 작가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공무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극복해도, 결국 지자체장의 발언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항상 끝까지 자신의 작품을 위해 노력한다고 믿는다. 뜻이 있다면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 이건 작가보다 기획자의 임무이기도 하다. 작가가 원치 않은 부분들에 대해 기획자가 중간에서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제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동수: 그렇다.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잘된 사례라고 볼 순 없지만, 최소한 공무원과 예술가 사이에서 융통성 있게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일정 부분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행정은 지원을 한다는 원칙이 있었고, 행정 부분에서 무리한 요구가 있으면, 공공미술 위원회 차원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 기획자가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와 정책의 절차들이 필요한데, 이 절차가도시갤러리에는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현재서울은 미술관에서는 이런 중간자 역할을 공무원들이 진행한다.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랫동안 미술계에서 활동했고, 어느 정도의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분들이 조직 내에 들어가 있다는 것, 항상 결재를 받아야 하고, 인사권자로서 상대방이 요구하면 받아줄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는 게 문제다.  민간 영역에서 결정권자와 상관없는, 통역자 혹은 매개자가 있어야한다. 삼각구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웅배: 박동수 선생이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정책과 지원의 기능이 효과적이었는데, 이는 그 당시 분화된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 말씀했다. 그러나서울시 2.0’에서는 전문가가 공무원 조직 영역에 들어갔기 때문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고, 통역과 매개로서의 민간 영역, 즉 제3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안규철 선생께 이것이 가능할지 여쭤보고 싶다. 

 

안규철: 이야기의 핵심은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때 전문가 위원회들이 큰 역할을 했는데, 지금서울은 미술관에서 공공미술 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사실, 구조의 문제일수도, 위원회의 자생적 노력의 부족일 수도 있다. 선생들께서 말씀해주신 부분은 위원회의 위상이나 역할이 현장에서 진행하는 분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로 이해하겠다


이 논의에서 한 발 물러서자면, 공무원 조직의 생태계나 운영 방식으로 공공미술 정책이 정체되어있다는 비판은 유효하지만 논의의 폭을 매우 좁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공공미술 정책을 펼치는지 물어야 한다. 공공미술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다. 만약에 기관에 의한 공공미술 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확보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지, 어떻게 짜여야 할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이웅배: 지금까지 논의를 잠시 정리하자면, 여러 공공미술 정책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역할 문제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또한 시장의 결정권에 대한 논의와 함께 공무원들이 조직 내에 있기 때문에 작가나 기획자의 자율성을 축소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규철 선생은 더 나아가 이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안규철: 원론적인 질문이 든다. “문화예술진흥법은 건물을 지을 때마다 공공미술 작품을 만들도록 하고, 이는 왜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가?”, “무슨 필요에 의해 하는가?” 사실 건축물은 사유재산이다. 공공장소에 있다는 이유로 돈을 내거나 작품을 만들라는 식의 법적, 제도적 규제가 무엇을 근거로 하냐는 의문이 든다. 건물을 짓는다는 게 도시에 대해 죄를 짓는다는 것인가. 법적 제도에 의해 생산되어야 하는 공공미술은 일종의 면죄부인가. 그런 제도의 정당성을 물어야한다. 그것이 공공미술 정책으로서 의미 있는 것인지 다시 짚어야한다.

 

이섭: 저는 안규철 선생과 출발점이 다르다. 첫째, 건축물에 귀속된 미술은 공공미술로 보지 말아야한다고 본다. 물론 이것들을 제외하면 공공미술이 별로 없긴 하지만. (웃음) 풍월에 의하면, ‘미술장식품관련 건축법은 화랑들이 사업 역량을 넓히면서 생겼다. 같은 선상에서 공공미술이 괜찮은 수입원이 되겠다는 생각에 화랑협회 차원에서 법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제정 후 첫 번째 수혜자는 화랑이었다. 그러므로 공공미술 작품과 건축법과의 조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하면 공공미술의 공공성을 질문하는 일이 모호해진다.

