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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미술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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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ever in Cities

● 기획 · 진행 편집부

영국관(Pavilion of GREAT BRITAIN) [Sonia Boyce: Feeling Her Way]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Marco Cappell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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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각 도시는 미술 열병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부터 독일 카셀, 스위스 바젤,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까지 큼직한 미술 행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펄펄 끓는 열기를 뿜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니크한 ‘시드니 비엔날레’와 소위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 미술의 최근 흐름을 조망하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이미 그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런가 하면 몇 년간 계속된 코로나19가 무색하도록 ‘카셀 도쿠멘타’는 5년 만에 건재하게 개최될 예정이며, 바젤에선 글로벌 아트 페어 중 가장 큰 행사이자 미술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아트 바젤’의 커튼이 곧 걷힌다. 지금 당신을 뜨거운 도시의 미술 열기 속으로 초대한다.




SPECIAL FEATURE No.1
Venice Biennale 2022: The Milk of Dreams
4.23-11.27  카스텔로 공원, 아르세날레 일대
장르만 그로테스크_정일주

SPECIAL FEATURE No.2
documenta fifteen
6.18-9.25 루루하우스, 도쿠멘타 할레,

프리데리치아눔, WH22 등
어울려 놀며, 씨앗 뿌리기_김미혜

SPECIAL FEATURE No.3
Art Basel 2022
6.16-6.19 메세 바젤
‘바젤 바젤’이 돌아온다, 더 화려하게_이한빛

SPECIAL FEATURE No.4

23rd Biennale of Sydney - rīvus
3.12-6.13  시드니 현대미술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  
국립예술학교, 바랑가루, 월시 베이 예술 지구
상상의 생태계는 어떻게 흐르는가_김남은  

SPECIAL FEATURE No.5
Whitney Biennial 2022: Quiet as It’s kept
4.6-9.5 휘트니 미술관
80회를 맞은 2022년 휘트니 비엔날레_곽수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Leoparda de Ojitos>

1976 Oil on cotton canvas 140.7×90.2×2.5cm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Special Feature No. 1

Venice Biennale 2022: The Milk of Dreams
4.23-11.27 카스텔로 공원, 아르세날레 일대

● 정일주 편집장  

이미지 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장르만 그로테스크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긴 숨 고르기 끝에 개막했다.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감독한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란 제목의 행사는 4월 23일부터 오는 11월 27일까지 로베르토 시컷토(Roberto Cicutto)가 의장을 맡은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주최로 공식 선보인다. 1895년 설립된 후 120년이 넘도록 매 홀수 년에 치러졌던 비엔날레가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로 난생 처음 짝수 년에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다. 몇 달 전 행사 타이틀이 공개됐을 때, 게으르고 직관적으로 ‘꿈’, ‘우유’라는 단어는 ‘희망’을 얘기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알레마니의 기획은 전혀 그 반대편에 놓여 있었다. 알레마니는 영국태생의 멕시코 예술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책 『꿈의 우유(Milk of Dreams)』에서 전시 제목과 줄거리를 차용했는데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변화하고, 변형되고, 무언가 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린다. 책을 검색하면 “터무니없고 비정형적인 일화가 어리둥절한 그림과 짝을 이룬다”는 코멘트와 함께 ‘초현실주의 시대에 삶의 이야기’나 ‘상상의 프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상되는 마법’ 등의 설명이 덧붙는다. 표면적으로 신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매혹적이고 완전히 독창적인 이야기에 알레마니는 매료된 모양이었다.  


불과 개막 몇 달 전 공개된 작가 명단 역시 알레마니의 비전형적이며 완전히 색다른 행사를 기획하려는 의도를 뒷받침했다. 본 전시에 초대된 58개국 213명의 작가 중 90%가 여성이며 억압이나 차별 등을 작품 주제로 다루는 인물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베니스에 포트폴리오를 건넸다는 몇몇 한국 작가를 뒤로 하고 신작을 내놓은 이미래, 정금형의 작업 또한 알레마니의 ‘꿈의 우유’를 대변한다. 정금형은 근래 집중해있는, 테이블 위에 해체된 마네킹과 전선줄이 얽혀 있는 전동 바퀴 기구 등 사물을 모은 <Toy Prototype>을 선보였고 이미래는 찐득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장기 모양의 조형을 스펙터클하게 설치했다.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미래의 작품 제목은 <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로 5m 남짓한 크기의 작품 전체를 휘감은 고무호스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액체 유약이 흐르며 끈끈한 점액질을 쏟아내는 것인데, “세계와 자기 사이에 보호막이 없는 엄청나게 취약한 존재들이 오히려 강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걸 드러내고 싶었다”고 작가 스스로 설명한다.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 <Elefant / Elephant>

1987 Polyester, wood, paint 420×160×380cm

With the additional support of Institut fur

Auslandsbeziehungen - ifa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Marco Cappelletti  




그런가 하면 비엔날레 시작 전 이미 ‘공로상’ 수상자로 지목된 화가이자 시인, 영화 제작자, 사회 운동가인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작품은 그 많은 미술 중에서도 도드라지게 빛난다. 1948년 칠레 산티아고 태생으로 정치적 이슈와 토착민, 여성의 삶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비쿠냐는 자신이 줄곧 주장하는 서구 문화, 현대 문명이 야기한 과거의 역사와 언어, 문명의 사라짐에 대해 확고한 반대를 드러내는 회화들을 내걸었다. 그림을 들여다보다보면 “우리의 존재, 영혼, 정신 그리고 몸이 현상 자체를 느끼고 중요성을 완전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 마주하는 고통을 부정하고 현실을 부인한다면 냉혹하고 잔인한 제멸의 행위는 반복될 것”이란 작가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칠레가 정치적으로 가장 격동했던 시기에 성인이 돼 동료들과 함께 행동(activism)했고, 영국 유학 이듬해 모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긴 망명 생활을 한 그의 작품은 이번 비엔날레 전체 줄거리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사자상’ 중 최고 작가상의 주인공 시몬 리(Simone Leigh)의 대형 흑인 동상 <Brick House>는 본 전시 맨 앞에 배치돼 눈길을 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이중 삼중의 억압을 받아온 서구 흑인 여성들의 지난한 삶을 아프리카의 토속적 분위기의 조형물로 완성하는 리는 본 전시뿐 아니라 미국관 대표 작가로도 선발돼 노동 주체로서의 여성을 구상으로 드러내는 조각들을 선보인다. 미국의 개념주의 예술가이자 사진작가, 페미니즘 아티스트,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하는 독특한 예술 형식을 통해 기존 예술에 대한 비판과 사회제도적 권력, 특히 남성지배구조하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는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설치도 상대적으로 큰 전시 공간을 차지하며 알레마니가 말하려는 기획을 피력한다. 감독은 제3국 혹은 저평가된 작가, 신예를 열심히 등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성립된 대형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그들 작품 중 몇몇은 주제의 한계와 표현의 제한을 드러낼 뿐이었다.    


