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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미술관의 사례를 보면 미술관 건립 배경에서 대표적 소장품과 연구소의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 작가와 소장품의 가치와 명성을 높이는 기초 작업의 대부분은 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한스 아르퉁 재단(Fondation Hartung Bergman)은 전시 기능을 최대한 축소하고, 아르퉁의 작업실에서 함께했던 스텝 4명이 30년에 걸쳐 ‘아트 아카아브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학술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남기고 간 방대한 양의 소장품과 유품, 자료 등의 디지털 아트 아카아브는 그의 명성을 영원히 이어가게 하는 생명줄과도 같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수백 건의 지식정보 요청에 온라인으로 빠르게 응답하는 지식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리브나무 정원으로 둘러싸인 아르퉁 재단의 흰색 건물에는 작가의 혼이 담겨있으며 작업실은 생전에 사용했던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그와 생전에 함께했던 학예사 스텝들은 그가 떠난 후에도 계속 그의 유지를 받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미술사가, 비평가, 큐레이터 등 전문가들이 직접 이곳에 머물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게스트 룸을 운영하고 있다. 아르퉁 아트 아카아브의 특징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아르퉁의 위작을 자료화하여 원작 진위 검증 시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The Andy Warhol Museum, Pittsburgh, entrance
Photo ⓒ Abby Warhola
소장품 관리가 중요하다
더 앤디 워홀 미술관(The Andy Warhol Museum, 이하 워홀 미술관)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소장품 관리 시스템 ‘타임웹(Timeweb)’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앤디 워홀(Andy Worhol)이 이민 와서 처음 생활했던 곳이 피츠버그였기 때문에 그곳에 미술관이 위치한다. 이 미술관은 워홀 자료의 종합 수집 및 연구센터인 뉴욕 앤디 워홀 시각예술 재단(The Andy Warhol Fondation for the Visuel Art)의 지원을 받아 1994년 5월 13일에 문을 열었다. 앞서 앤디 워홀 시각예술 재단은 1987년 워홀이 사망했을 때 그의 유언에 따라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작품과 소유물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는 작고 전 자신의 전 재산을 ‘비주얼 예술의 발전’에 써 달라고 했다.
워홀 미술관은 ‘타임웹’을 만들기 위해 관람객의 요구를 먼저 리서치한다. 관람객들은 다른 미술관에 없는, 워홀 미술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전시 디자인, 다양한 서비스를 원했다. 이러한 리서치를 통해 이들은 단지 작품만 보여주는 미술관을 원하지 않고, 작가의 삶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워홀이 살았던 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인 문맥을 폭넓게 알고 싶어 했다. 당시 온라인 미술관 방문객 중 워홀을 아는 경우보다 모르고 들어오는 경우가 65%에 달했다고 한다. 따라서 미술관은 워홀의 삶과 그가 살던 시대에 대한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오버뷰 갤러리(overview gallery)’를 만들기로 하고, 워홀의 어린 시절, 가족, 초기 상업기, 후기 등 주제에 따라 자료를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 장치를 통해 생생하게 미술관을 소개하는 방을 만들었다. 한편 미술관은 관람객의 요구만을 수용할 수는 없었다. 미술관 직원들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직원들의 요구는 한 공간을 뛰어넘어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탐구할 수 있길 원했고, 관람객이 개별적으로 워홀에 대해 더 깊게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어 했다. 마침내 미술관은 관람객과 직원들의 의견을 모두 종합해 그동안 서비스가 충분치 못했던 온라인 방문객에게 ‘타임웹’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연간 미술관 방문객 10만을 넘고, 홈페이지 방문객은 2억 5,000만을 넘었으며 이 중 20%는 외국인들이었다고 한다. ‘타임웹’은 온라인 속성상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술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
Vue del’atelier Hans Hartung
ⓒ Fondation Hartung-Bergman
작가미술관에 연구소 반드시 필요하다
작가의 체계적인 연구와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연구소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서관(Library)과 아카이브(Archive)로 운영되는 오키프 미술관(Georgia O'Keeffe Museum) 연구소는 학술 심포지엄과 구술 역사 프로젝트 그리고 연구센터 장학금 프로그램, 미국 모더니즘 미술 연구를 위한 학술 장학금, 박물관 연구 장학금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은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한 ‘라이브러리 와 다큐멘테이션(Library and Documentation)’실이 있으며, 로날드 드 리우(Ronald de Leeuw) 연구 지원금 제도, 1830-1914 서유럽 예술사 박사 연구 제안서 또는 견학 그리고 대학과의 연구 프로젝트 등의 연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현실적 여건상 독립된 연구소 설치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전문 아키비스트를 채용하여 작가 전작 아카이브를 목표로 우선 프랑스 시기의 대표작부터 자료 수집·정리에 들어갔다. 이응노가 국내외에 남긴 모든 형태의 시각적 표현들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일러스트 북, 사진, 건축, 디자인, 필름, 비디오 등을 수집·분석·연구를 위한 사업이다. 아키비스트와 직원들이 함께 연구 성과물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며 진행하지만, 하루속히 독립된 연구소를 설치하여 더욱 체계적인 연구물들이 축적돼야 한다. 이응노미술관의 최대의 성과는 재단 설립 7년 만인 2017년 파리 세루누치(Musée Cernuschi)에서 개최된 이응노 회고전과 퐁피두 현대미술관(Le Centre Pompidou)의 이응노 기증전을 들 수 있다. 프랑스 국공립미술관에서 이응노 사후 30년 만에 개최한 대규모 회고전은 이응노 미술의 재조명을 알렸다. 이는 작가 예술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보여주는 소장품 연구와 국제전시 개최가 밑거름되었다. 이는 이응노 연구의 기초자료인 디지털 아카이브가 구축되고, 이응노 작품의 원형 유지 및 보존을 위한 국제세미나 개최, 출판과 국제학술세미나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Left to right) <The Opening> 1970 French rose
