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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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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Generation Attack

1980년대 초반 출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 ‘MZ세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변화에 민감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다른 세대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술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시부터 경매, 페어까지 MZ들이 야기하는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지금, 그 틈에서 발견되는 현상들이 궁금해졌다. 우리는 먼저 MZ세대가 현대미술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세대 간의 서로 밀고 당기는 경향을 톺아보고, 전 세계의 두드러진 사례들을 통해 개념을 확장한다. 이어 MZ세대 기획자, 작가가 술회하는 세대적 특성과 고민에 귀 기울이고, 끝으로 한국미술의 여러 변화를 겪은 선배로부터 세대와 현대미술의 역학관계를 종합한다. 명민하고 대담한 MZ세대의 어택, 지금 기꺼이 즐겨보자.
● 기획 편집부, 오세원 콘텐츠 큐레이터 ● 진행 편집부

카트야 노비츠코바(Katja Novitskova) 'Approximation (trail camera night vision, leopard)' 2017 Digital print on aluminum, cutout display Intallation view of 'If Only You Could See What I’ve Seen with Your Eyes' Photo: Tõnu Tu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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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MZ세대 어택 


SPECIAL FEATURE No. 1 

MZ’s Attack_오세원


SPECIAL FEATURE No. 2 

세계 미술계의 세대교체_이나연  


SPECIAL FEATURE No. 3-1

MZ세대 기획자

자기소개: 선무당과 기억 상실, A트랙 지원자 사이에서_김얼터


SPECIAL FEATURE No. 3-2

MZ세대 작가

우리도 곧 꼰대가 되겠지_최하늘


SPECIAL FEATURE No. 4

미술계의 희망 청년 세대를 위하여_윤범모






김희천 <탱크 (Deep in the Forking Tanks)> 2019 싱글채널 비디오, HD 42분





Special feature No. 1

MZ’s Attack

● 오세원 콘텐츠 큐레이터 ·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 간에는 갈등이 존재했다. 고대 폼페이벽화를 비롯하여 요즘 인기남인 소크라테스형의 불만 섞인 코멘트, 그리고 『한비자』에 나오는 부정적인 표현에 이르기까지 신세대는 버릇없었고, 구세대는 늘 이들이 못마땅하였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차이에 대한, 즉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불편함과 함께 신세대에게 밀려날지 모른다는 구세대의 불안이 숨어있다. 신세대들은 인구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중요한 소비자로 떠오르게 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타깃이 되고, 소비의 주체인 이들을 분석하며 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나만 중요한 나(Na)세대, 원숙한 화합의 관람문화를 보여준 월드컵의 W세대, 컴퓨터(computer), 사이버(cyber), 게임과 오락에 중독(chemical)된 C세대 등등. 그중 기성세대의 질서를 거부하는 신세대를 우리는 밀레니얼(Millenials)의 M세대(Y세대)와 이 Y세대를 잇는 1990년 중반 이후 경제 호황기 속에 자라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들을 Z세대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두 세대를 합쳐 언론에서 분석해대는 MZ세대의 특성은 우선 부모 세대인 X세대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는 것을 보면서 자랐기에 강한 안정과 동시에 실용성을 추구하고,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삶을 지향하며, 쉽고 짧고 간단하게 디지털 정보 및 언어를 활용할 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공정함을 요구하여 호갱(호구+고객님)이길 거부한다. 그럼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MZ세대는 미술계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미래 마케팅 전략가들은 우리가 ‘소비자의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완전 정보 시대”로서 정보 권력을 손에 쥔 소비자들에 의한 입소문과 평판에 의존해 소비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비대면, 포스트 디지털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디지털에 강점을 가진 이 세대가 미술계에서도 능력치를 펼치고 빠른 속도로 제도권의 우위를 점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점쳐볼 수 있다. 섣부른 판단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김나현 기획자와 함께 2020년 12월 29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10일간 총 103명의 MZ세대 미술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주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른 곳> 전시 전경 2020 아뜰리에 에르메스 이미지 제공: 에르메스 재단 사진: 김상태





질문은 ‘가장 좋아하는 국내 전시’, ‘좋아하는 기획자/큐레이터(나이 제한 없음)’, ‘가장 좋아하는 MZ세대 작가’, ‘가장 좋아하는 전시 공간’,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되는 MZ세대 컬렉터’ 순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서술식 답변을 요구하는 문항으로 이루어졌다. 참여대상의 나이는 20대 후반이 5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7%, 18-24세는 10%, 기타가 2% 순이었다. 직업군으로는 작가가 50%, 큐레이터/독립큐레이터 19%, 대학원생 포함 미술계 종사 희망자는 21%, 애호가 및 건축디자인 전문가 10% 순이었다. 답변을 확인하면1), 올 한해 좋아하는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전시들이 독보적 1등,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것들에 몰려있었고, 전시 공간 자체는 전시프로그램이 우수한 곳이나 비화이트큐브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를 고려한 국공립미술관은 휴관이 잦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듯하다. 


또한 SNS를 통해 전시정보를 입수하거나 입소문으로 퍼진 전시 후기를 확인하고 유사한 동선을 도는 경우가 많았다. 좋아하는 큐레이터/기획자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 기금 수혜자 또는 심사자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기획자들은 최근 펀드레이징에 성공하여 본인 이름을 걸고 우수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독립큐레이터들이 대다수였다. 답변 중 특이사항은 “모름/없음”이 21명(약 20%)으로 많았다. 참여 비중이 높았던 작가 층은 기획자보다 전시 공간이나 작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MZ세대 작가의 경우, 압도적으로 미디어/입체를 다루는 작가에 편중되어 있었다. 특히 현재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포스트 디지털 계열의 영상미디어 언어를 다루는 작가들이 상위 랭크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예술이 탈신체, 탈장소, 탈제도, 사회공통 자본화 구현이라는 핑크빛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테크놀로지 자본력으로 무장한 난해하고(esoteric) 수준 높은(fine) 영상작업으로 변화해 미술관을 점유하게 되면서 일련의 젊은 작가들은 강령한 이미지와 짜깁기 및 붙이기-복사하기, 반복효과로 어렵지 않고 메시지가 분명한 영상작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열린 공동체 같은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인식하는 데서 의미를 발견하는데 다양한 미디어의 레퍼런스와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모호함을 장점으로 현란한 기술들을 장착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편집기술력을 활용하여 사회적 이슈나 디지털의 제도적 문제를 건드리거나 일상으로 확장된 모호한 가상의 안팎을 탐색한다. 설치나 페인팅도 AR/VR 또는 SNS를 활용하거나 이러한 상호작용의 수행(performative)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 생산자들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왕성한 정보 포식자에 걸맞게 멕시코 컬트집단의 케이팝(K-pop) 댄스데이(dance day) 추적으로부터 아프로퓨쳐리즘(Afrofuturism) 문학과 마블 영화 <블랙팬서(Black Panther)>를 통한 블랙파워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글로벌 취향을 선호, 집중, 나아가 ‘덕질’한다. 





