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이후 다원주의, 혼합주의, 복고주의 등 경향을 띄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타일의 속성과 비교해보는 전시다. 한국, 미국, 이란 등 3개국 9명의 작가가 모여 타일을 건축재가 아닌 예술적 영감의 원천, 동시대 미술의 산실로서 바라본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이후의 새로운 예술적 양상’ 혹은 ‘그에 대한 반발’이라는 견해를 지니며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그런 까닭에 아직까지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통에 기반을 둔 창조와 여러 장르의 통합, 미적 상대성을 추구하는 등의 특징은 전통과 새로움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타일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타일은 19세기 말부터 예술, 건축, 디자인 등의 장르를 오가며 각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왔고, 평평한 단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점토를 깎아내는 등 표현성도 다양하다.
수잔 베이너(Susan Beiner)
<Hive> 2016 세라믹 304×335cm
또 몰드와 전사기법을 이용해 하나의 원형을 계속해서 복제할 수 있어 사진 장르와 마찬가지로 모방과 변형이 가능하다. 이러한 타일의 독특한 속성을 간파한 동시대 미술가들은 종래의 범주를 벗어나 예술을 대변하는 새로운 매체로 타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후’라는 뜻의 접두사 ‘포스트’를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빌려와 ‘포스트-타일’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전시는 타일 이후의 새로운 예술적 경향을 탐색한다. 도자타일, 오브제, 드로잉, 영상 등 전시되는 47점, 2만 8,448피스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타일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세라믹을 주재료로 한다. 참여 작가들은 유닛의 반복과 조합을 통해 전시장의 바닥과 벽면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며 타일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가치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