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질 물리디
Jill Mulleady

0원
열정을 관통한 시간

하늘 아래, 가족 아닌 낯선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이렇게 잘 헤아려 준다는 게 신기했던 나날이 있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다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순식간에 변하는 팥빵과 같다. 달라진 사랑, 불안한 연인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랑이 그렇게 한 순간에 변하고 순식간에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19세기 영국화가 마커스 스톤(Marcus Stone)의 'Two lovers' 속 인물들은 이별의 기로에 선 듯하다.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지금의 자리가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고 리본만 만지작거리는 여자. 그런 여자가 못마땅한 듯 머리에 손을 괴고, 애꿎은 담벼락만 톡톡 두드리는 남자.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갈색 톤의 배경 속에 나직하게 흐른다.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작가, Fitzpatrick Gallery 제공

'Interior of a Forest' 2020 Oil on linen (diptych) 280×290cm Installation view 'Made in L.A. 2020: a version' 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 San Marino, CA November 15, 2020 - February 24, 2021 © the artist and Hammer Museum, Los Angeles Photo: Joshua White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Artist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혹자는 이 그림을 두고, 수줍음에 뺨이 상기된 여자와 그 방향으로 몸을 완전히 기울인 적극적인 태도의 남자를 그린 것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밝고 화사한 조명속의 아름다운 여인과 연인을 그리길 즐기던 스톤의 다른 그림들과 비교해보면, 이 그림이 사랑에 훌렁 빠진 새로운 연인이 아닌, 감정을 한결 묵힌 오랜 연인의 정서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Two Lovers>의 남자 주인공은 스톤의 다른 작품 <In Love>나 <Honeymoon>에서 보이는 남성들의 적극성과 로맨틱한 구도와도 확연히 다르다. 여자는 안다.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진즉에 담벼락을 가뿐히 뛰어넘고 자신의 허리를 한 팔에 가득 감고도 남았으리라는 걸.


질 물리디의 <White Pussy>(2021)의 두 연인도 위기에 바짝 직면해 있는 듯하다. 발코니에서 상의를 벗는 남자의 모습을, 침대에 걸터앉은 여자는 거울로 엿보고 있다. 이미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젖가슴도 그렇고 고양이의 꼬리를 말아 쥔 손을 보아하니 여자는 적잖이 긴장한 상태다. 이 밤이 지날 때쯤 남자가 자신에게 무언가 통보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나 혹은 여자 스스로 상대방에게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그들의 관계가, 싱그럽고 영롱한 사랑의 단계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얼핏, 아늑한 방에서 사랑을 나누려는 연인처럼 보이는 화면은 하나씩 뜯어볼수록 다른 생각을 갖게 한다. 거무접접한 침대시트도, 거울로 반사된 천장 패턴도 어쩐지 곧 닥칠 복잡과 불행을 암시하는 듯하다. 앞발을 모으고 척추를 꼿꼿하게 세운 고양이의 모습도 평화롭고 안락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Orpheus> 2021 Oil on linen 235×208cm 

© the artist, Fitzpatrick Gallery, Paris / 

Galerie Neu, Berlin / Gladstone Gallery, New York

 & Brussels Photo: Jill Mulleady




신체를 왜곡시키거나 병든 색으로 몸을 표현함으로써 폭력과 공포를 암시하는 물리디는 더러 이처럼 아름다운 화면을 완성하기도 한다. 하나 그 화면에서도 어두운 불안의 감정은 어쩐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20년 8월, 「퍼블릭아트」 표지를 장식했던 물리디의 작품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의 <Frieze of Life>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것이었다. <The Fight was Fixed>(2017)를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직접 본 나는 내내 우리 잡지 표지로 다루고 싶었다. 그만큼 아름답고 강하며 독특하고 으스스했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특징지어진 거리를 가로로 뻗은 프리즈처럼 묘사한 <The Fight was Fixed>를 비롯해 일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고도로 정교한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작가에게 관심 가진 건 이때부터다. 


종종 회화의 역사를 반영하며 발명된 주제를 결합해온 작가는 최근, 뭉크의 작품을 참조해 여러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뭉크의 그림을 자신이 완성하는 초현실적 세계의 창의적 발판으로 사용하고, 단일 구성을 끌고 와 시간의 공존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 스스로 유년기부터 류머티즘, 열병, 불면증에 시달렸고 어머니와 누나를 결핵으로 잃은 뭉크는 일찍이 죽음의 미학에 몰입했다. 아버지의 벌이가 신통찮아 여기저기 더부살이를 했던 10대 소년 뭉크에게 미술은 가장 큰 취미였으며 그는 집의 내부나 약병 따위의 물건들을 그렸다. 병약한 몸으로 고된 학업과 모진 사랑을 겪으면서 점점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 잠재의식에 관한 관심, 자아에 대한 발견 등에 관심을 기울인 뭉크는 1893년 베를린에서 열린 전시에서 <시리즈의 연구: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여섯 작품을 선보였다. 이때 S자 모양으로 비틀어 입을 크게 열고 눈을 뚱그렇게 뜬 채 경악하는 인물을 담은 <Scream>이 내걸렸다. 뭉크의 <Madonna>, <Vampire>를 포함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것이 <Frieze of Life>이다.