‘신체의 변형’과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 등 3가지로 나뉘는 전시에 대해 알레마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몇 년간 작가들과의 많은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대화에서 계속 나오는 질문은 종의 생존이 위협받는 역사의 이 순간을 포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의 과학, 예술 및 신화에 만연한 다른 많은 질문을 요약하기도 한다.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생명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이며 식물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성, 다른 사람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삶과 감정의 가장 극단에서 평범함을 바라보는 알레마니의 큐레이팅은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잔뜩 모아놓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결국 인류애와 인간성 회복 그리고 (타이틀을 들었을 때 내가 안일하게 떠올렸던) 희망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시몬 리(Simone Leigh) <Brick House>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Roberto Marossi




특수타당한 국가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비엔날레 국가관 전시의 ‘황금사자상’ 영예는 영국관이 거머쥐었다. 흑인 예술가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는 다양한 세대의 흑인 여성 음악가 5명에게 헌정하는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즉흥적이며 상호 작용하도록 연주한다. 이 공연은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자유는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자유를 상상할 수 있나?”란 단순하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어쨌거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마지막 영국인이 1993년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이며 국가관 시상제가 시행된 1985년 이래로 영국관이 최고상을 수상한 것이 처음이라 영국 미술계는 굉장히 흥분해있다.


수상과 무관하게 국가관 전시의 가장 큰 이슈는 꾹 닫힌 러시아관이다. 러시아관은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전시를 준비 중이던 기획자와 작가들이 출품 철회를 선언하면서 폐관됐다. 그와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관에 나온 대표작가 파블로 마코브(Pavlo Makov)의 설치작품 <Fountain of Exhaustion>은 비엔날레 개막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각됐다. 작가가 30년 전부터 드로잉 등을 통해 계속 구상하며 발전시켰다는 작품은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78개의 깔때기가 삼각형을 이룬 설치 작품. 원래 자원과 인간성의 고갈, 시간의 숙명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구상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론 만월기에는 바닷물이 도시를 뒤덮으며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베네치아의 비극적 환경이 병치된 작품으로 완성됐다.  


‘주목할 만한 언급상’은 우간다관과 프랑스관에게 돌아갔다. 카스텔로 공원 상설국가관은 물론 아르세날레의 국가관 권역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시내 작은 공간을 빌려 작품들을 선보인 우간다관은 ‘Radiance: They Dream in Time’을 주제로 그들의 전통 공동체가 시대적 변화 앞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응하는지를 말한다. 한편 알제리 출신 지네디 세디라(Zineb Sedira)가 기획한 ‘Dreams Have No Titles’로 구성된 프랑스관은 반식민주의 투쟁의 기억이 녹아든 영화 소품들을 실제 촬영현장처럼 펼쳐 관람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우간다관(Pavilion of UGANDA)

<Radiance: They dream In Time>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Andrea Avezzù




쭉 늘어선 관람객 줄은 영국관, 프랑스관이 단연 길었지만 아트 피플 사이에 많이 거론된 국가관은 바로 벨기에관이다. 영상, 퍼포먼스, 회화, 설치 등 방대한 예술 세계를 활용해 대중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의 작품으로 채운 전시장엔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 허투루 흘려보냈던 사회적 문제,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각지대 등을 수면 위로 올려 사고의 균형을 이루려는 알리스의 철학이 깊게 배어 있다. 그는 낡은 타이어를 타고 구르는 아이들, 서로 술래가 되어 깔깔 웃는 어린 친구 등 짧은 영화를 몰입형 설치로 선보이는데, 각 필름은 홍콩, 콩고 민주 공화국, 멕시코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촬영된 신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 및 확산과 시간의 궤를 함께하며 엄청난 불안정과 불확실성으로 구상되고 조직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에만 열리지 못했던 결격의 역사를 또 한 번 치러야 했다. 그런 까닭에 전 세계에서 전시에 모인 이들은 이 행사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지지와 응원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거의 기적에 가까운 집단적 노력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며) 나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국제미술대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진지한 대답은 비엔날레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요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는 알레마니의 말처럼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 몇 년간 너무나 그리웠던,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유, 여행의 가능성,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쁨, 다름의 실천, 이해 그리고 사랑을 담아낸다. 작품에 선보인 변형되고 파괴된 인간의 모습은 인류의 마지막 끝자락을 보여주기보다 원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우리 시대의 격변을 기록하는 ‘꿈의 우유’는 예술과 예술가의 새로운 공존 방식 그리고 새롭고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엄청난 치트키를 선사한다. PA




김윤철 <채도 V(Chroma V)> 2022

235×800×225cm 크로마틱 키네틱 설치폴리머, 알루미늄,

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 모터, 마이크로 컨트롤러,

LED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pecial Feature No. 2
documenta fifteen
6.18-9.25 루루하우스, 도쿠멘타 할레,