 

박동수: 그렇다. 공공성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미술작품 제도와 공공미술을 더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제도 안팎으로 공공미술을 분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논의는 공회전할 것이다.

 

이재준: 전 좀 생각이 다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5회에 걸쳐 서양미술사에서 지나온 공공미술의 분류들을 한차례씩 거쳐 가며, 대부분의 과제들을 수행했다. 사실 이 정도 했다면, ‘새로운 공공미술과 같은 단어를 차용하지 말고 그 단계에서 우리에게 맞는 공공미술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시장의 의지로 진행되어왔고, 정권이 바뀌면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르게 해석하자면, 이는 한국에서도공공미술이란 것의 역사는 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앞서 진행된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바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논의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상상해야한다. 세계사의 공공미술이 아닌 우리의 공공미술에 대한 리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섭: 건축법과 관련된 조례 중 불안한 지점은 정말 좋은 건축물에 조각을 놓는 것이다. 건축물도 그 자체로 실루엣이 있다. 그러니까 건축법과 관련해서, 건축을 먼저 우선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 법의 타당성에 대한 출발점을 다시 논의하지 않으면 개선의 여지가 불투명하다. 앞에 하던 말을 이어가자면, 정책과 관련해서 두 번째 문제는 사업비가 일반화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항목으로 현장에 전달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그 항목을 조정하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을 중심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현장 조사부터 필요하다.

 

안규철: 공무원의 권한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공공미술의 정책의 현황을 총괄적으로 보고 이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 어떤 개선점이 있는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공무원들은 직접적 힘이 없고, 이들에게 융통성을 요구하는 건 무효한 논의다. 현장 중심의 조사를 바탕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백 번 옳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편성은 윗사람들이 결정하는 구조다. 이러한 조직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계속 탁상공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마을 미술 프로젝트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다른 분야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웅배: 그렇다. 공공미술 정책에 관한 담론은 폭이 굉장히 크다. 이섭 선생께서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면, 안규철 선생께선 현실적인 차원에서 방향성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안규철: 공공미술 사업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정책으로 운영할 때, 지금까지의 동기를 보면 기관장의 치적 사업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때 오세훈 시장이나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 오세훈 시장에게공공미술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말을 들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제일 큰 오해는 이걸 시혜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갈 여유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길에서 미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의 태도가 문제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작품을 길거리에 내놓으면서 시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의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공공미술 정책의 가장 큰 기조 변화 중에 소통, 참여, 공동체와의 대화 이런 것이 새로운 가치로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웅배: 공공미술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공공미술 정책의 기조 변화로 논의를 좁혀보자.

 

이섭: 현실적으로 기조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 서울시 차원에서 각 대학교에 연구 과제를 주거나, 「퍼블릭아트」 같은 기존 매체에 공공미술 관련 다양한 연구내용과 의제개발 관련 기사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방식을 장기간 지속하면 정책의 보완 방식을 강구할 수 있으며, 정책 기조 변화에 상당 부분 공헌할 수 있다.

 

