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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My Bicep’의 할로윈 믹스 앨범 커버아트> 2010 사진: 작가제공
탁한 회색빛 눈동자로 무언가를 멍하니 응시하는 여인. 검은 배경과 대조되는 아이보리빛깔 의상과 피를 머금은 새빨간 입술 위로 거미가 지나다닌다. 창백한 모습의 여성은 면사포를 쓴 신부인지, 머릿수건을 덮은 수녀인지 알 수 없으나 호러 영화 주인공과 닮아있다. 심지어 입 안 가득 거미 한 마리를 물고 있는데, 털 달린 다리들이 치아 사이로 삐져나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초연한 표정으로 엽기 행각을 펼치는 그는 한여름 무더위도 날릴 기세로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최면에 빠져 영혼까지 먹힐 것만 같다. 공포영화 감독이자 작곡가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사운드트랙과 80년대 호러무비 포스터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는 존슨은 친구의 할로윈 앨범 커버로 이 작품을 디자인했다. 등장인물의 목 아래로 붉게 새겨진 ‘Feel My Bicep(나의 이두근을 느껴봐)’은 밴드의 이름으로 작품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할로윈에 어울리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은 평소 미스터리하고 멜랑콜리한 것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간의 고뇌와 절망 그리고 세상의 종말을 블랙 코미디로 연출하는 존슨의 냉소적인 유머감각은 여름밤과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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