<Interior> 2019 Oil on linen (diptych) 

168×272cm © the artist, Fitzpatrick Gallery, Paris

and Galerie Neu, Berlin Photo: Martin Elder




시인, 작가, 예술가처럼 유령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인물로 화면을 채우고 우리 삶과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드는 물리디는 “시대를 융합하는 우화적 상징을 만든다”는 평을 얻는다. 그런 그가 최근 다양한 역사를 가진 맥아더 공원(MacArthur Park)을 묘사한 신작들을 선보였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한 복판에서 작업하던 물리디는 COVID-19 대유행으로 스튜디오 건물이 강제로 폐쇄됐을 때, 공원을 중심으로 이뤄진 동네로 작업 공간을 옮겼다. 한때 엄청나게 번화했으나 이제는 낡을 대로 낡은 그곳에서 작가는 십대 힙스터, 일용직 노동자, 방황하는 동물들로부터 영화의 와이드 스크린 장면처럼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상황은 바로 그림의 주제가 됐다.  


2021년 작 <Orpheus>를 보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유시인이자 리라(lyra)의 명수 오르페우스를 작가는 보다 영화적으로 화면에 그려 넣었다. 노래와 리라 연주로 초목과 짐승들까지도 감동시켰다는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뱀에 물려 죽자 저승까지 내려가 음악으로 저승의 신들을 감동시켜 다시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을 보기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지내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물리디는 화면 중간에 검은 옷을 입은 매혹적인 여성을 놓았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인지 혹은 오르페우스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인지 모를 여자는 감정에 압도된 듯 보인다. 




<White Pussy> 2021 Oil on linen 168×152cm 

© the artist, Fitzpatrick Gallery, Paris / Galerie Neu, 

Berlin /Gladstone Gallery, New York & Brussels

 Photo: Jill Mulleady




또 폐허 같은 건물 벽과 계단엔 각각 갑옷을 입은 남자, 검은 소의 탈을 쓴 사람, 얇은 천을 드리운 남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화면의 가장 앞쪽 중앙엔 길게 드러누운 젊은 남자와 그를 비극으로 이끄는 정체모를 동상이 놓여 있다.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가득 찬 물리디의 그림은 시와 영화를 초월한다. 이렇듯 우울하고 축축한, 죽음과 맞닿은 듯한 신작들을 내건 전시 공간에 물리디는 실제로 공원 램프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무대적 경험을 선사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비현실적인 그림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이고 꿈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물리디는 동시대 비유적 화가 무리에서도 단연 이목을 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 스스로 그림에 엄격히 접근하면서도 신비하고 마법적인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숍을 한번 쑥 둘러보면 연인들의 교제시간이 대강 눈에 들어온다. 서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끊임없이 속삭이는 커플은 분명 만난 지 얼마 안 된 신참 커플일 테고, 소파에 편하게 걸터앉아 이런저런 대화 중인 커플은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든 성숙한 커플일거다. 과연 우리 커플은 어디쯤 와 있는가? 어둑어둑 밤이 진해졌는데도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일에 집중해 있고, 그 일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설렘의 자극 따윈 사라진 지 오래고, 둘이 같이 있어도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득도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사랑도 이별도 인간이 누리는 사치의 감정이다. 물리디는 작품을 통해 누구나 태어나 사랑하고 행복을 누리지만 누구든 폭력과 죽음, 불행과 불안을 피할 수 없다는 어두운 진실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PA




<Feral> 2021 Oil on linen 50×65cm 

© the artist, Fitzpatrick Gallery, Paris / Galerie Neu, 

Berlin / Gladstone Gallery, New York & Brussels 

Photo: Jill Mulleady




질 물리디




질 물리디는 1980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랐다. 2007년에 첼시 예술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런던으로 옮긴 후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전을 비롯 Kunsthalle Bern, Swiss Institute Contemporary Art New York 등 유수 기획전에 참여한 그는 낯섦과 익숙함이 합병되는 화면들을 완성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명확한 동시대 참고 문헌을 결합, 취약성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실을 반영하는 물리디의 작품은 전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