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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 6000자 독백> 2014
설치전경 쇳가루, 광목, PV, 접착제 가변설치
1997년, 영국의 남부 도시 루이스에서 열린 야외 조각 전시에서 한 작업이 밑동만 남겨진 채 도난당한다. 그것은 바로 통 쇠를 그라인더로 갈아 형상을 만드는 김종구의 작품이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돌아온 작업실에는 쇠에서 깎인 쇳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작가는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쇳가루를 열심히 쓸어 모아 글씨를 썼다. 요즘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명상적 풍경’ 작업의 효시다.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전으로 오랫동안 쇠의 물성에 천착해온 김종구의 개인전이 열린다.
김종영미술관 신관 제 3전시실 전경
제 1전시실에서 선보인 <쇳가루 6,000자의 독백>에 작가는 전시실 각 면마다 대형캔버스(980×270cm)를 하나씩 천장에 매달았다. 각각 서로 마주보는 두 쌍으로, 한 쌍에는 즉흥적으로 쇳가루 육천 자의 비망록을 썼고, 다른 한 쌍에는 쇳가루로 표현주의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에 일종의 접착제인 ‘포리졸’을 뿌리고 직접 만든 쓰레받기에 쇳가루를 담아 써내려간 글씨와 그림은 입체적이다. 제 2전시실에서는 관람객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방체의 구조물 <하얀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순백의 공간으로 이뤄진 내부의 바닥에는 쇳가루로 한편의 글씨가 씌어져 있고, 벽에는 폐쇄회로(CC) TV로 찍은 바닥공간의 모습이 투사된다.
<쇳가루 6000자 독백> 부분
2014 부분 쇳가루, 광목, PV, 접착제 가변설치
즉, 관람객은 입방체 내부에서, 입체적 글씨가 산세로 변화되는 풍경과 함께 자신의 신체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평면과 입체의 묘한 혼합이 일어나는 장소다. 한편, 제 3전시실 <무거운 그림과 한 사람>에서는 주물 뜨는 과정에서 훼손된 인체 입상과 쇳가루 산수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15m의 두루마리(횡권)를 확인할 수 있다. 3점의 쇳가루 풍경사진과 쇳가루가 부식된 그림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잃어버린 형태를 찾아보자는 작가의 제안에 모두 함께 동행해 보자. 전시는 오는 7월 31일까지.
<쇳가루 6000자 독백> 부분
2014 쇳가루, 광목, PV, 접착제 가변설치
· 문의 김종영미술관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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