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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 아트워크: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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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man Artwork

‘원-맨 필름(One-man film)’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명의 등장인물만이 출연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영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쓰고, 연기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영화를 말하기도 한다. 양익준 감독이 연출, 주연, 각본, 편집까지 직접 맡았던 [똥파리]나 왕빙(Wang Bing) 감독이 곧 폐쇄될 중국 철광도시 선양에 머무르며 DV 카메라 하나만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철서구(Tie Xi Qu: West of the Tracks)]가 그 예다. 이 개념의 시작은 원-맨 밴드(One-man band)로 거슬러 갈 수 있는데, 이 또한 단지 1인이 활동하는 밴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음악가가 동시에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를 일컫는다. 이렇듯 원-맨 밴드, 원-맨 필름은 1인 체제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의 전형인 셈이다. 스스로를 원 톱으로 내세워 연출하고 기획하는 창작형태가 확장되고 있는 지금, 시각예술도 예외일 수 없다. 1인 기획을 선보이는 작가들, 원-맨을 자처하는 시각-예술가들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 기획·진행 백아영 기자

치아라 후마이(Chiara Fumai) 'Dogaressa Elisabetta Querini Valier reads Valerie Solanas' 2013 Cprint 80×120cm(without frame), 84×124cm(with frame) Courtesy A PALAZZO GALLERY and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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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Ⅰ

둘 셋 백 천 보다 뛰어난 하나_백아영


SPECIAL FEATURE Ⅱ-Ⅰ

-, 다양한 정체성의 발현_백아영 기자


SPECIAL FEATURE Ⅱ-Ⅱ

-,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을 완성하다_백아영


SPECIAL FEATURE Ⅲ

독립과 연대 사이를 진동하는 오늘의 1인 기획_김유미





샤디 가디리안(Shadi Ghadirian) <Miss Butterfly #3> 

2011 Digital print 100×150cm Courtesy of

 Podbielski Contemporary





Special feature Ⅰ

둘 셋 백 천 보다 뛰어난 하나

 백아영 기자



-맨 밴드, -맨 필름, -맨 쇼 등 익히 알려진 용어 외에도 혼자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 영역은 훨씬 다양하다. 기업을 홀로 운영하는 것,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과 취재를 병행하는 VJ 등 그 사례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특히 디지털이 발달한 현 시대에는 컴퓨터로 여러 가지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거나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 또한 확장된 의미의 원-맨 워크인 셈이다. 국가적인 차원으로도 많은 절차가 요구되는 인공위성 발사를 혼자 힘으로 해낸 아티스트 송호준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고,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아프리카TV의 주인공들이 상당한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모은다. 비단 인터넷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으로도 진출한 1인 미디어가 이슈를 끄는 요즘은 바야흐로 -의 시대다.

  

-. 쉽게 말해 혼자서 다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자 맡은 역할이 확실히 구분지어진 영화나 밴드에서의- 개념과 시각예술에의 그것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각 예술가들은 혼자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콜라보레이션,’ 타 장르가 결합한 융복합,’ 여럿이 함께 작업하는 콜렉티브,’ 그리고 수많은 어시스턴트를 거느리거나 대규모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예술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창작물은 작가가 개별적으로 직접 연구해 창조한 결과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에 걸맞은 매체 선택과 재료 마련, 대략적인 구상을 그려내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오롯이 작가 자신이므로, 어쩌면 원-맨이 아닌 예술가를 찾는 것이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1인 기획자이자 연출자, 혹은 등장인물로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일궈낸 개별 예술가들을 -으로 설정했다. 퍼포먼스를 포함한 1인이 직접 해내는 기획 사례는 시각예술에서 꾸준히 있어온 창작형태이지만, 셀프 기획과 연출, 홍보 등이 점차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현 시대적 상황과도 조화를 이루며 보다 자유롭고 넓은 의미의 창작이 가능해졌다.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 <Angels, swan song> 

2005 ⓒ Zena Holloway 2015





그렇다면 작가들은 왜 원-맨으로 활동하는가? 물론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기술적 협업은 작업의 퀼리티를 높이는데 단단히 일조하지만, 그러한 완벽한 마무리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자신이 기획한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내고 컨트롤하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물론 1인 기획으로 탄생한 작품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그리고 직접 진행하는 만큼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 1인 기획의 무궁무진한 힘과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이 특집 기획은 색다른 인물을 직접 연기하거나 행위자, 주체자, 수행자, 초대자, 관람자 등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소개하는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다양한 정체성을 발현하는 -맨 아티스트들. 한 명의 인물이 분장을 통해 여러 모습을 표현하는 작가들, 즉 작품의 도구로 자기 자신이나 신체를 사용하는 창작자들을 말한다. 메이크업과 의상, 가발 등을 이용해 꾸민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해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예술가. 이들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화면 속에 서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거나 무대를 제작해 미장센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날 것의 자신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여러 인물을 연기하고 성별과 시대를 넘나드는 피사체로 자리할 뿐이며, 이들에게는 자신의 몸이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작품의 대상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대부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며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강영호 <The sweat of the sun as the rain> 

