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안규철
Ahn Kyu Chul

0원
쌉싸래한 오늘, 달콤한 내일

유학시절 안규철은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초콜릿을 그리고, 칸칸이 글자를 새겼다. M O R G E N.
모르겐, 독일어로 내일이라는 뜻인 낱말은 물론 작가가 붙인 것인데, 이유는 명백하다. 내일은 언제나 초콜릿처럼 달콤하니까. 그렇다면 이 달짝지근한 초콜릿 조각을 먹은 오늘은 과연 어떠한가? 지금을 사는 우리는 달콤함을 만끽하고 있나? 이 물음에 답하자니 어쩐지 자신이 없다. 그런데 가만 보니 안규철이 그린 드로잉 또한 여러 가지 명제를 함의한다. 그것엔 내일이라고 적혀진 초콜릿을 미리 떼어먹음으로써 쓰디쓴 오늘을 잊고 싶었던 자조와 연민이 있고, 자기 의지에 따라 내일은 결코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다짐도 담겨있는 것이다. 손꼽히는 개념미술가 안규철의 20년 전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그림은, 얼마 전 출간된 책을 위해 다시 옮겨 그려졌다. 탄탄한 이력과 철저한 자기철학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그가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얼마나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을까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전의 작업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그림들을 추가해 또 한권의 책을 펴낸 안규철, 그가 2013년 끝자락 묵직한 신작들로 개인전을 선보였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모래 위에 쓰는 글' 세부이미지 2013 모래, 스테인레스 스틸 ø300×30(H)cm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Artist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피아노가 있다. 본질을 흐리는 그 무엇으로도 치장되지 않은 가장 클래식한 이 피아노에, 가느다란 여인이 앉아 연주한다. 연주되는 곡은 쇼팽의 <녹턴 NO.20>. 크고 작은 설치 작품들은 이 피아노가 생산하는 음파에 미세하게 진동하고, 관객들은 자극되는 청각과 촉각에 집중한다. 헌데 <대위법>이라 이름 지어진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다른 객체가 된다. 피아노 건반의 소리가 매일 하나씩 없어지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각 피아니스트는 똑같은 곡을 연주하지만 음을 박탈당한 건반은 무력하게 튕겨질 뿐이다. 조화롭게 울리던 선율은 다종의 불협화음을 완성하고, 관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요의 정점으로 향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일정한 나날을 지나 서른일곱 개의 소리를 잃은 피아노는 <녹턴>을 위한 그 어떤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고(피아노의 건반은 총 여든 여덟 개이나 이 곡을 연주하는데 필요한 건반은 서른일곱 개다), 웅장한 클래식 피아노는 본질을 잃은 껍데기에 불과해진다.




<노점> 2012 종이에 연필 24×32cm





안규철이 소리를 이용했던 적이 있었던가? 빛과 공간을 변주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그가 소리(음)를 끌어들인 것은 본적이 없다. 작가 스스로도 “거의 첫 시도”라 설명하는데, 분명한 뉘앙스를 지닌 그가 생소한 시도를 펼쳤단 까닭에 작품은 한층 더 강렬하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만든 이 작품은 매일 촬영되며, 전시 후반부엔 영상작업도 함께 전시된다. 피아노 연주에서 음을 빼앗아 대상의 의미를 ‘소멸’시키는 작가는, 한편으로는 또 다른 작업 <마음 속의 수평선>에서 자신이 고안한 드로잉 장치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형태와 색의 무지개를 만듦으로써 의미를 ‘생산’한다. 무지개란 지극히 익숙한 대상이지만 안규철의 작품에서 그것을 완성하는 메커니즘과 참여하는 관객은 예측불가능 한 영역에 있다.




