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91, Apr 2014
차계남
Cha, Keanam
흑(黑), 철학과 사색이 결합되는 지점
검은 색과 마주하면 내가 보인다. 깜깜한 밤의 바닷가, 완벽히 설치된 암실, 까맣게 칠해진 캔버스 등 검은 색을 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 스스로와 대면하는 경우가 있다. 흑색은 하나의 색으로 인식되기보다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백과 흑으로 구성된 차계남의 대작 앞에 서면 이런 감정은 백분 실감된다. 사이잘 마(Sisal Hemp) 실로 만든 작품이나 몇 천 장의 붓글씨를 덧대어 접착시킨 최근작 모두, 그곳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많은 사색과 철학이 담겨 있다. 그것이야말로 작가 차계남에게는 가장 표현해야만 하며 제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Untitled 5358-2-3' 2011 한지, 먹 244×24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