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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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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 of Fashion

패션은 늘 앞서간다. 뜨겁게 빠른 속도를 내는 패션의 열정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더욱 현대미술까지 후끈하게 달군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 에르메스(Hermès), 프라다(Prada) 등 패션 산업계의 거물들이 앞 다퉈 재단을 만들고, 전시 뿐 아니라 작가와 협업을 통해 미술과 패션의 연결고리를 생성하며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행’이라는 단어와 가장 근접한 패션계가 상업적인 가치와 거리를 두는 예술을 만날 때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이번 특집에서는 언뜻 상반된 속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패션과 예술의 만남에 주목한다. 패션 산업계가 현대미술로 테두리를 확장하는 이 시점에서 예술의 의미는 무엇인지, 미술로 진입하는 패션계의 열정은 무엇인지 그 관계를 들여다보자.
● 기획 편집부 ● 진행 정일주 편집장, 이민주 수습기자

View of Dior in Atelier section in the exhibition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2019 at V&A ⓒ Adrien Di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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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패션_최경희

 

SPECIAL FEATURE Ⅱ

패션 속 미술, 미술 속 패션_백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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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미술이라는힙한(?)’ 인상에서_콘노 유키

 




Dolce & Gabbana store at Principality of Monaco Built by Architecture office

 CARBONDALE lead by Eric Carlson ⓒ Dolce & Gabbana & CARBONDALE 





Special feature Ⅰ

패션의 패션

최경희 한성대학교 글로벌패션산업학부

 


최근 국내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대규모 패션디자이너 회고전이나 작품전을 선보이는 등 패션 전시가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문화 샤넬 전-장소의 정신>이란 샤넬(Chanel) 전시가, 2015년에는 같은 장소에서 타 예술 분야와 패션의 협업을 보여준 <디올 정신(Esprit Dior)>이라는 전시가 있었다. 2016년에는 디뮤지엄(D museum)에서 <파리지앵의 산책>이라는 에르메스의 전시가, 2017 DDP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 비통(Volez, Voguez, Voyagez-Louis Vuitton)>이라는 대규모 럭셔리 브랜드 전시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올해도 DDP에서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삶을 다룬 전시가 8월까지 진행됐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패션 박물관 전시는 해외에서 좀 더 일찍부터 활발하게 나타났는데, 198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 회고전을 개최한 이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과 같은 대형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는 최근까지도 수많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스펙터클한 패션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최된 <Savage Beauty>라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쇼는 역대 최고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블록버스터급 패션 전시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20세기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패션과 예술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했고, 특히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런웨이 패션쇼, 쇼핑몰, 영화와 미디어 산업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 등 문화 곳곳에 패션이 출현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패션과 예술의 교류와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한 담론은 현대 패션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패션과 예술이 유사한 언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고급문화로서 예술의 전통적 역할은 붕괴하고 대중문화에서 그 의미를 순환하는 반면에, 패션이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맥락에 위치함에 따라 상품으로서의 패션의 가치는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예술과 문화의 한 형태가 된 패션은 또다시 상품화와 판촉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06년 패션 비평가로 첫퓰리처(Pulitzer)’ 수상자이자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패션 비평가인 로빈 기브핸(Robin Givhan)은 패션을 단순히 예술의 한 장르일 뿐 아니라, 문화적 제도, 비즈니스, 심지어 쾌락적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패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패션은 그 용어 자체에 무수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패션, 예술, 상업의 공명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현대 사회 내에서 문화적 수용의 수준을 결정짓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전통적으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제도였던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 점차 패션을 위한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이것이 또한 글로벌 트렌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예술과 패션 간의 경계 붕괴와 교류를 보여줄 뿐 아니라, 패션이 점차 예술로 그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현대 패션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예술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해볼 만한 필요성을 드러낸다.





Vue de la nouvelle presentation des collections, section Histoire d'une collection ⓒ Yves Saint Laurent Photo: Thierry Ollivier




 

예술로서의 패션


역사상 본격적으로 예술로서 패션이 나타난 것은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고급 주문복)의 창시자이며 인상주의 시대에 프랑스 패션을 이끌어갔던 19세기 후반의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ric Worth)에 의해 전개되었다. 그는 패션이란 여성을 아름답게 보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미를 창조하는 작업이 예술이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곧 예술가라고 보았다. 워스와 함께 시작된 오트 쿠튀르는 예술과 패션의 결합을 시도한 주요 장소였다. 1960년대 민주화의 물결 이후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간의 구분이 느슨해지면서, 회화, 사진, 영화, 공연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패션의 교류가 더욱 빈번하게 이루어졌다(애덤    (Adam Geczy & 비키 카라이나스(Vicki Karaminas), 2012). 