프리데리치아눔, WH22 등

● 김미혜 기자

● 이미지 documenta fifteen 제공



어울려 놀며, 씨앗 뿌리기

5년에 한 번, 100일 동안,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카셀은 시내 곳곳이 현대 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도쿠멘타(documenta)’는 1955년, 독일 건축가이자 화가, 디자이너, 큐레이터, 카셀 대학교(University of Kassel) 교수였던 아놀드 보데(Arnold Bode)가 나치 정권의 정치적, 문화적 과오를 반성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창설했다. “많은 수의 작품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 미술이라고 부르는 작품이나 예술적 태도의 출발이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보데의 말처럼, ‘카셀 도쿠멘타’는 오늘날 가장 권위 있고 진지한 현대미술제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2022년 ‘도쿠멘타 15(documenta fifteen)’는 최초로 아시아인이자 단체인 인도네시아 예술 공동체 루앙루파(ruangrupa)를 총감독으로 선정해 개막 전부터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루앙루파는 『아트리뷰(ArtReview)』 선정 ‘파워 100(Power 100)’에 2020년 2위, 2021년 3위에 이름을 올리며 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루앙루파는 2000년 자카르타에서 형성된, 10명 정도로 구성된 비영리 조직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예술 공간’, ‘공간의 형태’ 정도로 느슨하게 번역된다.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참여·실험하는 ‘육체적, 정신적 공간’에서 현대 도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관점을 확장하는 이들은, 인도네시아 문화에 강하게 뿌리내린 우정과 연대,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전체론적 관행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 참여뿐 아니라 자원, 아이디어, 지식을 공유하는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성과 대안적 공동체 모델을 탐구한다.




Keyvisual © documenta fifteen 2022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인도, 소위 ‘신남방 3국’ 예술계는 1990년대 인터넷 출현과 지리적 위치를 뛰어넘는 교류 영향으로 큰 변곡점을 맞았다. 새로운 예술 공동체와 운영조직이 활발하게 생겨났고, 국가의 지배적인 틀을 넘어 문화를 탐색하는 보다 분산적이고 예술가 주도적인 접근과 실천방식이 발현됐다. 루앙루파 역시 이 흐름을 타고 생겨났기에 ‘공동체’, ‘공동체성’에 대한 그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탐구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겠다. 물론 오늘날 공동체에 대한 생각과 접근 방식은 그들의 설립 20년만큼이나 변화했다. 하지만 루앙루파는 “만약 바로 지금, 우리에게 공동체의 의미를 묻는다면, 공동체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우리는 지금 그것을 날카롭게 다듬고 있다고 답할 것”이라며 문화 공동체를 위한 자원 구축자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상기한다.


루앙루파의 ‘도쿠멘타 15’는 ‘룸붕(lumbung)’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룸붕은 직역하자면 ‘곡식 창고’인데,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선 잉여 수확물을 공동 저장소에 보관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정의된 기준에 따라 분배한다고 한다. 농촌 공동체의 수확물을 미래 공동자원으로 모아 보관하고 결정기준에 따라 나누듯, 루앙루파는 공동체성, 자원 구축 및 공평한 분배의 원칙을 도쿠멘타의 중추적 구심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전시 구조와 이미지, 외관 전체 프로세스뿐 아니라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학제적, 협력적 작업 등 모든 큐레이팅에 이를 적용했다.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

<Anti War Drawings>

2022 3 banners Photo: Nicolas Wefers




룸붕은 루앙루파의 구체적인 실천이자 관행이다. 이를 기조로 루앙루파와 룸붕 멤버(lumbung members), 룸붕 아티스트(lumbung artists) 그리고 예술팀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긴밀히 협력했다. 먼저 룸붕 멤버들은 룸붕의 아이디어와 실천을 발전시키기 위해 초청된 단체와 기관이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예술가 운영 네트워크 브리토 아트 트러스트(Britto Arts Trust), 쿠바 아바나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을 위한 안전 공간 한나 아렌트 아티비즘 연구소(Instituto de Artivismo Hannah Arendt), 자카르타의 교육 지식 공유 플랫폼 굿스쿨(Gudskul)을 포함해 총 14개의 그룹이 있다. 이들은 근본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에 대한 논의는 물론 전시에 프로젝트를 직접 선보이며 참가자들을 자신의 작품에 참여케한다. 또한 국제 네트워크 룸붕 인터-로컬(lumbung inter-lokal)을 구축해 단순히 이번 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닌, 향후 현대 미술의 학제 간 플랫폼을 형성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루앙루파와 룸붕 멤버들 사이의 대화는 보다 많은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시각예술가를 도쿠멘타로 초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53명(팀)의 룸붕 아티스트들은 미니-마젤리스(mini-majelis), 즉 소규모 그룹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질문이나 토론을 나누거나, 예술 과정에 대해 조언하고 지지했는데, 이는 도쿠멘타의 진행 과정을 기록하고 예술적 방향을 이끌어가는 협력의 기초이자 룸붕의 핵심과정이었다. 각자의 자원을 공유하고 결정은 함께 내림으로써, 미니 마젤리 안에서 집단적 작업 방식이 시험됐다. 룸붕 아티스트에는 식물과 인류, 문명과 자연 현상, 식민주의와 생태의 다면적인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우리나라 시각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도 포함되어 있다.




FUSSBALLABALLA a series of events in the context

of documenta fifteen at ruruHaus, Kassel 2021

Photo: Nicolas Wefers




도쿠멘타의 첫 번째 베뉴(venue)인 ‘루루하우스(ruruHaus)’는 공간을 뜻하는 인도네시아어 ‘루루(ruru)’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우스(Haus)’의 합성어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풀(pool)을 짜고, 자원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이곳은 마치 카셀의 거실과도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거실에서 우리는 티비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으며 농크롱(nongkrong), 즉 ‘함께 어울린다(Hanging Out).’ 그리고 이는 2000년대 초반, 하지 모하마드 수하르토(Haji Mohammad Soeharto)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사회적 풍토 변화와 함께 탄생한 루앙루파가 개인 거실을 공공 공간으로 탈바꿈해 예술적 실천에 헌신했던 기억과 연결된다. 창의적인 예술 생태계를 반영한 이곳에서 우리 모두는 룸붕에 저장할 곡식의 씨앗을 뿌릴(Sowing Seeds) 수 있다. 저마다의 수확을 위한 루루하우스의 문은 오는 6월 18일 개방한다.