2014 파인아트용지에 피그먼트 잉크 150×225cm




둘째로 작가와 기획자를 넘나들며 이 두 역할을 동시에 이루어내는 -들이 있다. 이들은 직접 대본을 쓰고 영화 전체를 디렉션하는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첫째로 분류된 작가들도 미장센을 연출하는 면에서는 감독과 마찬가지나, 사진과 같이 단일 화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리서치 프로젝트 혹은 이벤트로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차이를 두고 소개하려 한다. 그래서 작가가 진행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째로 개인전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소위 기획력이 뛰어난 예술가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기획자를 자처한 이들은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상황을 구축해 공간을 장악하고, 진행자가 되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이렇듯 한 편의 해프닝과 이벤트를 넘나들며 관람객을 초대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자의 개입을 유도하고,  화이트 큐브 안팎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펼친 작가들을 소개한다. 스스로 하는 연출, 그리고 기획을 공통분모로 둔 작가들의 사례를 보며 단지 관람만 하는 미술이 아닌,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등장하는 여정에 동행할 수 있다. 끝으로 이 특집은 큐레이터 김유미가 좀 더 확장된 개념의 1인 기획과 작품 제작 그 이후의 유통과정에 대해 쓴 글로 마무리된다. 


한편 원-맨 기획의 두 가지 분류로 포함시켜 규정짓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을 도구로 삼는다는 면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작가 군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1인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첫 번째 소개 작가들과 동일하지만, 가면이나 분장 뒤로 가려진 새로운 정체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드러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승택, 김구림, 이건용 등 원로작가들에서 시작해 낸시랭, 흑표범으로 이어지는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은 관람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작가의 표정이나 제스처, 나아가 당시의 분위기까지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매우 직관적인 예술 형태다.




오를랑(Orlan) <Skinned Liberty> 

2013 Videoprojection installation 




한 사람이 등장해 입으로는 피리나 호루라기를 불고, 손으로는 기타 혹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등에는 북을 메고 발로는 페달을 밟는 원-맨 밴드의 모습. “북 치고 장구 친다.”라는 우리말 속담처럼 이들은 실제로 북을 치며 동시에 장구도 친다. 모든 악기를 한 번에 짊어진 원-맨 밴드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때도 있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혼자서 기획, 연출도 하고 출연, 참여까지 해내는 과정에서 어쩌면 최대치의 능력이 발휘될 수도 있겠고, 밑천이 드러나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겠다. 허나 원-맨 예술은 아티스트 개인의 취향과 진면목이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임이 분명하다. 비록 -맨 아트워크가 널리 통용되거나 정식으로 존재하는 명칭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예술분야를 개척하는 원-맨 아티스트들은 앞으로도 늘어나 보다 발전할 것임은 분명하다. -맨 아티스트들의 탁월한 예술실험을 더 다양하게 만끽할 터이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이정웅 <노를 놓치다(Lost Oar)> 2012 

캔버스에 유채 145.5×112cm 스페이스K 제공 





Special feature Ⅱ-Ⅰ

-, 다양한 정체성의 발현

 백아영 기자



한 작가가 다양한 인물로 작품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1인 다역으로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이들은 직접 화면에 등장해 여자가 되었다가 이내 남자로 성별을 뒤바꾼다. 국경과 시대를 넘나드는 것 또한 빈번하다. 배경을 꾸미고 분장한 사람이 그림 속 주인공처럼 보이게 하는 활인화(Tableau vivant)’와 직접 세트를 만들어 촬영한 연출사진(Staged photography)’이 바로 이 맥락에 속한다. 자신의 얼굴과 몸을 이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상당히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자기표현이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분장으로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는 그저 '등장'하는 인물일 뿐이다. 화려한 분장은 관심을 집중시키지만 신체는 도구로 활용될 뿐이며 분장으로 완성된 모습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 같은 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로 신디 셔먼(Cindy Sherman)을 들 수 있다. 미국 출신 사진가인 그는 자신이 직접 화면에 피사체로 등장해 수없이 많은 정체성을 양산한다. 워낙에 다채롭고 파격적인 분장을 선보이는 탓에, 작품 속 주인공이 사실은 셔먼 자신, 즉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이제는 그의 얼굴이 익숙하지만). 그는 수없이 다양한 인물로 변신한다. 미국영화에 등장하는 금발 여배우들을 패러디하고, 패션모델로 분하면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모델의 모습이 아닌 삶에 찌들고 추한 여성의 모습을 포착하기도 한다. 마네킹의 사지를 절단하고 성기를 만들어 넣거나 임신한 상태로 표현해 다소 거북하고 흉측하게 그려낸 시리즈도 있다. 광고 이미지와 포르노그래피 등을 차용해 교묘히 연출한 화면은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가도 어느 순간 관능적인 강렬함으로 보는 이를 매혹시킨다. 때론 과장된 분장술이 의도된 엉성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드리워진 긴장감은 감출 수가 없다. 이렇듯 셔먼은 자신을 변화시켜 다양한 캐릭터를 연출한 사진에서 스스로 작품의 촬영자이면서 동시에 모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오브제적 역할을 일궈냈다.