특히, 1980년대 이래로 패션과 예술 관계와 그들 간 경계의 붕괴에 관한 담론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디자이너 회고전이나 패션 전시들과 함께 확산하였다. 이 시점에서 패션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의는 1983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이브 생 로랑의 25주기 회고전이 열리며 고조되었으며, 사실상 패션과 예술은 오늘날 유사한 코드를 공유하면서 그들 간의 위계를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예술가, 철학자, 학자 사이에서는 패션이 고급문화인 예술의 전통적 역할을 가치 저하 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적대적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로버트 래드포드(Robert Radford, 1998)는 패션의 속성이 영속성, 진리, 진정성이라는 개념들과 절대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예술의타자로서 재현되어왔다고 주장했으며, 존 포트빈(John Potvin, 2012)은 박물관을 침범한 패션을 만행으로까지 비유하면서, 창조적 생산에 대한 예술과 패션의 접근이 수많은 예술 및 문화 비평가들 사이에 나쁜 취향을 만연하게 한다고 거세게 항변했다. 발레리 스틸(Valerie Steele, 2012)에 따르면, “패션은 피상적, 일시적, 물질적인 것으로 일축되어 왔던 반면, 예술은 중요한 형태이며 영원히 아름답고 근본적으로 정신적인 것으로서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따라서 패션에 내재된 미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미적 영역으로서의 패션은 고급 예술 대 대중 패션 간의 차이 혹은 불평등으로 인해 묵살되어 왔다.


패션과 예술 간의 이와 같은 이분법적 공식은 근본적으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판단력 비판(Critique of Judgment)(2014[1790])을 기반으로 한다. 르웰린 네그린(Llewellyn Negrin, 2012)은 칸트의 관점으로부터 패션에 대한 미적 판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칸트의 미학은 순수 미술에만 배타적으로 적용되었다. 칸트에게 미적 판단은 형태가 그 자체를 위해서만 인식되며 어떠한 외부적인 기능에도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무관심적 숙고(disinterested contemplation)’의 영역으로 정의되었다. 이로 인해 패션의 유용성은 불가피하게 미적 판단을 위한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게 되었다. 칸트의 미적 판단은 또한 일정 거리를 둔와도 관련되었는데, 패션의 촉각적 속성과 몸이 갖는 긴밀한 관계는 칸트의 미적 도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또한, 패션의 일시성은 예술의 영속성, 즉 지속적인 진리이자 영원한 가치와는 화합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패션의 유용성은 예술과 분리되었으며, 칸트의무관심적 숙고의 개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데이비드 흄(David Hume)감정(sentiment)’은 예술의 유용성을 상정하며, 여기에서 미는, 관조자와 대상 간에 공감을 유발한다는 사고를 제안한다(http://plato.stanford.edu/entries/hume-aesthetics/). 따라서 흄의 시각에 패션을 바라보면, 패션의 유용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패션의 감각적 속성이 패션 대상에 표현된 미에 대한 감정과 긴밀한 관련을 맺는다는 전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패션 역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 나아가, 패션을 미적 고려로부터 배제하려는 주장들은 많은 이론가에게 도전을 받았다


18세기 예술사학자 레미 G. 사살린(Rémy G. Saisselin, 1959)은 패션과 시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예술로서의 패션과 패션의 미적 속성을 주장했다. 미술사학자 앤 홀랜더(Anne Hollander, 1993)옷은 시각적 예술의 한 형식으로, 이로부터 가시적 자아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울리히 레만(Ulrich Lehmann, 1999)예술이 사회나 역사에옷을 입히는것은 모더니티를 통해서이며, 모더니티의 절대적인 원리를 재현하는 것은 바로 패션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패션은 예술의타자라기보다 예술의 위치에 놓일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 속에서 예술을 고무시키고 유포시킬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The making of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exhibition at the V&A, London ⓒ Jamie Stoker  





패션, 예술과 상업의 경계


패션과 예술이 상호 유사한 영역을 공유한다 할지라도, 그들 각각은 서로 다른 담론의 체계에 속해 있다. 패션과 예술 간에 주요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패션의 가치 내에 상업성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상업적으로 추동된 패션은 영구적인 갱신의 과정에 놓여 있으며, 패션 하우스들은 순수하게 미적 안건(agenda)을 추구하기보다 끊임없이 마켓에 새로운 패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 하에 존재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컬렉션을 제시해야 하는 패션 시장의 요구는 패션을 불가피하게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놓이도록 한다. 상업적 맥락 속에 놓인 패션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창조물들과 결합하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의 패션 전시를 포함한 문화적 후원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다양한 매체들이 급속도로 추세를 확산시키고 대중시장(mass market) 패션은 끊임없이 표절되고 응용됨에 따라, 패션 디자이너들은 그들만의 차별화를 재구축할 새로운 가치 체계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박물관 패션 전시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화적 이벤트이다(멜리사 타일러(Melissa Taylor), 2005). 이 점에서 낸시 트로이(Nancy Troy, 2012)는 패션디자이너가 예술가라는 주장이 결코 상업적 관심과 영향에 대한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상업적 관심을 증진하는데, 왜냐하면 패션의 예술적 지위로의 승격이 경제적 가치 또한 증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크레인(Diana Crane, 2012)패션은 협업적 활동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많은 작인(agencies)은 불가피하게 패션 상품을 생산하고, 유포하며, 소비하는 일에 관여한다


