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1, Oct 2016
실험의 장(場), 예술가의 몸
Australia
Know My Name, Australian Women Artists 1900 to Now
2016.8.12-2016.11.6 캔버라, 호주국립미술관
호주의 개념미술 선구자이자 퍼포먼스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마이크 파(Mike Parr). 지난 8월 11일,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을 하루 앞둔 파는 여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그는 호주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Blue Poles'(1952) 앞에 자리를 잡았다. 메이크업이 끝나자 그는 바닥에 누워 자신의 몸이 캔버스가 되기를 기다렸고 곧이어 드레스 위에는 폴록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빨간색 액체가 뿌려졌다. 당연히 빨간색 물감일 것이라 여겼던 그 액체의 정체가 그의 혈액으로 밝혀지자 조용하던 장내는 한동안 소란스럽기도 했다. 파는 침묵과 소음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 꼼짝 않고 누운 채 자신의 몸과 피를 제물 삼아 그렇게 또다시 ‘신부(新婦)’가 되었다. 폴록에 대한 오마주로 선보인 퍼포먼스'Jackson Pollock the Female'은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인 페리스코프(Periscope)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역시나 상반된 반응을 보였고 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의 의견도 매한가지였다. 이번 전시 'Foreign Looking'은 파의 실험적인 작업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서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모든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슈가 되었던 과거의 논란은 2016년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호주 미술에 파격적인 바람을 일으킨 그의 예술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아직까지도 그의 작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파의 퍼포먼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Performance view of 'Jackson Pollock the Female'(2016.8.11)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