이지영 <The moment> 2014 

잉크젯 프린트 127×200cm 




셔먼의 작품 중 15-19세기 유럽 귀족 초상화를 평범한 여인으로 묘사하거나 혹은 꽁꽁 싸맨 옷을 벗겨 신체일부를 드러내 파격적으로 탈바꿈한 시리즈가 있는데, 이러한 귀족 여성 분장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배찬효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셔먼이 귀족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그려냈다면, 남성인 배찬효는 역사 속에 존재한 실존 인물이나 유럽 동화 속 여주인공으로 주로 분하며, 당시 시대적 배경까지도 정확하게 재현한다. 스스로 전통적인 서양 여성으로 분장하고 복식을 착용한 차림새를 통해 영국 유학 시절 남성중심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한 서양에서 동양인 남성이라는 이방인인 자신이 겪었던 이질감을 파고든다. 당대의 배경을 철저히 고증을 거쳐 복원한 사실적인 배경과 복식임에도 불구하고, 창백하고 낯선 동양인 남성의 얼굴이 더해지자 그의 사진은 초현실적인 감성이 흘러넘친다. 고풍스러운 의상과 배경을 입은 창백한 남성의 얼굴은 마치 합성한 듯 어색하고 다소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경건한 표정은 현실에 스며있는 편견과 소외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다.


도로시 엠. 윤도 변장술을 이용한다. 작가와 그가 선정한 모델이 분장한 인물을 중심으로 상반, 상응, 절충, 대립된  상황을 설정해, 모호하고 모순적인 정체성과 그에 기인한 상황에 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상상과 현실, 동양과 서양, 현실과 비현실,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요소를 동시에 지닌 작품을 선보이며 때로는 발칙하고 때로는 동화적인 퓨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셔먼 자신이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선보이는 수많은 모델로 역할 했다면, 배찬효와 도로시 엠.윤은 모델이길 자처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내면과 추구하는 바를 드러냈다. 오를랑(Orlan)의 분장도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예술사, 성형수술, 스포츠, 종교, 정치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도구다. 다소 거칠지만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작업을 추구하는 그는 분장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마스크로 만든다. 일반적 미의 개념을 비틀어 표현하고 기존 예술에 반기를 드는 오를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선보이거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규정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서구적 미의 기준에 반하는 적나라한 이미지를 주로 선보인다.




배찬효 <Existing in Costume-Beauty and the beast> 

2008 C-Print 120×153m Ed.5.4 스페이스K 제공





오를랑은 작품에서 배경은 최대한 축소하고 등장인물이 중심이 되는 구도를 선보이는데 이는 셔먼의 대부분의 시리즈와도 유사하다. 그런가하면 배찬효와 같이 실제 역사에 정확히 입각해 만들어낸 배경에 자신을 들여다 놓는 작가로 이탈리아 예술가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가 있다. 그가 활용하는 사진기법은 미니어처로 만든 모형과 배경을 설치해 하나의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는 디오라마(Diorama)’. 초창기 연작 ‘Winter Stories’ 부터 자신의 동화적이고 예술적 상상력을 발현하기 위해 이 기법을 적극 사용하기 시작한 벤츄라는 배경은 유화로 그리고, 사각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이미지를 실제로 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전후 이탈리아라는 특정 시공간을 암시하는 배경에 소품을 결합해서 시각화한 결정적 장면 속 등장인물은 작가 자신이다. 


그는 이미지의 선별, 배경의 해석 등에 있어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최근 한국 개인전에서 선보인 ‘Short Stories’ 시리즈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내재한 여러 이미지를 나열해 마치 단편소설과 같은 효과를 낸 작품이다. 실제 풍경을 그대로 복제해 재현한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사진을 하나의 연극무대처럼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벤츄라는 직접 만든 시공간에 직접 등장해 내러티브의 주인공이면서 화자, 해설자로 역할하고 때로는 그의 가족을 출연시킨다. 그는 파편화된 이미지로 얽힌 시공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작가가 분장한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극적인 상황을 설정한다.


