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
Origin | Made in Korea |
구매방법 | |
---|---|
배송주기 |
정기배송 할인 save
|
옵션선택 |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랜드(INLAND)’는 가르시아-도리의 활동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2005년 처음 구상을 시작하여 2010년에 형태를 갖춘 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인랜드는 일종의 유사 기관으로서 “긴급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다원적 전문가들의 모바일 유닛(Polyvalent specialist mobile units working in emergency contexts)”으로 정의된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발생하는 영토, 지정학, 문화와 정체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실천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반대로 미술이 일반적으로 생성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인랜드는 기업, 미술관, 행정 조직과 같은 공식적인 기관들과의 관계에서 일하며 소규모 자영농들, 환경 운동가, NGO와 연합하여 활동한다.
가르시아-도리는 또한 북스페인 지역에서 염소, 양, 소를 모는 목자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에서 출발해 한
해 동안 목자들과 지내며 트레이닝 시스템을 조사하고, 연 단위의 교육 코스를 개발하여 ‘목자 학교(A Shepherd’s school)’(2004-)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전 세계의 유목민 커뮤니티의 대표들 200명을
모아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세계 유목민들의 모임(A world
gathering of nomadic peoples)’(2005-2007)을 조직하기도 했다. 작가는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전시에 참여했는데 특히 2016년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한새봉 두레에서 <도롱뇽의 비탄>이라는 희곡 대본을 쓰고 연극 공연을 만들었다. 한새봉 두레는
벼농사를 지으며 친환경 공동 경작을 실천하는 광주 주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다. 전통 인형극의 형태를
차용한 공연은 도시에서 밀려난 자연과 농민의 삶을 표현하는 주민 참여극으로 구성됐다.
Westland Aerial, Luca Locatelli
이미지 제공: OMA
예술가의 개입이 어떻게 또는 얼마나 농생태학적 연구와 활동, 농촌
공동체의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가르시아-도리는
공동체로의 몰입이 긴 시간을 요하는 작업인 반면 예술가들과 예술이 문화 시스템의 열성적 변화에 의해 빠르게 이동해 가는 경향을 지적한다. 단기간 실행되는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결과 도출 형태의 미술 문화 리듬에 따르지 않으려면 반드시 전시를 목적으로 두지 않는 활동의 방식이
필요하다. 가르시아-도리의 개인 활동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공동체에 개입하거나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운 결과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작업이 있는 반면, 특정한
결과물을 내지 않는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작업의 트랙이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이 같은 활동에 예술가로서
참여하게 될 때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시각적 결과물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한다. 이러한 시각적
결과물(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활동)은 예술이 개입하는 장소의
가치를 부여하는데 도움을 주고, 개인과 공동체에게 장소에 대한 감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예술가는 이 작업이 생태관광에 적합한 전통적인 환경친화적
편의시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경험들에
대한 설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Precision Farming
이미지 제공: OMA
농생태학과 연계된 예술 작업들은 다수의 경우, 다학제적 공동 연구가 수반되고 다수의 참여로 실현되는 특징을 가진다. 작업과 활동을 위한 조직의 구성과 작동 방식 자체가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1995년 미국에서 에이미 프란체치니(Amy Franceschini)를 중심으로 시작한 ‘퓨처파머스(Futurefarmers)’는 작가, 디자이너, 건축가, 인류학자, 글쓰는 사람들과 농부들로 구성되어 있는 그룹이자 아트 프로젝트이며 특별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순간을 촉발하고 교환하기 위한 모임,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상황의 논리가 사라지는 곳, 넓은 관점을 획득하는 곳, 확실성의 논리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구축하기 위한 곳”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며 “식품 정책, 공공 운송, 농업 네트워크 등에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공동체 기반 활동과 교육,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운용방식에서는 인랜드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진행된 ‘플랫브레드 소사이어티(Flatbread Society)’는 곡물을 중심으로 지식 나눔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의 장소를 마련하고 그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농부, 오븐 빌더, 제빵사, 작가, 토양 과학자 등 곡물의 생산과 소비문화에 연관된 이들이 여기에 합류한다. 퓨쳐파머스는 오랜 소통의 매체인 라디오 역시 자주 사용한다. 농촌에 설립한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국이 작은 단위의 공동체 내부에서의 소통을 위한 장치라면, 고속도로가 관통하여 소음이 들리는 숲속에 라디오 송출기를 설치하고, 도로의 운전자들이 숲속의 소리에 주파수를 맞출 수 있게 한 작업은 개발에 의해 변형된 장소를 소리를 통해 환기하는 장치다. 그들의 작업 중에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도시 농사 프로젝트도 속해있다.