패션 체계에 종사하는 그 작인들은 패션 디자이너, 패턴 제작자, 샘플 제작자와 같이 창조와 생산에 관여하는 활동가들을 포함할 뿐 아니라, 저널리스트, 에디터, 사진작가, 광고 제작사, 공급업자, 유통업자, 바이어, 큐레이터 등과 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문화적 중개자들도 포함한다. 다시 말해, 패션은 패션 산업 내에서 상호 관련된 사람들이 만드는 거대한 결정 사슬의 산물이다. 비록 예술도 협업적 체계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예술의 경제적 측면은 가능한 한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패션은 집합적 관계의 체계가미적 경제’(조안 엘트위슬(Joanne Entwistle), 2002)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예술과 다르다. 따라서 패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션 체계에 관여하는 개별적 작인들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담론을 살펴보고 다양한 작인들의 생생한 경험과 의견을 고려해야만 한다.

 




수 서니 팍 <Photo Kinetic Grid> North Carolina Museum of Art, Raleigh, North Carolina 





현대 패션의 위치, 예술의 합법화


우리가 주목해볼 만한 문제는, 패션을 단순히 예술로 정의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미의 개념화와 다양한 문화적 작인들을 통해 예술이 합법화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과 예술은 모두 개별적인 역사적 실체로서 사회적 구성에서 나온 담론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예술 대상이나 패션 아이템에 초점을 맞추어 패션이 예술인가 아닌가를 논하기보다 그 각각이 속한 체계와 담론을 살펴봄으로써 이들 간의 관계를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패션이 예술의타자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으며, 담론적인 네트워크에 배치된 현대 패션의 위치는 예술을 수용함과 동시에 그와는 상이한 체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패션은 미적 고려의 대상일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정체성과 상업화된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패션 체계 내의 문화적 작인들과 패션에 내재된 미적 요소들의 협업적 구조 모두를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시에, 예술과 상호 교류하는 패션(fa-shion)의 열정(passion)은 오늘날 예술의 개념화 및 합법화 과정과도 연결하여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93)예술 작품은 그것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알고 인식하는집합적' 신념에 의해 존재하는 대상이다라고 하였다. , 예술은 예술계의 참가자들이 예술로 고려한 것으로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 작품과 그것의 문화적 생산 간의 관계에 관한 부르디외의 관점으로부터, 패션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으며, 예술로서의 패션은 합법화 과정에 있고, 패션의 가치는 다양한 문화적 작인들에 의해 상징적으로 규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알렉산더 맥퀸 쇼 <Savage Beauty> 2014년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 회고전 <Charles James: Beyond Fashion>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박물관 패션 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예술을 위한 제도적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은 교육적이고 문화적이며 지적인 자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스펙터클한 이미지와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을 통해 관람객에게 오락과 즐거움을 제공한다(피오나 앤더슨(Fiona Anderson), 2000; 마리에 리겔 멜키오르(Marie Riegels Melchior), 2014). 


멜키오르가 이러한 박물관의 역할 변화를복식 박물관학(dress museology)’에서패션 박물관학(fashion museology)’으로의 전환으로 설명한 것과 같이, 이제는 예술을 위한 공간 역시 패셔너블하게 변화함으로써 예술에 새로운 의미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러한 현상은 예술과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뉴스거리들을 통해 확산됨으로써 합법화되어간다패션의 미적·사회경제적 측면들은 예술과 상업의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패션 마켓에 오트 쿠튀르부터 매스 마켓까지 다양한 부문이 존재하듯이, 패션 대상은 사회적 담론에 의한 합법화로 다양한 맥락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컬렉션 안에서 순수한 미적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기능적이고 상업적인 제품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 패션은 단순히 옷을 넘어서서 고급 예술과 대중예술 간의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미적·사회경제적·문화적 차원에서 예술의 제도 내에 있는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패션은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쟁론 안에서 사회문화적 공간을 점유하면서 시대정신(zeitgeist)을 드러낸다.  

 

[주요 참고문헌]

위 글은 필자의 다음 논문들을 기초로 작성된 것임을 밝힌다.