한편 도쿠멘타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2022 MMCA 아시아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은 장기 연구프로그램 ‘아시아 집중’ 시리즈로 2018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2020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를 선보였는데, 이번 역시 그 일환으로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를 함께 만든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Jatiwangi art Factory)와 협업했다. 주제는 ‘우정에 대하여(About Friendship)’다. 룸붕의 가치를 공유하며 모든 연대와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우정’에 집중하는 ‘2022 MMCA 아시아 프로젝트’는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우리의 상상이 어디에서 비롯될 수 있을지, 또 이러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기반이 우정이라면 과연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는 7월 20일 온라인 전시와 포럼 형태로 공개되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멀티프로젝트홀, ‘도쿠멘타 15’ 베뉴 카셀 휘브너 에이리얼(Hübner areal)에서 동시 연계 라이브로 진행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Spatial)에서도 볼 수 있다.  이외에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 전 방위적 현대 미술가로 활동 중인 윤진섭은 ‘도쿠멘타 15’에 맞춰 개최되는 국제 퍼포먼스 페스티벌 ‘오버래핑 카셀(Overlapping Kassel)’에 참여한다. 라이브 아트 퍼포먼스, 워크샵, 퍼포먼스 아트 다큐멘터리 등으로 구성된 행사는 6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PA





<One Day At BOLOHO Space In Guangzhou>

2021 Color printing from woodcut by

BOLOHO Courtesy BOLOHO  






Special Feature No. 2-1

Interview  
루앙루파 파리드 라쿤(farid rakun)


‘도쿠멘타 15’ 개막을 코앞에 둔 4월의 어느 날, 루앙루파 멤버 파리드 라쿤(farid rakun)을 줌으로 인터뷰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여정과 지금까지의 소회를 통해 루앙루파가 완성할 도쿠멘타의 모습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Q: 루앙루파는 도쿠멘타 최초 아시아 총감독이자 단체라는 점에서 선정부터 화제를 모았다. 개막을 앞둔 소감과 함께 콜렉티브로서 도쿠멘타를 감독하는 것이 어땠는지 답한다면

A: 카셀에서 2주 전 출발해 현재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다. 두 도시가 나에겐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많은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 이전 작업과 프로젝트들이 도쿠멘타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해 설명하긴 어렵지만, 우리는 감독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고전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양한 이들과 에디션을 함께 상상하고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우리가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콜렉티브로서의 강점을 활용했다. 흥미, 능력, 성격, 관점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 대체·보완할 수 있었다. 여러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다.



Q: 현대 미술과 룸붕의 연결점이 흥미롭다

A: 우리는 이전부터 룸붕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루앙루파 여정의 한 부분이라 하겠다. 현대 미술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 자체로 해답이 된다. 항상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예술에 대한 이해 또한 미디어나 장르, 규율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다. 현대 미술에서 구별되는 ‘현대적’ 요소들이 사실 미술사에서 정의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루앙루파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20년 전의 것과 거의 같은데 도쿠멘타로 인해 주목받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이제 때가 된 것이 아닐까.



Q: ‘도쿠멘타 15’ 베뉴 중 주목해야 할 곳이 있다면

A: 모든 베뉴가 각기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곳을 꼽기 어렵지만 다른 도쿠멘타와의 차별점은 처음으로 카셀의 동쪽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도심과 주변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 경험을 분산시키고 산업과 주거 지역의 병치 같은 다양한 도시 공간과 시민들의 삶을 연결하는 것 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휘브너(Hübner) 지역과 할렌바트 오스트(Hallenbad Ost) 그리고 카셀 중심부 외 다른 더 많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지정된 예술 및 문화 공간이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콜렉티브들과 함께 작업하고 사람들과의 대화, 그들의 기억 그리고 그들 지역 맥락의 역사와 이야기에 참여했다. 이것이 우리가 기획한 도쿠멘타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Q: 이번 도쿠멘타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루앙루파의 계획은

A: 도쿠멘타가 열리는 100일의 시간은 모두에게 고정적이지 않고 다이내믹하다. 언제 방문하느냐, 또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이다. 저마다 유일하고 특별한 경험과 감정을 도쿠멘타를 통해 얻길 바란다.
우리는 종종 현재에 집중해 너무 바쁘고, 미래는 마치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계속해서 고민하는 지점은 다른 지역,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이다.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나아가 세계에 우리만의 생태계를 계속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양한 관심사를 흡수하고 촉진하는 플랫폼으로서 지역들이 왜 서로 다른지 질문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PA





Más Arte Más Acción, lumbung Nuquí,

Meeting of documenta fifteen’s lumbung inter-lokal

network and Más Arte Más Acción’s ecosystem

2021.11.29-2021.12.4 Nuquí, Chocó, Colombia

Photo: Paula Orozco





Special Feature No.3

Art Basel 2022
6.16-6.19 메세 바젤

●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 이미지 Art Basel 제공


‘바젤 바젤’이 돌아온다, 더 화려하게

‘바젤 바젤’이 돌아온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Art Basel)’은 글로벌 아트 페어 중 가장 큰 행사이자, 미술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 북미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도 대규모 행사로 꼽히지만 본 행사격인 ‘아트 바젤 바젤(이른바 바젤 바젤)’에 비할 순 없다. 바젤 시내 메세 바젤 전 층을 활용하는 ‘바젤 바젤’이 6월에 열리는 건 지난 2019년 이후 2년 만이다. 2020년엔 행사를 취소했고 지난해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9월에 열렸다. ‘아트 바젤’ 글로벌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는 “올해 ‘아트 바젤’은 이전 행사들처럼 성황리에 열릴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갤러리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시장이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2022년 ‘아트 바젤’을 미리 살펴본다.