마이빌리지(MyVillages)
<Setting the Table: Village Politics>
2019 Whitechapel Gallery London UK
Photo: Wapke Feenstra
2007-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했던 ‘빅토리 가든스(Victory Gardens)’는 처음에 미술관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가 시가 지원하는 도시 농부들의 네트워크가 되어 홈 가든의 배급과 지원, 워크숍, 전시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으로 확장됐다. 퓨처파머스의 작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샤르자 비엔날레(Sharjah Biennial)’에 소개한 ‘씨앗 여행(Seed Journey)’이라는 작업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Oslo)의 항구로부터 출발하여 중동으로 향하는 여행이 작업의 내용인데, 고대의 씨앗이 인간과 동물, 바람을 통해 아주 오래된 길들을 따라 중동으로부터 유럽으로 유입되던 여정을 되돌아간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1895년에 건조된 목조 세일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이 여행에는 작가, 인류학자, 환경학자 등이 참여하고 크고 작은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비공식적인 형식으로 씨앗을 모으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집한다. 씨앗을 컴퍼스 삼아 이동하고 움직이는 이 여정은 사라져가는 식물 종에 대한 연구와 함께 토착 식물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지역과 문화를 연결한다.
이
프로젝트는 ‘샤르자 비엔날레’ 동안 여전히 그 여정이 진행되는
중으로 전시에서는 실제의 활동을 표시하는 일부 내용과 갑판의 마스트를 닮은 설치물이 등장했다. 이처럼
퓨처파머스의 작업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활동의 부표들을 표시하는 시각적 프리젠테이션을 수반한다.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에서부터 협업 형식의 작업이나 장소에 개입하는 작업들을 구성할 때 다양한 조각과 디자인된 사인물,
특히 건축적인 형태들을 설계하여 사용하고, 전시에서도 이 같은 오브제나 설치들이 재등장한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 센터(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에서 열린 서베이 전시 <Out of Place, In
Place>에 퓨처파머스는 그간의 활동들을 정리했다. 지난 프로젝트들을 기록한 영상과
그동안 모은 이야기들, 사용했던 장치와 설치들이 전시장에서 활동의 아카이브이자 동시에 형태적 특성과
미감을 갖춘 시각적 결과물의 모음으로 등장했다.
퓨처파머스(Futurefarmers)
<플랫브레드 소사이어티 곡물 행렬
(Flatbread Society Grains Procession)> 2016
Photo: Monica Loevdah
이 밖에도 기후와 식생의 변화에 대한 연구에 기반하는 장기 프로젝트 ‘클리마보어(Climavore)’ 등의 작업을 비롯해 음식을 통해 현재의 세계가 구성된 방식을 탐색하는 런던 기반의 듀오 아티스트 쿠킹 섹션(Cooking Sections)이나 농촌 지역의 문화 생산을 위한 연구 및 작업을 진행하는 마이빌리지(Myvillages) 등 많은 작가, 그룹이 농경 문화와 농사의 방식, 농촌 지역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미술로 눈을 돌려도 자연과 작업, 삶의 조화를 꿈꾸며 원골마을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직접 집을 짓고 십 년간 생활로서의 작업을 실천했던 임동식 작가의 ‘예술과 마을’을 떠올려볼 수 있다. 환경의 파괴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되면서 조화로운 삶이라는 명제 안에서 농촌의 문화를 돌아보고, 농경에 관심을 갖는 작가와 작업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재난의 상황 속 기본적인 삶의 조건에 눈을 돌리면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자문하게 되는 것도 이 같은 관심의 증대를 설명한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압력의 행사, 커뮤니티가 결속할 수 있는 행사의 제안, 농촌의
상황과 문화를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것까지 농촌, 농업과 연계한 예술가들의 작업은 무척 다양한 형태를
띤다. 그러나 예술가의 역할이 다양한 만큼, 그 방식에 있어서
세세한 고민과 선택을 안게 된다. 예술 활동이 공동체의 활성화나 주요한 의제의 부각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선의로 시작한 작업으로부터 이익을 둘러싼 공동체 내부의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만큼 체험으로부터 참여에 이르는 정동과 공감의 순간들을 통해 예술가 자신이
충분히 돌려받는 순환이 있어야 건강히 지속할 수 있다.
[각주]
1) 페르난도 가르시아-도리(Fernando García-Dory) 「농생태학자로서의 예술가 혹은, 현 시대의 농촌 지역을 보존하는 도구로서의 문화와 창의성」 『아트 & 에콜로지: 대칭적 삶을 위한 예술 실천들』 갤러리 팩토리 p.143
2) 같은 책 p.146
글쓴이 김해주는 신체와 움직임, 기억과 기록의 방식을 중심으로 전시 및 퍼포먼스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최근에는 생태와 환경, 이주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인간, 비인간을 아우르는 공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작업과 논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밤이 낮으로 변할 때>, <무빙 / 이미지>, <색맹의 섬>, <안무사회> 등의 기획전과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 구동희 개인전 <딜리버리> 등을 큐레이팅했다. 현재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