1) 최경희(Choi Kyunghee) & 반 다이크 루이스(Van Dyk Lewis) An Inclusive System for Fashion Criticism」 『International Journal of Fashion Design, Technology and Education 11(1) 2018  http://dx.doi.org/10.1080/17543266.2017.1284272

2) 최경희(Choi Kyunghee) Fashion Criticism in Museology-The Charles James Retrospective-」 『한국의류학회지』 40(3) 2016.

3) 최경희 「현대 패션 비평에 관한 이론적 재고」 『한국의류산업학회지』 16(1) 2014.

 

 

글쓴이 최경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대학원과 런던예술대학교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코넬대학교와 켄트주립대학교에서 각각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성대학교 글로벌패션산업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패션과 예술, 패션과 문화, 패션 비평 등과 관련한 여러 논문과 저서의 저자이면서, 동시에 국내외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패션 아트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야니스 쿠넬리스 <Untitled> 2011 Coats, hats, shoes in the background <Untitled (Giallo)> 

1965 Oil on canvas View of the exhibition 

<Jannis Kounellis> Photo: Agostino Osio - Alto Piano Courtesy Fondazione Prada

 



 

Special feature Ⅱ

패션 속 미술, 미술 속 패션

백아영 미술사

 


패션 브랜드는 오랫동안 예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뛰어난 안목으로 수준 높은 아트 컬렉션을 꾸리고, 예술가와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고,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면서 예술과 패션은 오래도록 끊임없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다. 예술은 패션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창작 영감을 불어넣고, 패션 브랜드는 예술을 매개체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홍보 효과를 누렸다. 특히 세계를 이끄는 주요 패션 하우스가 앞 다투어 예술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문화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예술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 루이 비통(Louis Vuitton),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각자 고유의 브랜드 이름을 내걸고 예술 공간을 오픈해 여느 뮤지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전시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동시대 문화 예술을 꾸준히 후원해온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는 1984, 베르사유 근처에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사장 알랭 도미니크 페렝(Alain Dominque Perrin)이 까르띠에 현대미술 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을 설립하면서 현대미술에 뛰어들었다


10년 후인 1994년에는 파리 라스파이 거리로 이전,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2008년 대표적 건축상 플리츠커상 수상자인 장 누벨(Jean Nouvel)의 설계로 투명한 유리와 스틸 구조의 독특한 건축물을 세웠다. 장 누벨 스스로파리지앵의 기념비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는 까르띠에 현대미술 재단은 건축물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재단은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수집해 내실 있는 컬렉션을 꾸리는 데 집중하고, 예술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창작 활동을 자극해 왔다. 또한 실험적 전시를 연이어 선보이며 파리를 찾는 예술 애호가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았다.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로큰롤, 그라피티, 영화, 샤머니즘, 수학, 자연 등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맞게 패션도 자주 다뤘다. 1998년엔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를 주목하는 〈Issey Miyake, Making Things〉 전을 개최하며 파격적 행보를 걸었고, 2004년엔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 장 폴 고티에(Jean-Paul Gaultier)의 〈Pain Couture〉전을 열어 독특하고 창의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주목했다.





Vue de la nouvelle presentation des collections, section Les Accessoires ⓒ Yves Saint Laurent, photo Thierry Ollivier 





까르띠에와 더불어 문화 예술의 힘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브랜드는 세계의 패션 트렌드와 스타일을 좌지우지하는 루이 비통이다. 루이 비통은 2014, 파리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캐나다 출신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을 오픈했다. 마치 거대한 돛단배를 닮은 독특한 건축물 내부에는 전시장, 오디토리움, 레스토랑, 카페, 파리 시내를 내다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 등이 자리해 있다. 또한 베이징, 뮌헨, 베니스, 도쿄 등에 전시 공간 에스파스 루이 비통(Espace Louis Vuitton)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럭셔리 브랜드인 구찌도 이 대열에서 빠질 수 없다.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메르칸지아 궁전(Palazzo della Mercanzia)에는 구찌 뮤제오(Gucci Museo)가 있다. 지난 2011년 구찌 창립 90주년을 맞아 설립된 곳으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여실히 담아낸 아카이브, 카페, 서점, 전시 공간을 갖춘 다목적 공간이다


구찌는 지난해 이곳에 대대적으로 구찌 가든을 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새롭게 디자인했고, 미슐랭 3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의 레스토랑과 이탈리아의 큐레이터 겸 평론가 마리아 루이사 프리자(Maria Luisa Frisa)가 기획한 구찌 갤러리아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 구찌 하우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오브제, 영상,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프라다 또한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를 통해 다양한 예술 활동을 소개한다. 1993년 프라다 밀라노 아르테 재단을 세워 예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프라다는 1995년에는 재단 이름을 지금의 폰다치오네 프라다로 바꾸면서 더욱 내실을 기했다. 브랜드만의 심미안으로 선별한 작가와 작품을 선보여 온 폰다치오네 프라다는 2011년 베니스 카 코르네르 델라 레지나(Ca’ Corner della Regina)에 복합 문화 공간을 오픈했으며, 현재는 밀라노 남부 라르고이사르코에 대규모 창고 부지를 사들여 렘 콜하스와 그가 이끄는 건축 사무소 OMA와 또 다른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을 건축 중이다.





