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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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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xiety of Daegu Art museum

원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미술관의 행정과 관례를 꼬집는 기획은「퍼블릭아트」뿐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도 수없이 보도해 왔다. 허나 그것들은 특별한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들은(더군다나 최근의 참사를 목도한 이들이라면) 정부와 기관에 결코 조건부적인 신뢰조차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러한 때,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곪아터진 공립미술관이 있으니, 바로 대구미술관이다.
● 기획·진행「퍼블릭아트」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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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계약직 큐레이터가 계약만료가 된 시점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여러 명의) 큐레이터를 재계약하지 않은 것이 과연 올바른 처사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지역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했던 대구미술관에 미술단체들은 성명서를 냄으로써 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술관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시간을 유야무야 끌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러 제보를 통해 대구미술관이야말로 공립미술관이 지니는 고질적 악습의 총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퍼블릭아트」는 이번 특집으로 대구미술관을 다룬다. 대구미술관에 관해 지금껏 보도된 내용을 비롯해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기획을 소개한다. 또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술관의 상식과 원칙에 대한 정의도 덧붙는다. 서술하는 내용은 그 의혹이 사실이던 아니던 비단 대구미술관 뿐 아니라 공립미술관 전체의 문제일 것이다. 미술인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SPECIAL FEATURE Ⅰ

아! 대구미술관_편집부 


SPECIAL FEATURE 

우리에게 미술관은 과연 존재할까?_정준모


SPECIAL FEATURE 

국공립미술관, 큐레이터 쉽 VS 디렉터 쉽_이영준





(위) 상하이 현대미술관 <쿠사마 야요이>전 

전시도록(사진제공: 제보자)

(아래) 확대 사진





Special Feature Ⅰ

아! 대구미술관

● 「퍼블릭아트」 편집부



2014년 꼭두, 대구미술관의 인사 조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대구미술관은 김선희 관장이 새로 부임한 지난 2012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9개월 동안(김 관장 부임 후 5개월에 1명 꼴), 계약직 큐레이터 4명을 해고(정확히는 계약만료)했고 학예연구원 2명을 3차례 전보 조치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시와 1년짜리 계약을 맺어왔던 비정규직 신분으로 대구미술관 개관 준비팀부터 시작해 최소 2~8년 동안 대구미술관에서 일해 왔다. 개국공신은 반드시 숙청되어야만 한다는 역사적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짧으면 1년 길면 5년, 계약과 재계약을 반복하며 철새처럼 둥지를 떠야하는 것이 공립미술관 계약직 큐레이터의 삶이다. ‘재계약’이라는 숨통을 기관장이 쥐고 있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눈치 백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척박한 미술계 노동 환경에서, (대다수 미술인이 계약상 ‘을’인 작가 혹은 독립큐레이터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갑’의 위치로 여겨지는 탓에, 힘든 내색은 민망스럽다. 미술계에서 계약직 큐레이터의 편은 그러니까 사실, ‘노바디’인 셈이다. 



타임라인


논란의 포문은 2014년 1월 6일, 한국큐레이터협회(협회장: 윤범모, 이하 협회)가 제출한 성명서 「대구미술관은 큐레이터 파행인사를 중단하라」가 열었다. 요는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계약직 큐레이터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직권 남용이며, 학예연구실의 업무 연속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인사를 도구로 학예연구사들을 길들이려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처사라는 것. 협회는 성명서에 “2012년 9월 전임계약 나급 큐레이터 1인(2년 근무) 계약만료, 2013년 8월 전임계약 다급 큐레이터 1인(8년 근무) 계약만료, 2013년 12월 전임계약 가급 큐레이터 1인(2년 근무) 계약만료, 2014년 1월 전임계약 나급 큐레이터 1인(3년 근무) 계약만료”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대구미술관 인사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협회는 “큐레이터들의 근무평가 결과를 포함하여 계약만료를 통지한 이유”를 공개하고 대구광역시에게 “대구미술관의 파행인사에 관해 시 감사실의 감사[를 시행하라]”고 청원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미술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홍모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전문계약직 큐레이터의 연장계약은 임기 동안 탁월한 업무 실적이 확인돼야 가능한 것”이며 “4명 모두 법적으로 계약기간이 끝났고 이에 맞춰 통보[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논란을 일축하며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성명서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협회는 2014년 1월 14일 재차 대구미술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구시와 미술관의 해명을 촉구하는 두 번째 성명서 「김범일 시장님, 대구미술관의 큐레이터 인사파행을 멈춰주세요」를 제출했다. 간추리면 첫째, 학예연구직을 행정지원과로 인사 발령한 것에 대한 해명 요구와 둘째, 해고 사유 공개 요구, 셋째, 대구시와 미술관의 공식적인 반박 자료 요구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대구시와 미술관은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어서 협회는 2014년 2월 4일 몇 가지 의혹을 추가해 세 번째 성명서 「응답하라, 대구시 그리고 대구미술관: 시간을 끌며 답변을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기존의 큐레이터 해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것 외에 대구미술관 작품 판매 중개 의혹에 대한 해명 요청, 대구미술관 기획 <쿠사마 야요이> 국제 순회전이 김선희 관장 개인 기획 전시가 된 사실에 대한 해명 요청,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미술관 행정의 문제에 대한 유감 표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역시 대구시와 미술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구시와 미술관의 계속되는 침묵 가운데, 협회는 2014년 2월 14일 <미술관 공공성의 위기와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토론회를 재차 열어 공립미술관의 공공성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공론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끝끝내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은 여기에 대해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일간지 보도를 통해 했던 말을 반복했다. 이에 협회는 해임된 큐레이터를 재임용하지 않을 경우 고소 고발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쿠사마 야요이>전 당시 관장실에 

걸려 있던 작품(사진제공: 제보자)




드러난 환부, 대구 KBS의 보도


이렇게 미술계 내부의 문제로 끝날 뻔 했던 대구미술관의 인사문제는 지난 3월 19일 대구 KBS의 기획 프로그램    <시선, 오늘을 보다>가 지금까지의 논란을 종합적으로 취재·보도함에 따라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됐으며, 다시 한 번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보도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계약직 큐레이터 해임의 적절성 문제 ▲지역미술관의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기획 방향 ▲해외 순회전 관련 졸속 행정 ▲미술품 수집에 관한 관장의 부적절한 발언 ▲관장 및 미술관의 잦은 아트페어 참석 ▲미술관 갤러리에서 비슷한 시기에 한 작가의 전시가 열릴 때 생길 수 있는 오해. 보도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먼저 논란의 시발점인 큐레이터 재계약 문제. 큰 귀책사유 없이 성실히 근무해 온 큐레이터의 경우 계약이 연장되는 것이 관례다. 반면,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구미술관의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줄줄이 계약만료 후 해임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도에 의하면 미술관의 공식적인 답변은 얻을 수 없었으며 “해당 큐레이터는 실적이 없었고 경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임된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미 5년간 근무를 해 좋은 평가를 얻은 중견 큐레이터였음이 드러났다.


