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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는 예술 그 가치에 대하여
언폴드 엑스 & 같이 잇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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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eyond limits about its values

“빈센트 반 고흐. 모두가 그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어, 귀가 하나밖에 없잖아.’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안 들려.’” 영화 <디너게임(Dinner For Schmucks)>(2010)에 나오는 대사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현실의 예술가들이 보편적 잣대를 배제하고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끝없이 제기되고 통용되는 평가의 기준은 작가들로 하여금 가시적 한계와 현실적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만들기 마련이며, 이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예술을 업으로 삼는 이라면 응당 겪어야 할 수순, 혹은 치러야 할 대가로 치부되며, 결국 이들의 생업인 창작활동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예술의 위대함은 어쩌면 미적 가치를 지니거나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에 있다기보다, 눈앞에 그려진 한계의 선을 넘기 위한 무수한 시도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들이 공동체적으로 향유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존재를 자각시키고 정신을 고양시켜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지금 만나보자.
● 기획 김미혜 기자

‘다빈치 아카이브’ 전경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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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폴드 엑스(Unfold X)

10.10-10.20 블루스퀘어 네모

 


이제는 낯설게 여기는 것이 오히려 낯선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진행되어온 미디어아트 축제다빈치 크리에이티브언폴드 엑스(Unfold X)’로 새롭게 변모했다. 기술기반의 창작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국제교류와 학술행사 등을 이어온다빈치 크리에이티브는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후, 국내외 예술가 총 116팀과 함께 10여 년의 여정을 지나왔다. 작품 쇼케이스와 부대행사로 구성됐던 기존 형식과 달리, ‘언폴드 엑스는 미디어아트 장르, 혁신적 예술영역의 확장을 꾀한다. 이 행사를 주최한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 융합예술 분야 기관들과의 협력관계, 연합형 지원체계 구축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발전적 융합예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는 단순히 10년 세월을 기념하는 것이 아닌, 작가들의 창작과 작품의 향유 방식이 도전받는 작금의 세태에 맞춰 확장 가능한 창작환경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언폴드 엑스의 첫 전시 <Unfold Xhibition 2010-2020>은 그간다빈치 크리에이티브에 소개됐던 작품을 한자리에서 톺아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꾸려졌다. 전시는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X”값으로 설정하고 지난 10(ex) 동안의 이야기와 앞으로 만들어질 예술과 기술의 관계(X)에 대해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융합예술을 연결하는 3개의 키워드 ‘Xplore’, ‘Xperience’, ‘Xpand’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는언폴드 엑스의 가능성과 향후 발전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라고 할 수 있다.





강이연 <Folding> 2020 프로젝션 맵핑 설치, 음향 4 30 사진서울문화재단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양쪽으로 보이는 강이연과 양민하의 작업은 유·무형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감각의 확장 영역, ‘Xpand’. 이들은 가상과 현실, 물질과 비물질, 평면과 입체 등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구도에 반문하고, 경계의 혼합을 시도한 작품을 통해 시공간의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강이연의 <Folding>(2020)은 한 면이 거울로 된 엇각의 공간에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투사해 혼합된 현실을 표현한 영상설치작업으로,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영상, 실사 촬영물 등이 구분 없이 등장해 뒤섞이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강이연에게 영상을 제작하고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작품이 설치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관람객의 동선을 수없이 고민하고 그렇게 정해진 기준에 맞춰 내러티브를 형성할 때, 관람객의 사고와 가장 가깝게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커튼이 쳐진 독립된 공간에 구현됐다. 벽면에 덧입혀진 영상은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어 확장되고, 무수한 변주를 만들어내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역동적인 주체가 되어 공간의 연쇄적 움직임, 인지적 경험의 연속성에서 탄생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양민하는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시대, 그저 화면으로밖에 볼 수 없는 도시의 풍경에 주목한 작업 <도시풍경 #4>(2020)를 선보였다. 작가는 구글 크롤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모으고 허상의 풍경을 만들어내도록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실제 모습과 흡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작품 속 서울과 부산의 풍경은 알고리즘 StyleGAN2를 통해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비현실적 이미지들은 왜곡과 분해, 결합을 반복하며 미묘하고 이질적인 허구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예술적 경험, ‘Xperience’.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등 우리 삶의 전반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는 첨단기술을 좀 더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경험할 수 있다. 첫 주자는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으로 구성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팀보이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목표로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작업을 시도하는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전 세계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투명 아크릴 패널에 기록하는 로봇 퍼포먼스 작업 <Log>(2020)를 공개했다. 두 대의 로봇암은 인간의 출생과 죽음을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재현하는데, 아크릴판 한쪽에는 1만 명이 태어날 때 사각형이, 다른 한쪽에는 1만 명이 사망할 때마다 빗금 한 줄이 그려진다


팀보이드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가 인간이 철저하게 배제된 상태로 로봇에 의해 시각화되고 기록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만든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출생과 죽음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외에 신승백 김용훈의 상호반응 설치 작업 <마음>(2019)과 이재형의 데이터 기반 정보 시각화 작업 <Face of City_Seoul>(2014), <Bending Matrix_Horse>(2012)는 기술이 인간의 본질과 삶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살펴보고, 관람객 스스로 이를 해석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예술적 경험으로 매개한다.


