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44, Sep 2018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France
KL’envol ou le rêve de voler
2018.6.16-2018.10.28 파리, 메종 루즈 재단 미술관
자신이 직접 설계한 복잡한 미궁 속에 아들과 갇혀버린 다이달로스(Daedalus). 그는 기나긴 궁리 끝에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이카로스(Icarus)와 함께 하늘을 날아올라 미궁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지상에 떨어진 새의 깃털을 하나씩 모아 밀랍으로 이어 붙인 두 쌍의 날개를 달고 상공으로 떠오른 부자는 미궁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너무나도 높게 날아오른 탓에 이카로스의 밀랍날개는 뜨거운 태양 빛에 타 녹아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날개를 잃은 그는 결국 바다 속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이카로스는 알고 있었을까. 태양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날개는 점점 더 빨리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날개 없이는 공중에 결코 뜰 수 없다는 것을. 이제 곧 무거운 자신의 육체가 아래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며 추락할 것을. 완전한 비상(飛翔), 그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인간이 이룰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누가 중력이란 자연의 거대한 섭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비상을 꿈꾼다. 비록 아주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상, 천상은 우리에게 언제나 목마른 곳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 사진 Maison Rouge 제공
Vue de l'xposition 'L'envol ou le rêve de voler' Maison Rouge 2018 Photo ⓒ Marc Do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