View of Dior in Ballroom section in the exhibition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2019 at V&A ⓒ Adrien Dirand


 



한편,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사후 작품을 보존해 온 피에르 베르제 이브 생 로랑 재단(Fondation Pierre Bergé-Yves Saint Laurent)은 기존 쿠튀르 하우스를 개조해, 이브 생 로랑 박물관(Musée Yves Saint Laurent)을 세웠다. 박물관은 과거 그가 수십 년 간 직접 디자인에 매진한 장소로, 그의 예술, 디자인, 패션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예술은 패션을 어떻게 입을까? 패션 전시회는 뮤지엄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적합한 주제다. 세계 곳곳에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일 뿐 아니라, 패션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주목하는 전시를 열어 뮤지엄 관람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현재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이하 V&A)에서는 두 개의 패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지난 2 2일부터 9 1일까지는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전이 마련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서 디올이 미친 영향과 역사, 디올과 영국의 관계를 두루 살펴본다


과거 V&A의 알렉산더 맥퀸 전시에 이어 런던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패션 전시라는 평을 얻고 있는 이번 전시는 드로잉, 오브제, 의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다. 현재 전시 막바지에 이르러, 온라인 티켓은 전부 매진됐으며, 현장 판매 티켓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또한 지난 4 6일 오픈, 다음해 2월까지 계속되는 <Mary Quant>전은 영국 패션계의 실험적 디자이너 메리 콴트(Mary Quant)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미니스커트, 핫팬츠, 액세서리, 메이크업 제품 등 등 재기 발랄하고 신선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같은 뮤지엄에서 우아하고 유서 깊은 패션 브랜드와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밝은 색채로 중무장한 전시가 동시에 열리며 다양한 예술과 패션 애호가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Royal Portrait of Princess Margaret on her 21st birthday Photograph by Cecil Beaton (1904-1980)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View of Dior in Britain section in the exhibition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2019 at V&A





디올은 현재 댈러스 아트 뮤지엄(Dallas Museum of Art)에서도 만날 수 있다. V&A의 전시가 디올의 특정 시기를 주목한다면, 지난 5 19일부터 오는 10 27일까지 마련되는 댈러스의 <Dior: From Paris to the World>는 디올의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다. 디자이너 크리스천 디올(Christian Dior)이 데뷔 컬렉션에서 선보인 화려한 자수, 고급스러운 옷감, 우아한 실루엣 등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파리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여전히 세계에 상징적 영향력을 펼치는 디올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 200여 벌, 액세서리, 사진, 오리지널 스케치, 패션쇼 영상과 기타 아카이브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는 크리스천 디올은 물론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라프 시몬스(Raf Simons) 등 디올의 후속 아트 디렉터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낸다. 그런가 하면,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즈의 북쪽 로데오 드라이브 빌딩에서는 <루이 비통 X>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60년 동안 루이 비통과 유명 예술가가 협업한 작품 180여 점이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10개의 방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수십 점의 컬러풀한 컨템퍼러리 미술 작품도 곳곳에 전시되며, 건물 꼭대기에는 팝업 스토어가 마련돼 있다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에서 9   8일까지 열리는 <CAMP: Notes on Fashion>도 주목할 만하다. 메트는 자체적으로 코스튬 인스티튜트를 운영할 뿐 아니라, 해마다 셀러브리티를 불러 모으는 뉴욕 최대 패션 행사멧 갈라(Met Gala)’를 개최할 만큼 패션에 조예가 깊다.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50여 점의 오브제를 모은 이번 전시는 평론가이자 소설가 수잔 손탁(Susan Sontag) 1964년에 쓴 에세이 「Notes on Camp」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머, 패러디, 패스티쉬(pastiche, 모방 작품), 책략, 연극, 과장 요소가 유행을 따라 표현되는 방법을 살펴보는 자리다


이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패션을 주목하는 이벤트가 열리며,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와 아르마니(Armani)처럼 전용 극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렇게 예술기관은 대중의 관심을 높이려 패션을 초대하고, 패션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예술에 매진한다. 뮤지엄의 패션 전시는 디자이너의 예술 실험, 창조적 과정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패션 너머에서 보여주면서 패션의 예술적 가치를 높인다한편, 패션 브랜드는 뮤지엄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문화적 경험을 공유한다. 예술과 패션은 서로의 영감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다. 앞으로도 두 분야의 시너지와 협업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백아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Vue de la nouvelle presentation des collections, section Claude Lalanne ⓒ Yves Saint Laurent Photo: Thierry Ollivier





