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
Origin | Made in Korea |
구매방법 | |
---|---|
배송주기 |
정기배송 할인 save
|
옵션선택 |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24년 부다페스트에서 출생해 1947년 이후 파리에서 살아온 헝가리 작가 베라 몰나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매개변수를 이용해 모형과 모형의 기능을 정의한다. 정상적인 수학적 질서와 이를 뒤흔드는 변형 요소 사이의 묘한 관계성을 절제된 언어로 보여주는 것이 그의 작업 전반이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말에 의하면 몰나가 천착해온 ‘시스템과 변수, 질서와 무질서라는 개념이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가’라는 질문이자 주제가 그룹전의 기획의도로 작용했다고 한다.
‘1퍼센트의 무질서 법칙’이라는 기본개념으로부터 이해 될 수 있는 그의 작업은 물론 그 개념을 시각화하는데 그치기보다는 기하학적 형태의 반복을 통한 공간적 시스템의 형성과 그 변형들을 담아내고 있다. 변화 속에 생기는 에너지의 구축이라든지 새로운 시스템의 형성이 작가의 주된 관심사라 하겠다. 이와 유사하게 그룹전에 전시된 작업들도 기계의 반복적 움직임, 프로그램의 규칙성과 그 속에서 생기는 변수, 변형의 관계 속에 형성되는 체계의 설립과 무너짐을 연구함으로서 질서/무질서, 정상/비정상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hibition view at Museum Haus Konstruktiv
Zurich, 2015 ⓒ Zurcher Hochschule der Kunste
스위스 신진작가 페랑(Pe Lang)은 <Moving object>라는 제목을 지닌 일련의 작품에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되는 센서를 이용해 무한히 움직이는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10미터 넓이와 4미터 높이로 설치된 새하얀 화면은 멀리서 보면 마치 마크 로스코(Mark Rothko)나 버넷 뉴먼(Barnett Newman)의 모노크롬 회화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서 보면 연속, 반복적으로 설치된 수많은 얇은 기름종이의 집적체로 이뤄져있다. 보이지 않는 전선으로 연결되어있는 종이들은 관람객이 접근함에 따라 구겨지고 펴지며 새로운 선이자 모형들을 만들어낸다.
흰 거대한 화면은 기계적인 느낌보다는 감각적인 시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바람소리를 연상시키는 종이소리 역시 여기에 운치를 더한다. 한 장, 한 장의 종이들은 기계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연속적으로 반복된 구조 안에서 질서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소하게 구겨진 종이가 이런 압도적 분위기의 미학을 창조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단위와 조합, 개체와 단체의 불합리적인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자극하는 작업이다.
헝가리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아틸라 처르고(Attila Csörgö)의 미술은 수학과 물리학의 추상적 개념을 모델로 만드는 과학실험을 기본 컨셉으로 적용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전형적인 과학적 사고나 추리 그 자체라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과학적 현상에 대한 예술가적인 색다른 접근에 가깝다. 빛과 움직임이 눈의 착시를 통해 기대치 않던 물리적 현상과 연결될 때, 관람객은 커다란 경외심을 느낀다. 설치작업 <Incidence Curves>는 울림 구멍을 닮은 F자 모양의 홀이 뚫려있는 두개의 검정색 디스크가 램프 앞에 설치되어 무한한 움직임을 통해 뫼비우스의 띠를 이뤄내는 것을 보여준다.
Exhibition view at Museum Haus Konstruktiv
2015 ⓒ Zurcher Hochschule der Kunste
또한 일종의 기계와 같은 <Platonic Constructions>는 무게의 법칙를 이용하여, 여러 나뭇가지들이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등의 추상적 수학 모형들을 만들어낸다. 여러 볼트들과 철사들로 연결된 나뭇가지가 서서히 당겨지면서 여러 형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장난감 로봇의 기계적 움직임을 연상시키며 유머러스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발명품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선과 면을 이용하여 창조적인 형태를 만드는 예술가의 작업이 원리나 이치를 설명하려고 모델을 만드는 과학자의 임무와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점을 시사 하는 듯하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의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작가 그룹 트로이카(Troika)도 과학과 미술사이의 관계성에 관한 작업을 보여준다. 베노와 만들브롯(Benoit Mandelbrot)의 카오스 이론에 관련해 젖은 종이에 20,000볼트의 힘을 가해 생긴 흔적을 스케치로 담은 <Path of Most Resistance/Light Drawing>이나 나무로 된 미로 위에 파라핀 램프로 그을린 흔적의 행로를 담은 작업은 우연과 필연이 둘 다 과학의 근본에 놓여있음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Exhibition view at Museum Haus Konstruktiv
2015 ⓒ Zurcher Hochschule der Kunste
한편, 지난해 아트바젤홍콩(Art Basel Hong Kong)에서 공공미술을 선보여 큰 이목을 끈 바 있는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의 <crt mgn>은 자석의 움직임으로 화면의 이미지를 바꿨던 백남준의 ‘자석TV(텔레비전)의 원리’를 이용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백남준을 추모해 만든 작업으로 일본의 와타리움미술관(Watari-Um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전시된 작업에 대한 오마주(homage)라고 한다. 작가는 4개의 네온 사인을 벽에 설치하고, 이를 비디오로 촬영한 후, TV화면으로 보여준다.
또한 TV 위로 거대한 자석 막대 추를 설치해 메트로놈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화면의 이미지는 추가 지날 때마다 흔들거리며 변화를 보인다. 마찰로 생겨난 가시화될 수 없는 자기장, 즉 자가 공간을 소리 시그널로 바꾸어 관람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흥미롭다. 이외에도 이 전시에서 가장 큰 작업인 피터 코글러(Peter Kogler)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설치 작업은 기하학적 무늬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통해 소름끼치리만치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유도한다. 생각해볼 점은 사람들이 실제 컴퓨터를 시각적 매체로 사용하기 전, 50년대 미술도 마치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 수학적 모형 조합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상기한다면, 인간의 수학적이고 물리적인 사고에서 컴퓨터의 특성이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시는 과학적 이론, 추리 방법, 프로그램 언어, 또 과학 기술 등이 미술과 결합하여 어떤 실험적 결과를, 또 어떤 새로운 시각적 경험들을 낳는지 생각게 한다.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