또 “실적이 없다”는 미술관측의 해명 또한 「대구광역시 지방계약직공무원 근무실적평가위원회 설치 및 업무처리 지침」과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A등급은 기준범위내의 봉급상한액, B등급은 기준범위내의 봉급인상, C등급은 봉급동결, D등급은 봉급삭감, F등급은 계약해지에 해당하는데, 재계약되지 않은 큐레이터는 D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지침에 따르더라도 계약해지가 될 등급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평가절차 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에 따르면 계약직큐레이터의 근무실적평가는 관장이 1차 평가를 한 다음, 문화체육관광국장을 포함해서 4명의 외부 2차 평점자가 모여 [큐레이터] 본인이 성과 평가한 결과보고서를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D등급 이하의 평점을 받은 큐레이터의 경우 기관장 재량 하에 해임할 수 있다.(하지만 대구시 지침 상에는 해당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큐레이터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반 계약직 공무원과는 다르게 큐레이터라는 특수한 전문직의 경우 미술계와 무관한 2차 평점자가 정확히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관장의 입김이 세진 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관장 마음에 들지 못하면 재계약이 불투명하게 된다는 것이 큐레이터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나아가 근본적인 측면에서 학예연구의 일관성 및 지속성을 위해서는 임기직 보다는 학예연구직을 늘려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범모 협회장은 “1년 2년 3년으로는 계약기간동안 전문기획자로 성장할 수 없다. 전시 하나에 2년 3년 걸린다. 임기직으로는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하며 임기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정규직으로 9년차 근무 중인 이영준 학예실장은 “학예실은 미술관이 사라지기 전까지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눈치 안보고 관장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고유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직화 해주는 것이 올바른 고용형태”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김선희 관장 취임 이후, 대구미술관의 전시 정책 방향이 지역미술관이 가져야 할 기본 역할과 기능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보도됐다. 접근성이 취약한 탓에 개관 초 관람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애물단지가 됐던 대구미술관. 이런 문제는 비단 대구미술관 뿐 아니라 대다수 지역미술관이 겪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희 관장 취임 후 열린 <쿠사마 야요이>전은 기적과도 같았을 것이다.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을 끌어 모았으며, 10억여 원의 관람료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관장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을 터다.


하지만 KBS 보도는 이런 성과에 가려진 공공성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관람객 수의 폭등이 학예연구 실적과 곧장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자칫 잘못하면 본말이 전도되어 지역 문화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요지이다. 보도에서 윤범모 협회장은 “지역미술관은 지역미술에 대한 조사 연구와 그것들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세계미술과의 교류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구미술관의 경우 종합미술관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정책개발팀장 또한 “관람객 수에 집착하게 되면, 지역공립미술관이 고민해야 할 지역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즉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도 보도에서는 김선희 관장의 공직자로서의 윤리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다방면으로 제기됐다. 먼저 <쿠사마 야요이>전은 해외 순회전시를 목표로 기획되었으며 중국 상하이에서 전시되었다. 하지만 (보도당시) 전시디자인을 포함해 홈페이지와 도록의 크레디트에는 ‘대구미술관 기획’ 대신 김선희 관장 개인의 이름이 명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미술관과 상하이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것이 단순 실수에 불과하고 “마땅히 대구미술관 이름이 들어가야 하지만 업데이트할 방법이 없다”고 무성의한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희 관장이 전시를 앞둔 작가의 작업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미술관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매주 화요일에 학예회의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관장이) “모 작가의 작품을 팔아줘야 한다. 사전에 그렇게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종종 언급했다는 것. 김선희 관장이 아트페어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을 자주 가졌다는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립미술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기본적으로 비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상식인 반면, 아트페어의 경우 사적 이윤추구와 직결되는 장소인 점에서 부적절하다. 그것보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의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 공립미술관인 이상, 지역 문화연구에 보다 힘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그 밖에 짧은 시간차를 두고 미술관, 갤러리 양측에서 특정 작가의 전시가 열렸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드러났다. 큐레이터와 전문가들은 전시 기간이 겹치는 경우 가급적 피하는 것이 보편적 입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술관이 갖는 신뢰도 때문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도 공직자의 윤리 중 하나라는 것.


대구 KBS 보도 이후 상황은 달라졌을까. 대구시나 대구미술관의 공식 해명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대구미술관 게시판에는 시민들의 여러 질타가 올라왔고, 대구미술관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게다가, 아니나 다를까 홈페이지 개선의 이유로 한동안 게시판을 폐쇄하기도 했다.(현재는 대구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대구 KBS 보도와 관련된 시민의 비판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술 더 떠 대구시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시민의 소리”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 게시판은 시민여러분의 자유로운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의견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게시판 상단에 명시함으로써 공론을 방치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겹쳤는지 모르지만,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의 ‘불통’ 의사는 명백히 확인된 셈이다.




상하이 현대미술관 

<쿠사마 야요이>전  전시 사인물 




새롭게 제기되는 매매 중개 의혹


대구미술관이 침묵하는 가운데, 김선희 관장의 공직자 윤리 의식 부족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편집부는 지금까지 보도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번 논란과 관련된 대구미술관 관계자들과 만나 심층 인터뷰를 가졌다. 해직된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A씨(이하 제보자명의 알파벳 영문 표기는 신원 보호를 위해 무작위로 구분해 쓴다)는 무엇보다도 김선희 관장 하에 주도되는 작품 매매 알선을 문제 삼았다. 김선희 관장이 콜렉터, 화랑 및 옥션 관계자, 기업인들과 잦은 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작품 매매 중개로 이어졌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 B씨에 따르면 김선희 관장의 경우 갤러리스트, 컬렉터와의 관계가 ‘비일반적’으로 끈끈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전시 개막 이전부터 컬렉터들 및 화랑관계자들이 수시로 방문했으며 관장실에서 전시 작품 목록을 체크하는 현장을 많은 직원들이 목격했다는 것. 심지어 작품설치기간 중에는 작품 보안상 일반인 그 누구도 전시실로 입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컬렉터는 물론 지역 내외 화랑 관계자들까지 빈번히 드나들었다는 것이 B씨의 증언이다. 


다른 예로 대구 KBS에 보도된 것과 같이, 김선희 관장은 학예회의에서 큐레이터들을 모아놓고 2013년 미술관에서 전시한 C 작가의 작품을 팔아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이것이 대구미술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김 관장의 매매 중개 의혹은, 대구미술관의 간판 전시 <쿠사마 야요이>전에서도 계속된다. 대구미술관 관계자들은 2012년 중순쯤에 오타파인아트 관계자와 컬렉터, 김선희 관장, <쿠사마 야요이> 전시 담당 큐레이터 등이 모인 자리에서 한 컬렉터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 구입 의사를 밝혔고, 김선희 관장이 구입을 원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중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쿠사마 야요이 작품 중 한 점을 김선희 관장실에 걸어 놓고 수시로 컬렉터를 불러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편집부는 대구미술관 <쿠사마 야요이> 전시와 관련하여 김선희 관장이 대구 유명 컬렉터와 만나 딜러 역할을 자처했다는 제보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미술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소장품 수집 비리 의혹