Special feature Ⅲ

힙한 미술이라는힙한(?)’ 인상에서

콘노 유키 미술 비평

 


근 몇 년 동안 미술과 패션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얽혀 있다. 그 이유는 미술의 범주 자체가 20세기에 들어 심화와 다양화의 길을 걸어왔고 미술관이나 SNS 운영처럼 미술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에서 마치 패션처럼 꾸미고 장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패션은 미술이다!” 혹은 그 반대미술은 이제 패션이다!”라는 논지를 제대로 짚으려면 거기서 말하는 패션이 무엇이고 미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 글에서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Aubrey Vincent Beardsley)나 알폰스 무하(Alfons Mucha) 삽화의 대중적 수용방식이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장식에 대한 이야기보다 독해와 문맥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현대미술과 패션,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감지되는힙함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바네사 비크로프트 <vb82.018.nt> 2017 VB84 Performance Niobe Hall, Uffizi Gallery, Florence 

ⓒ Vanessa Beecroft, 2019 Courtesy of Lia Rumma Gallery, Milan - Naples Vanessa Beecroft 

 




스쳐 지나가지만, 충격을 주는 미술: 패션과 협업한 미술의 경우


최근까지 미술관 외에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보는 기회가 대폭 늘어났다. 서울 도시를 걷다 보면 찾을 수 있는 공공조각뿐만 아니라, 일종의 지역재생 프로젝트로 2000년대 일본, 특히 시골 동네에서 대두한 지역예술제 형식의 기획전이 그렇듯이1) 미술관에서 벗어나 동네 주차장, 오래된 건물, 심지어 산속이나 해변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벗어났지만, 제도와 분리되지 않는 야외무대에서 미술 작품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주목받으며 더 강력한 메시지를 담보하게 된다.2) 물론 전자와 후자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메시지 성이 규제되기 쉽다. 예술제라는 틀 안에서 전시되는 것과 달리,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공간에서 소개될 때 과격한 작품은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심플한 의미 전달은 광고와 같은 효과를 지닌다


예컨대 공항에서 큰 백자3)를 보여주거나 후스마에()를 현대적으로 보여주는 센주 히로시(Senju Hiroshi)의 작품4)이 그렇듯이 작품에 국가나 전통을 비롯한 상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작품에 혹은 작품을 매개로 메시지 성을 보여주는 광고적인 역할은 존 버거(John Berger)가 짚듯스쳐 지나가면서도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준다.5) 이처럼 어떤 주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매개 역할을 하는 작품은 패션 영역에서윈도우 디스플레이가 스쳐 지나가면서 인상을 주듯이 그 결과물을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제공한다.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며 새로 등장하는 형식을 섭렵하는 패션은 미술, 그중에서도 현대미술과 협업 활동을 전개해왔다. 예컨대 메종 에르메스(Hermès)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Eye see you>(2006)나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의 여러 연출 프로젝트, 그리고 제프 쿤스(Jeff Koons)×루이 비통 핸드백(2017)까지


미술이 패션 브랜딩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 어떤 인상을 남기는 기발함 창출의 효과를 수반한다따라서 패션 자체가 힙함을 전제로 한다면 미술 작품과 힙함이 만날 때 애초부터 그것 자체가힙한 미술’, ‘힙하게 다뤄진 미술’, 그리고패션과 협업을 통해 힙하게 기능하는 미술세 갈래로 각각 다른 위치에 속한다. 그 자체로 힙한 미술과, 그렇지 않았는데 힙하게 보이거나, 그리고 패션에 동원되면서 패션 자체가 되어버리는 이 세 가지 경우는 각각 미술 작품을 보고 다루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미술 자체가 아니라 패션 때문에 힙하게 보이는 콘텐츠가 되었다면 다음으로 사람들, 특히 관람객의 소비방식에서 미술이 어떻게 힙해지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가령 미술이 패션과 협업 관계를 맺는 경우 그 콘텐츠는 상품으로서 힙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미술 작품 자체만 가지고 힙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핸드백과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모두 작품 자체가 힙하지 않고 미술이 장식요소로 들어가 그 상품과 디스플레이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패션 브랜드를 힙하게 보여주는 데에 가담할 뿐이다. 그렇다면 미술이 합하게 소비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바로 사람들의 배경에 장식적으로 등장할 때이다. 그 예시로 미술관에서 사진 찍는 행위를 먼저 주목해보겠다.