캔디스 브레이츠(Candice Breitz) <Profile> 2017 (Seen Here: Name of Artist in

Still Image) Single-channel video, colour, sound, loop 2min 20sec Commissioned 

by the South African Pavilion, Venice Biennale 2017 © Goodman Gallery, London 




그리고 컬렉터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 “아는 바가 없다”, “있기는 한가?” 등의 답이 대부분이었다. 컬렉터가 누구인지,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알고 싶지도 않아 한다. 시장에 관해 관심도 없고, 심지어 전혀 진입하고 있지 못하며, 미술의 역사를 만들거나 작품소장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컬렉터에 대해서 잘 모르는듯하다. 마지막으로 동시대 미술을 정의함에 있어 응답자의 45%가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답변 중에 “동시대는”, “기금으로 돌아간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가상의 놀이터”, “아무거나”, “나르시시즘(narcissism)”, “Void”, “죽었다”, “답이 없다” 등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많았다. 이중 응답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26-33세까지는 주로 짧은 답을 구사하거나 응답 없음의 특징을 보였다. 다소 냉소적인 태도에 더하여 어쩌면 정의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8-25세나 34세 이상은 그래도 긍정적인 추세로, 좀 고민하고 답한 듯하다. 이번 설문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MZ세대들은 한국미술계 및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어 보인다. 


사실 미술시장은 젊은 작가들에 대한 수요에 목마르다. 기성 작가들보다는 새로움으로 장착한 것 같은 브랜드-뉴(Brand-New) 내지는 라이징-스타(Rising Star) 작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판매가 되는 것도, 시장가가 결정된 것도 아니니 여러 전시에 초청되면서 미술계 하부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정도라 할 수 있다. 차라리 SNS를 통해 직접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작가들이나 소위 요즘 직거래를 트고 수익을 내고 있는 격이라고 할까. 그러니 이들은 자기의 능력을 검증받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기금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그러나 워낙 경쟁이 심하니 대부분 욕망에 비해 성공률도 낮고, 따라서 자존감도 높지 않아 보인다. 많은 젊은 세대가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금이란 원래 화수분 같은 예산 부족에 대한 최종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동안 서울시가 소위 청년지원금을 발동하여 최초전시지원사업, 청년전시지원, 작업실 대여비 지원 등 시비를 풀어 마치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간 듯하지만, 실상 지원금은 이들의 독립의 시기를 잠시 유예해줬을 뿐이다. 또한 최근 사립미술관 MZ세대 신입큐레이터의 최대 고민은 ‘효과적인 펀드레이징 문서 작성’ 업무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과연 젊은 세대가 현 한국미술계에 위기감을 돌게 할 정도의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에스벤 바일레 키예르(Esben Weile Kjær) <HARDCORE FREEDOM> 

2020 Installation view at Copenhagen Contemporary Photo: David Stjernholm





그전에 신세대들이 기대고 있는 능력 선별기로서의 지원기금은 얼마나 이들의 능력을 반영하여 공정한 결과를 내놓는가에 대해 논의해보자. 결말을 먼저 말하면, 사실 재능을 탑재한 능력도 중요하지만, ‘운’에 의해 승자가 나온다는 말이 더 유효한듯하다. 기금을 신청한 경험이 있다면 이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것이다. 최근 심사라는 것은 초인에 의한 정확한 평가가 불가하므로 기금 입맛에 적합하고, 여러 위치나 입장을 고려한 공정성에 포커스를 맞춰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그동안 소외되었던 젊은 층, 여성, 소비자 등이 심사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재능을 판단하는 것이란 사실 모호하고 둔한 개념이다. 하버드 정치학과 교수이자 정의 또는 공정에 대해 질문하는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말을 빌리면, 입시 선별기에서 승자의 조건은 실격요인만 피해 가면서 ‘일정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정도만의 능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한다. 


또한 ‘삶의 어떤 영역은 운수가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대신에 능력주의 하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겸허한 태도’가 중요함을 피력한다.2) 그러니 기금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오만하거나, 이걸로 나의 향후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쌓아 스스로를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 유명한 교수가 내놓는 대안도 오만을 버리고 하부를 지키는 모든 노동력에 감사하자니, 현재 인프라를 받치고 있는 MZ세대가 구세대를 어택한다느니, 이들의 더 나은 능력을 기대한다느니 하는 언사로 기성세대의 오만을 드러내는 일은 삼가란 얘기임엔 틀림없다. 


완전한 정보를 다루는 MZ세대의 포스트-한 능력은 추락하는 이미지의 속도 미학을 무기로, 삶과 예술의 간극과 불일치를 드러내고, 제도권에 대항하는 비판들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 동시대 미술은 SNS를 통해 확산, MZ세대 평가단의 빠른 입소문과 평가들로 움직이고 있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가상과 시뮬레이션들은 우리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은 의식하고 지적하는 만큼 깊어진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다름이라는 상황을 인정하고 서로를 설득하는/설득당하는 티키타카3)를 향한 시작만이 중요해 보인다. PA


[각주]

1) 이번 설문지 배포, 분석, 평가 과정은 씨알콜렉티브 큐레이터들(현민혜 학예실장/ 문진주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과 함께 했다.

2) Michael J. Sandel,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함규진 옮김, 『공정하다는 착각』, 와이즈베리, 2020

3) 티키타카(tiqui-taca)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들 사이에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사전)



글쓴이 오세원은 현재 재단법인 일심,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를 운영하고 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예술 행정, 홍익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 개관 팀장을 시작으로, 아르코미술관 학예실장, 문화역서울 284 개관 운영총괄팀장 및 공예·공공 디자인진흥사업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는 삶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하면서 시각예술을 매개로 씨알의 잠재력 발굴, 확장에 관심을 가지고 콜렉티브로 활동 중이다.




조쉬 클라인(Josh Kline) <Freedom> 2015 Mixed-media installation © the artist and 47 Canal, New York Special thanks to Contemporary Art Partners


 


Special feature No. 2

세계 미술계의 세대교체

●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에 능하며, 2007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체험한 세대. 거기에 2019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겪은 세대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를 일컫는 명명은 1991년 발간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월 소득이 88만 원밖에 안 된다는 88만 원 세대였다가, 무수한 것들을 포기하며 산다는 N포 세대였던, 이런저런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단어들만 잔뜩 붙는 것에 비하면 다행이었다. 미래를 꿈꿀 여건이 안 돼 현재만 사는 이 세대를 두고 2013년에 『타임(Time)』지는나나나세대(Me Me Me generation)’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또는 말부터 2010년대 초반 또는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Z세대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MZ세대라 말한다.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생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이들이 지금 20-40대가 되었으므로, 한창 일할 나이, 즉 사회의 주역이자 소비의 중심이 된다. 이 지구사회의 주역들은 미술계에서도 주역이 되어있을까?

