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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Jung yeob,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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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불안해하지 않기

인생의 선배와 대화하면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정정엽과의 만남 또한 기자에겐 그런 것이었다. 그녀가 살아온(혹은 극복해 온) 시간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 궤적을 이룬다. 그 중에서도 항상 비주류, 타자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미술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굉장히 작은 체구에 자유로운 패션 감각. 까무잡잡한 피부에 숏커트, 서글서글한 눈, 다부지게 다문 입술. 비유하자면 작고 단단한 까만 콩 같은 인상, 바로 그것이 정정엽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곤 언젠가 본 「은자의 나라」란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사진집이 떠올랐다. 거기서 본 조선의 아낙은 막연히 가지고 있는 ‘연두빛 저고리에 다홍치마’라는 전형적이라는 이미지를 여지없이 부숴버리는, 젖가슴을 당연하게 드러내며 아이를 업고 있는 까무잡잡하게 탄 여성이었던 것이다.
● 안대웅 기자 ● 사진 서지연

'축제' 캔버스에 유채 112×112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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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의 ‘곡식 시리즈’를 보고 “극사실인가요?” 넌지시 물었더니 “극사실은 아닌데..제 작업을 유심히 보지 않았군요?”라고 웃으면서 반문한다. 찔끔 놀라 다시 팥을 자세히 보니, 확실히 물감 자국이 거칠고 붓질이 살아있어 극사실의 평평하고 기계적인 화면과는 다르다. (참고로 이 글에서는 하이퍼리얼리즘과 한국의 극사실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팥이 워낙 작은 탓에 멀리 떨어져 봤을 때는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 팥은 확실히 ‘그림’이고 ‘물감’이다. 왜 필자는 대번에 이 작업을 ‘극사실’로 이해했을까. 곰곰이 생각건대, 이 말을 다시 이렇게 고쳐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극도로 사실적이다.’ 그림이 사실적(real)적이라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새삼스럽게 사실주의의 주창자라고 할 수 있는 귀스타프 쿠르베의 잘 알려진 말을 인용해 보자. “풍경화란 것은 간단히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가 세상에는 많이 있다. 그들은 화구 상자를 잡으면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어디나 금방 그린다. 그리고 완성도니 그림을 가지고 와서, 이것이 베네치아라든가, 여기가 알프스라든가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부 거짓이다. 어떤 풍경을 그리려면 그것을 잘 알아야만 한다. 나는 내 고향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 풍경을 그리는 것이다.”



<village>
캔버스에 유채 162×112cm 2008



여기서 쿠르베는 외적 표면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대상의 총체성을 작가 스스로가 내면화 했을 때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정엽의 팥그림을, 그것이 분명히 전혀 사진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같다고 받아들인 것은 바로 그런 지점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사진 같음’은 사실성과 사진성에 대한 일상적인 착각임을 밝혀둔다.) 그림은 팥의 사진적인 색깔을 그대로 옮기지 않지만 팥색의 ‘리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재보진 않았지만) 실제 팥의 크기나 명암의 양태 또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팥'이라는 실재적 이미지를 호출한다. 이 정도면 ‘팥이라고 부를 만 하다’라는 어떤 감각을 손에 쥐고 있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쿠르베의 사실성 개념을 따라 정리하자면, 정정엽은 ‘팥’을 내면화한, 팥을 정말 잘 알고 있는 작가다. 쿠르베 식으로 표현하자면 팥은 ‘작가의 고향’이다. 잠깐. 이 하찮은 팥을 두고 너무 심한 말 아닌가? 하지만 이 말에는 긴 삶이 녹아 있다.