김선희 관장은 소장품 수집에 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2013년 5월 경 <쿠사마 야요이>전을 준비하던 중, 대구미술관은 쿠사마 야요이의 전속 갤러리인 오타파인아트의 갤러리스트 모리타 에나(Morita Ena)로부터 작품 구입을 확신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으며, 김선희 관장이 가격이 맞을 경우 시도해보겠다는 내용을 답신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편집부가 이메일 질문지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모리타 에나는 “작업의 구입의사를 나타내는 관장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규정이 아님을 이해한다(I took the director’s positive comment to indicate a purchase of the work. However, I understand that is not how it works)”라며, 자신의 짧은 갤러리 경험 때문에 생긴 불찰이라고 에둘러 답변했다. 여기에 대해 편집부는 대구미술관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공식 해명은 없는 상태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2013년 C 작가의 A 전시 당시 작품의 제작 설치 등의 명목으로 6,000여만 원 가량을 지원한 뒤, 이 작품과 기타 몇 점을 포함하여 2013년 8월, 1억 2,00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근무한 큐레이터들에 따르면, “당시 행정실에서 작품제작재료비를 지원한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묵살 당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왜 부적절한지에 대한 일부 정황은 대구시 감사원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구미술관 종합감사 감사결과 문책자 조서」(2013.7)를 통해 잘 드러난다. 조서에 따르면 조례근거 및 예산편성 없이 작가 출품작 예산 지원해 훈계처분을 받았다. “대구미술관에서는 미술관의 활성화와 우수 설치작품 유치를 명목으로 [...] 2013.2.12 A展 ▲▲▲에게는 6,146만 원을, 2013.4.5 D展 ▽▽▽에게는 1,000만 원을 총 4개 전에 5명의 작가들에게 1억 4,346만 원의 예산을 법령(조례포함)에 지원 근거를 마련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예산을 편성조차 하지 아니하여 지원할 수 없는데도 설치작가들에게 사무관리비에서 남은 예산에서 임의로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지원)하였습니다.”(편집자주: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전시명 약어로 기재) 그러니까, 해당 작품을 지원 근거 없이 부당하게 예산 지원을 해서 감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작품을 구입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미술관이 굳이 이 작품을 구입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편 2013년 감사에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근거 없이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내용이 ‘훈계’로 끝난 것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내 식구 봐주기’일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훈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일개 담당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큰 예산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지시와 결정을 과연 담당자가 했을까? 의혹은 그 뿐이 아니다. 대구미술관과 특정 갤러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대구미술관은 2012년 작품 수집 당시 작품 10점(총 9,260만 원)을 특정한 한 갤러리로부터 구입”했다. “작품수집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이라고는 하나 소장처 1곳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는 전무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또 “2013년 앤디 워홀의 <Gold Book>을 ○○갤러리로부터 구입하고 1점을 함께 기증받았는데, 이 작품은 2012년 말 혹은 2013년 ○○갤러리 대표가 관장실을 방문하여 앤디 워홀 작품 구입과 기증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라고 D씨는 주장했다. 


특히 D씨에 따르면 “○○갤러리에서 2012년 당시 전체 소장품 예산 15억 중 5억 9,500만 원(작품 2점)을 에 구입하였고, 2013년에는 워홀의 작품을 7,500만 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김선희 관장 취임 후 2년 동안 소장품 예산 30억(15억/1년) 중 ○○갤러리 소장 작품 3점을 6억 7,000만 원(전체 예산의 약 22.3%)에 구입했다는 사실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앞서 말한 공문을 통해 미술관에 해명과 근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상하이 현대미술관 홈페이지 

화면 캡쳐(검색일: 2014년 4월 26일)




쿠사마 야요이 국제 순회전을 둘러싼 졸속 행정


주지하다시피 <쿠사마 야요이>전은 국제 순회전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으며, 상하이현대미술관을 거쳐 5월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이후 마카오 등지를 순회할 예정이다. 대구미술관의 이런 순회전 계획은 「제211회 정례회 제5차 문화복지위원회 2012년도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 공식적으로 명기되어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재화 위원이 “쿠사마 야요이 해외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 전시를 가지고 대구미술관이 주최가 되어서 해외에 전시한다는 이야기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김선희 관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으며 이위원이 “그 예산이 확보되어 있습니까?”라고 재질문하자 김선희 관장은 “예. 확보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위원이 “직원들이 직접 가서 전시도 하고 다 하겠네요? 아니면 의뢰해서 합니까?”라고 묻자, 김선희 관장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김선희 관장은 “세계적으로 쿠사마 야요이 유치를 위한 경쟁력이 아주 심한 가운데 저희가 전시를 아시아에 처음으로 만들어서 우리가 일종의 저작권을 가지고 대만, 서울 예술의 전당 이런 데로 순회를 시키고 저희가 그 비용도 시의 수입으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구 KBS가 보도했듯, 상하이현대미술관 전시의 경우 김선희 관장 개인의 큐레이팅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주최와 주관 어느 곳에서도 대구미술관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세금으로 기획된 공립미술관 기획전이 관장의 사적 기획으로 변질됐다는 점은 여러 공무원 관련 법규에 저촉되는 사항이다. 대구미술관과 상하이현대미술관은 단지 표기상의 오류이며, 김선희 관장의 이력에 대구미술관 관장이라는 직함이 표기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 (한편 상하이현대미술관 홈페이지는 현재까지도 수정되지 않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대구미술관 기획 <애니마믹 비엔날레>전도 김선희 관장 개인 기획으로 홍보되고 있다.) 왜 이런 기본적인 사실이 누락됐던 것일까? 혹시 대구미술관이 기획에 있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특정한 상황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의혹은 5월 예정인 예술의전당 순회전에서도 비슷하게 제기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예술의전당의 경우 대구미술관 기획전으로 순회한다는 사실이 작품 디스크립션에 들어가 있긴 하나, 주최나 주관 단체에 대구미술관은 속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주최는 예술의전당, 동아일보, SBS, C.C.O.C). 


순회전 기획의 당사자 기관이 어떻게 주최와 주관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예술의전당 <쿠사마 야요이>전 담당자 기모 씨에게 편집부가 유선 상 확인한 결과 “대구미술관 기획으로 상해 순회를 거쳐 예술의전당에서 <쿠사마 야요이>전을 개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구미술관과 약정한 사실은 없으며, 모두 직접 계약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큐레이터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기씨는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밝혔다. 그리고 “왜 대구미술관의 문제를 자신에게 묻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의아해하고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기씨는 대구미술관 기획을 명시했고 잘 알려진 사실이니 문제될 것이 없으며 직접 계약하는 것도 상례라고 주장했다. 해임된 전직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A씨 또한 애초에 순회전의 기본틀이 되는 전시약정서가 누락되었다고 밝혔었다. 그로 인해 “대구미술관이 <쿠사마 야요이>전을 아시아 순회전으로 기획했음을 강조하며 예산을 배정받았으나. 2015년까지 이어지는 순회전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현재로선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담당큐레이터들은 물론이고, 행정실 직원까지 약정서를 작성할 필요에 대해서 강력하게 보고, 요구하였으나, [김선희 관장은] 연임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정서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A씨는 증언했다. 


편집부는 전시약정서 유무에 대한 사실 확인 또한 미술관에 요청했으나 공식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 대구미술관 관계자에게 유선 상 확인한 결과, 순회전은 맞지만 실제로 상하이현대미술관과 예술의전당 모두 대구미술관과 양자 간에 맺은 전시약정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약정서가 누락되었다는 말은 즉, 내용상으론 명백한 대구미술관 기획 순회전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상, 절차상으로 이것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상하이현대미술관 홈페이지의 기획 크레디트 기재 오류나 예술의전당 기획에서 대구미술관이 주최에서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공립미술관 기획 순회전에 기해 기본적인 절차나 전시약정 없이 순회전을 감행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필연적이라는 진단이 도출된다.


전문가의 입장은 어떨까? 이 사실에 대해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립미술관 기획의 순회전의 경우 주최와 주관에 미술관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며, 미술관 측은 전시장 컨디션 체크부터 작품 대여료 문제, 기획료, 도록제작 상 크레디트 문제 등 과도할 만큼 세세하게 약정서를 만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대구미술관 기획 순회전에 대구미술관과의 약정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큐레이팅은 대체 누가한 것이며 저작권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것이 졸속 행정이 아니면 무엇일까? 여기에 오해가 있다면 대구미술관은 입을 닫고 있지 말고 조속히 공식 해명해야 할 것이다. 




