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7, Apr 2017
배고픈 자들을 위한 만찬
Spain
Miralda Madeinusa
2016.10.22-2017.4.9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미식의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 스페인. 이 거창한 수식에 화답하듯, 스페인은 먹을 것과 마실 것들로 넘쳐난다. 특히, 피레네 산맥 너머로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 바르셀로나의 식문화는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하몽(Jamon)과 해산물들로 가득한 시장,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타파스(Tapas), 길목마다 진기한 먹거리가 즐비한 바르셀로나의 풍경은 그야말로 사람 사는 맛과 향이 진동한다. 이토록 맛난 곳에서 먹고 자란 덕분일까. 카탈루냐 출신 안토니 미랄다(Antoni Miralda)는 먹을 것과 먹는 행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온 작가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후, 곧장 파리로 건너가 패션잡지의 사진작가로 커리어를 쌓으며 틈틈이 해온 조각과 드로잉을 통해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뒤이어 그는 서른이 되던 즈음,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위해 또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을 그곳에서 체류하며, 반미국인으로서 작가의 삶을 이어왔다. 미랄다의 작업세계는 미식을 모티브로 한 만큼 그 색채가 강렬하고 화려하다. 정열적인 스페인이라는 참으로 진부한 문구가 절로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선입견에 가까운 이 식상한 표현마저, 카탈루냐인들에게는 반가울 듯하다. ‘Miralda Made in USA’, 말 그대로 미국에서 제작된 미랄다의 작업이 자신의 고향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 사진 MACBA 제공
Exhibition view of 'MIRALDA MADEINUSA'(2016.10.22-2017.4.9) at MACBA Photo Miquel C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