‘아트 바젤’과 글로벌투자금융사 UBS가 발간하는 미술시장보고서 「아트마켓 2022(The Art Market 2022)」에서는 2021년 미술시장에 대해 ‘강한 회복 탄력성을 보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침체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2021년 미술시장 규모는 651억 달러(한화 약 80조 원)이다. 2020년 503억 달러(한화 약 61조 원) 대비 29% 성장했으며, 2019년의 644억 달러(한화 약 79조 원)도 넘어섰다. 1차시장, 2차시장 할 것 없이 급격한 회복세로 ‘즐거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글로벌 양대 경매사로 꼽히는 크리스티(Christie’s)는 퍼블릭 옥션과 프라이빗 매출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 같은 성과를 알리고자 글로벌 간담회까지 두 차례 개최했다. 온라인 컨퍼런스로 매출을 공개하며 성장 요인을 홍보하는 건 사상초유의 일이다. 2020년 급작스런 코로나19로 최근 10년 새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미술시장이 1년 만에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미술시장은 어떻게 될까? 급격한 회복세를 원동력으로 전고점을 돌파하며 고속 성장을 이루어 낼까? 「아트마켓 2022」에 따르면 아트딜러 62%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봤고 27%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11%만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술시장 일선에서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이 시장 상황이 좋을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이번 ‘바젤 바젤’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늘 그러했지만 2022년 특히 많은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소피아 미솔라(Sofia Mitsola) <Dark BB> 

2022 Courtesy the artist and Pilar Corrias, London




올해 초청된 갤러리는 총 289개다. 40개국에서 참여하며, 그중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한 곳으로,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에 초청됐다. 갤러리즈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총 234곳이다. 올해 처음으로 참여하는 곳은 아프리카 작가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마리안 이브라힘(Mariane Ibrahim) 갤러리를 비롯해 신진 갤러리를 조망하는 ‘피쳐(Feature)’ 섹터와 ‘스테이트먼트(Statements)’ 섹터에서 지난해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던 파리 발리스 헐링(Balice Herling), 그리스 아테네 더 브라이더(The Brider), 런던과 팜비치에 기반을 둔 벤 브라운 파인 아트(Ben Brown Fine Arts) 등 8개 갤러리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 행사는 갤러리들의 신청요건을 완화했다. ‘아트 바젤’ 선정위원회는 연간 전시 개최수, 전시공간 유무, 갤러리 최소 운영 기간 등 까다로운 기준요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를 적극 수용해 지난 2021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부터 기준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더라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바젤 바젤’에 새롭게 참여하는 갤러리는 총 19개다. 루안다의 자멕 컨템포러리 아트(Jahmek Contemporary Art), 다카르의 OH 갤러리(OH Gallery) 등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갤러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에 대한 시장의 열광이 이젠 아프리카 작가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 출품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작가들의 신작 출품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 3월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280만 파운드(한화 약 44억 원)에 낙찰되며 밀레니얼 작가의 파워를 보여준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전속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글로벌 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의 아야코 로카쿠(Ayako Rokkaku), 지난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랜드스케이프(Landscape) 시리즈를 327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에 낙찰시킨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의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색면추상으로 각광 받으며 올해 베니스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 리손 갤러리(Lisson Gallery)의 스탠리 휘트니(Stanley Whitney)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 NFT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아트마켓 2022」는 미술과 관련한 NFT의 거래규모가 2019년 460만 달러(한화 약 56억 원)에서 2022년 111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로 커졌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NFT 플랫폼에서 거래됐지만, 전통 미술시장도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NFT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는 아티스트 그룹인 드리프트(Drift)의 작품을 NFT화해 한화 약 6억 원에 판매했다.



토르말린(Tourmaline)

 <Pollinator> (video still) 2021-2022 

Courtesy the artist and Chapter NY, New York



‘바젤 바젤’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언리미티드(Unlimited)’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올해 디렉터는 쿤스트할레 상트 갤런(Kunst Halle Sankt Gallen) 관장 조반니 카르미네(Giovanni Carmine)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언리미티드를 큐레이션 한다. 언리미티드는 전통적인 아트페어의 한계를 뛰어 넘어, 대규모 설치작업은 물론 비엔날레를 넘어서는 미학적 탐험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2019년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태양(The Sun)>이 전시장 입구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 집중 조명되며 각광받았던 론디노네는 올해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59th Venice Biennale)’가 열리는 기간 베니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산 지오반니 에반젤리스타(San Giovanni Evangelista)에서 ‘번 샤인 플라이(Burn Shine Fly)’라는 제목으로 신작은 물론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조각들이 선보인다.


하이라이트에 참여하는 작가들 리스트는 아직까지 비공개이나, 카르미네의 선택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지난해 카르미네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은 간접 체험이 아닌 직접적인 신체적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며 미술관급의 대규모 설치작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무척이나 인간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예상대로, 관람객들의 평가도 좋았다. 캐리 매 윔스(Carrie Mae Weems)의 사진설치작업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휩쓸었던 BLM(Black Lives Matter)운동의 실체에 대해 다시 생각게 했고,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무제(과자의 집)>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팬데믹 시기, ‘사상누각’인 언제든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을 은유했다. 올해도 이 같은 대규모 설치작업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등 2022년 동시대가 고민하고 있는 이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젤 도심 곳곳에 놓이는 설치작과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공연으로 유명한 ‘파르쿠스(Parcours)’는 비영리 전시공간 솔츠(SALTS)의 설립자 사무엘 루엔베르거(Samuel Leuenberger)가 큐레이션한다. 6월 18일 ‘파르쿠스의 밤(Parcours Night)’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딜러, 애널리스트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여 대담을 나누는 ‘컨버세이션(Conversations)’은 ‘바젤 바젤’ 행사 기간 내내 전시장에서 열린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으며, 플로어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샬롯 요한슨(Charlotte Johannesson) 