한편 대놓고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할 캐릭터를 설정하는 예술가도 있다. ‘신시아라는 무성 캐릭터를 창조해 직접 연기하는 작가는 미국을 기반으로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샤나 몰튼(Shana Moulton). 그의 화면은 화려하고 화사한 색감과, 키치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몰튼이 작품을 통해 발현하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의 소비문화다. 그는 사람들이 느끼고 추구하는 소비지상주의와 웰빙, 정서적 만족감의 관계에 대해서 탐구한다. 이를 위해 아예 또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연기할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이 신시아는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특정 도구를 사용하거나 의식을 치루는 등의 행위를 통해 치유와 계몽, 안정감이라는 요소를 찾아 헤맨다. 신시아로 분한 작가가 실험하는 것은 생체자기제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심장 등 생체기관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같은 전제를 둔 독특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신시아로 분한 몰튼의 눈을 통해서 보이는 세계는 어두운 현실과는 다르게 기발하고 색상도 참으로 다채롭다.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 <Homage a Saul Steinberg 1>

 2013 Print on archival inkjet paper 60×40cm 




조습의 화면은 어떤가. 사진,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는 1999년 후반부터 치열하고 혹독한 한국 현대사회의 비극과 어두운 단면을 풍자하고 조롱했다. 그는 지금까지 소개한 작가들처럼 자신을 숨기는 두터운 분장 없이, 단순한 소품, 표정, 제스처와 인물의 배치로 특정 사건을 묘사했으며, 해학과 역설이 담긴 사진을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를 비판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 뒤에 씁쓸함이 가미된 사진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곤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장소를 옮겨 다니며 그 장소가 지닌 기억과 특성에서 작품의 실마리를 찾는 것으로 형식의 변화를 꾀하며 방향성을 달리했다. 최신 작업에서 그는 배경과 상황을 짐작케 하면서도 도저히 시대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모호한 외형을 지닌 인물들을 배치한다. 묘한 이질감을 주는 이들은 모두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짓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뒤섞은 유희적인 연출은 시대비판적인 성향을 적극 드러냈던 활동 초기부터 선보인 꾸준한 방식이다. 그 안에서 자신 스스로 유머러스한 모습을 하고 하나의 등장인물로 자리하는 방식 또한 여전히 유지한다.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존재들, 진실 뒤로 가려진 실체를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에 이지영은 자신의 모습보다는 공간을 분장하는데 여념이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로 얽힌 시공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엮어내는 그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피력하는 것은 주인공 인물 보다는 공간과 배경 자체다. 어쩌면 인물의 삽입 여부를 발견하는 것 조차 어렵기도 하다. 작가는 직접 무대를 꾸민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에 눈에 익은 오브제를 설치하지만, 강렬하고 반복적인 색과 형상으로 비일상적이고 상상 속에 존재할 법한 공간으로 뒤바꾼다. , 모든 것은 자전적 요소에 바탕한 장면이다. 그가 직접 구성하고 연출한 무대와 세트는 그의 성향과 정체성을 강력하게 반영한다. 자신이 계획한 공간 연출에 필요한 오브제를 직접 제작하고, 실제로 등장하거나 모델을 위치시키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본의 최종사진이다. 세트장을 이동하거나 오래도록 보존하는 것은 대개 불가능하며, 사진 속에서만 영구히 존재한다.


다채로운 결과물로 탄생한 이들의 분장 혹은 변장은 가식과 위장으로 자신을 숨기기 위한 도구이거나, 반대로 자신이 되고자하는 모습의 강렬한 표현이자 자신의 진짜 의도를 보여주기 위한 적극적인 드러냄일 수도 있다. 이들의 작품엔 직접 자신이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과 가까운 혈육과 지인, 혹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모델을 등장시킨다. 이들의 활동 영역과 드러내고자 하는 진실은 다를 수 있지만, 모두 흥미로운 공통분모를 지닌다. 바로 본인의 얼굴과 몸에 분장과 설정을 덧입히고, 이러한 허구적 요소를 빌어 자신의 발언을 더욱더 견고히 하는 것. 이들이 분장해 표현한 인물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작가들은 결코 이들의 모습 뒤로 숨어 자신의 정체성을 은폐한 것이 아니다. 분장으로 실제 얼굴을 가리긴 하지만 이도 분명 자신의 내면적 표현이다. 화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인물은 작가의 마음 속에 내제된 욕망과 특징을 드러내는 분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어색하고 껄끄러운 분장을 감수하고도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예술가들. 작가들은 이러한 자신을 활용한 직접적이면서도 동시에 간접적인 연출을 통해 결국엔 자신이 내고자 하는 목소리와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를, 관람자에게 혹은 자신 스스로에게 여실히 드러낸다.  




헨드릭 커스턴(Hendrik Kerstens) <Napkin> 2009 

Courtesy witzenhausen gallery amsterdam new-york





Special feature Ⅱ-Ⅱ

-,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을 완성하다

 백아영 기자



작가면서 기획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이들이 있다. 대체로 리서치 프로젝트나 관람객 참여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이들 작품은 개인전 형태로 선보여도 손색이 없다. 기획자를 자처한 활동가들은 리서치를 장기간 진행하기도 하고, 참여자를 필요로 하는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작가는 왜 프로젝트성 작업을 지속하는지에 대해 자문하며, 자신의 작업이 한 가지 타입으로 규정되는 것을 피하고 매 시기마다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과, 끝나지 않는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 이러한 1인 기획의 매력은 작가의 작품에서 규정된 스타일을 예측하거나, 변화과정 등 흐름을 가늠할 수 없고, 시의성을 띄는 작품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원-맨 아티스트들은 특정 시기와 당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도, 또 다른 때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내용의 기획을 선보일 수 있다. 치밀하게 짜인 기획과 연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행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돌발성이 이들의 힘이다.