 


MZ세대 소환의 시작뉴뮤지엄 트리엔날레

 

전 세계의 MZ세대를 취합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정확히 MZ세대들을 모두 소환한 전시가 된뉴뮤지엄 트리엔날레(New Museum Triennial)’부터 살핀다. ‘뉴뮤지엄 트리엔날레는 지구촌의 관점에서 전 세계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을 뉴욕을 비롯한 국제미술 관계자들에게 선보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작가군의 다국적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진정한 국제행사다. 2009년에 처음으로 포문을 연 제1회 트리엔날레의 제목은세대적인 것: 예수보다 어린(The generational: Younger than Jesus)’으로 1976년 이후 탄생한, 행사 당시 기점으로 33살이 채 안 된, 지구별의 젊디젊은 작가들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제목을 따라 50명의 예수보다 어린 나이의 작가들을 25개국에서 모은 세 명의 공동기획자는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로렌 코넬(Lauren Cornell), 라우라 홉트만(Laura Hoptman)이었다. 그 지오니가 맞다


뉴뮤지엄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2010년 최연소광주비엔날레총감독(당시 37), 2013년 최연소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총감독(당시 39)을 맡은 인물. 미술관장은 아니지만 특별전을 담당하는 디렉터 명함을 뉴뮤지엄에서 받은 게 2006년이므로 당시 33살이었던 셈이다. 디렉터가 어리고 참여 작가가 어려서 전시나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졌을까? 정답은였다. 첫 행사의 긍정적인 리뷰와 함께 이 신진 트리엔날레는 훌륭한 미술계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버전 트리엔날레는 34명의 작가들과 작가그룹, 단기적 모임을 포함해 총 50명이 넘는 참가자를 아울렀다. 이들 역시 모두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젊은이들로 최연장자가 1973년생이고 최연소자가 1984년생이었다. 지난 전시보다 나이의 폭이 조금 넓어졌지만 대부분 이전에 미국 아트 신에서 선보인 적이 없던 신선한 작가들이었다. 이번엔 재미교포 주은지 디렉터의 단독 기획이었다. 전시의 제목은다스릴 수 없는 자들(The Ungovernables)’, 평론가 홀랜드 카터(Holland Cotter)는 이 전환을 “‘나이에서태도로 바뀌는 형세라고 썼다.





제니바 엘리스(Janiva Ellis) <Thrill Issues> 2017 

Oil on canvas 241.3×195.6cm © the artist and 47 Canal, NY





2015년 버전은 큐레이터 로렌 코넬(Lauren Cornell)과 작가 라이언 트레칼틴(Ryan Trecartin)이 함께 했다. 제목은청중을 둘러싸기(Surround Audience)’. 25개국에서 온 51명의 젊은 작가들을 모았다. 코넬과 트레칼틴은 10여 년간 함께 일해 온 좋은 파트너다. 트레칼틴은 1981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작가다. 괴상한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알 수 없는 말을 끊임없이 주절거리는 비호감 영상을 자유분방한 인테리어 설치와 함께 전시한다. 『리좀(Rhizome)』의 편집자였던 코넬은 디지털 아트와 인터넷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뉴뮤지엄은 예술적리좀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기관이다. 뉴뮤지엄에서 뉴미디어나 인터넷,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예술들을 다루는 웹사이트 이름으로리좀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리좀은 1996년에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서로 공유하는 주소록을 기본으로 시작해 현재는 잡지도 발행하고, 아카이브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 코넬이 있었다. 전시의 제목에서 관람객에게보여주는 대신둘러싼다는 개념을 강조한데선 몸의 어느 기관으로든, 어느 감각으로든지 연결, 확장, 수용하라는 부피감이 느껴진다. 2018년의 트리엔날레는사보타지의 노래들(Songs for Sabotage)’를 제목으로 19개국의 38세 이하 작가들 30명의 신작을 소개했다. 1982년생 달톤 파울라(Dalton Paula)가 최연장자, 1992년생인 리디아 아우라마인(Lydia Ourahmane)이 최연소자다. 철저하게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전시였다고 하겠다. 그 시작부터뉴뮤지엄 트리엔날레에서는 늘 부족할 수 있지만, 부족하기에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업 방식도, 감각의 모양도, 출신 국가도, 경험도, 문화도 제각각이지만 그 어수선함 속에서 빛나는 재능을 발견하는 재미를 꾸준히 선사했다. 어느덧 3년이 지나 2021년에 열리게 될 트리엔날레는 마곳 노톤(Margot Norton)과 자밀라 제임스(Jamillah James)가 맡아 늘 그랬듯 MZ세대 작가들의 시각을 보여줄 예정이다.





마뉴엘 솔라노(Manuel Solano) <I Don't Know Love> 2017 Acrylic on canvas 202×171cm © the artist

 



미술시장의 세대교체

 

뉴뮤지엄이 MZ세대를 미술계의 앞에 서도록 내세우는 동안, 보유한 자산을 무기로 후방지원을 하는 이들은 같은 세대의 컬렉터였다. MZ세대 컬렉터의 등장은 중국, 필리핀, 미국, 한국까지 아우르는 지구적 흐름이다. 아트 바젤(Art Basel) UBS가 공동 발표한 「2020 세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 고액 자산가 컬렉터 가운데 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1,300(평균 76작품 소장자)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Z세대(22세 이하) 4%를 차지했다. 부동산 투자 같은 안정적인 부에 집중하기보단, 취미가 반영된 컬렉팅을 하는 게 MZ세대의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부를 축적하는 데 활용되는 자산이 될 수도 있는 예술품 컬렉팅은 MZ세대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컬렉터의 나이에 따라 판매경로도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가 새로운 아티스트를 소개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행사와 아트페어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황에서도 프리즈(Frieze)를 비롯한 아트페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컬렉터 층의 다변화와 세대교체가 반영된 결과다. 2016년에아트넷(Artnet)’은 주목할 만한 12명의 젊은 컬렉터를 선정했다.1) 이들의 면면을 살피면 MZ세대 컬렉터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1위인 엠마 홀(Emma Hall)은 미술계 큰손인 앤디와 크리스틴 홀(Andy and Christine Hall) 부부의 딸로,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일하며 미술계에 입문했다. 지금은 가족의 미술관을 짓는 일을 맡고 있다. 2위인 로비 안토니오(Robbie Antonio)는 마닐라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개발자로,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이 추천한 40세 이하 컬렉터 리스트2)에서 필리핀에서 가장 큰 손으로 꼽혔다. 8위인 마이클 수푸황(Michael Xufu Huang)은 베이징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학생이기도 하지만, 베이징 엠우즈 미술관(M Woods)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2018 Triennial: “Songs for Sabotage” Exhibition view: New Museum, New York Photo: Maris Hutchinson / EPW Studio





