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14, Mar 2016
이준
Lee Zune
즉흥의 산물, 총체적 뉴미디어
새하얀 텔레비전이 놓여있다. 그리고 분홍과 연두, 각 파스텔 색조 화면 속에 물고기 두 마리가 오르락내리락 움직인다. 이들은 길고 짧은 단어를 각기 뱉어내고 있다. 서로 유명인의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뉴스 머리기사를 읊어대기도 한다. 주요 언론사와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서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문구를 가져와 마치 두 물고기가 대화하는 듯한 상황의 연출한 작품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준의 '레치타티보: 물고기의 목소리'(2015)다. 디자인, 공학, 음악 등 여러 영역에 걸친 학식과 배경을 바탕으로 정통 뉴미디어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예술가 이준. 인공지능, 텍스트, 게임,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인터랙티브 퍼포먼스와 공연 등의 형태로 재생산하는 그가 지난달 막을 내린 개인전에서 그동안 추구한 개념을 집대성한 작품을 공개했다. 클래식 음악 장르인 ‘환상곡(Fantasia)’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발한 '즉흥 환상곡-魚'전은, 작곡가가 즉흥적으로 악상을 떠올려 만드는 환상곡, 특히 음악가 쇼팽(Fryderyk Chopin)의 ‘즉흥 환상곡’에서 개념을 따왔다. 환상곡은 서곡(prelude), 토카타(toccata), 푸가(fugue), 코랄(chorale), 샤콘느(chaconne), 카논(canon), 레치타티보(recitativo), 코다(coda) 등 몇 가지 기존형식구조를 지니는데, 이 구조를 연결, 구성하면 완성된다. 이준도 환상곡 형태를 빌어 작품제목에 붙이는 유희를 선보였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서지연
'푸가: 쓰기, 읽기, 변조하기, Z300M' 2015 드로잉 로봇 턴테이블 시스템, 금붕어, 컴퓨터 비전 시스템, 인터넷 연결, 주식가격이 그려진 LP, 종이LP, 볼펜, 연필 가변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