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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Choi Go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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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 조각하는 것

조용한 조각들이 네모난 모양으로 나란하다. 최고은은 경박하게 얇거나 진지하게 두꺼운 사각 덩어리로 전시장을 조립한다. 에어컨, 냉장고, 컴퓨터와 같은 가전제품을 작업의 소재이자 재료로 삼는 그의 작업은 도시, 아파트, 생산과 소비 같이 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자주 논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한 공산품의 침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둘러싼 배경과 맥락으로부터 출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되어 출시되는 제품들은 고유의 식별 번호를 가진 규격화된 상품으로서 개별 서사를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도시, 아파트와 같은 특정 배경 위에서 형상을 바라보지 말자고, 그 네모난 조각들로부터 출발해보자고 제안한다면, 그의 사물은 어떤 서사를 입을 수 있을까?
● 이민주 컨트리뷰터 ● 인물사진 작가 제공

'White Home Wall' 2018 스탠딩에어컨 110×180×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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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변주>(서울대학교 미술관, 2018), <사물들: 조각적 시도>(두산갤러리 서울, 2017), <식은 조각>(반지하, 2016). 앞서 열거한 전시의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최고은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의 맥락과 결부되면서 대량생산된 오브제의 조각적 위상을 탐구하는 것으로 독해되곤 했다. 전시의 제목뿐만 아니라 화이트 큐브의 정제된 오브제의 생김새를 보고 있자면, 그리 이해하기 쉽다. 물론 그것은 분명하게 조각적이다. 하지만 이때 조각적 위상을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시선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말하자면 사물이 주어의 자리에 배치될 때, 그리고 사물이 조각내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그 조각적 위상을 가늠해보길 제안하는 것이다.




<Material Pool> 2017 

스탠딩에어컨, 냉장고, 거울, 섀시, 지우개 가변 크기 

 



최고은의 조각은 무엇을 조각하는가? 작가의 제작 방식을 거칠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보면, 작품의 윤곽을 잘라내는 방식과 작품의 형상을 주조하는 방식일 것이다. 해체와 생산으로 대별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방식은 일견 사물에 대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하나로 종합해볼 수 있다. 먼저, 해체의 방법으로 제작된 작품은 Material Pool(2018)이나 TORSO(2016) 시리즈에 해당한다. 작가는 보여주고 싶은 걸 위해 대상을 지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출처를 파악하기 어려운 오브제의 파편들이 제 일부를 삭제한 채 서 있고, 사물의 낯선 옆면은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를 제시한다. 한편, 실제 사물을 직접 재료로 가져오지 않고 합성수지나 인공 대리석으로 사물의 표면을 주조한 Suzy(2019) 시리즈는 사물의 뒷면을 전경화한다. 이 시리즈에 해당하는 <Suzy A> Apple사의 제작 연도가 다른 아이맥(iMac) 뒷면을 양쪽으로 붙인 작업으로 얇고 매끈한 타원형 조각을 제시한다




<Suzy D> 2019 폴리프로필렌, 

인공 대리석, 32.4×54.2×16.3cm, 28×28×70cm 




같은 방식으로 <Suzy D>Dell 컴퓨터의 각진 등판을 마주 붙였다. 작가는 연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산업적 디자인의 이미지와 반복, 그리고 그 리듬이 변주하는 무언가에 주목한다. 결국, 자르거나 붙이는 이 두 가지 제작 방식은 무언가를 찾는 방식으로 귀결되고, 무언가를 조각이 조각내는 것과 등치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서둘러 답하자면, 조각나는 것은 시간이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들은 가정의 한구석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다. 주방의 한 자리, 거실의 한 편, 책상의 한 위치를 차지하던 오브제는 작가에 의해 절단된다. 계산된 규격으로 재단된 여러 제품의 파편이 사각 덩어리로 뭉쳐진다. 사물의 뒷면과 옆면은 앞면이 되고, 앞면이었던 것은 배후로 사라진다. 그렇게 하나로 조립된 네모난 조각은 그 파편에 서로 다른 시간을 표지한다. Material Pool로 묶인 오브제의 부분을 보라. 오랜 시간 이동하지 않은 하나의 제품이 그 노출면에 공기와 빛의 흔적을 남기며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공기에 산화된 표면의 흔적들은 작가의 조각 면면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White Home Yard> 2019 냉장고, 

스탠딩에어컨, 에폭시, 스틸 가변 크기




최고은의 사물들은 어떤 종류의 유행과 시간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시간에 대한 기억으로 말미암아 제품의 고유 식별 번호를 보지 않고서도, 유형화된 디자인이 한 시대의 이미지를 표상하고 있다는 걸 안다. 특히, 작가는 산업과 자본의 논리로 짜인 그 시절의 미감에서 개인의 취향이라는 허구를 지적한다. 표준화된 미감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지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양식화된 이미지의 반복 속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차이와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랄 것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이때 주목할 것은, 마치 하나의 흐름처럼 선형적으로 인식되던 시간을 전시의 공간에서 공시적으로 펼쳐 놓는다는 점이다. 주로 고물상, 중고나라 웹사이트 등에서 제품을 구했던 그는 이미 사용된 시간을 재료로 삼았다. 


가령 최고은의 White home wall (2018) 시리즈, <Pure White>, <Titanium White>, <Moonshine White> 그리고 <Cream-silk White>는 에어컨의 옆면을 잘라내 일렬로 배열하며 하양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화이트의 표준 이미지는 퓨어, 티타늄, 문샤인이라는 명칭으로 미묘하게 변주된다.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백색가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기의 가전제품 대부분은 흰색으로 생산되면서 깔끔한 느낌을 뽐냈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와 업체마다 동일한 흰색으로 사물을 표백할 수 없었고 이는 작가가 나열한 여러 에어컨의 파편이 증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업체에서 생산된 하양은 그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작품의 제목에서 하양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갈변한 에어컨의 흰색에 작가가 직접 부여한 이름이다. 색의 미묘한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각기 다른 시간을 참조하는 파편들을 자신이 임의로 정한 규칙에 따라 공간에 나열하고, 처음 생산된 제품의 공적 시간에서, 한 자리에 오래 머문 사물의 사적인 시간을 찾는다. 달리 말해 그의 조각은 여러 층위의 시간과 미감을 보여주며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선형적 시간을 조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한 개인이 감각하는 아름다움과 그것을 인식하는 세속화된 기준의 변화를 짚는다. 그렇게, 그의 조각은 상품의 판매되지 않는, 조각난 시간으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최고은




작가 최고은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뉴욕 토마스파크 갤러리(Thomas Park Gallery), 김종영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아르코미술관, 원앤제이갤러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6년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 개인전 지원 작가에 뽑힌 바 있고, 이후 2017년 금천예술공장, 2019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에 선정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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