소피 칼(Sophie Calle) <Coeur de Cible/Target 13-1> 

2003 Color prints, aluminum, frames Complete 

set indivisible of 13 photographs, 68×50.5cm minimum

 to 79.5×50.5cm maximum ⓒ Sophie Calle 




우선 참여자를 초대해 프로젝트를 일궈내는 작가들을 만나보자. ‘2007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 소피 칼(Sophie Calle). 사진가이며 개념미술가인 그는 주로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의 삶 전체가 작품의 소재이고 대상인 그는 일상과 예술, 자신의 삶과 타자의 인생, 진실과 허구를 맛깔스럽게 뒤섞는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의 작품으로는 <Take Care of Yourself>가 있다. 칼은 그의 연인에게서 이별을 고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고, “잘 지내(Take Care of Yourself)”라는 마지막 글귀를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100명의 여성들에게 보내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하게 했다. 편지를 받은 여성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에 답한다. 편지를 잘근잘근 씹어 먹어치우는 앵무새도 등장한다. 타인의 직업적 특색과 개인적인 성격이 지극히 사적인 사건에 투입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주변인이나 우연히 만난 사람들, 혹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교대로 자신의 침대에서 자게 하거나,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신을 미행하게 한다. 일련의 프로젝트에서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 속에 타인의 사생활이 유희적이고도 자연스럽게 스민다.


이렇듯 작가 자신의 기획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참여자인 타인의 참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프로젝트성 작업의 예로, 관람자의 적극적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을 선보이는 영국 출신 작가 티노 세갈(Tino Sehgal)이 있다. 자신의 작품이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거나, 인쇄되고 출판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세갈. 그만큼 작품이 진행되는 그 순간과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갈은 움직임이 없는 오브제를 설치하는 것 대신, 계속해서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누군가를 전시 공간 안에 세워두고, 이러한 행위 자체를 작품으로 내세웠다. 그의 대표작 <This is good>(2001)은 전시 공간에 관람객이 들어섰을 때, 전시장 지킴이들이 일제히 뛰어올라 다시 착지하는, 그리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원래 업무로 돌아가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난데없는 이벤트는 조용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당황스럽게 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경험으로 이끈다. 그의 전시장에는 작품이 없는 것인가? 아니 있는 것인가? 혼란스러운 경험에 갈피를 못 잡는 와중에도 전시는 계속된다. 하지만 관람자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시장에 들어서는 이가 없다면? 지킴이들은 본래 목적에만 충실할 것이니 결국 전시장에는 그의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수많은 의문을 낳는다. 이렇듯 그의 프로젝트는 참여자의 즉각적인 반응과 직결된다.





리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 Installation view of 

2015 Venice Biennale Photo by Alessandra Chemollo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세갈의 작품 제작과정은 이러하다. 구상단계를 거쳐 이를 수행할 누군가를 찾는다. 선정된 사람들은 훈련을 받고, 실제와 같은 상황으로 리허설까지 거친다고 한다. 이로써 그는 무대 위에서 등장인물의 배치, 역할과 무대 장치와 조명 등의 세트 등 총체적인 계획을 담당하고, 의도적으로 관람객을 초청하는 모든 과정의 총 책임자가 된다. 리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태국인 예술가인 그는 다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의 문화와 환경, 공동체의 문제를 주제로 다룬다. 그는1992년 뉴욕 303갤러리에서 <Untitled(Free)>라는 전시를 선보이며 그의 이름을 미술계에 각인시켰다. 갤러리를 부엌으로 만들고, 밥과 타이 커리를 무료로 제공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모마(MoMA)에서도 소개했다. 이 단순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이 좀 더 사교적이고 친숙한 방식으로 현대미술과 소통하도록 유도했으며, 예술가와 관람자 사이에 존재하는 막연한 거리감을 단축시켰다. 티라바니야는 작품 하나를 전시한 것 이상으로, ‘그 날, 그 곳에서 커리를 맛 본 이들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지휘한 것이다. 그 밖에도 그는 전시장을 카페, 휴게실, 도서관, 음악 스튜디오로 탈바꿈해 일종의 색다른 일상행위를 들여왔다.