<mung-bean>
캔버스에 유채 130×130cm 2007



사실 어떤 이에겐 정정엽의 ‘팥그림’이 낯설다. 왜냐면 그녀는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그룹 중 하나인 ‘두렁’의 창립멤버로서 목판화나 걸개그림 등, 보다 리얼리즘적인 작품을 많이 생산해냈으며, 그 이후 ‘여성미술연구회’, ‘입김’을 통해 여성주의미술운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특히 2000년을 맞이하여 입김이 벌인 ‘아방궁 축제사건’은 한국 여성미술사에서 밀레니엄 시대 한국여성의 상황을 적확하게 나타내주는 웃지 못할 촌극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미술의 사회적 역할성을 묻고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했던 행동주의 미술가로서의 삶이 정정엽의 삶에서 8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삶을 처음부터 자처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전시를 관람하고 리플렛10개를 모아오는 숙제를 통해 미술을 접했다고 한다. 이후 전시관람은 취미로 발전하며 1000개를 모을 즈음에는 안목도 생겼다. (현실과 발언의 창립전 <촛불전시>도 이때 우연히 관람했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이었던 모더니즘, 앵포르멜, 국전 아카데믹한 구상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왜 여성작가는 없지? 그리고 여기는 왜 이렇게 고요하지? 심지어 인간을 그렸는데도 그림 속의 (실제)인간들은 왜 미술과 동떨어져 있지?”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시작되면서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은 그녀가 갈구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주지 않았고 그녀는 곧 실망한다. 졸업 때 쯤 학교 앞에서 본 어느 단체의 창립 예행전 전단지를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들은 미술에 대해서 고민을 참 많이 하네? 참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구나. 근데 그런 고민을 나를 빼놓고 하다니!’ 제 발로 찾아게 된 곳, 그곳이 바로 두렁이었고 이후 다양한 여성주의 활동과 함께 행동주의 미술가로 거듭나게 된다.



<축제2>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2011  



하지만 쓸 데 없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그녀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선언’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자 과정이며 구체적으로 그녀에게는 스스로가 작업을 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한다. 무엇 보다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술이고 예술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군부 독재 시절에는 미술을 하기 위한 조건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그녀의 미술이 되었지만, 1차적 당면 과제가 끝났다고 판단되는 시점(즉 <현실과 발언 15주년전>의 터닝포인트)부터는 좀 더 사적이고 미시적인 관심사를 드러낸다. 민중의 삶에서 여성의 삶, 여성의 노동, 집사람. 곡식 시리즈는 바로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여성성을 곧바로 무엇이라고 결정지으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부로서 가부장제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느냐는 다소 선정적인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어느 것이 가부장제다 하는 것을 명백히 밝히기 어려운게, 저한테도 들여다보고 찾아내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과제이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내가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이게 뭔가 불편하다, 왜 불편할까’라는 느낌이 들 때 ‘내안에 가부장적인 요소가 남아있는지’ 그리고 내가 답을 가지고 있는데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을 때, 그것을 이기적이라고 하거나 여성의 드셈, 이렇게 받아들일 때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가부장제가 뭘까.



<red bean>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2011



이렇게 새롭게 찾아보려고 하죠. 그런데 우리 몸이 된 체화된 가부장제를 쉽게 버릴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야단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바꿔주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불편한 느끼고 자기를 방해했을 때 방법에 대해서 찾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그래서 내 안에도 있고 너 안에도 있다. 단지 우리가 어떻게 찾아내고 들여다보고 극복할 것인가. 이런 것으로서 가부장제를 인정한다는 것이지 그 자체로 인정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그건 남성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죠.” 그러니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름이 곧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는 것. 그 방법을 끊임 없이 찾아가는 것이 그녀의 페미니즘이라는 것이다. 그 불안을 불안하지 않게 받아들이기. 큰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콩에는 모든 색이 있으니 콩 하나만 그려도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의미심장하다. 어떤 다름도 결국 ‘콩’이며, 그런 콩을 들여다보면 다시 우주가 보인다는 것. 그렇게 그녀는 팥을 한 톨 한 톨 그린다. 그녀가 익히 만져왔던, 먹어왔던 것을 당연하게도 그것이라고 하며 마치 먹는 듯이 그린다. 그냥 아는 대로 나오는 그런 팥이며 다른 아무 것도 필요 없는 그런 사실성이다. 붉은 팥을 주로 그리던 그녀는 최근 오색콩 시리즈를 그리고 있다. 마치 정말로 세상의 모든 색을 담아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 작가가 아닌 ‘작가 정정엽’으로서의 활약은 이제부터가 아닐까.  



정정엽



정정엽은 85년 ‘두렁’ 활동과 동시에 스터디를 하던 대학동기와 함께 ‘터그룹' 동인을 시작했으며, ‘시월모임’의 유명한 전시 <반에서 하나로> 전시장에서 만난 중견 여성작가(김인숙, 김진숙, 윤석남)와 함께 여성미술연구회를 결성해 <여성과 현실전>을 수차례 가졌다. 또 97년에는 페미니스트 예술가 프로젝트 그룹 ‘입김'을 만들어 여성주의미술 활동에 힘썼다. 21세기화랑(1995), 금호미술관>(1998), 인사미술공간(2000) 인천신세계갤러리(2001), 서호갤러리(02)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BK갤러리에서 2인전 <In-sein>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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