상하이 현대미술관  <쿠사마 야요이>전 

사인물(사진제공: 제보자)




이제는 응답하라. 대구광역시, 대구미술관


대구시의 반응은 여전히, 아직도 미온적이다. 편집부는 대구시 감사관실 이모 주무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대구시에서 대구미술관 관련 언론보도 사실과 김선희 관장의 파행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감사관실은 위법적인 사안에 대해서 다루는 곳이다. 미술관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문화예술과에 있어 사실 관계는 잘 모른다. 동향은 파악하고 있지만 뚜렷한 문제와 증거가 포착되면 그때 감사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여기에 대한 대처 방안과 감사 계획이 있는지 물었더니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해 예정된 감사계획은 없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편집부는 여기에 대해서도 질의서를 보냈으나, 감사관실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단지 유선 상으로 밝혔다. 한편 편집부는 감사관실이 1차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밝힌 문화예술과와의 접촉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동향파악과 앞으로의 감사 계획을 물었다. 하지만 문화예술과 이모 주무관은 “대구시와 문화예술과와 감사실과 조율해본 후 답변을 주겠다”고 한 뒤 역시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나중,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편집부는 대구미술관 의혹의 공식 해명을 듣기 위해 대구광역시와 미술관 그리고 유관기관에 수 차례 연락하고 질의서를 보냈으나 ‘공식’ 해명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황당하게 미술 잡지가 왜 이런 내용을 취재하느냐’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여러 차례 언론보도가 되고 시민들의 의혹이 증폭하는 이 시점,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대구시의 기관들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직 큐레이터들은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윤리강령 중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윤리강령 8장 3절은 “박물관직 종사자는 그들이 소속된 기관의 정책과 절차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박물관, 박물관직, 직업윤리 등에 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관행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반대할 수 있다”며 이것을 ‘직업적 의무’로 적시한다. 그러니까 정책과 절차를 잘 따르는 것을 넘어, 잘못을 시정하려는 능동적 노력까지 포함해야만 박물관 종사자의 온전한 윤리라는 것이다. 특히 국공립미술관 큐레이터라면 이 명제를 잘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당한 대우나 처사에 대해 혹여나 참거나 모른척 하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침묵은 때로는 동의의 의미가 될 수 있다. 한편, 대구시와 미술관은 기사에 언급한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명과 납득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택했던 것이 바로 ‘문화 융성’이다. 융성의 사전적 정의는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성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해외 작가를 지역에 유치해 관람객이 몰려 들어왔고 지역미술관이 한 해에 몇 억 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학예연구실이 붕괴했고, 행정이 똑바로 서지 못했고, 절차는 무시됐고, 시민들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이것을 “기운차게 일어난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대로 충분한가? 문화 융성은 건강한 토대 위에서 민주적 절차 아래 기본과 정도를 지키며, 지역 문화 연구에 힘쓰는 한편 지역민들의 문화 향수 요구에 응답하고, 나아가 그것을 올바르게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문화 융성은 커녕 ‘침몰’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취재일지]

「퍼블릭아트」 편집부는 2014년 4월 초 대구미술관을 둘러싼 의혹 관련 취재에 착수했다. 대구 KBS 보도와 제보자의 증언에 근거하여 4월 8일 대구미술관에 1차 자료공개협조 및 질의를 담고 있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4월 13일 2차로 추가 질의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자 미술관 관계자와 작가, 갤러리스트들로부터 “이번 기획을 다루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여러 창구를 통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부는 취재의지를 분명히 했고, 공문에 명시한대로 질문 답변 기한을 17일까지로 요구했다. 그리고 대구미술관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던 중 대구미술관으로부터 ‘답변을 작성하고 있으니 시간을 며칠 더 달라’는 연락이 편집부에 왔다. 대구미술관은 그 뒤 같은 이유로 답변 기한을 두 차례 미뤘다. 그 사이 편집부는 대구광역시 감사원실과 문화예술과에 연락을 취해 몇 가지 사실을 물었고, 21일 이메일을 통해 양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다음날 편집부는 대구미술관으로부터 ‘답변이 불가하다’는 유선연락을 받았다. 관계자는 “미술관이 신중을 기해 답변을 작성하고 있었지만, 대구시로부터 답변을 하지 말라는 통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퍼블릭아트」 편집부는 4월 말 현재, 여전히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의 해명과 반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Special Feature 

우리에게 미술관은 과연 존재할까?

● 정준모 문화정책·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관? 또는 전시관


우리에게 미술관이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그림 또는 미술품을 모아 전시하는 공간을 말할까 아니면 작품을 하는 미술인들에게 장소를 제공해주는 공간일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서 이런 장소는 미술박물관(Art Museum)이라고 할 수 없다. 전시관(Exhibition Center, Gallery)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상업화랑 (Gallery)도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미술관은 박물관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미술관은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전문 미술박물관을 말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중 역사박물관에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혼용하거나 미술관을 박물관보다 하위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박물관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1973)는 박물관을 “단순히 일시적인 기획전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적이며 항구적으로 존재하도록 설립된 기관이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조세감면 혜택을 받으며, 대중에게 개방되어 대중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며, 대중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예술적·과학적(유기체 혹은 무기체)·역사적·기술적인 유물과 표본물을 보존·보전·연구·해석·수집·전시하는 기관이다. 여기에는 식물원·동물원·수족관·행성관·역사보존회, 역사적인 건축물과 유적지 등이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미술관은 박물관의 하나이다. 그리고 전시관과 다른 가장 중요한 점은 ‘소장’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은 한국의 미술관을 포함하는 큰 개념의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거개의 모든 일이 미술관과 박물관의 정의와 개념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념에 대한 몰이해와 원칙과 기본이 무시되고 편의적으로 운용되는 때문이다. 



원칙과 기본부터 다시


대한민국 도처에 고속성장과 압축 성장에 가려 원칙과 기본이 무시되거나 편의적으로 운용되어왔다. 잔인한 달 4월에 수 백여 명의 피어보지도 못 한 꽃들을 바다에 수장시킨 피눈물 나는 사건도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잠재된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기본이 무시되는 또는 기본조차 모르는 때문에 작금의 미술관에서도 여전히 꾸준하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미술인들의 모임이 파하고 나오는 중에 어느 화랑대표가 말했다. 그는 사립미술관장 두어 분이 함께 계신데 화랑대표인 자신을 자꾸 원로화가들이 ‘관장님’ 이라고 불러 아주 민망해 혼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술인들조차 화랑과 미술관을 구분하지 못하는 판에 문화행정을 관장하는 관료나 언론이 제대로 알 턱이 없다. 


이런 문제가 원인은 뿌리가 깊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미술관이 존재했다. 덕수궁의 ‘이왕가미술관’과 경복궁내 향원정 뒤에 있는 ‘총독부미술관’이 그것이다. 여기서 이왕가미술관은 박물관 급 미술관이었고 총독부 미술관은 총독부가 주최하는 조선미술전람회나 각종 관변단체들이 주최하는 미술전람회에 장소를 대여하는 대관전시장 역할을 하는  즉 전시관으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광복 후 총독부미술관은 흔히 ‘경복궁미술관’으로 불리며 ‘국립미술관’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국립미술관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전히 일제 때처럼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각종단체의 대관전시관으로 운용되었고, 이왕가미술관은 ‘덕수궁미술관’으로 개칭하여 운영되다 1969년 국립박물관에 흡수 통합된다. 문제는 국립미술관이 미술박물관이 아닌 전시관의 개념으로 운용된 나머지 많은 미술인들과 국민일반은 미술관을 ‘소장’이 아닌 ‘전시’를 더 중시하게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따라서 여전히 미술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와 기획전시 중심의 전시관에서 일하는 전시기획자는 같은 뜻으로 통용된다. 