<무지개를 그리는 법> 전경 

2013 갤러리 스케이프




작가는 색다른 틀을 만들어 그곳에 각 참여자가 색연필을 꽂은 후 직접 선을 긋도록 유도한다. 그리곤 이 전시장에 무지개가 떠오르는 순간만을 정해놓은 채 제 3자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정해진 도구 혹은 나열된 색연필이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선을 긋는 관객이 등장할 수 있고, 어쩌면 이미 그어진 색색의 선을 지우는 등 변수에 따라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무지개는 좀체 가늠할 수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작가가 정작 선사하려던 개념을 뭘까? 그는 즉답 대신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담담하게 읊조린다. “더러, ‘당신은 미술가인데 왜 그림은 그리지 않고, 글로 다양한 이론만 펼쳐내는가?’하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작품이지요. 무지개 하나라도 제대로 그려야겠다고. 그런데 저 혼자는 능력이 모자라 관객들의 힘을 보태야겠다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투에선 진심이 묻어나는데, 문맥 자체는 어불성설이다. 이 역시 작가가 지닌 개념의 잔가지들인 모양이다.          




<무지개를 그리는 법> 

2013 나무에 젯소, 색연필 202.5×163.5cm




원래 이번 전시는 드로잉만으로 꾸며질 계획이었다. 『현대문학』에 연재하던 글과 그림을 모아 만든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출간 시기에 맞춰, 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시를 염두에 두어뒀던 작가는 전시를 열기로 한 갤러리의 공간이 커지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채우게 되자 여러 설치작업들을 추가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감정을 있는 대로 쏟아 붓는 것이 아닌 최대한 절제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깔려있었다. 그는 그렇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나란히 자신의 작품을 놓는 그는, 무엇인가 기묘한 것으로 놀래켜기보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정해진 일을 하듯, 마치 자신의 집 앞마당을 쓸 듯 담담히 작품을 완성한다. 하여 이번 전시에도 색과 특징이 요란하지 않은, 소소하며 대단히 일상적인 주제들이 소환됐다. 하얀 모래 위로 동심원을 그리는 금속 장치로 무언가를 그리기도 하고 흔적을 지우기도 하는 작품 <모래 위에 쓰는 글>은 전시장에 사막 같은 평지를 완성하고, 다른 벽면엔 비스듬히 세워진 여러 개의 투명 컵에 담긴 물이 만들어내는 <일곱 개의 수평선>이 선보인다. 그런가하면 아래층엔 서로 다른 크기, 높이, 쓰임새의 책상들을 모아 책들로 키 높이를 맞춰 커다란 하나의 수평면을 구성한 <단 하나의 책상>을 놓았다. 다른 작품들도 맥락이 다르지 않다. 책, 선인장, 조명 등 서로 다른 사물과 재료가 결합된 작품들은 ‘하나의’ 무언가가 되고, 영락없는 안규철식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방식들을 적용하며 동종인 듯 이질적인 조형들을 완성했다.




<일곱 개의 수평면> 2013 

유리컵, 물, 나무 5×60×15(H)cm




어찌됐든 전시의 주인공은 드로잉이다. 그의 그림엔 사람, 가구, 나뭇잎과 흙 등이 등장하고 예의 각각의 작품엔 무심한 듯 대상을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드러난다. 그 중 작품 <수업>엔 유독 작가의 특성이 도드라지는데, ‘THE WORLD’에서 ‘ART’를 뺀 수학식엔 ‘THE WORLD’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에 이 그림을 싣고 짧은 글 <새로운 삶>을 적었다. “……그러나 오늘 새로운 것은 내일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이 된다. 그 순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움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문제는 새것으로서 시효가 지난 것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같은 속도로 사라져주지 않는 데 있다. 한때 희망이고 약속이었던 그것들은 우리의 서랍과 선반과 창고를 가득 채우며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머문다. 그것들의 야유와 탄식, 웅성거리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다시 또 다른 새로움을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재를 견딜 수 없어한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사물과 사건 그리고 세월을 바라보는 시선, 그 창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안규철의 감성에 도저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안규철




작가 안규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중앙일보 『계간미술』에서 기자로 일했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재학 중이던 1992년에 스페이스샘터화랑에서 첫 개인전 <안규철 1990-1992>을 열면서 미술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학고재/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사물들의 사이>(1996), 로댕갤러리에서 <49개의 방>(2004), 공간화랑에서 <2.6평방미터의 집>(2009),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무지개를 그리는 법>(2013) 등 열 차례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일상적 사물과 공간 속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해온 그는 서구 현대미술의 체험을 기록한 『그 남자의 가방』, 테이블에 관한 드로잉과 생각을 묶은 『43 tables』를 썼고, 최근 현대문학에서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을 펴냈다.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