<Take Me To Another World> 2021 

Courtesy the artist and Hollybush Gardens 

© Charlotte Johannesson




‘바젤 바젤’은 행사가 열리는 메세 바젤에 그치지 않는다. 미술관과 재단에서 열리는 전시도 꼭 챙겨야 한다. 이곳에서 집중 조명되는 작가가 가까운 시간 안에 시장은 물론 평단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Fondation Beyeler)에서는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개인전을, 쿤스트뮤지엄 바젤(Kunstmuseum Basel)에서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와 엘 그레코(El Greco)의 2인전을 개최한다. 20세기 작가인 피카소의 작업과 17세기 작가인 그레코의 작업을 나란히 병치하며, 두 작가 간 세기를 뛰어넘는 대화를 유추한다. 쿤스트할레 바젤(Kunsthalle Basel)에서는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의 개인전을, 팅겔리 미술관(Museum Tinguely)에서는 장 자크 라벨(Jean-Jacques Lebel)과 아누크 크리소프(Anouk Kruithof)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PA



글쓴이 이한빛은 『헤럴드경제』 신문에서 시각예술 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학부에선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으며 뒤늦게 MBA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감정평가사협회(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 AAA)의 미술품시가감정과정을 수료했고 AAA의 준회원 후보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케이브 어반(Cave Urban) <Transience> 2019 

Installation view for Sculpture By The Sea (2019), 

Bondi Commissioned by Sculpture By 

The Sea Supported by Transfield Courtesy

 the artist Photo: Juan Pablo Pinto

 




Special Feature No.4

23rd Biennale of Sydney - rīvus

3.12-6.13 시드니 현대미술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 

국립예술학교, 바랑가루, 월시 베이 예술 지구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이미지 Biennale of Sydney 제공


 

상상의 생태계는 어떻게 흐르는가 


‘stream’을 뜻하는 라틴어 ‘rīvus’는 개울, 시내, 하천 등 흐름이 있는 물 또는 물이 흐르는 길을 의미한다. 2022년, ‘제23회 시드니 비엔날레(23rd Biennale of Sydney, 이하 BOS)’의 제목이기도 한 이 소중한 단어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강, 습지, 바다 등을 포함하여 물과 관련이 있는 모든 생태계(생물, 환경, 인간 등)를 더한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예술 감독으로 선정된 콜롬비아 출신 큐레이터 호세 로카(José Roca)는 비영리 현대미술 공간 플로라(FLORA ars+natura)의 예술 감독으로서 그동안 ‘물’을 주요 테마로 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이번 ‘BOS’에서 예술과 자연의 지속가능성과 협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 한 로카. 그의 방대한 콘셉트는 협력 큐레이터인 파스칼 단토스 베리(Paschal Daantos Berry), 안나 데이비스(Anna Davis), 한나 도넬리(Hannah Donnelly), 탈리아 린츠(Talia Linz)로 구성된 큐라토리엄(curatorium)에 의해 실현되었다. 물의 생태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응하는 현장감 넘치는 작업과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rīvus는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및 지역 사회의 참여로 바다처럼 깊고 넓은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전시와 이벤트가 취소된 이후 국제적으로 중요한 비엔날레 중에서 행사 전체를 디지털로 전환한 첫 사례였던 지난 ‘제22회 시드니 비엔날레’. 주최 측은 큐레이터의 온라인 투어, 전시공간을 가상으로 누빌 수 있도록 설계한 VR 프로그램, 아티스트의 해설이 담긴 팟캐스트 시리즈 등 생생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각종 플랫폼을 통해 비엔날레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호주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를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없었던 만큼 지난 ‘BOS’는 여러모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동안의 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준비 과정 끝에 대중에 공개된 이번 ‘BOS’는 명성에 걸맞은 새로운 발상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참여한 89명의 참가자들이 33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고 비엔날레 기간 동안 400여 개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시각 예술을 넘어서는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보유한 환경과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엔날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예술가’로 칭하지 않고 ‘참가자’로 정의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더 이상 ‘BOS’가 예술의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참가자들 중 많은 수가 물을 둘러싼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국제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온 자들로서 비엔날레 전반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중요한 대화를 제기한다. 





카이오 레이즈비츠(Caio Reisewitz) <Ituporanga> 

2010 Installation view at Sesc Belenzinho (2010),

 São Paolo Commissioned by Sesc Courtesy the artist 

© Caio Reisewitz Photo: Caio Reisewitz

 



기존의 비엔날레 개최 장소가 시드니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물줄기처럼 자연스러운 동선을 형성한다. 그 위치는 모두 서구 문명이 유입되기 전 현재의 시드니 지역에 거주했던 가디갈(Gadigal), 버라마타갈(Burramatagal), 카브로갈(Cabrogal) 원주민 부족의 터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기원이 되는 바랑가루(Barangaroo) 지역부터 끝을 맺는 국립예술학교(National Art School)에 이르는 동선은 마치 흐르는 강을 따라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큐라토리엄과 참가자들은 물길을 따라 형성된 장소들을 일종의 개념적인 습지로 탄생시켜 예술작품, 공공미술 프로그램, 각종 실험과 연구로 구성된 상상의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상의 물살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강의 공포, 하천 미래주의, 토착 과학, 퀴어 생태학, 하이드로 페미니즘, 물의 치유, 영혼의 흐름, 물고기 철학 등 낯선 개념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모든 혼돈의 개념은 결국 자연과 인간, 자연과 예술의 지속 가능한 공생 방법을 포함하는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이번 ‘BOS’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랑가루는 시드니 경제 번영의 시초가 되는 지역이기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영국의 식민지가 된 바랑가루는 해양 산업의 발달로 1820년대 최초의 부두가 건설된 이후 유럽으로 다양한 물품을 수출했으며, 1960년대에는 화물항으로서 번영을 누렸다. 재개발 지역이었던 바랑가루는 과거의 시드니 항구를 재현한 보호구역과 함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바랑가루의 하이라이트는 컷어웨이(The Cutaway)라고 불리는 동굴 모양의 지하 콘크리트 공간으로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타니아 칸디아니(Tania Candiani)의 <Waterbirds: Migratory Sound Flow>(2022)를 감상할 수 있다. 


