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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oMA, 끊임없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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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Renovated Museum of Modern Art

2019년 10월, 4개월간의 단장을 마친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모마)이 드디어 관람객에게 문을 열었다. 기대와 설렘 속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또 앞 다투어 그 새로움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설립 90주년을 앞두고, 네 번째 리노베이션을 마친 모마는 새 건물과 새로운 방식의 전시로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며 뉴욕 미술계에 활력을 이끌고 있다.
● 전영 미국통신원 ● 사진 Museum of Modern Art 제공

Exterior view of The Museum of Modern Art, 53rd Street Entrance Canopy The Museum of Modern Art Renovation and Expansion Designed by Diller Scofidio + Renfro in collaboration with Gensler Photography by Iwan Baan Courtesy of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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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모마는 피카소(Pablo Picasso) <아비뇽의 처녀들>, 모네(Claude Monet) <수련>, 고흐(Vincent van Gogh) <별이 빛나는 밤>,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이나 앤디 워홀(Andy Warhol)의 걸작들로 알려진 미술관이지만, 이번 건물 확장과 컬렉션 재정비를 통해 모마의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주요 문화 예술기관들을 담당해 디자인하는 건축사무소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와 젠슬러(Gensler)가 공동으로 작업해 더 크고 더 많은 전시 공간, 매년 300만 명이 방문해도 끄떡없이 돌아갈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어 냈다. 갤러리 수가 60개로 늘어나며 이전과 비교해 전시공간 30%가 증가했고 퍼포먼스 공간의 면적 또한 늘어났다. 가히 총 4 5,000만 달러(한화 약 5,2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게 모마 건물 서쪽과 맞닿아 있던 미국 민속 미술관(American Folk Art Museum)을 사들여 이 부지에 모마 본 건물과 연결된 새로운 건물인 데이비드 게펜 윙(David Geffen Wing)을 세웠으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디자인의 72층짜리 럭셔리 콘도 빌딩의 저층까지 모마의 공간으로 이으면서 대규모 개조와 확장을 이뤄냈다. 외관적 변화뿐 아니라 컬렉션에 성별, 인종, 지리적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예술사적, 정치적 수정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모더니즘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Haim Steinbach <hello again> 2013 

Installation view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2019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Heidi Bohnenkamp





미술관 본 건물은 로비와 입구를 확장해 항상 붐비던 공간에 여유를 주었고, 모마의 인기 장소인 스토어를  미술관 안과 밖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연결되는 구조로 드넓은 지하 공간에 따로 마련했다. 2, 4, 5층에서는 소장품 전시가, 그리고 3, 6층에서는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인데 그중에서도 미술관 학예실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공간들이 곳곳 보인다. 4층의 새 공간인 마리-조제 & 헨리 크래비스 스튜디오(The Marie-Josee and Henry Kravis Studio)에서는 퍼포먼스, 음악, 사운드아트 등 실험적인 라이브 프로그램을 열고,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크리에이티비티 랩(Creativity Lab) 2층에 자리를 잡으며 관람객과의 실시간적, 연대적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공간들을 준비했다. 


모마가 소유한 20만 점의 방대한 소장품을 과연 어떻게 선보이고 있을까? 앤 템킨(Ann Temkin) 큐레이터의 주도 아래, 모더니즘에 대한 광범위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그리고 진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간 지배적이던 유럽 백인 남성 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흑인, 여성, 3세계 작가의 전시 자리를 늘리고, 미술사조식 나열이 아닌 주제별 통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방식의 작품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각 갤러리에 테마를 주어 조화를 이루도록 재편성해 현재 2,5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 중이다. 게다가 전시작 중 27%는 최근 5년 이내에 새롭게 구입한 작업이며 주로 여성과 남미, 아시아, 동유럽 작가의 작품들이다. 전통적 회화와 조각이 지배적이었던 컬렉션 전시실에서 지금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장르 작업까지. 그동안 미처 듣지 못했던 목소리들을 위한 자리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Philippe Parreno <Echo>(detail) 2019 Installation view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2019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Denis Doorly 

 



