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기획하는 공모전 ‘유리상자-아티스타’의 네 번째 전시. 주인공은 회화와 건축을 전공한 김문석이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예술가로서 어떤 삶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작가는 획을 긋는 ‘붓질’을 신체행위적 예술의 개념으로 여긴다. 시작과 끝, 강약과 속도, 리듬과 반복 등 행위의 생생한 호흡이 담겨있는 붓질이야 말로 예술행위의 본질이라 여겨 그 순간을 회화나 조각처럼 한 시공간에 고정시키고자 했다. 예술행위를 마주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출발한 전시는 4면이 유리로 된 전시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다른 매개체 없이 본질적인 붓질만의 에너지와 행위의 매력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Untitled> 2016 숯 400×400×400cm
약 7m 높이의 천장을 채운 높이 700cm, 폭 115cm의 두 개의 거대한 붓질 설치물은 작가가 말하는 예술의 상징적 언어이다. 천장으로부터 비스듬히 그어 내리는 붓질은 중력에 힘을 더하듯 활기찬 힘을 뿜어낸다. 그러나 작가가 선보이는 붓질은 무언가를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시간과 공간의 인식 속, 마치 느긋한 선비의 춤처럼 깊숙한 의도를 지닌 잔잔한 몸의 움직임이며, 예술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교감하는 전신의 행위이다. 작가는 유리공간 안에 선보이는 붓질로부터 관객이 신체행위를 읽고, 상상하며 붓질 행위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받기를 바란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자신을 비롯한 세계의 존재와 그 이면에 주목하고 예술의 본질까지 탐구하고자 한다. 이성과 결과 중심의 해석에 의해 가려지기 쉬운 과정의 기쁨, 쾌감, 몰입 등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본질을 다시금 기억해내려는 시도인 것이다. 붓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미적 신념을 소통하려는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