마지막 키워드는 예술과 기술 결합에 대한 탐구 ‘Xplore’.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일차원적 장르 구분법이 아닌, 새로운 장르 개척을 고민하고 예술적 표현을 확장한다. 오주영의 설치 작업 <아케이드 극장: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풍경>(2020)은 인공지능의 상반된 양상을 통해 아이러니, 구조와 기술에 투영된 인간의 환상, 그리고 기저의 근원과 문제점을 표현한다. 권병준의 사운드 상호반응 작업 <풍경 그리고 풍경>(2020)은 전자 제어 장치로 구동되는 전동 풍경(風磬. Wind-bell)이 관람객에게 반응하며 긴 잔향을 울린다. 16개의 알루미늄 파이프는 우리 전통악기 편경의 음계로 구성됐고, 내장된 센서는 공간 내 관람객의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한다


가장 길고 가장 저음역대를 울리는 풍경을 시작으로 점차 높은 음역대로 이어지는 풍경 소리는 각기 다른 멜로디로 화음을 이루며 파이프에 반사된 빛의 산란, 그림자의 움직임과 함께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끝으로 3층 아카이빙 룸에 전시된 박승순의 <W.W.W.>(2019-2020)인간, 자연, 그리고 기계의 공존에 관해 작가가 지난 5년간 탐구해온 결과물로, 4개의 분리된 공간에 각각의 주제로 구성된 사운드 설치 작업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Xplore’ 영역에서 기술과 예술의 긴밀한 연결, 서로에 대한 면밀한 탐구가 만들어낸 시공간을 느끼며언폴드 엑스의 행보를 기대할 수 있다.


파울 클레(Paul Klee)가 저서 『창조에의 고백(Schöpferische Konfession) (1919)에서 말한 것처럼, 예술이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면, 기술은 발전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작은 형태로 축소돼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접점의 관계를 탐구하는언폴드 엑스는 대개 호흡이 짧고 피상적인 지원사업의 한계를 넘어, 사각지대에 놓인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하고 구조적이고 유기적인 협력관계 형성을 통해, (scene)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출발한다. 감각의 확장(expand)과 예술적 체험(experience)을 지나는 이 과정은 예술과 기술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영역으로의 탐구(explore), 그 시작점과 같다.




팀보이드 <Log> 2020 

산업용 로봇암, 알루미늄 프레임, 철제 구조물, 아크릴, PC 등 사진: 서울문화재단

 




같이 잇는 가치(WE ARE LINKED)

10.16-11.4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로 만나는 것이 위험한 시대, 서로 만나지 않아야 공존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가 마련한같이 잇는 가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위한 일상의 조건을 탐색하고, 어떻게 서로 연대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하지만비대면이 일상화된 올해는 보다 근본적으로, 예술이라는 이름의 실천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숙고했다. 각기 다른 정체성, 감각과 몸의 차이를 지닌 이들이 함께 창작하고, 관계에 대해 묻고 답하며, 서로에게 동등한 궁금증을 느끼는 모습은 비단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방법이나 그 가치를 보여주는 행사를 넘어,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우리 모두가 어떻게 기꺼이 만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1)


