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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기억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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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6 – 2014.11.8 갤러리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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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름의 기술로 기억짓기



“왜 사람들은 한 번도 느림의 신을 생각해내지 않았을까?” -페터 한트케


폴 오스터(Paul Auster)가 쓴 『스모크』란 영화대본이자 단편소설 속엔 브루클린의 작은 담배가게 주인이 등장한다. 그는 10여 년간 한결같이,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본인의 가게 앞 풍경을 찍는다. 다른 이들에겐 매한가지로 똑같아 보이는 흔한 길거리 사진들이 그에겐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특별한 작품이다. 한 개인의 삶과 시각이, 무엇보다 10여 년간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제의의 흔적이다. 얇고 짧은 철학서인 『시간의 향기』에서 한병철은 말한다. “여러 시간 층위의 착종을 통해 비로소 지식은 인식으로 응축된다. 이러한 시간적 응축은 인식과 정보를 가르는 변별점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말을 단순히 찍어낸 기록사진은 정보이지만, 그곳에 시간이 깃들면서 인식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대책 없이 흘러버리는 시간을 인력으로 통제하고 쌓아내 만들어낸 어떤 결과물은,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창작해낸 예술품이 된다.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일상이 예술로 전환되는 비기(秘器)다. 그렇게 담배 가게 주인장에겐 은둔하는 예술가의 오라가 깃든다. 


사진가 이재용은 몇 달, 혹은 몇 년에 달하는 시간을 무려 ‘하나’의 이미지로 응집시킨다. 본인이 다른 시간에 달라진 시각으로 찾아간 같은 장소를 수 백 번 기록해, 한 화면에 집적한다. 그리고 그 화면을 ‘기억의 시선’이라 부른다. 이번에 갤러리 엠에서 선보인 이재용의 신작들은 정미소라는 특정한 시설물에 시선을 오래 매어둔 ‘정미소’ 시리즈 18점과 숲으로 시야를 넓혀 본 ‘숲’ 시리즈 3점이다. 정미소는 벼를 쌀로 만드는 곳이다. 오래되고 정겨운 말로는 방앗간이다. 쌀을 주식으로 해온 한국의 마을들에는 예전부터 꼭 하나씩은 있어야 했던 필수 업소였다. 방아에서 기계로 쌀을 찧는 수단이 바뀌면서, 방앗간은 정미소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1, 2차 산업 대신 3, 4차 산업에 주력하게 된 도시 중심의 발전은 많은 이들에게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논의 풍경만큼이나 정미소란 단어도 낯설게 만들었다. 




<Memories of the Gaze_금사정미소> 201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200cm Ed. of 3




그 정미소를 통과해 온 쌀을 밥으로 지어 하루 세 끼 눈앞의 밥상에 올려두고, 심지어는 내 뱃속에 집어넣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매일 마주치는 쌀을 만들어내는 공간과 과정과는 분리된 삶을 강요받는 현대인들의 현실. 그 기능은 물론 단어조차 낯선 마당에, 도시 한복판 사람들 앞에 돌연 정미소 건물들이 줄지어 등장했으니, 이 어색함을 어쩌면 좋을까. 몇 주 전에 갓 나온 신종 스마트폰이나 타블렛pc의 이미지는 익숙한데, 수 십 년의 역사를 품은 이 건물들은 조금도 가까운 느낌이라곤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지방 곳곳에 흩어진 공간들을 작가가 발품 팔아 한 공간에 모아 보여줬건만, 관객과 건물 이미지 사이엔 당혹스러움이 한차례 지나간다. 도대체 이 당혹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과거를 상징하는 이미지이므로, 발전지향적인 사고방식에 주입된 이들이 불식간에 잊으려 애써온 이미지였던 탓일까? 말하자면, 미래적이지 않고 지루한 과거에 안주하는 것은 실패라 여기는 풍토가 강제한 어색함은 아닌가 짐작해본다. 


찾아가거나 선택하고 판단하며 보지 않고, 찾아오거나 보여주는 것만 취하는 편리에 적응된 탓에, 포장된 쌀알을 비싼 값에 팔기위한 ‘브랜드’에는 노출이 되지만, 그들을 묵묵히 찧고 여과해내는 ‘실체’에는 무관심해진다. 진짜가 아닌 허상을 좇는 게 어느 샌가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돼 버렸다. 공허하다. 이 허무 속에서 그 실체를 증명하기 위해 이재용은 정교한 붓터치가 수백 번을 거쳐 간 듯한 정미소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장소를 찾아 한 장의 사진을 찍고, 한 장씩 편집하는 과정이 이재용의 작업에서 한 번의 붓질이라고 친다면, 이 사진들을 수백 장 겹쳐놓은 결과물은 당연 노동집약적이고 수공적인 것이다. 비록 평면작업이지만, 수백 장이 쌓여 놓인 어떤 이미지를 바탕으로 부피감도 상상이 된다. 어느 모로 보나, 사진기란 도구를 통과해 작품을 만들면서도, 그 도구의 편리와 득을 좇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쯤이면 그는 작업과정을 한결 번거롭게 하고자 굳이 사진기를 거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Memories of the Gaze_송산정미소> 201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200cm Ed. of 3