이렇듯 관람객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 예술이나 공동체 미술로 분류되기도 한다. 허나 이 장에서는 프로젝트성이면서도 이벤트성 성향을 지닌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관람객은 작가가 설정한 범주 안팎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활동하며, 전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의외성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작가 개별적으로 꾸준히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나현은 리서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한 프로젝트 작업을 주로 아카이브와 보고서 형태의 전시로 선보여 왔다. 그는 이미 망각되거나 잊혀져가는 단계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근거로 작업을 시작한다. 완성까지는 몇 년이고 시간이 소요된다. 역사적 레퍼런스와 문서를 충실히 수집하고 철저한 기록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일반화되거나 관념화된 역사적 사건들을 드러내지만, 여기에 예술가의 주관적 관점을 더해 일종의 픽션을 가미한다.





나현 <Walnut Babel Tower> 2013 




공개된 정보만을 수집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송호준. 과학자와 예술가의 중간 즈음에 서 있는 그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중인 <OSSI-1 인공위성 제작 기술들>(2015)라는 작품에서 인공위성에 대해 그가 직접 수집한 지식이 축적된 제조기술을 낱낱이 밝힌다. 그는 어떤 종류의 전선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선을 벗겨내고 납땜해야 하는지, 알루미늄과 스프링의 가공, 위성 안테나 만들기 등을 소개하고, 우주에서 동작 가능한 접착제의 선택 등 자신이 직접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에 입각한 실용적인 지식을 나열한다. 과연 이 정보를 학습해 인공위성 발사에 도전할 관람자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물론 이 작품의 목적이 그 것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실질적인 정보는 작가가 직접 기획에서부터 체험까지 완료한 원-맨이 아니라면 습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송호준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까지 전체 과정도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었지만, 그 이후 노하우를 선보이는 아카이브도 기획을 거쳐 작품이 되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장에서 소개되는 작가들 대부분의 작업은 다양한 형태로 전시가 가능하다.


도시 뒤편에 숨어있는 소상공인들의 노동과 삶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시리즈를 꾸준히 만들어 온 박경근은 철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청계천 메들리>(2010)로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이를 번역한 <청계천 메들리 아시바> (2015)까지 선보였으며, 그에 앞서 거대 기업 생산 현장에서 철을 통해 산업화의 종말을 이야기한 <철의 꿈>을 후속으로 제작하기도 했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청계천 뒷골목 금속 공방들을 떠돌며 기계들과 쇳덩이들의 모습에서 기인한 감정들을 자신에게 투영하면서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알렉시스 다한 

<If the game is the art, is chance the artist?> 

2014/2/19-3/16 Public, site-specific, 

participatory, non-profit installation With the support

 of Art Production Fund-P3Studio, Las Vegas





마지막으로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벨기에 출신으로 멕시코시티로 건너가 활동 중인 그는 회화, 퍼포먼스, 필름,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 알리스는 남들이 그다지 나서서 하지 않을 일을 기획해 자신을 투입하거나, 많은 인력을 끌어들이는데, 혼자서 얼음덩이를 끌고 온종일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소소하게 쓸모없는 행동을 하기도, 대규모 인원을 모집해 그의 쓸모없지만 왠지 도전해 보고픈 시도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When Faith Moves Mountains>(2002) 50여 명의 인원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삽을 들고 산을 움직이려 시도한 것이다. 일단 기획해 밀어붙이지만 그 시도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함께 산을 옮기거나 자신의 방에 와서 잠을 자라는 등의 제안, 조용히 명화를 즐기러 방문한 미술관에서의 식사 대접 등 작가 자신이 상상하고 만들어낸 상황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혹은 관람자를 밀어 넣는 예술가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반응이 첨가되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기에 이들의 시도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프로젝트의 끝은 기획단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돌발성이 이들의 주 무기다. 아티스트가 다방면으로 뛰어다니는 동안 생겨나는 사건들도 모조리 수집돼 작품으로 역할한다. -맨 기획자로써의 예술가들은 이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굉장한 힘을 내비친다.   




블라디미르 휴덱&한나 튜레코바

(Vladimir Houdek&Hana Turecková)

 <The Trickling Expanse> 2014 Single channel Full HD video 

17min Courtesy Polansky Gallery, Prague



 


Special feature Ⅲ

독립과 연대 사이를 진동하는 오늘의 1인 기획

 김유미 미술사



전시장에서 1인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투박하고 거친 공간에서 자기 존재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제스처를 보고있자면 단편적인 호기심이 들기 마련이다. “저 사람이 작가일까?” 적어도 필자의 경우 퍼포먼스를 하는 이가 작가임을 확인하는 순간, 작가가 내 눈 앞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생기곤 한다. 작가가 직접 퍼포먼스를 수행할 때에는 오브제 작업보다 작가의 물리적인 저자성(author)이 현전한다. 그 퍼포먼스가 사진과 영상으로 전해진다면 작가의 주체적 실존성은 한층 강렬하고 지속적으로 각인될 것이다. 1년 넘게 같은 시간에 자신의 사진을 찍고 수천 장의 작가 사진으로 전시장을 도배했던 대만 출신 테칭 쉬에(Tehching Hsieh) <1년의 퍼포먼스 1980-81(One Year Performance, 1980-81)>가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작가의 현존이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예로 들긴 했지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획에서 리서치, 기금 조성, 연출, 제작까지 일임하는 1인 기획의 작가가 있다. 작가, 협업자, 전시, 비평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지금의 미술 환경에서 1인 기획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가.