and Italian white marble <The Sun at Noon> 1969
French red and Spanish Alicante marble
Photo: Nicholas Knight ⓒ The Isamu Noguchi
Foundation and Garden Museum, New York
이응노미술관 사례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은 대표작 기증 유도와 구입으로 확보했으며, 국제 규정에 맞는 이응노 전작 및 소장품의 목록화 구축이 추진되었다. 소장품과 유품 및 자료는 디지털화(digitalizing) 과정을 거쳐 일부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 제작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보존수복의 수준은 미술관 등급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므로 소장품의 손상 진행에 따른 수복 시, 유족과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실행하고, 특히 학문적, 예술적 가치 보존과 원형 보존(제작 방법 과학적 연구)에 주력하였다. 특히 작품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족의 자문을 상시 경청했으며, 프랑스 문화재 보존센터의 이응노 작품 전문 보존수복과 발레리 라의 조언을 받았으며, 한국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연계소장품의 훈증 및 소독을 했다.
이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장이 가능한 제2수장고를 추가로 건립했으며, 연 1회 소장품 관리 보존 관련 국제세미나 개최하여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 관리는 물론 소장품을 해외에 홍보했다. 또한 아트 아카이브는 중장기 계획에 따른 세부적 연차계획 수립하여 연도별 17%씩 추진토록 했으며 매체에 따라 작품과 자료로 구분하여 작품의 원형, 작품명제, 제작연도, 재료 및 기법, 소장 경위, 제작 당시의 스토리, 기술 정보 등으로 분류 기록하였다. 자료는 전시 인쇄물, 간행물, 사문서, 시청각 자료 등으로 구분 분류했다. 아울러 프랑스 유족이 관리하는 이응노 작품, 유품, 자료(신문, 기록, 책, 사진 등)도 목록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매년 전문가 2인을 프랑스 이응노 아틀리에 파견 그곳에 보관 중인 관련 자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Figure (Femme assise)> 24 janvier 1930
Huile sur panneau de bois 65.6×49.2cm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Beyeler Collection
ⓒ Succession Picasso 2019
명예 관장 박인경 여사와 프랑스와 미국에 거주하는 이응노의 친지와 지인들을 대상으로 2012부터 구술채록을 추진했으며, 2018년 해외미술관용 소장품 하이라이트 도록을 출판하여 이응노 국제 홍보에 자료로 활용했다. 다만 현재의 예산으로는 하이라이트 도록 글의 번역 수준과 필진의 다양성을 높이기 어려웠다. 도록의 종이 질과 작품 사진의 높은 선명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이 남아있다. 유럽 앵포르멜 작가와의 비교 국제전 개최는 파리에서 이응노 재조명을 가능하게 한 직접적인 자료이자 계기가 된 것 같다. 동양 서체와 유럽 추상미술의 관계에 주목한 <2104 파리 앵포르멜을 만나다>전, 이응노와 서체 추상 양식의 발전과 전개를 조망한 2016년 <이응노와 유럽의 서체 추상>전, <독일로 간 에트랑제 이응노>전 등 계속 이어지는 국면이다.
1950년대 파리 앵포르멜 미술의 거장 앙리 미쇼(Henri Michaux), 한스 아르퉁, 자우키(Zawooki), 조르주 노엘(Georges Noël),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 등과의 비교 전시다. 이미 미술사에 세계적인 거장으로 기록된 위 작가들의 재단과의 전시 협의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건립 준비 기간이 짧은 우리 작가미술관은 소장품 확보, 아카이브 구축, 저작권 문제 등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축물의 화려함과 최첨단 서비스 제공이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 구축과 개발에 유능하고 창의적인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지속적인 연구와 출판 그리고 수준 높은 전시회와 방문객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제시하는 미술관의 기본 기능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관람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전시를 기획하는 것과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작가미술관이 작가의 삶과 작품이 어우러지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가 소통하는 교차로가 될 수 있도록 미술관과 도시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지호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프랑스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 석·박사 취득했다. 2009년에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슈발리에장)’ 수훈, 2015년에는 ‘2014년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정부 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대전시립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응노미술관 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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