16세에 컬렉팅을 시작해 외국 작가들을 홍콩에서 소개하는 일을 하는 데 주력한다. 1983년생인 오스틴 리(Austin Lee) 같은 젊은 작가를 꾸준히 소개하며 결국 이 작가를 스타반열에 올려놓았다. 9위에 오른 MoMA PS1 인턴이자 미술 칼럼을 쓰는 티파티 자블루도비치(Tiffany Zabludowicz) 16세에 컬렉팅에 입문해 단숨에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자블루도비치 컬렉션이라는 사립미술관을 가진 집안의 딸이 맞다. 10위에 오른 말레이시아 출신 큐레이터 샤민 파라메스워랜(Sharmin Parameswaran) 역시 아버지가 컬렉터였다.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작품들을 모은 미술관(Interpr8 art space)을 쿠알라룸푸르에 지었다. 이들 12명의 컬렉터들은 대체로 선대로부터 컬렉팅 취미를 이어받았거나 실제 미술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 아시아권 컬렉터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자국의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며 블루칩 작가들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컬렉팅을 하고, 또래인 MZ세대 작가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미술시장에서 부상할 수 있도록 조력한다


아트넷이 운영하는아트넷 애널리틱스(Artnet Analytics)’의 보고서 「밀레니얼 아티스트(Millennial Artists)」는 2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젊은 작가 3인을 소개했다.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 줄리 커티스(Julie Curtiss),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가 그들이다. 뉴욕 출신의 싱어는 1987년생으로 아트프라이즈가 발표한 2019년 경매 낙찰 총액 세계 순위에서 141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 첫 개인전을 했는데, 5-6년 만에 미술시장의 슈퍼스타가 된 셈이다. 1982년생인 커티스는 베트남계 프랑스 작가로 최근 2년 사이 작품가가 1% 상승했다. 카우스 팩토리에서 일하던 커티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가 컬렉터의 관심을 끌면서 2년 만에 미술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다


1980년생인 파티의 작품은 2019 11 23일 크리스티 홍콩 이브닝 세일에서 추정가의 2배가 넘는 112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에 낙찰돼 작가 개인의 신기록을 세웠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Hauser & Wirth)의 가장 젊은 전속작가이기도 하다이외에도 소더비 런던의 스페셜리스트 마리나 루이스 콜로메르(Marina Ruiz Colomer)가 최근 옥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추천한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1984년생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소연

1984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주자라 할만하다. 크리스티 온라인 옥션에 소개돼 컬렉터의 관심을 끌었다.



 


쉔 신(Shen Xin) <Provocation of the Nightingale> 2017-2018 Two-channel video installation, sound, color 23 min © the artist




젊음이란 무엇인가

 

작가들의 출생연도를 찾으며 리서치를 하다 보니, “젊음은 상이 아니고 늙음은 죄가 아니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젊음도 늙음도 상대적인 것으로, 젊음은 때때로 많은 것을 이미 가졌거나 가진 적 있는 늙음이 부럽고, 늙음은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젊음이 부럽다. 나이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흐르는 것인 데다 비교 대상이 바뀌는 순간, 순식간에 태세 전환을 해야 한다. 한 사람이 어느 그룹에 속하면 새파랗게 젊다는 소리를 듣다가, 다른 그룹에 속하자마자 순식간에라떼가 되고 만다. 동네 노인정에서 심부름하는 막내가 70살이라 놀라고, 취업준비생의 나이대가 200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라는 얘기에 새삼 놀라는 식이다


이렇게 다변하는 상황에서 나이를 어떤 기준으로 둔다는 건 위험한 일인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지나온 시간대의 문화들을 반영해 세대를 구분 짓고 정의 내리길 즐기는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고, Z세대는 어떻고, 그 둘이 섞인 MZ세대는 어떻다는 분류를 읽다 보면 밀레니얼 세대 카테고리에 속한 나 자신도 동의할 수 없는 분석이 많지만, 이런 트렌드 분석은 타로점과 비슷해서그런 것 같기도 하다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납득하며 끝나곤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지만.PA

 

[각주]

1) https://news.artnet.com/art-world/young-collectors-to-watch-2016- 415178

2) http://www.larryslist.com/artmarket/features/top-10-young-art-collectors



글쓴이 이나연은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미술비평을 전공했다. 예술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 씨위드(SEAWEED)를 만들었으며, 제주와 서울에 켈파트프레스(Quelpart Press)라는 거점을 두고 현대미술 관련한 출판과 전시기획을 했다. 『뉴욕 지금 미술』, 『뉴욕 생활 예술 유람기』, 『미술여행』, 『아틀리에워밍』 등 다수의 저서를 발행하였고 2020 11월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윌머 윌슨 4(Wilmer Wilson IV) <Afr> 2017 Staples and pigment 

print on wood 243.8×122×3.8cm © the artist and CONNERSMITH, Washington DC





Special feature No. 3-1

MZ세대 기획자_자기소개: 선무당과 기억 상실, A트랙 지원자 사이에서

● 김얼터

 


이 글을 쓰는 나는 최근 1-2년 사이에 이르러 미술을 ‘업’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늦깎이’ 기획자다. 2010년대 초반 대중친화적 전시 관람객이었던 나는 점점 더 마니악한 전시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미술‘계’에 입문한다. 이렇게 멋진 것을 생산하는 게 일이라니, 전시기획자란 틀림없이 더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입문 후, 미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자기소개의 디저트로 곁들이던 나는 2019년 영등포에 위치한 전시 공간 위켄드+2/W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었고,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할 때가 되어서야 그 공간이 과거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던 전시 공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소위 흑역사라고 갈음하기도 한다. 미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말은 나보다 앞서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능숙해지기도 전에 작두 탈 생각부터 하는 선무당처럼 보였을 것이다. 개인적 연대기를 밝히는 것은 나의 직업적 미숙함이나 설익음에 늦은 시작을 핑계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특정 시기 이전의 미술계에 관련한 기억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미술계라고 부를지는 정해지지 않은 문제이지만, 그러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특정 시기의 재미있었거나 흥미로웠던 전시, 현재에도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있는 만큼 현장에서의 중요도가 컸던 전시, 투자 대비 결과가 별로였던 전시, 전시는 아니지만 현장을 강타했던 이슈 등 미술계 구성원들이 따로 또 같이 구성하는 공통 기억이 부재한다는 뜻이다. 내게 미술계 입문 이전의 기억은 나 외의 것, 이를테면 단행본이나 전시 도록, 각종 기사, SNS와 블로그 게시글 등 타인이나 타인이 회고한 결과를 경유해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기억 상실은 스스로에게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다. 인간은 만 7세를 지나면 영아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잊는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를 나의 직업적 유아기 내지는 유년기라고 설명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정신 승리는 어느 분야에서나 빛을 발하는 전술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억은 조금씩 돌아온다. 때로는 불현듯, 때로는 젖는지도 모르게. 이상한 일이다. 겪은 적도 없는 일을 기억할 수 있다니.





