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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Kim Seoung R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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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자 울 것이며

김성룡의 회화 세계는 너무나 광대하고 깊다. 그래서 글로 그 세계를 설명하려는 온갖 시도들이 애처롭고 가소롭다. 어떤 나라 어떤 시대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색채와 구도, 그 내용이 보는 사람들을 경이의 순간으로 내몰았다. 다만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생각하고자 한다. 우선 한 편의 시가 김성룡의 문턱에 발을 딛도록 도와준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장편 시 '서곡(Prelude)'의 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느낀다네. 느낄 수밖에 없다네. / 그것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슴은 떨린다네. / 불멸의 우리 존재가 더 이상 그처럼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들을 / 필요로 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한다면 그럴 걸세. 그러나 우리 인간은, / 그가 대지의 아이들로 살아가는 한에서는 / 결국은 잃게 될 것을 갖고자 울 것이며,1)
● 이진명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이미지 작가 제공

'섯알오름 가을'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0×2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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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우리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말해준다. 우리는 불멸의 존재(immortal being)인 동시에 대지의 아이들(the child of earth)이다. 결코 어려운 뜻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신성이 깃들어있다. 신성이라고 말한 것은 결코 우리가 초월적 존재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며 우물가에 빠지려는 어린아이를 보면 누구라 하더라도 구하려는 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가치를 살리고 나쁜 가치를 가려서 지선의 공동체를 충분히 꾸릴 수 있는 능력과 양심이 있다. 그래서 불멸의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불멸의 존재는 육신이라는 존재에 볼모로 잡힌다. 육신의 기운은 우리의 맑은 신성의 거울에 먼지가 드리우게 한다. 모두가 살기보다는 내가 먼저 살도록 종용한다. 시인은 육신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게 되고, 육신이 잘 살게 해달라고 울부짖는 우리를 가리켜, 대지의 아이들이라고 노래했다.





<반 고흐의 숲> 2008 종이에 혼합재료 170×120cm





작가는 이 대지의 아이들로서의 우리와 불멸의 존재로서의 우리를 모두 회화라는 매체로 극화시킨다. 워즈워스의 시어들이 감동을 울릴 때 그것은 추상적인 관념으로 우리의 손길을 떠나지만, 김성룡은 그 울림을 눈에 보이는 총체적 색채로 보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인도한다. 김성룡의 내용은 크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그려왔던 고흐 시리즈가 있다. 작가는 고흐(Vincent van Gogh)를 가장 좋아한다. 역사화 시리즈가 있다. 위대한 인물이 증험하는 역사의 물결이 아니다. 농부와 소, 이등병, 거리의 소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파괴하면서 펼쳐낸 역사이다. 인물화 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 역시 인간들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높인다. 때로는 자아가 해체되면서, 때로는 이성을 상실하면서, 때로는 유혹에 빠지면서 각자가 목소리를 낸다. 가시밭길 같은 인생의 여로를 직시한 채 스스로 다짐하는 인물들도 있다. 풍경 시리즈도 있다. 미적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다. 자기 성찰을 상징으로 풀어낸 풍경이다


옥수수와 탐스럽게 익은 석류로 표현한 제주의 섯알오름, 바농오름, 대정마을은 몽환적이며, 그리고 바람이나 영원의 시간을 응축하고 있는 바위를 그려서 인간 시간의 덧없음을 현시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Hermes)의 매인지, 『시경』에 나오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의 매인지 알 수 없지만, 작가의 풍경에서 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덧없는 인간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신적 시간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 자기가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자기의 심적 거리를 대지의 아이들로부터 지키는 존재, 이 모든 것의 상징은 매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꽃산> 1994 캔버스에 아크릴릭 180×120cm 




김성룡을 이해하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버지 제우스(Zeus)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이 신화는 예술가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 화로에 불을 붙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본 적이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불길로 달려간다. 그 눈부신 불길의 일렁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불길로 다가가는 나의 뒷덜미를 잡는다. 촛불에 손대려 한 적도 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손목을 막대기로 내려친다. 불에 대한 욕망은 좌절된다