로빈 로드(Robin Rhode) <Typing Steps> 2011 

15 Fine art ink-jet print, 15 parts Each 

3.62×15.67inches, 60×39.8cm Edition of 5 

Courtesy of Braverman Gallery, Tel Aviv




비판의 도구로써 1인 기획


영화, 연극, 무용처럼 집단 창작방식이 일반화된 장르와 달리, 미술 혹은 시각예술은 개별적인 창작 방식에 익숙하다. 기획에서 제작까지 1인의 작가에 의해 완성되는 작업을 ‘1인 기획(혹은 원-맨 아트워크)’이라 표현할 때, 그렇다면 1인 기획이 아닌 예술도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먼저 동시대 미술에서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은 분업과 협업을 살펴본다면, 그에 대한 반대로 1인 기획에 대한 개념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발현된 작가들의 유대, 그리고 유대를 통해 협업이 실현되는 것은 비단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멀리는 1910년대 다다(Dada)의 집단 공연과 1960년대 플럭서스(Fluxus) 그룹의 무보 제작, 우편예술(mail art)은 예술의 제작과 실현을 협업, 분업화했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공장에서는 분업이 본격적이고 산업화된 양상으로 확장되었다. 더 이상 예술가는 작품에 손을 대지 않았다. 분업과 협업은 1980-90년대 미술을 거치면서 보다 조직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듀오와 콜렉티브 또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작업을 위해 협력과 협업을 마다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고도로 분업화된 미술 제작 환경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가하면 기술적인 협력이 아닌 작업 자체의 내재적인 의미 구현을 위해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2011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에서 여러 협업자들을 통해 다중의 저자성(multi author)을 드러내며 미술 제도와 관람자에 대한 이슈를 만들었다. 작업의 의도와 서사를 구축하기위한 방법으로써 협업은 유용한 도구였던 셈이다. 이렇게 협업과 분업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1인 기획이 아직 유효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금이 부족해서라는 자본의 문제 혹은 내 손으로 완성하겠다.’라는 예술가의 의지를 떠나, 가르시아의 경우를 뒤집어보면 1인 기획은 한 사람의 주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문제의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기획에서 제작까지의 과정을 일임한다는 것은 1인 기획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1인 기획은 한 명의 창작자를 통해 작업의 담론과 비판적인 언어를 표상해야 할 것이다. 이를 테면 주체성과 자아에 대한 논의, 저자성의 문제, 자본과 환경 등 미술제도와 체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할 말이다. 





숀 글래드웰(Shaun Gladwell) <Untitled> 2014 Performance 

still Courtesy Galleria Astuni, Bologna Photo: Lucille Gladwell 





모든 작업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조직하는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는 비판적 도구로써 1인 기획을 실천한다. 1970년대 초반 해몬스는 기름칠한 자신의 신체를 종이에 찍어내는 '신체 프린트(Body Print)' 시리즈부터 시작해 <부당한 사건(Injustice Case)>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인종 문제를 드러냈다. 그 후1983 <블리자-드 볼 판매(Bliz-aard Ball Sale)>에서는 노점상인들 속에서 싸구려 오브제이자 1회성 상품인 스노우볼을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작가, 갤러리, 미술관으로부터 독립적이었던 해몬스의 활동은 당시 미술 시장의 비합리적이고 변덕스러운 행태에 대한 풍자이자, 1회성의 상품이 나타내는 미술의 지속성에 대한 성찰이었다. 해몬스는 작품이라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오브제보다 비물질적인 방식을 통해 작가의 주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2007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그가 선보인 작업은 “8 18일에 비가 올 것이다라고 말한 예측이 전부다.(실제로 그 날 비가 오지는 않았다.) 머리에서 시작해 입으로(발화로) 완성되는 해몬스의 작업은 매체와 제도(주최 측)와의 충돌을 야기하며 기존의 가치와 체계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그는 어떤 것도, 심지어 작품조차 남기지 않으며 단지 개인 작가만을 남기며 1인 기획을 비판적 제스처로 활용한다. 몇몇의 사례에서 보듯 해몬스의 작업은 미술관, 비엔날레, 미술 시장이 이끄는 제도와 그러한 미술의 환경에 처한 작가의 조건을 드러낸다. 1991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P.S 1에서 열린 전시는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데뷔 전이자 중간 회고전이 되었으며 동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지막 전시가 되었다. 이후 뉴욕 미술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해몬스는 제도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그의 전시는 판매를 위한 것도 아니었고 기자간담회도 전시 제목조차 없이 진행됐다. 심지어 갤러리 운영자는 전시가 개막하기 전까지 전시의 내용이나 작품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역시나 해몬스는 스스로 기획한 전시를 통해서 미술 시장의 문제, 나아가 저항을 피하는 겁쟁이 미술 비평의 문제에 파고들었던 것이다. 