문화관광부 조직표에 의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기반국 산하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술국 산하에서 편재되어있다. 그래서 문화예술진흥의 일환으로 미술박물관의 고유목적보다는  창작지원과 작가육성 등의 목적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일이다. 도서관이 궁극적으로 문학분야 진흥에 도움이 되겠지만 도서관은 문화기반시설로 분류하면서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으로서 기능을 도외시하고 예술진흥을 중시하는 탓에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장소를 대관을 해 주었던 것이다. 정부기관의 편재에서부터 시작된 오류이니 국민일반의 미술박물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나무랄 것도 없다. 차제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선진국의 ‘박물관·도서관 고문서위원회’(MLA:Museums, Libraries and Archives)와 같은 성격의 기구인 문화기반국에 편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부처별로 흩어져 설립 운영되는 국가기록원, 과학관, 해양박물관, 외교박물관 등등을 산하에 두거나 아니면 외국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두고 그곳에서 관장하도록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껍질뿐인 공립미술관


오늘날 미술박물관의 문제는 기본부터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건물은 있되 내용은 없는 지방정부가 설립한 공립박물관·미술관이 허다하다. 하긴 미술관의 경우 문제를 지적하는 단체나 개인이라도 있지만 박물관의 경우 거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관장은 행정직이나 시설직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맡고 개관이후 소장품 수집은 전무한 실정에, 어떤 이가 기증이라도 하겠다면 질에 상관없이 받아들여 소장품 숫자를 늘려 지신의 실적으로 삼는다. 전시는 개관당시 전시가 5년이 지나도 낡은 그대로이고, 전시된 유물보다 설명판이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기획전은 개관이래 개최한 적이 없다. 왜 소장품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하며 이를 연구하고 조사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결과를 전시로 만들어 내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비하면 공립미술박물관의 경우는 조금 낫다고(?)해야 하나. 하지만 돌아보면 재수 없이(?) 사람들의 눈에 띠어 문제가 되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의 혈세로 개관한 지방의 군 단위 미술박물관은 박물관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런 일은 지방정부가 미술박물관 건립을 할 경우 중앙정부에서 건축비의 30%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고를 지방으로 끌어가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개인소장가나 작가가 작품을 기증하고 지방정부는 건물을 세워 미술박물관을 건립하는 일들이 횡행하는 것이다. 광역지방정부의 경우는 그나마 감시(?)를 받는다. 그래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물론 입에 오르내린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 감독하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은 문제를 인정하자니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는 셈이 되니 뭉개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또 문제의 당사자는 빨리 식는 미술동네의 냄비근성을 알기 때문에 은근과 끈기로 시간을 벌면서 버티다 보면 유야무야하고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미술동네는 시끄럽기만 한 동네로 인식된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미술박물관에 대한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시스템이란 기관의 성격과 설립목적 그리고 미션과 목표를 분명히 할 때 만들어 질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다음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과정이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어느 분야도 이런 매뉴얼을 갖춘 그리고 매뉴얼대로 실행할 능력을 갖춘 곳은 단언컨대 한 곳도 어디에도 없다.



관장과 큐레이터, 모두 전문직


미술박물관을 구성하는 것은 소장품과 사람과 건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건물을 최우선으로 한다. 어떤 소장품을 가지고 어떤 전시와 사회교육 등등을 할지 모르는 마당에 건물을 짓고 소장품과 관련 없이 광범위하게 널리 인재를 구하려는 듯 미술 분야 전공자를 채용한다. 마치 잔치국수집을 열면서 같은 국수종류이니 스파케티용 접시를 준비하고 주방장을 자장면 뽑는 주방장을 채용하는 식당 창업자와 같다. 이런 국수집의 미래는 이미 뻔하다. 그런데 규모가 있는 광역자치단체의 공립미술박물관도 이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세계화 국제화를 목 놓아 외치면서 미술박물관장은 자기지역사람이어야 하고 미술만 전공했으면 그가 어떤 전공을 했던 간에 개의치 않는다. 마치 치과의사에게 외과수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여기에 단체장 선거에 표를 좀 몰아 줄 수 있는 이라면 그 정도 능력이라면 미술박물관장을 맡겨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미술박물관장도 박물관 전문직 중 하나이다. 대개의 경우 원무과장이 병원장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관료나 관료출신들이 미술박물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당연시되고 큐레이터로 일하기보다는 매표, 전시장 지킴이 등등 단순 업무를 했던 이들까지 시간이 지나 학예연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근거로 지방의 미술박물관의 요직으로 이동한다. 이들을 임용하는 근거는 그가 어떤 업무를 했는지, 어떤 실적이 있고, 논문과 저서 등등의 연구 실적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는가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다시 이들은 소장품과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미술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학예연구실장도 되고 관장도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영전(?)을 하기도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흔히 박물관 전문직(Museum Professional)이라 부른다. 미국박물관 협회(AAM)은 박물관 전문인력을 관리위원회,관장,학예연구원,교육담당자,전시 디자이너,편집인,보존과학자, 자료관리자,사서,홍보기획 담당자,서무 담당,시설관리담당자,안전요원 등으로 구분하고 심지어는 직원,보조직과 자원봉사직 및 기타자원봉사직의 3가지 부류로 나누고 부류별로 각 30종, 17종, 5종의 직업으로 세분하여 모두 52종의 직종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 인력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돌아가는 것이다. 



관장도 길러야 하는 전문직


이렇게 역할분담이 명확하다. 그리고 마치 시계부속처럼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간에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좋은 미술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더 더욱 중요하다. 제 아무리 원칙을 정해놓아도 지키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듯이. 그런 점에서 미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직위에 관계없이 모두 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미술동네에서 왕왕 일어나는 문제의 발단은 사람이며 그 중심에는 관장들이 있다. 우리 미술박물관 관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관장보다는 큐레이터나 교육 또는 홍보전문가 또는 미술사학자로서 적합한 사람들이 더 많다. 아니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면 그것도 눈 감아 줄 수 있다. 문제는 미술박물관을 총괄하는 미술관장 중 관장으로서 교육을 받거나 경력을 쌓은 사람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2012년 현재 국공립박물관이 358개소, 국공립미술박물관이 43개소에 이른다. 


그렇다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총 401명의 관장을 필요로 한다. 한번 곰곰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 현재 400여명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장급 인물이 있는지 말이다. 결국 사람은 기르지 않고 시설만 늘린 성과위주의 실적 중심의 행정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길러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술박물관장이란 해당 미술박물관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큐레이터로서 출중한 자격을 갖추고 자기분야에 연구 성과도 뛰어난 동시에 인사와 행정 예산 등의 업무에도 밝아야 한다. 사실 최근 스타관장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테이트 모던의 세로타 관장이나 루브르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낸 르와이예트 관장, MoMA를 20년 동안 이끌면서 반석을 더욱 다진 글렌 로리 관장등은 큐레이터로 미술박물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술박물관에서 학예연구직으로 오랜 동안 일하면서 학예직 업무 외에 인사, 경영 등의 미술박물관의 업무전반을 익혀 오늘날 최고의 관장이 되어 자신의 미술관을 최고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스템을 보면 전문직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예연구직 즉 큐레이터들의 근무기간은 1~2년에 불과하다. 최대 5년이 보장된다. 5년이 지나 계속 일을 하려면 또 신규채용시험을 봐 합격해야 가능하다. 사실 한명의 전문직 큐레이터를 양성하기위해서는 15년 이상의 연륜과 관련학문의 석사학위와 박물관학 석사를 필요로 한다면 관장급 인물이 크기를 바라는 것은 애당초 틀린 일이다. 이렇게 자격을 갖추지 않은 관장들의 임기도 길어야 2년이다. 물론 지자체 단체장과의 인연이 각별하다면 3~5년도 가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들은 연임에 필요한 실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적을 위해 어떤 일이건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업 화랑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뒤를 봐 주기도 하면서 실적을 쌓는다. 


또 다른 한편의 관장들은 자신이 미술박물관을 총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술박물관의 조직과 인사, 예산확보 등은 나 몰라라 한 채 가시적인 성과인 ‘전시’에 매달린다. 본인이 관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큐레이터들의 일을 자신이 모두 한다. 게다가 어떤 이는 자신을 전지전능하다고 믿는지 지역을 넘어 나라를 건너 전문성(?)을 과시하며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기 바쁘다. 마치 관장자리가 종신직인 것처럼 말이다.   