그리고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아버지의 성냥을 훔친다. 산속에 잠입한 나는 성냥을 나무 장작에 붙이고 버섯과 곡식을 구워 먹는다. 황홀하고 포만감이 들어 사색에 빠진다. 아버지의 불 다루는 솜씨와 나의 그것을 비교한다. 영원히 아버지의 솜씨를 넘어설 수 없으리라 직감한다. 그러나 나의 불 다루는 솜씨를 더욱 가다듬어 주변 사람들을 밝혀주고 온기를 주고 도구를 주리라 다짐한다. 모든 예술가는 프로메테우스다. 그리고 예술가에게는 아버지 제우스가 있다. 김성룡에게 제우스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서른일곱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가장 긴 시간의 돛으로 우리의 뇌리를 덮는 사나이를 작가는 사랑한다. 고흐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존경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고흐가 자기의 그림 역정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기를 기원한다. 그렇기에 나는 김성룡이 진정한 프로메테우스라고 생각한다.





<후쿠오카 윤동주>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200×150cm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어로 프로(앞에, pro)라는 어근과 만타노(배우다, manthano)라는 어미가 만난 합성어이다. 따라서 미리 생각하는 사람(fore-thinker)이라는 뜻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에피(나중에, epi)라는 어근을 써서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after-thinker)이라는 뜻이다. 예술가는 미리 배우고 미리 생각하며 미리 아는 사람이다. 동양의 말로 옮기면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 즉 생이지지(生而知之)한 사람이다. 반면에 철학자는 나중에 배우는 사람이다. 예술가가 미리 보았던 세계를 해석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동양의 언어로 옮기면 배워야 아는 사람, 즉 학이지지(學而知之)가 된다. 김성룡이 지금까지 구축한 불가사의한 회화 세계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김성룡이 미리 보았던 세계를 앞으로 학자들이 진지하게 해석한다면 새로운 인문세계가 우리에게 도래하리라 믿는다. 나는 언젠가 김성룡의 세계에 감격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대정 노을>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0×120cm




알파벳 p로 시작되는 단어에 유달리 영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예언자(prophet)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성직자(priest)가 그렇고 목회자(pastor)라는 말도 있다. 전도사도 흔히 preacher라 말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인(poet)과 화가(painter)에 있다. 나는 잘 연결되지 않는 이들을 언제나 프네우마(pneuma)라는 단어 속에 포개어 생각하곤 한다. 프네우마에 연결 지으면 서로 다른 직업이 원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네우마는 하느님의 숨결이라는 뜻이다. 이 숨결은 무의미한 세계의 허무성에 섬광을 비추어, 의미 있는 세계로 만들어준다. 프네우마의 숨결은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에 나타나게 되며, 이때 의미 없는 세계를 허무는 의미로 가득한 물결이 되어 요동친다. 시인의 목소리를 손으로 옮겨서 또 다른 차원으로 현시하는 사람이 화가이다. 시인은 의미의 물결을 일으켜 우리에게 파장을 보낸다. 그런데 화가는 단순한 풍경과 대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섬광의 세계로 직접 현시시키기에 시인의 그것보다 위력적이다


그런데 화가의 그토록 중요한 책무가 동시대에서는 상실된 지 오래다. 동시대 회화는 전략을 위한 회화이고 회화를 위한 회화이다. 회화가 생래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근원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쳐가는 화가를 요사이 보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자적 형식과 기법을 완결해가면서 근원을 묻는 작가는 없었다. 그런데 김성룡은 이 안타까운 사태를 말끔히 씻어버린다. 모든 대상, 가령 지인들, 역사적 인물, 풍경, 동식물, 우화, 사건, 시공간을 화면에 소환시켜 숨결을 불어 넣는다. 각기 다른 화면들이지만, 하나로 응축되어 일관되게 흐르는 뜻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세계의 모든 대상은 서로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무한한 사태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생멸해간다는 사실을, 김성룡은 캔버스 하나에 극화시킨다. 나는 이 화가의 힘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각주]

1) And yet we feel-we cannot choose but feel-/ That they must perish. Tremblings of the heart/ It gives, to think that our immortal being / No more shall need such garments; and yet man,/ As long as he shall be the child of earth,/  Might almost "weep to have" what he may lose,

 

 


김성룡





작가 김성룡은 유성 볼펜과 아크릴릭을 넘나드는 회화를 선보인다. 1999년 부산 범어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사비나 미술관, 갤러리 화수목, 수가 갤러리, 아리랑 갤러리, 갤러리 청담, 복합문화공간 꿀, 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04부산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바 있고, 성곡미술관, 경기미술관, 프랑스 카로스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최한 다수의 단체전에도 이름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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