잭슨홍 <여름의 괴물들> 2019 에르메스 윈도우 디스플레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제공 

 




배경 없는 배경 역할 혹은 배경 자체: 현대미술과 관람객의 경우


미술관에서 촬영금지 안내문과 스티커가 이제는 많이 없어졌다. 그 말은 미술 작품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두꺼운 도록을 챙기지 않아도 이제 본인이 마음에 드는 각도로, 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몇 장이든 찍을 수 있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촬영은 단순히 작품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전시 공간에 카메라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그곳에서 (자기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찍을 수 있게 된 사실 또한 나타낸다. 관람객은 친구들과 같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셀피(selfie)를 찍는다. 이때 사진의 이미지는 더 이상 작품 자체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어디 미술관에 갔다거나 무슨 전시에서 어떤 작품을 봤다는 식으로 본인의 경험에 정박시킨다. 작품을 찍은 사진이건 작품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은 사진이건본인계정의 타임라인과 피드에 공유됨으로써 사진 자체보다는 당사자의 경험에 위치하는 어떤 하나의 요소로 경험의 증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관람객은 미술 작품을 뒤로 한 채 사진을 찍는데, 여기서 뒤로 한다는 말은 두 가지로 이해가 가능하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관람객이 미술 작품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지 않는다는 비유이다. 그렇게 찍힌 사진에서 미술은 어떻게 소비되며 배경 역할을 하는 작품은 어떤 인상을 제공할까. 미술을 두 가지로 나누면서 힙한 작업으로 찍혔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하나는 정통적인 미술, 말하자면잘 그린기준이 묘사와 재현에 반영되는 미술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과 반대의 속성을 지닌 현대미술이다. 현대미술은힙한 미술과 관련 깊다. 물론 여기서 미술 작품, 더 정확하게는 현대미술 작품은 대부분 처음부터 힙해지려는 의도로 작가가 만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미술의 수용 태도에 해석이 감상의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작품은 힙하게만 보이기 시작한다. 현대미술을 볼 때 종종 따라오는뭔지 모르지만 있어 보인다같은 말은 여기서 꽤 정확하다. 원래 작업이 힙함을 노리지 않았더라도 이때 미술 작품은 더 세련된 것으로 드러나기에 힙하게 보인다. 바로 이 속성 때문에 전시 공간에서 찍은 사진에서 현대미술은 힙하게 기능한다.





레안드로 에를리히 <Cadres Dores> 2007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 Mori Art Museum Photo: Hasegawa Kenta

 




‘힙함’이 미술과 만날 때, 적어도 미술의 가치는뭔지 모르지만 있어 보이는장식적 배경으로 기능한다. 여기서 배경이라는 말은 미술 작품이 소유하는 역사적이고 미술사적인 배경에 따르는 가치보다 현대 미술 작품의 뭔지 모르는 부분이 그 자체로 소비된다는 의미한다. 여기서 다시힙하다의 의미를 살펴보자. “형용사로서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은, 잘 알고 있는, 통달한이라는 뜻을 갖는다.” 그런데 현대미술이 배경 역할을 할 때 작품을 잘 아는 것보다는 허위의식으로 소비된다. 물론 고전 회화도 잘 알려면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미술이힙하게보일 때 다른 미술 작품보다뭔지 모르지만이라는 말이 앞선다


책장에 꽂힌 많은 책을 배경 삼아 지식을 과시하는 것과 달리, ‘뭔지 모름으로 소환된 배경은 현대미술의 가치를 힙하게 보여준다. 마치 광고를 수용하는 태도처럼, 이제 관람객은 스킵(skip)하듯 현대미술을 보는 시간보다 시각적으로 압도되는 순간을 사진에 담는다. 배경 역할을 수행하려면 작품의 크기와 규모가 사람보다 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나눈 두 가지 예시 사이에 하나 더 추가해보자. 바로 인상파의 페인팅이다. 구상-추상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 배경의 차원까지 끌고 간 작품이 바로 모네(Claude Monet)의 대표작인 <수련>이다


기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상파의 작업은 두 구분의 경계 선상에 위치되는데, 경계선을 한쪽으로 넘어버리는 작품이 현대미술, 그중에서 특히 공공조각과 대규모 설치작업이다. 2018년에 일본 모리 미술관에서 열린 레안드로 에를리히(Leandro Erlich), 그리고 올해 2019년의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 전시는 둘 다 학술적인 연구보다 보여주는 방식에 힘을 더 쓴 전시이다. 에를리히 전시의 경우 위로 올라가서 거울상에 찍힌 자신들의 모습을 찍을 수 있는 등 마치 트릭 아이 뮤지엄처럼 관객들이 즐거워했다. 올해 6 20부터 열린 시오타 치하루의 전시는 회고전 형식으로 전시가 기획되었지만 에스컬레이터 위에 설치된 대형 설치작업이 그렇듯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전시공간에는 작가의 이전 작업과 최근 거대 설치작업까지 이어지지만, 뭔지 모르거나 아예 몰라도 되는 식으로 보여주는 두 전시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힙 한 배경 장식으로 유통한다. 작품을 접근시키는 방법은 최근에 모리 미술관에서 나온 『모리 미술관의 SNS 마케팅 전략: 공유하는 미술』(2019)라는 책 제목만 봐도 미술관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다.