앙투안 카탈라(Antoine Catala) <Distant Feel> 2015 Materials variable 

© Benoit Pailley, the artist and 47 Canal, New York





다음 문제에 비하면 기억 상실은 비교적 가벼운 문제다. 반짝거린다고 생각했던 미술계를 둘러싼 환경과 그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폐허라고 불리는 것을 깨닫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어떤 텍스트들은 미술의 모든 것이 다 폐허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나 또한 여러 의미에서 폐허를 마주했다. 우선은 수많은 물리적 폐허들이 있다. 그렇게 많은 전시 공간과 그 공간마다 개최되는 그렇게 많은 전시들을 본 뒤로는 (내가 미술계 내부에 있는 사람이라는 하등 쓸데없는 오만을 포함하는 의미에서) 마니악한 취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 부서진 벽에 걸린 회화, 철골과 전선과 조각을 함께 보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 운이 좋아 몇 개의 개인전을 기획해 볼 수 있었고 함께 일할 동료들을 사귀게 되면서 선무당도 본인의 전시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제 스스로를 신진 기획자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이렇게 소개할 수도 있겠다. 나는 A트랙 지원자다. 


물질적 폐허의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도 폐허라는 단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전시를 만들고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서는 결국 일정 정도의 투자금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전시 생산 외의 다른 일을 해서 모은 금액을 다시 전시에 투자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미술계를 비롯한 모든 예술계에는 그 과정을 단숨에 단축해주는 황금 사다리가 있다. 각종 문화예술지원제도가 그것이다. A트랙은 서울문화재단이 예술창작지원 공모를 위해 임의로 설정한 경력 구분 트랙 중 첫 번째 트랙으로, 해당 트랙 지원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예술인으로서 활동 중이며, 예술계에 진입하여 예술인들과 해당 분야에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본인의 예술 활동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첫 활동 이후 5년 내외의 예술활동을 한 예술인”.*





심니키웨 부흐룬구(Simnikiwe Buhlungu), Rolling-A-Joint: 

Revisiting Spike Lee, 2015 Collection Stedelijk Museum Amsterdam





문화예술지원제도 공고문은 내가 누구인지 누구보다, 심지어 나 자신보다도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상세히 소개해 준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지, 어떻게 예술계에 ‘더’ 진입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당 분야에 나를 알릴 수 있을지, 어떻게 예술 활동 방향을 찾아가고 나의 관심 주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 어떻게 커리어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게 좋을 커리어가 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한다. 결국 이런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것은 신청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며, 매년 지원신청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지원신청서를 작성한 적 없거나 앞으로도 작성할 일 없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으니 다른 풍경 같은 게 존재할 필요가 없는 폐허에서, 각자 서 있다는 전제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폐허는 미술계 고유의 서사가 아니다. 이런 류의 불모화는 애플과 페이스북이라는 신화, 데카콘과 헥토콘 같은 상상의 동물들과 함께 사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개인의 아이디어가 경쟁의 장으로 직결되어 모두가 각자의 명함을 찍어내고 실패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아이디어가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던 것으로 치부되고 마는 우리 사회에서, 벌써 정부 지원금으로만 연명하는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좀비 스타트업’ 같은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술계에 개입하는 시간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반짝거린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전히 반짝거리냐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망설임은 한편으로 미술 외의 다른 모든 직업들이 그렇듯,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수적인 문제들과 현장의 직간접적 사건 사고를 접하는 데서 비롯하는 피로감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드디어 선무당은 졸업했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가장 선무당 같은 때이니 말을 아껴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닫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이 개인에게 없으니 베풀어지는 일용할 은총에 감사하자는 식의 순응적 태도도 부정하지는 않겠다. 이렇게 쓰는 것은 작금의 현실을 향한 몽매한 불평일까, 온당한 지적일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대답할 수 있을 질문이다.





미첼 커밍(Mitchel Cumming) <Two fates/like a parliament...> 2016 hand-tufted Australian wool 160×160cm © the artist Photo: Zan Wimberley





확실한 것은 A트랙 규정의 몇몇 부분은 잘만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한다면 ‘청년’ 개념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청년 기획자일까. 미술계의 경계가 그런 것만큼이나 청년의 경계도 불분명하다. ‘MZ세대’라는 호칭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해가 끝날 때가 되면 그 해의 트렌드를 정리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인데, MZ세대는 코로나와 함께 2020년 트렌드 리포트 분야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등장하고 있는 키워드다.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통으로 묶는 이 단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라고 한다. 물론 나는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고 페이스북으로는 1.2배속 처리된 ‘사랑과 전쟁’을 본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이렇게까지 자주 언급되나 싶어 ‘가짜사나이’ 시즌 1을 모두 보았고 B대면데이트 때문에 ‘피식대학’을 구독 중이며, 내 전시 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업로드하고 홀로 선망하는 기획자와 작가들의 전시 소식도 인스타그램으로 받아 본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다른 누군가의 삶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어떤 지원 제도도, 어떤 이름도, 어떤 트렌드도 우리 삶의 대동소이한 부분들을 전부 떠받치거나 포획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작 내 일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나 출생연도가 아니라 시차 적응 능력이다. 예컨대 미술계를 ‘진지하게’ 폐허로 인식하는 일은 폐허를 쿨한 힙스터의 것으로 경험했던 과거에서 상당히 이동해버린 나의 시점 때문이며, 그 이후에도 작업적으로든 작업 외적으로든 조금씩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나의 시점을 빠르게 메타 인지하고 그로 인해 유발된 시차에 적응해 다음으로 나아갈 시점의 좌표를 설정하는 등 거대한 타임라인과 시점 지도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다른 예로, 미술계 외곽에 서 있는 이의 시점에서 우리는 예술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청년 위인일 수 있다.)





율리아 츠베트코바(Yulia Tsvetkova) <Untitled> 2018 

(Translation of text in red at the bottom ‘you don’t owe anyone anything’. 

Around her are written comments like ‘smile’, ‘lose weight’, ‘family’ etc.)