이재준: 예산을 쓰는 방식에서 돈을 주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 불신이 가득하다. 한 쪽은 온갖 항목을 만들어 감시하고, 다른 쪽은 그 감시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서로 불신한다. 예산의 문제는 상호 간 투명해야한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공공미술은 공공 자금을 쓰고 있다. 절차상 공모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선정을 한다. 그렇다면, 선정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명예로울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무원의 운영 방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심사위원들이 기조와 방향을 정할 때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저는 공공사업의 심사를 할 때, ‘장소, 관계, 일상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지 확인한다. 저는 이 세 가지가 지금 우리의 공공미술을 이야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장소는 주변과의 역사적, 사실적 맥락을 반영했는지에 대한 것이고관계는 주변의 커뮤니티와 얼마나 소통할 수 있고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일상은 작품이 특정 장소에서 어떤 관계를 통해 일상으로 스며드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공공미술이 나아갈 방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보다, 어떤 원칙을 가지고 공공미술을 판단하는지 먼저 질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평도 담론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담론적인 지형이 사라지면 남는 건 개별적 개체들뿐이다. 그러면 공공미술과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한 목소리는 휘발되고,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웅배: 잠시 정리하자면, 안규철 선생께서는 공공미술 정책의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섭 선생께서는 담론이나 제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해서는 대학이나 민간단체 등을 통해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준 선생께서는 현재 공공미술에 대한 비평과 담론이 사라진 실정인데, 이에 대응하는 원칙의 수립과 합당한 공모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로써 새로운 담론적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인 부분이지만, 저는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혹은 20년 전, 대안공간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공간을 운영하던 분들이 대안공간의 개념을 잘 설정했다. 개념 설정이 잘 되니, 그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도 뒤따랐다. 이런 것처럼, 새로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아카이브의 문제도 중요하다. 공공미술에 대한 사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잘 정리된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 각 선생님께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재준: 최근 저에게 가장 큰 이슈는 시간이다. 하나의 장소는 특정 공간에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할 때, 우리에게 하나의 공간이 장소화 되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경험이 있었나 싶다. 지금까지 공공미술에 대한 파편적인 얘기만 많았고, 그 논의들이 쌓이지 않았다. 아카이브는 어떤 주제에 대한 밑거름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데이터베이스로만 남아있다.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즉 진정한 아카이빙을 토대로 지역성에 대한 오랜 탐구를 지속할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박동수: 원론적인 측면에서 공공미술의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있었나 싶다. 그런 신뢰들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들을 최대한 끌어왔다. 논란의 여지를 최대한 제거하려다 보니, 작품의 고유성을 제거하는 면이 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공공미술이 사회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어떻게 장소와 사람의 고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 아카이브의 문제도 중요하다.

 

이섭: 공공성의 정체성을 묻는 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시 기획자로서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어떤 예술 행위보다 범주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다양한 의미로 확장될 수 있고, 다양한 각도로 조명될 수 있다. 공공예술에 대한 구체적인 행위 가능성을 가지고 충남 홍성 홍천 마을 사람들과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마을자치권을 통해 마을이 마을을 대상으로 문화 예술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미술의 이름으로 인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을 조직하는 일도 계획 중이다.

 

안규철: 2010,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때 공모를 통해 여의도에서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그 경험 이후 절대로 공공미술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위원회 측에서 제가 원하지 않았던 요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작품에 수직적인 상징성을 드러낼 무언가를 추가해달라고 했다. 그 당시, 수정하지 않으면 계약 조건에 어긋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 공공미술의 절차라는 것이 공무원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일 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구조에서는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7년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위원장이 되고 말았다. 지난 3년 동안 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 보니, 서울에서 공공미술로 행해지는 것들을 조금 더 조용하게 만드는 일을 해온 것 같다. 저는 기본적으로 서울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소음으로 가득 메워진 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시각적 소음도 포함된다. 이런 소음 가득한 도시에 또 하나의 소음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여백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새롭고 좋은 걸 만드는 노력보다, 그러한 시도를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갔다. 물론 여기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무용하게 확산되는 움직임을 제지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빌어 공공미술 분야에서 과정의 투명성, 절차의 공정함을 더욱 확보하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공공미술은 비평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이며, 이익 집단의 경쟁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다. 공공미술이 미술관의 작품과 같은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공공미술 작품을 두고 동시대적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공공미술은 소위미술관 미술이라 불리는 작업들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그 폐쇄적 특징을 열어낼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기대 때문에 다신 공공미술 판에서 작업하지 않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라는 부담스러운 역할을 붙들고 있다. 공공미술의 공간이라는 건 앞서 얘기했듯이 물리적인 공론의 장으로 기능한다. 물론 이 공론장이라는 것이 인터넷 환경에서 의해 여러 차원으로 분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전적인 공론장이란 것은 공동체로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특히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공공의 차원 이상으로, ‘내 일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런 목소리들이 합쳐진다면 한국 미술과 사회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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