관람객들이 모마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인 5, 1880년대에서 1940년대 사이의 전시 공간에는 익숙한 작품들과 함께 생소한 작품들이 걸려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19세기 후반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과 고갱(Paul Gauguin), 루소(Henri Rousseau)의 작품이 한 방에 걸려있는 것은 이전과 같은데, 갤러리 중앙에 미국인 도예가 조지 오어(George E. Ohr) 1900년 작 도자기들이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논쟁이 많은 피카소 방의 경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미국인 흑인 작가,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1967년작 <미국인 시리즈 No. 20: 죽음(American People Series No. 20 : Die)>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흑인과 백인, 남과 여, 어른과 아이들이 피범벅이 되어 있는 링골드의 충격적 폭력 이미지는 피카소가 아비뇽의 성노예자들을 묘사한 그림처럼 소름 끼치는 관음증을 끌어낸다. 링골드의 작품은 1965년에 일어난 LA 인종차별 폭동을 묘사한 것으로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Guernica)>에서 영감을 얻었다. 4층의 1940-1970년대의 컬렉션에서는 추상표현주의 여성 화가들의 작품이 유난히 많아졌다.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조안 미첼(Joan Mitchell), 리 크래스너(Lee Krasner), 그레이스 하티건(Grace Hartigan), 쿠바 작가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등 마초 남성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뛰어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Interior view of The Museum of Modern Art, Blade Stair 

The Museum of Modern Art Renovation and Expansion 

Designed by Diller Scofidio + Renfro in collaboration with Gensler 

Photography by Iwan Baan Courtesy of MoMA 





확장된 미술관의 전시실을 걷다 보면 전시 동선의 방향이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이전처럼 시대 순서대로 안내되던 전시실에서 조금 더 관대한 구조로 변화된 덕분이다. 큐레이터가 관람 순서를 컨트롤하는 것이 아닌, 관람객이 자신의 선택으로 이동하며 스스로 작품을 해석해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이어졌다. 미술사의 순서를 무시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전시장에 순환이 생겼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컬렉션 전시는 모마 초대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의 의견을 따라 작품을 자주 교체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6개월마다 컬렉션 전시장의 3분의 1이 재설치될 예정이며 오랫동안 수장고에 묻혀있었고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구성은 지속될 것이다1929년 록펠러 가족(the Rockefeller family)이 설립한 이 20-21세기 미술관이 2019년 현재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을 갖게 된 것은 억만장자인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 1억 달러(한화 약 1,160억 원) 기부와  모마의 평생 후원자였던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 2억 달러 기부,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코헨과 알렉산드라 코헨(Steven and Alexandra Cohen) 부부의 5천만 달러(한화 약 580억 원) 기부 그리고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술관과 박물관들의 상당한 운영 자금을 국가에서 주로 지원받는 유럽과 달리 대부분의 미국의 미술관들은 민간 기부자들 즉, 미술관 이사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술관 리노베이션을 위해 50명의 미술관 이사들에게 각각 5백만 달러의 후원을 받는다거나, 현대카드, 유니클로 같은 기업에게 후원받아 전시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어마어마한 거금의 출처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기간 동안 이슈가 됐던 워렌 칸더스(Warren B. Kanders) 이사 해임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모마 프리뷰 기간에도 벌어졌었다. 칸더스의 경우 멕시코 이민자들에게 사용된 최루 가스 용기를 제조하는 회사를 칸더스가 소유하고 있어 수많은 예술가와 관련 기관인들의 항의로 결국 휘트니 이사직을 사임했던 일이다





Wu Tsang <We hold where study> 2017 

Two-channel video, color, sound 18:56 min. 

The Modern Women’s Fund  2019 Wu Tsang





모마 또한 미술관 재개관 3일 전, 100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투자 회사 블랙락(Blackrock)의 대표 로렌스 핀크(Laurence Fink)에게서 더 이상 후원을 받지 말라는 항의를 했었다. 그가 연계된 회사가 소수민족들을 투옥하는 민간 교도소에서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 사실상 모마의 결정권자인 이사회 멤버 51명 중 최소 45명은 재무, 부동산, 법률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백인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전시나 프로그램도 그들의 입맛이 연결되어있을 수밖에 없을 터. 전시장에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소득 불평등이나 포퓰리즘의 증가와 같은 문제에 대한 작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자금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것인데 예술분야에 대한 미국 예산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18년에 모마가 민간 자금으로 얻은 1 3,300만 달러(한화 약 1,543억 원)와 비교했을 때 뉴욕시에서 2 2,000달러(한화 약 2,552만 원)의 정부 자금을 받았다. 아직은 부족할지라도, 미술관들의 건강한 변화를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힘쓰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사건들을 경험한 뉴욕의 2020년은 꽤 희망적이다현재 컬렉션 전시뿐 아니라 사운드 미디어 및 퍼포먼스 프로그램과 함께 2층 아트리움에는 한국 작가인 양혜규의 멀티미디어 설치작품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고,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예술가 베티 사(Betye Saar)의 회고전, 그리고 흑인 남성 퍼포먼스 예술가 포프 엘(Willian Pope.L)의 전시까지 마련돼 모마라는 예술계 핵심 기관의 큰 변화를 보여주며 그 정체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 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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