언어와 소리의 복잡한 교차점에 관심이 있는 칸디아니는 오래된 기계 장치의 용도를 변경하여 이미지, 모양, 단어를 소리와 음악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만들곤 했다. 소리, 빛, 바람, 물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Waterbirds> 역시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컷어웨이에 매달린 ‘강’은 멕시코의 한 강둑에서 채취한 나뭇가지들로 만든 것으로 물길을 상징하는 유기적인 패턴은 호주 머레이 강 유역의 항공 사진을 근거로 한다. 머레이 강의 흐름은 수생 조류들의 이동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새들의 루트는 호주 영토에 있는 수백 개의 수역을 연결한다. 컷어웨이에서 지속적으로 흘러 나오는 소리는 호주 물새들의 서식지에서 녹음한 소리와 전통적인 옛 관악기(조개껍데기, 나무 플룻, 오카리나)로 새의 울음 소리를 흉내 낸 것을 동시에 재생한 것이다.




Left to Right: Nicole Foreshew

 <YIRUNG BILA (SKY HEAVEN RIVER)>2022 (detail)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support from the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Courtesy the artist; Cave Urban 

<Flow> 2022 (detail) 

Courtesy the artists; Hera Büyüktaşçıyan 

<Fishbone IV> 2019-2022 (detail)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SAHA Association Courtesy the artist & 

Green Art Gallery, Dubai; and Ana Barboza and 

Rafael Freyre <Water ecosystem> 2019-2022 (detail)

 Courtesy the artists & Museo de Arte Contemporáneo 

de Lima Installation view of ‘23rd Biennale of Sydney, 

rīvus’ 2022 The Cutaway at Barangaroo 

Photo: Document Photography




시드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에서는 국제적 명성에 비해 유독 호주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신화, 민화, 동화 등 서사적인 내용을 페미니즘이나 종교적 관점으로 형상화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던 스미스는 처음으로 참여한 ‘BOS’에서 다섯 점의 거대한 태피스트리(tapestry)를 선보인다. 스미스는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종말론적 이야기를 묘사한 중세 시대의 가장 큰 태피스트리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완성했다.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야생의 숲에서 펼쳐지는 동물과 인간의 모습은 신화적 상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환경 파괴와 종(種)의 취약성을 다룬 스미스의 태피스트리 역시 종말론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은 마르예티차 포트르치(Marjetica Potrč)와 레이 우즈(Ray Woods)의 협업으로 시작한다. 슬로베니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포트르치는 물과 토양과 같은 기반시설과 자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축 사례 연구와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형 설계와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고 위라주리(Wiradjuri) 활동가이자 예술가인 우즈는 주로 머럼비지 강과 갈라리 강 주변의 땅과 물을 돌보는 데 헌신해왔다. 슬로베니아 소차강과 호주 갈라리강, 두 강의 이야기를 벽화와 비주얼 에세이 형식으로 다룬 이들의 작업은 카이오 레이즈비츠(Caio Reisewitz)가 아마존 정글 아래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을 묘사한 벽화 크기의 콜라주와 함께 전시된다.


‘BOS’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국립예술학교(National Art School)에서는 예술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캐롤리나 카이세도(Carolina Caycedo)의 작업이 눈에 띈다. 엘 큄보(El Quimbo) 댐 건설로 인해 점진적으로 황폐화되가고 있는 마그달레나(Magdalena) 강의 모습을 묘사한 대규모 벽화를 비롯한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rīvus의 어원을 살펴보게 된다. 현재 남미에서만 250개 이상의 대형 댐이 다국적 기업에 의해 건설됐거나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공공 수역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기업과 환경 단체의 마찰은 물론 탐욕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심화돼 폭력적인 갈등이 빈번히 발생했다. 흥미롭게도, 경쟁을 뜻하는 단어 ‘rivalry’는 rīvus와 동일한 라틴어 어근에서 유래했으며 rivalry는 ‘같은 개울/수원(水源)을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같은 물을 쓰면서 경쟁하고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 아닌가. 강(물)은 문화의 퇴적물이다. 강은 우리에게 삶을 제공해주었고 소통의 길이 되었으며 역사의 증인이었다. 강은 거대한 아카이브이자 우리의 모든 기억이다. rīvus가 추구하는 상상의 생태계는 점차 현실화될 것이며 공공의 영역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PA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면서 국내 매체에 호주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N. H. 프리처드(N. H. Pritchard)
 <Red Abstract / fragment> 1968-1969 
Typewriting and ink on paper 
27.9×21.6cm Private collection




Special Feature No.5

Whitney Biennial 2022: Quiet as It’s kept
4.6-9.5 휘트니 미술관

● 곽수 미국통신원   

이미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공



80회를 맞은 2022년 휘트니 비엔날레

올해로 80회를 맞은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의 막이 올랐다. 당초 지난해 개막 예정이었던 비엔날레는 팬데믹, 인종 차별을 향한 데모, 대통령 선거, 세계 기후 환경 변화 등 여러 상황을 거쳐 2022년 개최됐다. 비엔날레의 주제 ‘그대로 조용하게(Quiet as It’s Kept)’는 미국 흑인 여류시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시 제목이자 1960년대 아메리칸 재즈 드러머 맥스 로치(Max Roach)의 음반 제목인데, 태풍 전야의 고요함을 담고 있는 이 문구는 마치 미국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휘트니 비엔날레’는 휘트니 미술관 설립자이자 작가, 미술 애호가였던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가 1932년 처음 마련한 행사로 미국 미술계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고 회화, 조각, 드로잉 등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매년 개최된 행사는 이후 사진, 비디오, 설치 등 점차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격년제 비엔날레 형태로 변화했고, 현재까지 미술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미술관 전 직원이 전시 오픈 전 몇 달을 함께 밤새우며 준비했다는 이번 비엔날레는 휘트니 미술관 큐레이터 아드리엔 에드워즈(Adrienne Edwards)와 데이비드 브레슬린(David Breslin)이 선정한 작가 63명의 작품을 미술관 5-6층에 걸쳐 공개했다. ‘미국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위한 전시’라는 이들의 설명처럼, 나이와 인종, 경력에 상관없이 다문화, 다인종을 아우르는 작가 선정이 눈에 띈다. 또 이에 맞춰 전시장 내 설명서도 처음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혼용해 표기했다.