이런 의미에서 ‘호명’이라는 행위는 그렇게 유효할 것 같지 않은 이슈의 외연을 문지르고 다듬어 그것을 사용 가능한 도구로 만든 뒤 내년 트렌드를 주도하려는 트렌드 리포트 서적과 같다. 때문에 유령의 부름에 반드시 대답할 의무는 없으면서도, 입을 벌리기만 하면 숨소리마저 대답으로 수렴되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함께 온다. 선무당의 근거 없는 예리함이랄까. 우리 시대의 셀러브리티는 메소드 연극을 끝내고 완벽한 CEO로 자리 잡은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이 아니라 타고난 어그로꾼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쏠려 있는 어그로를 적절히 활용하는 교활함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상황을 즐기게 해줄 약간의 뻔뻔함과 관종력도 더해서. 그런데, 정체를 알 길 없는 기시감이 자꾸만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 이 호명은 과연 몇 번째 호명일까?  PA


[각주]

* <2021 서울예술지원> 1차 공모 안내,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2021년 1월 19일 접속) 

https://www.sfac.or.kr/opensquare/notice/support_list.do? cbIdx=992&bcIdx=116161&type=



글쓴이 김얼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예술전문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영등포에 위치한 위켄드+2/W를 공동 운영했으며, 기획전 <크림(cream)>(2020, 아카이브봄)을 개최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 운영단 8, 9기로 활동 중이다. 미술 전시로 궁극의 거짓말을 생산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루 양(Lu Yang) <Delusional Crime and Punishment> 2016 3D animation





Special feature No. 3-2

MZ세대 작가_우리도 곧 꼰대가 되겠지

● 최하늘 작가



오늘 뉴스에서 2030세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댓글에는 ‘코로나 사태’로 청년 세대가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요지가 무색할 정도로 4-50대 자영업자가 더 힘들다며 기사를 비난하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뭐, 지금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나는 젊은이의 고통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기성세대에 대한 어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세대론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피력하는 논자는 적어도 미술계에서는 보기 힘들다. 어쩌면 개인이 수행하기엔 조금 벅찬 양의 공부라 그럴지 모르겠다. 또한 미술은 결국 작품과 인물 중심의 역사를 쓰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나의 경우, 연도를 기준으로 특정 세대를 쪼개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직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청난 나이 차이로 인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어떤 곤란함, 이를테면 부모님과의 가치관 차이, 선생님과의 의견 차이, 택시기사와의 정치적 견해 차이는 당연히 매 순간 느끼고 있고 그때마다 새롭게 난처하다. 하지만 나는 M과 Z를 구분하는 어떤 차이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MZ세대라는 말을 지난해에서야 처음 알게 된 낡은 인간이다. 지금 미술계에서는 내가 ‘어른’이라고 지칭하는 세대가 있고, 나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이 있다. 물론 이 둘의 차이는 꽤 뚜렷하다. 젊은 작가들 안에서도 M과 Z세대가 서로 나뉘겠지만 글쎄, 이 둘의 큰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앞서 말했듯 나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순 없을 거 같다. 그리고 그건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테다. 어쨌든 이 기획의 요지에 맞춰 내가 느끼는 어른 세대와 MZ세대의 차이점을 말하기 위해 나의 과거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최하늘 <형식을 창조하는 자> 2020 다양한 재료와 47 캡 183×55×110cm





2016년 대학원에 진학해서 서울 안팎으로 펼쳐지는 당시의 활발한 전시와 다양한 활동을 직접 목격했을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대생은 어떤 활기를 느꼈다. 서울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전시가 일어났고 그들이 서로 연합을 맺기도 하였으며, 그들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대부분의 정보는 트위터를 통해 유통되었고, 지도 앱을 보면서 난생처음 가보는 서울 변두리의 초행길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그런 경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어떤 세계의 결과값이라고 느꼈다. 그 이전의 세계를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나는 내가 그때 보았던 것이 한때의 어떤 찬란한 꿈과도 같은 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그 짧았던 꿈이 나에게 준 어떤 교훈, 민낯에 대해 생각한다.  당시 대학교육에 몹시 불만이 깊었던 나는 미술이라고 하는 것을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찾으려고 애썼다. 참 오만한 말이지만, 그 당시 작가가 되는 것은 무척 쉬워 보였다. 누구나 원한다면 손쉽게 전시를 할 수 있었으니까. 


공간이 없으면 작가가 직접 적당한 곳을 찾아서 전시장을 꾸미고 트위터에 정보를 올리면 되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학교에서 느꼈던 어떤 답답함을 서울의 작은 공간들을 찾아다니고 그들에게서 받은 어떤 능동적인 에너지를 통해 해소했었다. 사실 그때 나는 세대교체를 부르짖던 몇몇 논자들의 주장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라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세대보다는 작가들의 개별 작업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신생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시에 출품되는 작업이 매체의 관점에서는 다소 빈약하고 그것이 결국 그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경도되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외려 그때 신생공간에서 펼쳐지는 작업을 비판하는 젊은이가 하나도 없고 상찬만 이어지는 현상에 조금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앞장서서 세대교체를 논하던 창작자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일을 해낸 건지 이제는 알 수 있다. 내가 전시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지금의 상황이 어쨌든 그들의 노력으로 일궈진 것이니까. 어찌 보면 나는 그들의 노력을 정면으로 수혜 받은 인간이고, 나 역시 다음 타자를 위해, 혹은 내가 지금 이 제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한다. 





시프 이토나 웨스터버그(Sif Itona Westerberg) <The House of Dionysus> 2020 Gether Contemporary Photo: David Stjernholm





어쨌든 그렇게 젊은 작가들의 전시만을 보다가 갑자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중견 작가의 전시를 보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내가 경험했던 어떤 시각적인 자극이 상대적으로 덜했고 작업이 갖는 어떤 논리적 완결성이 매우 강해 마치 어떤 학자의 인류학 연구보고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미감을 감상하기보다는 어떤 학회지를 읽는 것처럼 캡션, 서문에만 집착했다. 당시에는 이게 어떤 세대 차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미술을 배워왔으니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아직도 여전히 탈식민주의에 의거한 교육과 비평이 많았고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문장이 들불처럼 도처에 떠돌았다. 이런 요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왜 사회에 개입하는 미술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런 미술을 할 수 없는 나의 선천적인 어떤 기질을 원망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단 한 가지의 진중한 연구 주제를 정하지 않고 정신 사납게 이것저것 건드리는 태도, 이게 어떤 세대의 차이라기보다는 그냥 나만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고쳐야 하는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개념어를 만들거나 생소한 개념을 빌려와 작업에 대입하는 것이 한때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 방식이 낡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이전의 어른 작가들이 느꼈을 동시대성을 획득하기 위한 어떤 열망 그리고 그 가능성을 탈식민주의에서 찾았던 것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또한 그들은 결국 어떤 성취를 일궈냈고, 상징 가치를 획득하여 지금은 새로운 제도가 되었다. 그들의 작업은 언제나 명쾌하고 늘 정답을 제시한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또 비슷한, 이번에도 역시 어떤 말이 되는 작업의 구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고 그 요체가 파악되면 그곳에 위치한 작업은 작가가 설정한 틀에 맞춰서 생산된 결과물임이, 그 깔끔한 인과관계가 손쉽게 드러난다. 그런 전시를 보고 나면 전시장을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이 휘발되는 현상을 겪는다. 너무 고결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내가 시간을 내서 개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전시는 그렇게 빠르게 사라진다. 