테칭 쉬에(Tehching Hsieh) <"1년의 퍼포먼스

(One Year Performance)” Art Documents 1978-1999> DVD




작을 넘어 유통으로의 확장


해몬스의 예에서 보듯이 1인 기획은 작업의 창작 뿐 아니라 제작 환경, 전시, 비평이라는 유통 과정으로 확장된다. 작가들은 본인의 작업을 스스로 기획한 전시로 보여주는가 하면,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통해서 전시장 밖에서 선보인다. 혹은 전시의 대안으로 소규모 출판을 통해 작업을 소개하고 기록하기도 한다. 이러한 1인 기획의 유통은 미술 제도에서 벗어난 독립성에 기반한다. 독립자일 수 밖에 없는 예술가의 위치는 작품을 제작한 후 그것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위치를 상실했다. 큐레이터, 비평가, 딜러의 눈과 손을 거치며 작품은 스스로의 비판 가능성을 잃고 미술계라는 큰 판 속에 부유하는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스스로 구축하는 작가가 있다. 동어반복적인 순환의 고리 속에 갇히는 자기 비평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알베르토 카사리(Alberto Casari)는 회화 작가 알투로 코바야시(Arturo Kobayashi)와 엘 미스티코(El Mistico), 문인 알프레도 코바루비아스(Alfredo Covarrubias), 평론가 패트릭 반 호스테(Patrick Van Hoste)와 함께 PPPP(Productos Peruanos para Pensar)라는 콜렉티브를 만든다. 그런데 이 콜렉티브의 일원은 카사리의 또 다른 자아들로 인격을 지닌 유령으로 존재한다. 카사리의 원맨 콜렉티브(One-man collective)는 창작과 비평에 대한 주관성, 저자성에 대한 오랜 관행을 파기한다. 


유통의 과정에서 독립적인 기획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것은 작가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는 작가운영 공간(artist run space 혹은 artist run initiative)이다. 작가의 기획 아래 작가운영 공간은 스튜디오, 전시, 워크숍, 토론, 교육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구현한다. 1970년대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간 작가운영 공간은 제도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미술 시스템의 조건들에 대항하기 위해 작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대안적인 커뮤니티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수많은 작가운영 공간이 등장하면서 대안 미술의 장을 주도했다. 새로 생겨나고 없어지는 미술계의 생리 속에서 작가운영 공간은 2000년대 이후 온라인과 단행본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쉽게 찾아보고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공간에 대한 실행과 이론에 대한 담은 책 『Self-organized』가 올해 번역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 <America the Beautiful>

1968 Lithograph and body print Oakland Museum




하지만 작가운영 공간은 당대의 제도권 미술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속한다. 초기 형태의 작가운영 공간은 제도권의 대척점에서 반부르주아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제도권의 시스템을 모방하면서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한 행태는 결국 작가운영공간이 해체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운영 공간은 미술계 주류에서 의식적으로 멀어지고자 공간과 창작의 실행, 관객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화이트 큐브에서 벗어나 벽이 없는 공간, 오브제가 아닌 비물질적이고 경험으로 인식되는 작업, 수평적인 토론의 형태는 작가와 큐레이터, 작가와 관객, 사적과 공적 공간, 주인과 손님의 대립적 이항을 극복하며 작가들의 독립적인 ‘1인 기획을 실천하는 가능성을 주었다. 


다소 모순적이게도, 작가운영 공간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조건 중에 하나는 바로 운영자인 작가성을 포기하는데 있다. 1972년 시작된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로카테레 갤러리(La Galerie de Locataires, 임차인의 갤러리)는 이 장소의 이름이 말하듯이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운영자에 의해서 운영됐다. 이 곳에서는 위계와 제도적 질서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독립적인 창작과 기획이 가능했다. 1인 기획을 실천하는 독립성이란 오히려 그 저자성과 원본성에 대한 신화를 파기하는데 있다. 그럼으로써 작가와 작품이라는 물리적인 실체보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작가들 간의 유대와 연대의 내적인 관계에 중요성을 부여한다. 공간의 내부적인 연대는 물론, 오늘날 작가운영 공간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른 작가운영 공간들과 함께 이벤트를 개최하고 일시적으로 연합한다. 1인 기획은 다시금 네트워크로 수렴한다. 그렇다면 1인 기획이란 오로지 작가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미술에서 1인 기획의 의미는 독립적인 주체로서 예술 실천을 저해하는 제도와 시장에 균열을 가하고, 그것이 제작을 넘어 전시와 비평의 과정까지 아우르며,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되는 데에 있다. 일시적인 호스트(host)이자 영원한 게스트(guest)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 김유미는 한양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며 다양한 국내외 전시와 행사를 기획했으며, 공역으로 『미술사방법론(헤겔에서 포스트식민주의까지 미술사의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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