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5, Jun 2020
박경진
Park Kyungjin
사연 많은 도시에 말 걸기
파란 문에 시선이 맺힌다. 청량한 그것에서 겨우 눈을 떼 화면을 훑는다. 하얀 벽과 대조를 이루는 문, 이는 실제를 모방한 가짜 공간이다. 영화 세트장에서 물질을 재현하고 작업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회화로 다시 그리는 반복행위를 하는 작가는, 세트장이 크로마키 배경과 블루스크린, 조명을 통해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이미지가 조작 또는 변형되는 가능성을 가지는 점에 착안해 회화에서도 이를 방법적으로 차용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다 축조되지 않은 영화의 장면과 작가 개인적 삶의 한 순간을 절묘하게 연합시킨 방식은 판타지와 일상, 공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렇듯 드라마틱한 결합 방식이 박경진 고유의 것이라 주장하긴 힘들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말 걸기’는 그의 작업 특유이기 충분하다.
● 정일주 편집장 ● 인물사진 박희자 작가
'마약사무실파현장(설치 모습)' 2018 캔버스에 유채 227.3×545.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