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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에 신작을 내건 작가는 ‘흐물흐물’이란 제목을 달았다. <흐물흐물>은 체제, 제도, 관계, 권력 같은 견고한 대상의 모습을 담은 ‘한국의 정치 풍경’ 섹션과 생태계 모습을 투영한 ‘플라스틱 생태계’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눠 구성됐다. 지금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생기거나 생길 걸로 예상되는 다양한 지각변동을 예의 주시한다. 물론 모든 건 그렇게 급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꿈틀꿈틀 잠재하던 조짐이 있었던 건데 그것들이 최근 2년간 사회적 변화와 타격으로 도화 촉발 가속화되었다. “흑사병이 유럽문명사에 끼친 영향처럼 많은 게 변화될 것이 느껴진다”는 그는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그러한 변화에 대한 자신의 미술적 발언을 ‘흐물흐물’이라는 의미심장한 의태어로 뭉뚱그렸다. 그는 우선 변화를 한국의 정치 풍경 특히 미국과의 관계 부분에서 생각해봤고, 이제는 임계점에 다다른 생태계의 위기를 재현하고자 플라스틱 생태계로 크게 나눠 전시를 구성한 것이다. 이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회, 핵연료 봉이 녹아내릴 수 있는 핵발전소를 대안 삼는 지금에 대해 ‘생태계가 더 이상 흐물해져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항의와 다름 아니다.
<축 발전>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400cm 사진: 홍철기
그림이란 정말 그냥 스치듯 보는 것과 한 발자국 거리를 좁혀 볼 때 확연히 다르다. 더군다나 방정아의 그림에는 이러한 요소가 더욱 분명하게 작용한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여러 비밀들이 오버랩돼있는 것 같고,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암시하는 복선 같으며 그러다 어느 순간 그림은 마치 여러 이야기를 담은 항아리처럼 느껴진다. 이는 직관 혹은 특수한 각도로 세상을 구경하는 작가의 주변에 누구에겐가 말을 걸고 싶은 욕망들이 즐비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미술이 정치·사회적 주제를 다룰 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게 사실이다. 자칫 ‘너무 일차원적’이라거나 ‘지나치게 에둘렀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한 사건과 줄거리로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는 예민한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려 애쓰는 걸까? 정치·사회적 주제를 늘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전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그는 주제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연구 자료로 치밀하게 공부하고 다시 미술적 사유로 단계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지금의 자신을 이루는 작가적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그는, 매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돌이킬수록 시행착오의 과정들이 더 큰 공부가 됐다 여긴다. 그런 까닭에 작가는 자신의 삶 범위 내에서 주제가 관통하도록 노력한다.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2021 광목천에 아크릴릭 370×610cm 사진: 홍철기
그는 ‘지금, 여기’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한데 이는 굉장히 유동적인 개념이다. 세대별, 지역별, 성별 공감대 형성에도 다양한 허들이 존재한다. 작가에게 이 단어, 개념을 직접 설명해달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동시대의 지금, 여기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나의 지금, 나의 여기가 되겠다. 사실 나의 시선이라는 것은 매우 한정적일 수 있겠으나 보편성 또한 가진다. 생각보다 한 사람의 시선과 촉수의 범위는 꽤 크다. 각각의 예술 작품들은 결국 지금 여기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적극적인 지금, 여기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내 리얼리즘의 방식에 대한 입장인 셈이다.” 1990년대부터 십여 년을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사회로 나왔으나 결국 기존 미술계 안에서 현실주의적 내용을 가지고 적응하는 시간이었다고 일컫는 작가는 그 시기 일상 속에서 발견한 부조리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러던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5년 정도까지 내면으로의 침잠에 빠졌다. ‘인류의 위기 앞에 미술은 너무 무력하다’는 생각에 작가로서 깊은 회의감에 젖었었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과 예술가를 결합시킨 작업을 선보인 것이 바로 그때이다. 어둡고 긴 시간의 터널을 빠져나온 2016년 이후 그는 문명과 자본의 정점으로서의 핵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그 속에서의 삶, 미술행동으로서의 작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것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복숭아와 배> 2021
면천에 크레파스 127×127cm 사진: 홍철기
그의 작품은 ‘방정아스러움’이 있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작가를 얽매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다. “방정아의 그림은 어떻다!”라는 주변의 평가가 작가로 하여금 여러 개의 울타리를 만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고민을 하거나 부딪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했고 혼란 속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힘을 주목했다. 근래 5-6년간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것 또한 시인하는 작가는 내면 깊숙이 헤집고 다녔던 시선이 바깥으로 나와있음을 피력한다. 사회의 보편적인 여러 구조적인 문제, 역사 문명과 핵 등에 더 관심 간다. 사실 한때 너무 절망에 빠져 이따위 그림이 다 무슨 소용인가 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에 약간 지배당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일종의 사회 활동으로서의 그리는 행위라고 위안한다. 미묘한 감정에 대한 집요한 해석, 낯익음과 생소함이 범벅된 화면으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읊조리는 작가에게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지 물었다. “방정아는 물컹물컹한 작가. 흐물흐물과 좀 비슷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물컹물컹은 자의식이 있는 흐물거림이라고 해야 할까? 규정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나마 나은, 포용적이면서 그 모양이 어떤 모양으로든 변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내가 나를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다.” PA
작가 방정아는 1968년생으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상적 장소와 일상에 드러나지 않던 이야기와 사건을 소재로 이를 관통하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이 만나게 되는 매개체로서의 회화 작품을 완성하는 그는 이면에 있어 알기 어려웠던 과거의 시간과 위기를 가시화함으로써 우리 주변과 삶을 다시금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2015년 트렁크갤러리의 <서늘한 시간들>을 비롯해 2016년 부산 공간화랑의 <이야기>, 2018년 서울 자하미술관의 <꽉, 펑, 헥>, 2019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믿을 수 없이 무겁고 엄청나게 미세한> 등 개인전을 선보인 그는 정치, 사회를 주제로 한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에 그의 최신작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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