글을 나서며 


도대체 이런 글을 언제까지 또 얼마나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강고하다. 세상의 잘못된 인식과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닐 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 이런 한국의 미술박물관에 대한 시스템과 인적자원을 혁신하려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미술관과 전시관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최근 들어 각종 체험시설까지 박물관으로 등록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문화관광위락시설까지 박물관 등록을 받아주는 때문이다. 이렇게 뒤죽박죽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 지 모르지경이다. 


한국의 문화예술의 전통과 정통성을 담보해나가는 동시에 국민의  문화를 통한 통합을 위해서 그리고 문화 복지라는 보편적 복지의 제공을 위해서도 원칙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60여년의 압축 성장을 위해 유보해놓았던 사회개혁과 국가개조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 이런 변화는 괴롭고 어렵더라도 수용해야 한다. 당장 인명이 달린 시스템의 혁명적 혁신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문화와 예술의 운명이 달린 미술박물관을 포함한 박물관 시스템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다 지금껏 우리는 변용 또는 변칙 아니면 응용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이제부터라도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것을 미덕을 알고 실천해 나가자. 이런 태도야 말로 대한민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모두 바꾸어 놓을 것이라 믿는다. 



글쓴이 정준모는 동숭아트센터,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겸 전문위원,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1996년부터 2006년 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과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미술관장을 지냈으며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다.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큐레이터로, 미술 행정가로 시각 문화 정책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Special Feature 

국공립미술관, 

큐레이터 쉽 VS 디렉터 쉽

● 이영준 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대구미술관 사태


최근 미술계에서는 권력의 사유화와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대구미술관 계약직 학예사들의 잇따른 계약해지 사건,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과정의 무원칙한 진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의 특정대학 편중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우리 미술계가 고질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대다수 미술전문인들, 예를 들어 미술관 관장, 비엔날레 운영위원장, 기타 다양한 기관의 기관장이나 대형전시의 감독과 같은 전문인들은 권한을 부여받게 되면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것 인양 사유화 하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대구미술관 사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2년 4월 9일 김선희 대구미술관관장이 임용된 지 1년 9개월 동안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4인이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해고되었다. 뚜렷한 사유도 없이 한 두 명도 아니고 네 명의 큐레이터를 평균 5개월마다 한 명씩 해고한 셈이다. 


물론 이들은 계약연장이 가능한 임기가 남아있는 큐레이터들이었다. 미술관 개관 초기 계약직 학예사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한국국공립미술관의 조직체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사례는 전국에서 전무후무하다. 지금 대구미술관 사태는 큐레이터 계약해지를 넘어 관장의 월권적인 근무형태와 미술품 거래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의혹 등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들은 한국국공립미술관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경유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관장과 큐레이터의 역할이 어떻게 분리될 수 있고 어떤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결국 기관의 장이된다고 해서 그 기관의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할 수 있다는 비민주적인 사고가 이런 사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서두에 먼저 밝혀둔다. 



공립미술관의 운영형태와 디렉터 쉽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니콜라스 세로타 테이트 총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은 건물도 재원도 소장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큐레이터의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테이트 모던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술관 큐레이터의 상상력 때문이죠. 상상력이란 큐레이터들이 작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의지와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것을 말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26년 동안 테이트를 이끈 그는 “관장은 큐레이터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후원하는 자리”라고 언급하기도 하면서 큐레이터가 해 놓은 디스플레이가 너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참은 적이 많다고 고백까지 하였다. 


이 인터뷰 내용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큐레이터의 디스플레이나 전시기획에 대해 관장이 이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한국의 미술관문화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198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경성 관장이 취임한다. 전문인력이 부족했던 당시 상황에서 관장은 전시기획에서 미술관 운영에 대한 모든 일들을 주도하게 된다. 비록 행정 관료가 아닌 최초의 전문직 관장이 부임하였지만 관장과 학예실의 긴장관계가 태생적으로 불가능했던 한국의 미술관 문화는 지금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국공립 미술관은 일정부분 이경성 체제를 아직까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관장 주도형 미술관 운영 시스템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운영체계는 많은 부분 국가 혹은 지자체 직영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어 보인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직영을 하는 기관들은 예산을 100% 정부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율성을 구가하기 힘들다. 또한 그 설립과 운영이 조례에 명시되어 있어 변경이 거의 힘들다. 가령 예를들어 토마스 크렌스와 같이 해외에 미술관 분관을 지으려면 한국에서는 관련법과 조례 등 법률적으로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서 미술관 입장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데에도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는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국공립미술관 관장의 권한을 좀 거칠게 정리해보면 인사, 전시기획, 소장작품선정, 다양한 부대사업(교육, 이벤트), 시설관리, 위원회운영 정도로 분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제왕적일 것 같은 관장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인사권에 대해 관장은 몇몇 계약직 직원의 인사만 가능하고 직원에 대한 근무평정을 하지만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징계를 줄 수도 없다. 징계에 대한 권한은 대부분 별도의 인사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전시기획에 대한 관장의 권한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공립미술관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의 전시기획과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관장의 임기가 평균적으로 3년 정도인데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전시기획은 임기 말이나 가능하다. 또한 학예실의 경우 학예실장이 전체적인 컨트롤을 하기 때문에 관장이 지나치게 전시에 개입하는 것은 학예실의 권한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미술전문인 관장이 대부분인 한국의 현실에서 때로는 관장이 전시에 직접 개입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관장과 학예실은 그 역할과 기능이 다른 별도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술전문인 관장은 학예실장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경계가 희미하다. 


소장작품 선정은 그나마 관장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개입되는 부분이라 매우 민감한 영역이어서 자칫 인정으로 흘렀다가는 언론과 예술인들의 입방아를 견디기 힘들다. 정연한 소장원칙을 마련해야 잡음이 일어나지 않으며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부대시설관리, 위원회운영의 권한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기관운영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하긴 힘들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설적인 미술관관장이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관리형”관장 역할만 수행해야한다. 전국의 국공립미술관은 아직도 국가나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몇몇 공립미술관들이 문화재단 형태로 새로운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다. Clay(흙)와 Archite cture(건축)의 개념이 합쳐진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으로 2006년에 개관하였다. 독자적인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공간적·심리적 거리가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성격으로 운영되는 공립미술관에 대한 새로운 전형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미술관, 백남준 미술관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며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민간협력의 모델을 일찍부터 만들어 왔다. 1978년 예술의 전당을 특수법인으로 출범시켜 현재 평균 80%내외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건물까지도 재단법인에 이양함으로써 온전하게 민영화되었다. 최근의 문예회관들은 설립 시부터 문화재단으로 운영되거나 재단으로 운영주체가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문화재단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민간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지역문화진흥법이 통과되면서 전국에 문화재단 설립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현재도 광역과 기초를 합쳐 57개의 문화재단들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시스템의 변화는 이미 글로벌한 현상이기도 하다. 재정자립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면서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한 테이트모던, 전 세계 각지에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를 실현했던 구겐하임, 정부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재정흑자를 일구었던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운영주체가 재단법인이거나 사립이다. 모두 민간 영역이었기 때문에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었으며 전설적인 관장을 배출했다. 니콜라스 세로타나 토마스 크렌스, 알프레드 바와 같은 인물들은 우리와 같은 직영시스템의 미술관에서는 탄생하기 불가능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유연한 행정 시스템이 가능했기 때문에 활발한 기업기부(테이트 모던), 해외 미술관건설 마케팅(구겐하임), 자체적인 수익모델(MoMA)을 창출한 것이다. 