글로리홀 <글로리홀 애쉬트레이> 2019 유리 이미지 제공: 글로리홀

 


 


소유 가능한 작품: 아티스트 굿즈(Goods)와 프로덕트(Product)의 경우


앞서 미술이 힙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례를 유명 브랜드의 예시로 들었지만 미술이 패션과 협업하는 자세가 아니라 생활 속에 힙함을, 바로 일상용품에 힙 함을 제공하는 역할로 예술가가 만든 굿즈나 프로덕트가 있다. 아티스트 굿즈나 프로덕트는 대량생산보다 소량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예술작품과 같지만, 소유가 용이하고 기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예술작품보다 접근성이 높다. 따라서 아티스트 굿즈와 프로덕트는 일상이나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에 세련됨을더해준다’라는 차원에서 생활 속에 힙하게 적용된다. 


아티스트 굿즈에 해당하는 예시로 지난번 <취미관>전 기획에 입고된 유지영 작가의 스티커나 작가 카노 슌스케(Kano Shunsuke), 우에다 야야(Ueda Yaya), 사코 텟페이(Sako Teppei)의 팀으로 활동하는 더 카피 트래블러스(THE COPY TRAVELERS)의 티셔츠와 에코백이 있다. 여기서 굿즈는 각 예술가의 작업에 반영된 관심사를 다른 방식의 소유물로 풀어보는 방식이다. 유지영 작가의 경우는 개인전 <Spilled Water>(레인보유큐브갤러리, 2018)에서 선보인 달걀의 모티프를 스티커로 만들었고, 더 카피 트래블러스의 경우는 팀을 상징하는 캐릭터와 문구를 넣어서 실크 스크린으로 제작했다


여러 물건을 카메라나 영상, 복사기로 중첩하고 보여주는 그들이 작업에서 하는 제작방식의 기법적인 측면이 반영되었다. 미술가가 제작하는 굿즈에서 더 나아가 예술적인 프로덕트로 주목받아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글로리홀과 쉘위댄스의 조명과 인테리어 소품이 있고, 티제이(TJ)가 만드는 붓질 모양의 스티커는 온라인으로 판매되지 않는다. 이들이 제작하는 물건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물건과 달리 대량생산을 통해 유통되지 않고 단순한 일상용품에서 더 나아가 좀 더 세련된 결과물이다. ‘힙한 미술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자칫하면 힙하게 소비되기 쉽지만, 어째서 힙해보이는지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힙한 인상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며 무엇을 통해 지지되는지, 작품과 작품 외적인 관계에서 고려하지 않고서는 패션도 미술이고 미술이 패션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술과 패션, 그리고 힙한 인상의 관계는 미술이라는 개념인지 미술 작품 자체인지, 제작자 입장인지 수요자 입장인지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TJ <저 스티커> 2019 사진: TJ  2. 레안드로 에를리히 <Cloud (Japan)> 

2016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 Mori Art Museum Photo: Hasegawa Kenta

 



[각주]

1) 대지의 예술제에치고 츠마리 트리엔날레(Echigo Tsumari Art Triennale)’(2000-), ‘세토우치 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2010-)가 있다.

2)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 홍대 조소과 조형물 사건이 있다(2016). https://www.youtube.com/watch?v=uiD_YazIQyw

3)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3층에 설치된 작가 전병삼과 대홍기획의 협업작업 <(Ou)>(2016 1 5일 설치)

4) 후스마에: 일본 가옥에서 방을 나누는 미닫이문(후스마)에 그린 그림

5) 존 버거, 최민 옮김 『다른 방식으로 보기』(2012, 열화당) 참조

6) 제작 시 실크 스크린을 다루는 오노 쿠레나(Ohno Kurena)가 협업자로 도와준다.


 

글쓴이 콘노 유키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예술학과를 수료했다. 동시대미술에 대한 매체분석을 바탕으로 비평 활동을 하면서 한-일 간 동시대적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애프터 10.12>(시청각, 2018), <신생공간: 2010년 이후의 새로운 한국미술>(카오스*라운지 고탄다 아뜰리에, 일본, 2019), <からの8>(파프룸갤러리, 일본, 2019)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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