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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4, Jan 2017

바바라 클리블랜드, 사라진 예술가의 환생

Australia

Bodies in Time
2016.11.26-2017.4.2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바바라 클리블랜드(Barbara Cleveland)는 잊힌 예술가이다. 퍼포먼스 아트가 급성장하던 1970년대 시드니 아트 씬의 중심에 있었던 그. 보디 아트를 선보이는 여성 예술가가 흔치 않던 그 시절, 시각 예술 전반에 걸친 왕성한 활동으로 퍼포먼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전해지지만 정작 그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40세가 채 되기도 전에 돌연 사망하면서 호주 미술사에서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약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호주 미술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사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여러 가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설적인 일화는 무성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서일까,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클리블랜드는 절대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와 동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은 분명히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의 작업을 목격했던 마이크 파(Mike Parr)의 기억을 따라가 보자. 호주의 개념미술 선구자인 마이크 파, 그는 클리블랜드와 같은 1945년생으로 비슷한 시기에 시드니에서 퍼포먼스 아트를 시작했다. 그는 2014년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 of Modern Art)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클리블랜드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시드니에 자자하던 그의 명성,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퍼포먼스, 그가 사용하던 특이한 재료… 때로는 여자로, 때로는 남자로 활동했던 클리블랜드에게는 다양한 자아가 존재했었다고 언급한 파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성격과 습관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 냈다. 파의 이야기는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던 클리블랜드의 짧은 생애에 관한 의혹을 한시름 잠재우면서 그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파의 발언 이후에도 호주 미술계는 클리블랜드의 삶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Barbara Cleveland 2016 Video still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Barbara Clev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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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호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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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클리블랜드를 추억하는 또 다른 바바라 클리블랜드가 있다. 프랜시스 바렛(Frances Barrett), 케이트 블랙모어(Kate Blackmore), 켈리 돌리(Kelly Doley), 다이애나 베이커 스미스(Diana Baker Smith)가 이끄는 예술가 그룹 바바라 클리블랜드. 4명의 여성 예술가들로 구성된 이들은 기획자이자 비평가이며 필름 제작자임과 동시에 퍼포머이기도 하다. 시드니를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2007년에 ‘Brown Council’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되었으나 2016년에 ‘바바라 클리블랜드’로 그룹명을 변경하였다. 국내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과 호주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였던 <텔미텔미: 한국 호주 현대미술1976-2011> 전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슬랩스틱(slapstick)을 통해 정치 풍자를 하거나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성적 소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호주 퍼포먼스 아트의 역사적인 계보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들은 2010년 이후 바바라 클리블랜드의 업적을 쫓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의 작업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잊힌 한 여성 예술가의 초상을 되살리려는 이들의 시도는 <Remembering Barbara Cleveland>(2011), <This is Barbara Cleveland>(2013), <Making History>(2016) 그리고 최근 진행 중인 <Bodies in Time>(2016-2017)로 이어졌다. 클리블랜드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추진한 것을 계기로 이들은 아예 전설적인 예술가의 이름과 동일하게 그룹명을 변경하였다. 작업 내용에 비하면 조금은 평범하다 싶은 기존의 이름 대신 보다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그룹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Barbara Cleveland <Bodies in time> 2016 Video 

still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Barbara Cleveland





최근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이 발표한 <Making History>와 <Bodies in Time>은 클리블랜드의 퍼포먼스를 리메이크한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제20회 시드니 비엔날레(20th Biennale of Sydney)’에 소개된 <Making History>는 클리블랜드가 1970년대에 선보였던 무대 세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재개한 작품으로, 동료 예술가들과 제3자들의 증언에 중점을 두고 바바라 클리블랜드라는 한 개인의 역사를 아카이브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중요한 임무는 그의 삶을 복원하는 일에 동참하려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이 장기간의 프로젝트에서는 클리블랜드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연, 강의, 토론 등 담론적인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연극적인 구조 속에 비디오 설치가 주가 되었던 전시 공간은 주류 미술사에서 소외된 한 예술가의 작품세계가 아카이브로 기록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 모든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참가자들의 ‘기억’이었다.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은 <Making History>를 구상할 때부터 역사학자 로버트 블랙슨(Robert Blackson)의 ‘기억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창조적인 행동이다’라는 유명한 문구(文句)를 명제로 삼았다.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예술가의 소문 및 신화가 어떻게 역사로 구성되는지, 이렇게 재현된 역사는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어떻게 재해석 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이 공동 작업은 역사와 기억에 대한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의 실험 정신과 신중함이 돋보인다. 





Barbara Cleveland <Bodies in time> 2016

 Video still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Barbara Cleveland





현재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진행 중인 <Bodies in Time>은 호주 미술의 발전을 위해 생존하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현대미술 프로젝트(AGNSW Contem porary Projects)’에 선정된 작품이다. 미술사의 변화를 보여줄 것만 같은  ‘20&21세기 호주 현대미술 전시실’에서 상영되고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남성 예술가들의 작품이 지배적이고 회화 작품이 대다수이다. <Bodies in Time>은 미술관 소장품에서 드러난 성별에 대한 편견과 퍼포먼스 아트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기도 하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안젤라 고(Angela Goh)가 참여한 이 영상은 클리블랜드가 1973년에 발표했던 작업을 재연한 것이다. 클리블랜드처럼 검은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고는 몽롱한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메시지를 전한다.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을 일종의 ‘번역’이라고 여겼다. 퍼포먼스를 시연하는 무용수의 모든 제스처는 과거 클리블랜드가 창조했던 하나의 언어이며 관객에게 시도하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1973년 당시 클리블랜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려 40여 년 전의 작업을 재현하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재탄생한 <Bodies in Time>. 이는 곧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써 클리블랜드의 작업을 재조명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21일에는 전시와 연계한 이벤트 ‘누드 퍼포먼스의 역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은 퍼포먼스 아트를 중심으로 누드의 역사를 탐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누드 미술사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 줄 관객들은 모집하고 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부담 없이 개인적인 기억에 근거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누드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아무리 소소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바바라 클리블랜드 그룹은 이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하여 공동의 아카이브를 제작할 것이라 한다. 이것 역시 클리블랜드의 작업을 확장하는 한 방편이니까.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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