같이 잇는 가치의 기획전시 <스테레오 비전(STEREO VISION)>은 장애·비장애 예술인 공동창작워크숍을 기반으로 한다. 금천예술공장, 서울무용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전/현 입주 작가 12(김은설, 김하경, 김환, 박찬별, 손명희, 윤지영, 이민경, 정지혜, 전보경, 조영주, 최일준, 한승민) 4개의 팀을 이뤄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은 먼저 감각과 지각에 대한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벗어나 시각, 청각, 후각, 촉감 그리고 공감각이 일깨우는 여러 현상과 이것이 신체에 남기는 흔적들에 집중했다. 예술가 전체를 대상으로 두 차례 진행된 공동 워크숍에서는 서로의 신체적 감각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감각의 한계는 단절이 아닌 다른 차원의 감각적 영역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오로민경의 공감각 워크숍과,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ice Brewing Sisters Club)이 발명한 미지의 존재감바리싸를 상상해 보는 시간은 낯선 감각들에 새로운 언어를 부여했다워크숍 내용을 기획으로 다듬고 구체화시키기 위해 큐레이터 송고은이 참여했고, 협업 과정의 여러 기록을 창작물로 구현하기 위해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3(손혜민, 신현진, 유소윤)과 편집자 이한범이 투입됐다. 이들은 공동 창작과정의 관찰자이자, 참여 작가들 사이의 대화 방식을 직접 제안하는 창조적 매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방식은같이 잇는 가치프로젝트가 제안하는 다양한 협업 구조,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예술가들 사이의 시각적 언어를 발굴해내는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참여 예술가 4팀은 이후 개별적인 공동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전보경 <공기는 귀가 되고, 귀는 눈이 된다> 2020 2채널 비디오 8분 사진: 타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이민경, 조영주, 한승민의 작품 <턴업>(2020)만들어진 세계, 스스로 온전한 환상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주변의 풍경과 사물을 특징적 표현방식의 회화로 제작해온 한승민의 오랜 관심사인 판타지 히어로물. 이를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기호와 상징에 대해 각기 다른 매체와 표현방식으로 구현하는 이민경, 조영주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풀어냈다. 3명의 작가가 얇은 종이 인형에 투영한 등장인물의 모습과 조건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신체의 한계로 인한 감각의 상실에 관한 개인적 경험,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다시 각자의 태도와 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누는 박찬별, 손명희, 윤지영.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 기간 각기 자신에게 익숙한 표현방식으로 작은 워크숍을 진행했다. 손명희 현대무용가는 시선에 따라 반응하는 몸과 낯선 환경에서의 신체를 감각해보기, 조각을 주로 다루는 윤지영은 신체나 사물의 형태의 본을 뜨고 거기에 각자의 향을 덧입히는 캐스팅 워크숍, 그림을 그리는 박찬별은 자신의 시각적 감각을 나누며 함께 풍경을 바라보고 재현해보는 시간 등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워크숍을 바탕으로 다시 서로에게 편지를 쓰듯 이미지와 영상, 오브제 등을 교환했다. <서신-교환 프로젝트>(2020) 3명의 작가가 나눈 시간과 대화의 부산물이며, 지난 시간 서로의 감각을 연결시키는 하나의 결과물로 재조합된다. 만지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색의 촉감과 형태를 그대로 포착한 김하경, 김환, 최일준의 작품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시도한 교류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서로의 이미지와 글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 이를 재해석한 글을 전달받는 간접적 소통방식을 택했다. 서로에게 친근한 시각적 이미지를 배제한 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교류하면서 하나의 단어는 여러 개의 이미지로, 다시 이미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은 채 퍼져나갔다. 이는 낯선 대상과 교감을 일으키기 위한 시도이자, 비대면이 일반화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 방식은 스스로의 작품에서 일으키고자 하는 예술적 실험의 일환이면서 그간 이룬 교감의 흔적을 기록한 결과물로 자리한다. 가슴과 목에 손을 얹고 입술을 열어 무엇이든 말해보자. 피부 아래로부터 진동이 전해진다. 이때 소리는 진동을 통해 만지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감각으로 변화한다. 소리를 진동으로 감각해 언어와 상황을 파악했다는 김은설의 경험이 주요한 출발점이 됐다. 김은설, 전보경, 정지혜는 이러한 감각의 전이를공기는 귀가 되고 귀는 눈이 된다.”라는 문장으로 번역하여, 각자 고유의 언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을 드러내는 예민한 신체와 사물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서로 다른 감각 사이에 불가침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 우리 신체 기관들은 이러한 감각을 매우 밀접하게 교환하며 번역해낸다. 작품은 일상적 인지를 넘어선 초월적 감각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내포한다.





<같이 잇는 가치: 비커밍 { }> 전시 전경 2020 사진: 타별





현대미술에서 협업은 창의성의 실천적 영역을 점하며 계속해서 확장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때 장애·비장애 공동 창작은 세상에 수많은 삶과 예술 언어가 존재한다는 점을 자각시키고, 장애 예술을 주류 예술로 만들자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의 형태를 지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명료한 당위성을 지닌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 예술가들의 협업 과정을 들여다본다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구분된 기준들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을까? 장애를 지닌 예술가와 그들의 활동은 분명 실체하나 


이를어떤 예술로 규정한다면, 다양성을 실천한다는 명제 아래 작품의 고유성과 예술인의 개별성이 재단되고, 예술적 교류에 틀과 형태가 구분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초감각의 세계와 그곳에서 수집된 낯선 언어들로 구성된 전시는 결국 예술 앞의다름자체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애와 비장애가 아닌 작품 활동에 대한 태도, 서로의 예술관, 각 대상에 대한 개인별 관심사의 정도와 차이가 더욱 주요하다는 것이다.2) 예술적 실천을 주어로 한계와 대상을 온전히 대면하고, 같이 머무르며,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때, 우리는 다름의 한계를 넘어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PA

 

* <비커밍 { }> 2020년 굿모닝스튜디오 입주 작가 12(김기정, 김현하, 김환, 박찬별, 서은정, 이민희, 이선근, 이우주, 전동민, 정도운, 정은혜, 한승민)의 작업으로 구성된 기획전이다. 장애 예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바라보는 구분 짓기의 시선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개개인의 작업 세계에 대한 고민들에 주목한다.


[각주] 

1) 김원영, “내가(당신이) 격리되어 있다면 얼굴은 어떻게 그릴까”, 「같이 잇는 가치 문화예술 오픈포럼 자료집」, 2020, 서울문화재단, pp. 4-5

2) 송고은, “스테레오 비전: 장애·비장애 공동창작 워크숍”, 「같이 잇는 가치 문화예술 오픈포럼 자료집」, 2020, 서울문화재단, pp. 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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