물론 법인화가 가져올 여러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한국의 문화재단은 일본의 독립행정법인과 유사하여 관주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가 필요하다. 재단이사장은 지자체 단체장이 맡고 있고, 기관장의 인사권도 지자체장에게 주어져 있으며, 전문성을 담보해야할 이사진들이 모두 관주도로 편성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문화재단이 온전하게 독립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민관 협력의 역사가 짧은 한국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한계일 수 있으며 민은 행정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가고 관은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쨌든 문화기관의 운영주체에 대한 고민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디렉터 쉽의 위기 역시 미술관의 운영형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관리형 관장 혹은 이경성 체제를 넘어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VS 디렉터


한국의 미술관 관장이나 문화기관의 기관장 들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자유롭지가 못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야를 결심해야 한다.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문화예술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그 현상은 중소도시에서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 대표적인 국공립 미술관 관장들의 임기를 보면  부산시립미술관의 조일상 관장, 포항시립미술관의 김갑수 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근에 임명되었다. 또한 미술관 설립도 1990년대 이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해 5개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이후는 모두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미술관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못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큐레이터와 디렉터는 사실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동상이몽이다. 관장은 관장대로 위와 아래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스템이고 큐레이터들은 불안한 고용구조와 관리과의 불화를 견디기 힘든 지경이다. 위로는 관장에게 치이고 파견 나온 공무원들을 설득하느라 하루가 짧다. 


사실 관장의 업무 범위는 학예실의 그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이경성 관장이후 미술전문인들이 관장이 되고 있다. 어쩌면 다른 문화기관에 비해서 미술관은 비교적 일찍 전문인관장이 임명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관장은 인사, 전시기획, 소장작품선정, 다양한 부대사업(교육, 이벤트), 시설관리, 위원회운영 등 기관운영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지자체, 의회, 국회의원, 언론, 지역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직 관장들은 학예실과 중복되는 업무 외에는 별다른 경험이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 국공립미술관의 디렉터 쉽과 큐레이터 쉽이 마찰을 일으킨다. 


한국의 국공립미술관 관장들은 대부분 전시기획에 관여한다. 심지어 전시도록 디자인 까지도 자신의 업무로 착각하는 관장들이 많다. 소장 작품 구입에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전시기획과 더불어 미술관 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권력으로 작동하기 가장 쉬운 영역이다. 임기가 정해져있는 관장과는 달리 미술관은 반영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학예실과 관장의 긴장관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술관은 그 성격에 따라 장기적인 플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학예실은 거기에 맞는 전시기획과 소장품 구입 및 운영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학예실에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학예실의 업무를 관장과 큐레이터가 나눠서 하다 보니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전설적인 관장들이 있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81년 최초의 전문인 관장이었던 이경성관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이경성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형성에 기여하였고, 큐레이터들을 충원하고 해외미술관에 연수할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당시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제도였던 국전을 폐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미술관 관장이 전체 미술계를 위해 어떤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관장이었다. 그리고 최근 임명된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뮤지엄을 넘어선다는 의미의 '포스트뮤지엄'이라는 화두를 미술계에 던졌다. 그녀는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 중심의 미술관으로 가는 것이 포스트 미술관이에요. …또한 제2세계, 제3세계 미술을 소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스칸디나비아, 아프리카, 아랍, 남미를 초점에 두는 전시를 계획하면서 탈장르적인, 즉 디자인, 건축, 패션 전시를 구상하고 있어요.”라고 밝힌바 있다. 김홍희 관장은 미술관 운영의 총체적인 변화를 개념적으로 제시하였으며 미래의 미술관을 꿈꾸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DDP에서 <간송문화, 문화로나라를 지키다>라는 전시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전형필은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 관장이다. 그는 유실되거나 해외로 반출될 많은 문화재들을 자신의 사재를 털어 지켜냈다. 이들은 모두 뚜렷한 실천으로 미술관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맥락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의 미술관을 꿈꾸게 만드는 리더쉽을 발휘한 관장들이다. 



다시 대구에서


이번 대구 시립미술관 사태는 ‘관리형 관장’ 혹은 ‘관장중심의 미술관 운영시스템’의 부정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다. 어느 기관장이든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손발로 만들고 싶은 욕망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조직은 이를 예방하고 상호 견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학예실과 관장의 긴장관계는 한국의 국공립미술관에서는 특히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것은 국공립미술관들이 ‘이경성체제’를 넘어서 새로운 미술관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대구미술관 사태가 한국의 국공립미술관의 체질개선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쓴이 이영준은 부산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부산대 예술문화와영상 매체협동과정(미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부산조현화랑큐레이터, 코리아아트편집장, 동의대, 경성대, 울산대 강사, 갤러리칸지공동대표를 지냈다. 김성연,이동석과 함께 대안공간섬을 설립하고 운영하였으며 부산비엔날레 학술위원과 현장감독을 맡기도 하였다. 현재는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 팀장으로 재직중이며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정정보도 요청]



대구미술관으로부터 온 편지


지난 8월 20일 「퍼블릭아트」 편집부에 등기 우편이 하나 배달됐다. 대구미술관으로부터 발신된 우편은 공문형식을 갖추지 않은, ‘정정보도 요청서’란 제목의 서신이었다. 이는 본지 5월호 특집 ‘대구미술관의 불안’에 관한 정정기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잡지에 기사가 게재된 지 만 100일 만의 대구미술관 피드백이었다. 지난 4월 「퍼블릭아트」는 익월 특집을 진행하며 미술관에 총 2차례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퍼블릭아트」 5월호 특집 기사에 반영됩니다. 미술관 측 입장 대변을 위한 인터뷰 혹은 원고를 본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4월 8일 발송 1차 공문) “미술관 측 입장은 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치됩니다.”(4월 13일 발송 2차 공문)라는 문장을 적어 제보의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허나 대구미술관은 끝내 아무 서류도 보내오지 않았다. 결국, 편집부가 취재한 내용을 취합해 게재하며, “대구미술관이 추후 어떤 반론원고나 인터뷰를 원한다면 후속 보도할 계획”이라 덧붙인 바 있다. 


이에 “귀 잡지가 금년 5월호에 ‘대구미술관의 불안’이라는 제목으로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40 소재)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기사를 게재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 미술관은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는 정정기사를 9월호에 게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로 시작하는 서신의 전문을 편집없이 게재한다. 이는 9월호를 이미 마감한 시점에 도착한 바 이번호에 소개되며, 추후 반론할 여지가 있을 경우 「퍼블릭아트」 역시 후속 보도할 것이다.  


본 잡지 2014년 5월호 특집기사 ‘대구미술관의 불안’의 p. 45 첫 번째 문단에서 “....대구미술관은 김선희 관장이 부임한 지난 2012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9개월 동안(김 관장 부임 후 5개월에 1명 꼴), 계약직 큐레이터 4명을 해고(정확히는 계약만료)했고 학예연구원 2명을 3차례 전보 조치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시와 1년짜리 계약을 맺어왔던 비정규직 신분으로....”라고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私的 맥락을 은폐, 가장하기 위한 공적 이슈의 공론화로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본 기사에도 언급됐다시피, ‘해고’가 아니라, ‘계약 만료에 따른 의원면직’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본 기사의 대부분의 정보는 (사)큐레이터협회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총 4명(강00(2012.10계약만료), 권00(2013.8계약만료), 이00(2013.12계약만료), 최00(2014.1 계약만료)의 전임 대구미술관 계약직 큐레이터 중 실질적으로 큐레이터 협회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은 최00, 권00 등 두 사람에 불과합니다. 사족을 달자면, 강00은 최00, 권00 두 사람이 왕따 시킬 정도로 서로간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이 두 사람 때문에 나갔습니다. 이00 전 실장역시 최, 권 두 사람과는 껄끄러운 관계였습니다. 더군다나 이00씨는 본인이 사표를 냈으며, 큐레이터협회에 동조하는 것으로 거명되는 것 자체에 불만을 표출했던 사람입니다. 이00씨는 지금도 김선희 관장과 전화통화 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기사는 마치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이 해고한 것처럼 독해될 가능성이 있는 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학예연구원 2명을 3차례 전보 조치한 것은 미술관 조직의 핵심부서 중의 하나인 홍보팀(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홍보팀이 학예연구실 안에 소속되어 있지만, 대구미술관은 행정지원과 소속입니다) 팀장이 임신휴가로 공석이 되자, 학예연구원 2명의 동의를 얻어 홍보팀으로 전보 조치했고, 몇 달간의 업무추진에도 불구하고 전공분야가 아닌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딱히 홍보 관련 업무에 성과가 없자 두 사람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킨 것입니다. 조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기관장의 자연스런 인사조치였음을 밝힙니다. 대구미술관 계약직 모두는 최초 계약이 2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1년 짜리 계약이라는 사실은 오보입니다.