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 <La Horda (The horde)> 
2020 (detail) 8 channel video installation, color, sound; 
each channel approx 3-4 min Collection of Mauricio 
Galguera Courtesy the artist and Pequod Co., 
Mexico City Photo: Sergio López



전시장 벽을 모두 흰색으로 칠한 5층의 큰 오픈 공간에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배치했고, 이와는 반대로 검은색으로 벽이 칠해진 6층은 검은색, 흰색 회화와 2021년 제작한 작품들을 설치해 미술관이 평소 사용하던 전시실 벽을 모두 없애고 여러 종류의 작품을 혼합해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영어, 스페인어 혼합 표기가 작품이 설치된 방향에 따라 붙어 있었고, 작품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더러 혼란스러웠다. 큰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거리감도 부족해 오롯이 한 작품을 감상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미술 방법을 배우는 데도 한계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시도해온 아이디어와 방법, 각 분야의 선구자들이 개척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한 동시대 작가들의 개성을 담고 있었다.

미국 인디언 태생 작가 레이븐 차콘(Raven Chacon)의 3채널 영상 <Three Songs>(2021)는 한 채널에선 인디언이 북을 치며 노래를 하고 두 채널은 공백이었다가, 이내 다른 채널로 옮겨 가는 형식이 흥미로웠다. 그런가하면 유일한 한국 작가인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차학경은 1951년생으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비디오 아트, 개념 미술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활동하다 1982년 요절한 작가다. 버클리 대학교 미술관(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의 협력으로 전시에는 오래된 텔레비전에 작가가 눈을 감았다 뜨는 장면이 반복되는 영상 작품과 스케치북에 적은 글이 설치됐다. 디스플레이 케이스 안에 전시된 글 중 작은 포켓 사이즈 앨범 첫 장에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쓰인 한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코 푸스코(Coco Fusco) 
<Your Eyes Will Be an Empty Word> 
(video still) 2021 HD video, color, sound; 
12min Collection of the artist, and Alexander Gray
 Associates,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Alexander 
Gray Associates, New York


뉴욕 준 켈리 갤러리(June Kelly Galley)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한 제임스 리틀(James Little)은 5층 하얀색 벽으로 된 전시실엔 같은 색상 화판에 혼합된 색으로 작은 원을 그려 넣은 숙련된 유화 작품을 내걸었고, 6층 검은색 배경 전시실에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구성한 추상 유화 작품을 전시했다. 가고시안(Gagosian) 전시에 많이 참여했던 릭 로우(Rick Lowe)는 16개의 화판을 연결한 캔버스에 종이 콜라주를 한 뒤 검은색과 하얀색 아크릴을 칠하곤 작은 부분에 색상을 넣은 작품을 선보였다.

아담 바인버그(Adam Weinberg) 휘트니 미술관 관장과 두 큐레이터의 대담에 따르면 ‘휘트니 비엔날레를 어떻게 다른 수많은 비엔날레와 차별화하고 미국의 특징을 살린 비엔날레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크고 작은 비엔날레의 카탈로그를 모아 살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매일 뉴스에 보도되는 멕시코인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모습, 인디언에 관한 문제, 흑인 인종 차별 등 경계를 넘어 여러 쟁점을 고민했다. 이를 다양한 인종의 작가들에게 자국의 문제를 예술로 표현하기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휘트니 미술관의 철학인 미술 현장과 미술사를 연결시켜 보여주기 위해 비엔날레는 미국 미술을 넘어 세계 미술사의 선두가 된 추상 미술, 개념 미술 등이 오늘날의 작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발전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과거가 현재이고, 사회, 정치, 경제 등을 반영시킨 작품들, 우리가 속해 있는 단체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선택해 보여주고 있다.



릭 로우(Rick Lowe) <Project Row Houses:
If Artists Are Creative Why Can’t They Create Solutions> 
2021 Acrylic and paper collage on canvas, 
sixteen panels Overall: 370×490cm each: 
91.4×121.9cm Collection of the artist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New York, Los Angeles, 
Paris, London, and Hong Kong  



9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뿐 아니라 작가와의 대화, 큐레이터와의 대담 등 여러 행사를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비엔날레의 취지를 알릴 예정이다. 또한 전시기간 동안 참여 작가들이 전시공간의 벽 색상을 다르게 바꾸기도, 작품을 교체하기도 하며 변화하는 사회와 인생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이는 전시를 한 번만 관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발걸음을 비엔날레로 여러 차례 이끌기 위한 미술관의 의도일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전 예약 후 미술관 방문이 가능하며,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람해야 한다. 또한 리플렛이나 별도의 전시 가이드 헤드폰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휴대폰과 연결해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전시장 입구 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거쳐 개최된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 비용을 비롯해 많은 부분 티파니(Tiffany & Co.), 소더비(Sotheby’s), 이외의 많은 재단과 미술관 이사, 개인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미술관 5층과 6층 테라스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자유로이 넘나드는 넓은 뉴욕 하늘의 구름과 그 밑의 촘촘한 높은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사진의 원리를 이용한 추상화 작품과도 같아 모든 것이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A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Permutations> (still) 1976 16mm film, black and white, 
silent 10 min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gift of the Theresa Hak Kyung Cha Archive



글쓴이 곽수는 1977년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University of St. Thomas) 미술과 졸업 후 1979년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미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한 그는, 특히 뉴욕 준 켈리 갤러리(June Kelly Gallery)의 전속 작가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첫 회고전이 브라우어 미술관(Brauer Museum of Art)에서 열렸고 이후 2013년 조던 슈니처 미술관(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을 순회했다. 저서로 『치유의 말씀』(2013), 『마음의 빛 그리고 사랑과 예술』(200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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