다시, ‘숲’ 시리즈가 보여주는 낯섦과 실체도 짚고 넘어가자. 각종 유명 브랜드의 값비싼 등산복을 즐겨 입기로 소문난 한국 사람들이다. 주말마다 캠핑이며 등산으로 바쁘게 자연을 찾지만, 정작 자연의 이미지를 한번쯤 지나쳤음직한 애잔한 상으로 눈앞에 제시했을 때 과연 친숙함을 느끼는 지는 의문이다. 화려한 신상 등산복을 입고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인 등산과 각종 비싼 장비를 사용해 고기를 구워먹고 역시 사진을 찍어 SNS에 과시하는 용도의 캠핑을 하는 중에 정작 숲 속의 작은 웅덩이와 그 옆에 핀 풀꽃, 해마다 묵직해지는 나무 등에 시선을 줄 여유는 없어 뵌다. 사람과 인공물이 배제된 채, 자연의 이미지만 수십 개 교차되며 만들어진 ‘숲’ 시리즈는 그렇게 정미소만큼이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이미지는 아닐까. 자연스러워서 낯선 이율배반의 증거물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보다는, 차를 타며, 사진을 통해, 길을 걸으며, 슬쩍 슬쩍 지나치는 상들을 모아 나름의 기억과 이미지를 만든다. 따라서 약간의 불편함을 참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작품 앞에 선다면, 그들의 기억 속엔 이재용의 제시하는 모습 그대로의 자연 이미지가 새겨 있음직도 하다. 명료한 자연 이미지보다 더 원초적으로 자연에 대한 심상을 자극하는 매개자 노릇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경험과 기억과의 관계를 정의하며 “종종 의식조차 되지 않는 자료들이 누적되어, 종합적인 기억 속에서 하나로 합류”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앙리 베르그송이 경험의 본질을 ‘지속’에 두고, 무의식적으로 쌓이는 경험 대신 의식의 지배 아래 조정된 특정 경험을 말하는 부분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벤야민이 말하고 있는 종합적인 기억은 이재용의 사진 결과물로, 의식되지 않고 축적된 자료들을 다른 날 다른 시간에 다른 시각으로 찍은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대체해본다. 물론 정미소나 숲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설정해 특정 구도를 잡아 셔터를 누르는 모든 과정이 철저한 의식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장기간의 프로젝트에서 한참 전에 찍은 컷은 의식적으로 기억되기보단 무의식적으로 기억에 축적되는 과거의 그것이다. 따라서 같은 장소를 수십 번 찾아 찍지만 정확한 지점에서 똑같은 시점으로 똑같은 사진을 다시 찍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같은 상을 찍은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겹쳐놓은 한 장의 이미지는 진한 안개가 낀 풍경처럼 외곽선들이 흐릿하다. 정확한 지점을 계속 찍을 수 있었다면 명징한 이미지가 등장했으리라. 이 흐릿한 외곽선을 가진 이미지들은 기억이 가진 속성을 분명하게 시각화한다. 두루뭉술하게 희미해지거나, 대체로 왜곡되고,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종종 편집되며, 때론 사라지기도 한다.  




<Memories of the Gaze_태안숲> 2013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7×160cm Ed. of 3




디지털카메라의 보급부터 시작해, 초소형화된 카메라가 각종 소형기계와 기능을 결합하면서, 지금 시대에 사진이란 쌀처럼 친숙하게 생활과 닿아있다. 스마트폰이 사진해상도로 경쟁을 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의 사진을 기반으로 한 정보와 일상 공유가 인터넷이 해내는 가장 큰 역할이 됐을 정도다. 하지만, 그 친숙함 탓에 사진이 일상의 경계를 넘어 예술로 들어오기는 더 까다로워 진 것이 사실이다. 사진이란 기본적으로 기계가 만들어내야만 하는 결과물이고, 따라서 작가의 예술혼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엔 아쉬운 매체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가가 순수예술 속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선,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에 비해 좀 더 매정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영화포스터와 광고사진의 성공으로 미리 명성을 얻은 사진가 이재용의 경우, 상업사진가로서의 경력이 순수 작가로의 전향에 있어 다소의 걸림돌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이 찾아낸 사진을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식은 다소 의외다. 단순한 아이디어의 전환이나 독특한 효과가 아닌, 한밤 중 내린 함박눈이 쌓여 하얗게 변한 세상같이 꾸준하고 조용한 시간의 흔적이었다.


수백 수천 개의 쌀알들이 모여 한 공기의 따뜻한 밥을 만드는 것처럼, 그의 사진은 수백 개의 시간과 셔터, 경험들이 축적된 기억을 품은 사람냄새 나는 일기장이다. 속도를 추구해 온 인류의 발전은 시간을 아끼기는커녕 공중에 휘발되는 정처 없는 유령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상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도 욕망과 함께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재용은 정확성과 속도라는 사진이 가진 두 가지의 특성을 역행함으로써 본인의 사진 문법을 만들어 나간다. 그는 느리고 희미하게 이미지를 짓고 있다. 반투명 레이어들 틈에 끼인 시간을 찾아내며 관객들은 그들이 잊고 지냈던 한 가지 행위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바로 ‘사색’이다. 한 번 더 한병철의 문장들을 빌리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활동의 과잉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사색적 요소, 머무름의 능력은 완전히 실종되고 만다. 그 결과는 세계의 상실, 시간의 상실이다. (…) 필요한 것은 사색적 삶을 되살리는 일이다. 시간 위기는 위기에 봉착한 활동적 삶이 사색적 삶을 다시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에 비로소 극복될 것이다.” 이재용의 사진이 지금 각별히 중요한 이유가 위 문장들에 숨어있다.                                         




* <Memories of the Gaze_두물머리 연꽃> 201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7×160cm Ed. of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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