또한 p.47. 소제목 ‘새롭게 제기되는 매매 중개 의혹’ 첫 번째 문단 “....김선희 관장 하에 주도되는 작품 매매 알선을 문제 삼았다. 김선희 관장이 콜렉터, 화랑 및 옥션 관계자, 기업인들과 잦은 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작품 매매중개로 이어졌다는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래 질문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겠지만 최근 국제미술계의 분위기는 공공미술관이 어떤 대형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콜렉터, 화랑 및 옥션관계자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의 중장기 기획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미술계의 최근 정보를 누구보다 순발력 있게 수집하고 있는 화랑 혹은 옥션 관계자들과의 소통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매매중계와 관련해서 김선희 관장은 본인이 딜러역할을 한 적 없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팔렸는지에 대한 정보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귀 잡지가 질문지에서 거론했던 대만의 모 컬렉터와 대구의 모 컬렉터는 거의 10년 전부터 쿠사마 야요이 작품 구입에 관심을 가졌었고, 이분들이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최종 구입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음 문단에서 “....김선희 관장의 경우 갤러리스트, 컬렉터와의 관계가 ‘비일반적’으로 끈끈하다고 한다. ...”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계를 견인하여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세 축을 미술관, 미술교육기관 그리고 미술시장으로 봅니다. 이 세 기관들은 서로 추구하는 바와 사회적 역할을 달리하지만 함께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미술이라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깊은 역사성으로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서구에서는 이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술관과 상업화랑(더 넓게는 컬렉터)이 업무적으로 협력하여 훌륭한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세계 미술계의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영국의 사치나 화이트큐브, 그리고 미국의 페이스나 가고시안의 협력 없이는 공공미술관들이 좋은 전시를 하기 힘든 환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업 화랑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위기감도 있으나 최근의 형세는 양자가 서로 협력하여 접점을 잘 찾아가고 있습니다. 메이저 화랑은 최근 미술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과 함께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정보도 보유하고 있어서 미술관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이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봅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몇몇 미술인들은 아직도 구시대적인 잣대로 어떤 개연성만 가지고 흠집 내기식 루머를 퍼트립니다. 그리하여 미술관 운영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거나 미술관에 대한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관행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와 있음을 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P.47 끝에서 두 번째 문단, “김선희 관장은 학예회의에서 큐레이터들을 모아놓고 2103년 미술관에서 전시한 C작가의 작품을 팔아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라고 실었습니다. 


김선희 관장에 따르면 그런 주장을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미술관의 모든 작품구입과정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구입여부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결정되는 사안이며 미술관 혹은 관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소수 몇 사람만 알고 있는 상황으로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표현도 근거없는 주장입니다.


P.47 맨 끝 문단, “김 관장의 매매 중개 의혹은, 대구미술관의 간판 전시 <쿠사마 야요이>전에서도 계속된다....”라고 실었습니다. 


위에 언급된 부분과 중복되는 내용입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 매매중계와 관련해서 김선희 관장은 본인이 딜러역할을 한 적 없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팔렸는지에 대한 정보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귀 잡지가 질문지에서 거론했던 대만의 모 컬렉터와 대구의 모 컬렉터는 거의 10년 전부터 쿠사마 야요이 작품 구입에 관심을 가졌었고, 이분들이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최종 구입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P.48 소제목 ‘소장품 수집 비리 의혹’ 첫 번째 문단, “김선희 관장은 소장품 수집에 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기사에 대해,


어떤 작가든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미술관 입장에서는 실제 거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선희 관장이 좋은 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대구미술관에서는 관장이 어떤 작품을 사고 싶다고 해서 그 작품을 구입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품구입은 관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입을 확신한다거나 사전 협약이 되어 있다는 내용은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P.48 하단부 “의혹은 그 뿐이 아니다. 대구미술관과 특정 갤러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대구미술관은 2012년 작품 수집 당시 10점(총 9,260만원)을 특정한 한 갤러리로부터 구입“했다.”라고 게재했습니다.


해당화랑은 30여 년 전 문을 연 대구지역 최초이자 대표적인 상업 화랑으로, 대구 근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우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화랑에서는 대구미술관 2012년 작품수집 시 1940~1980년대에 제작된 대구 근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20점 매도 신청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희귀성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동시에 그 해 수집 방향에 부합한다고 판단된 회화작품 10점(10작가의 10점으로 동일한 작가의 작품을 복수로 구입하진 않았습니다)이 외부 전문인으로 구성된 작품수집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걸쳐 구입 결정된 부분입니다. 


P.48 맨 아래쪽 “또 “2013년 앤디 워홀의 <Gold Book>을 00갤러리로부터 구입하고 1점을 함께 기증받았는데, 이 작품은 2012년 말 혹은 2013년 00갤러리 대표가 관장실을 방문하여 앤디 워홀 작품 구입과 기증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라고 D씨는 주장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의혹에 대해 해당갤러리에 문의해 본 결과 이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소설을 쓴 허무맹랑한 주장입니다. 앞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작품구입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품구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대구미술관 관장이 구입을 협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p.49 위쪽 “특히 D씨에 따르면 “00갤러리에서 2012년 당시 전체 소장품 예산 15억 중 5억9,500만원에 작품 2점을 구입하였고, 2013년에는 워홀의 작품을 7,500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김선희 관장 취임 후 2년 동안 소장품 예산 30억(15억/1년) 중 00갤러리 소장 작품 3점을 6억 7000만 원(전체 예산의 약 22.3%)에 구입했다는 사실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해당갤러리는 대구와 서울에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는 국내 주요 상업화랑 중 하나로, 특히 명성 있는 해외 작가들의 기획전시를 꾸준히 개최해왔습니다. 대구미술관 작품수집의 주요 방향 중 하나인 “세계 현대미술 사조를 선도했던 해외 주요 작가의 우수 작품”의 경우 특성상 국내 개인소장가나 사업자의 매도 신청이 국내 작가의 작품에 비해 비교적 제한적입니다. 대구미술관 2012년 작품 수집 시 매도 신청된 222점의 작품 중 해외 작가의 작품은 총 17점이었으며, 이 중 7점이 해당갤러리의 매도 신청 작품이었습니다. 2012년 대구미술관에서는 다른 해에 비해 해외 작가의 작품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수집, 총 8점을 수집하였으며, 해당갤러리 매도신청 작품 중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와 댄 플래빈의 조각 작품 2점이 대구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의 심의에 의하여 구입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특정 갤러리와 연계되었다는 표현은 근거 없는 낭설입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본 잡지 금년 5월호에 게재된 ‘대구미술관의 불안’에 언급된 내용은 사실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기사가 난 것만으로도 대구미술관은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易地思之(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검토해 보시고 정정보도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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