최하늘 <박김이차돈 아나함(阿那含)3> 2020 이차돈의 두상 160×30×30cm 




그와 반대로 젊은 작가들의 전시장을 찾았을 때 나는 어떤 엉성함, 말이 되지 않는 구조, 장난스러운 태도, 의미가 다층적이고 불투명하고 흐린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허무맹랑할수록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분명한 태도는 그들의 전시장을 나와서도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불쾌하게 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어떤 전략. 그건 분명히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게 다가온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는 내가 대학에서 배웠던 미술이 정말 재미없었던 것임을 상기시킨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유독 근거와 당위, 어떤 내적 논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에 반해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걸 그냥 마구잡이로 만드는 학생이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그 두 극단의 사이에서 어떤 합의가 필요했고 나는 며칠 밤낮을 써서 작업의 그럴싸한 논리를 구축했다. 그걸 발표하는 순간, 내게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정교하게 완성되어있는, 너무 완벽한 발표였기 때문에. 내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멋쩍은 논평을 한 교수가 생각난다. 


어떻게 보면 작업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논리가 생기고, 구조가 단단해지면서 복잡하고 첨예했던 것이 단순하고 명료하게 바뀌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젊은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어떤 태도는 점차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그 기세가 누그러지고 안으로 오그라들면서 밀도가 단단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 명의 기성세대,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 느끼는 어떤 쾌감은 사실 한시적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렇기에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신예는 계속 등장할 테지만 좋지 않은 전망도 종종 보인다. 지금의 MZ세대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는 급감한다. 새로운 신예가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그러다 보면 판이 확 뒤집히는 어떤 혁신적인 교체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하지만 한 평론가의 말처럼, 세대교체는 반드시 이뤄진다. 


미술은 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판을 뒤집는다. 지금 주인공으로 막 대우받기 시작한 MZ세대의 작가들은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눈치 보지 않고 뻔뻔하게 해야 한다. 언젠가 새로운 세대에 의해 더 이상 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아쉬움 없이 그 자리를 시원하게 물려주기 위해선 지금 원 없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해야 한다. PA



글쓴이 최하늘은 1991년생으로 서울에서 조각과 퀴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P21에서의 <샴 Siamese>을 비롯해 201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커먼웰스 & 카운슬 갤러리(Commonwealth & Council)에서 <Traitor's Patriotism>, 산수문화에서 <카페 콘탁트호프 Cafe Kontakthof>, 2017년 합정지구에서 <No Shadow Saber>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딤 압바스(Nadim Abbas) <Chamber 666 “Coppola”> 2014-2015 2015 Triennial: 

“Surround Audience“ Exhibition view: New Museum, New York © the artist






Special feature No. 4

미술계의 희망 청년 세대를 위하여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미술계를 이끄는 청년 세대, 듣기만 해도 상쾌해진다. 미술을 이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 미술뿐이겠는가. 이끄는 것은 어느 분야라 해도 훌륭한 일일 것이다. 변화무쌍한 현대미술, 이를 이끌거나 보조를 맞출 수 있다면 보람 가득할 것 같다. 게다가 세대로 구분되는 미술이라, 물론 미술사 기술에서 시대구분론은 매우 중요하다. 사관(史觀)에 따라 역사는 늘 새롭게 기술되어 왔다. 똑같은 사건이나 인물도 사관에 따라 해석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MZ세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M(밀레니얼)의 세대.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 대략 10대 중반에서 30대 말에 이르는 연령층을 일컫는다. MZ세대. 청춘의 세대이다. 이들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새로운 위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세대는 디지털-모바일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예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감각은 새로운 예술 현상을 일으켜 세운다. 예술이라는 단어에 함유되어 있는 뜻은 실험과 도전이다.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 거기에 창조 정신이 깃든다. 과거에만 매몰되면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도전과 실험정신은 청년 세대의 특권이기도 하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고전을 거울삼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정신은 소중하다. 하기야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고 했다. 도전은 젊음의 상징이지 않은가. 청년 세대 자체가 희망이다. 세대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것은 속도감이다. 오늘의 일 년은 과거의 수십 년과 같다. 오늘의 수십 년은 과거의 수백 년과 같다.


 너무나 빠른 속도의 시대다. 과거에는 부산에서 서울 오갈 때, 며칠씩 걸렸다. 요즘은 서울에서 서너 시간이면 어느 바다에도 도달한다. 1박으로 출장 가야 할 장소가 교통 발달로 하루 당일치기가 가능해졌다. 속도가 빨라졌다고 과연 행복지수가 올라갔는가. KTX가 나오고 우리네 삶은 더 분주해졌다. 현대인의 속도는 오히려 여유를 빼앗아갔다. 느리게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을 지워버렸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사유(思惟)는 다른 의미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특히 작가에게 있어 사유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럼에도 잊지 않아야 할 요소가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고난의 순간은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몸에 좋은 약은 쓰고 야생화의 향기가 더 짙은 법이다. 가시밭길은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주는 보약이기도 하다.





피렌제 라이(Firenze Lai) <Tennis Court> 2013 Oil on canvas 

101.6×76.2cm © the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지구촌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침공에 따른 특수상황이다. 중국 우한 발병 이후 딱 1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고통의 도가니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있다. 1년 동안 지구촌은 사망자 200만 명을 넘겼고, 확진자 숫자만 해도 1억 명에 이르렀다. 그동안 선진국이라던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의 사망자 숫자가 많았고,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전쟁이 어디에 있었던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게 이렇듯 한심한 인간 족속이었던가. 현재 세계 인구는 78억 명 수준이다. 1969년에 35억 명을 기록했는데 50여 년 만에 두 배의 인구 증가세를 보였으며 2050년에는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인구폭발의 지구촌 상황에도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에,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청년 세대의 실업률은 사회문제로 심각한 수준이고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 등 수술을 기다리는 분야가 적지 않다. 갖가지 사회문제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데, 아는 청년 세대 덕분이다. 한류 시대. 1990년 후반 중화권에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와 노래 등에 의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바로 한류이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문화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다행스럽고 다행스런 일이다. 근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영화사상 최고봉을 기록했고, 방탄소년단의 우리말 노래가 빌보드 정상을 기록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세계 98개국의 한류 회원 숫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와 유사한 수치이다. 한류는 좋은 바이러스처럼 지구촌을 ‘감염’시키고 있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해외에서 일고 있는 한국어 열풍이 이 점을 입증하고 있다. 현대미술 분야도 국제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미술 한류로 해외에서 한국 작가의 위상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한국 현대미술 전시를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개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을, 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서 한국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전시를 각각 개최한다. 더불어 독일 ZKM이나 중국 국가미술관 등에서도 한국미술을 선보인다. 이들 협업에 의한 한국 미술전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새로운 주목의 계기를 줄 것이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기야 한국은 6.25전쟁 이후 해외 원조를 받는 나라였지만 현재는 원조를 주는 나라다. 그것도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로서 위대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대정신 非: 사이키델릭; 블루> 전시 전경 2016.5.23-2016.6.19 

아마도예술공간 (안성석 <순찰자>, <CCTV>)





나는 『한일역전(韓日逆轉)』이라는 신간을 흥미롭게 읽었다. 드디어 150년 만에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과학적 예측’을 담았다. 어떻게 한국이 아시아의 선진국 일본을 앞지를 수 있게 되었는가. 한일역전의 상징적 사건은 두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이하 GDP)가 말해준다. 2018년 OECD 보고서에 의하면, 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에서 일본은 한국에게 추월당해 세계 22위 국가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한국 국민의 생활수준이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보고다. 도전의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1989년 세계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개 가운데 14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1990년 마쓰시타전기산업은 미국의 유니버설 영화사 산하의 MCA를 일본 기업사상 최고 매입 가격인 7,800억 엔(한화 약 8조 3,076억 2,400만 원)으로 매입했다. 당시 일본의 명목 GDP는 세계 2위로 두 배의 인구를 자랑하는 미국의 60% 수준이었다. 1989년 시가총액 상위 20개 회사 목록에 상위 5위권은 모두 일본 기업으로 미국에 앞서 있었다. 


하지만 2018년의 경우 상위 5위권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 20위 안에 한국의 삼성전자는 끼어 있어도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 세상은 역전된 것이다. 일제(日製)하면, 가전제품으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존재감이 없다. 소니를 삼성전자가 누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리라.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의 숫자는 2만 5,000개 이상으로 세계에서 제일 많다. 일본의 상장 기업 3,800개 가운데 700개가 100년을 넘었다. 그러니까 최근 30년간 일본은 국제적인 기업을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했다는 기록이다. 추월당하고 있는 일본. 과거에만 매몰되어 급변하는 시대감각을 놓친 경우라 할까. 드디어 한일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교훈은 무엇일까. 시대정신과 도전의식이다.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Portrait with Seahorses> 2019 soft pastel on linen 127.2×101.6×2.5cm 

© the artist and Xavier Hufkens, Brussels Photo: HV-studio, Brussels





도전의식은 아름답다. 예술이라는 말속에 도전이라는 뜻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예술가는 체질적으로 도전정신으로 뭉쳐 있다. 도전정신이 독자성이나 시대정신과 어우러지면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기 마련이다. 나만의 세계 구축이 중요하다. 말은 쉽지만 그 세계를 이루기 위해선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현대미술의 특징이자 단점으로 지적되는 항목 중 하나는 사회적 문맥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곧 시대정신이라는 열쇳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인데 시야를 넓혀 세상을 보아야 한다. 그래도 젊은 도전은 아름답다. 비록 그것이 실패할지라도 도전하는 자세는 멋있다. 역사는 흐르고 우주 안에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시대는 흐른다. 앞 물결은 어쩔 수 없이 밀려나게 마련이다.


청년 세대의 역할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올해의 작가> 연례행사가 있다. 추천받은 10여 명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여 국제 심사위원단에서 최종 4명을 선정하는 방식의 전시다. 4명의 작가는 할당받은 전시실과 예산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공간을 꾸민다. 그야말로 ‘개성의 난투장’을 만든다. 올해의 작가가 과연 누가 될지, 관람객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심사위원단은 4개의 전시를 관람하고 최종 한 명을 선정하여 ‘올해의 작가상’을 준다. 독특한 목소리를 낸 전시, 나만의 세계를 만든 작가, 그 독자성을 주목하고자 한다. 과천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젊은 모색>은 이제 4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미술계 신진 작가 발굴을 목표로 한 전시다. 여기 뽑히는 작가는 그야말로 잠재력으로 무장된 수면 아래의 젊음 그 자체다. 진행 과정은 학예실 큐레이터 추천 등에 의하여 후보작가 명단을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올해도 150명이 넘는 작가명단을 두고 여러 차례 토론 과정을 거쳤다. 심사과정은 고통스럽고 행복하기도 하다. 문제는 비슷비슷한 목소리,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 치열한 열정과 개성이 보이지 않을 때이다. 비슷한 것은 가짜라는 말이 있다. 신예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형식이나 기술적 완결성보다 주제 선택과 그 주제에 대한 소화력과 개성적 표현력이다.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상을 어떻게 선택하여 어떻게 해석했는가. 이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개성적 접근 방식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심사 결과에서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선정기준의 신축성 때문이다. 어떻게 당락을 결정하는가. 예술은 수학이 아니지만 보편적 미감은 있다. 올해의 <젊은 모색>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신예는 장르, 표현 형식, 재료, 지역 등 다방면을 고려한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젊음의 가능성이다.





Installation view of ‘Primavera 2019’ at MCA Photo: Anna Kucera





나만의 목소리 만들기가 중요하다. 나는 미대생에게 『세계문학전집』 독파를 권장하고 있다. 좋은 작품 만들기의 해답은 오래전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라(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말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넓게 보는 작가가 역시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인문학적 바탕의 비중을 강조하게 한다. 사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시야와 경험의 폭을 넓히자. 거대 담론일까. 이런 말은 어떤가. 네가 있어 내가 있다. 이는 곧 내가 있어 네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연인 사이에 즐겨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통용되는 말이다. 우주에 쓸데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고 모두 상대적이다. 네가 있어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쯤이라 하자. 여기서 우주는 우리 은하계의 태양과 같은 별들이 1,000억 개쯤 있고, 그런 은하가 또 1,000억 개쯤 모인 것이다. 정말 광대무변의 우주이다. 우주의 나이가 100억 년 되어야 생명 탄생이 가능했고 30-40억 년 지나야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이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생명체는 태양계 밖의 무거운 별의 잔해 위에서 태어났다. 초신성의 폭발과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있어야 ‘나’라는 존재가 탄생할 여건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우주에 불필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주와 내가 하나다. 바로 무아(無我)다. 우주와 내가 하나인 순수한 마음이 참된 ‘나’이다. ‘나’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 하기야 어디 인간뿐인가.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다. 하여 생명체를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공들여 만들 것을 사람들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나’의 존재를 위해 온 우주가 필요하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그만큼 희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주 전체가 ‘나’를 만들고 ‘나’로 인해 우주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이니 ‘나’와 우주 전체의 가치는 동등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붓다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나’라고 하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줄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젊음의 상징, 도전이다. 이 우주에서 매우 소중한 ‘나’, 더군다나 예술을 하는 나라는 존재, 얼마나 거룩한 존재인가. 그렇다면 ‘나’의 목소리는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PA


[각주]

*김성구,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불광출판사, 2018



글쓴이 윤범모는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 호암갤러리 개관 팀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 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운영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 현대미술 백년』,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 『한국미술론』 등이 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으며,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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