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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이자 겐츠켄
Isa Genzken

느리게 걷는 걸음의 무게

2009년 우리나라에서 한 미술상을 수상하며 이자 겐츠켄(Isa Genzken)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조급해선 안 된다.” 그래서일까. 그 또래 독일 작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승승장구하는 지난 세월 동안 상대적으로 그는 꽤 찬찬히 그리고 조용히 영향력을 넓혀왔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그의 역량은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대대적으로 폭발했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까지 점령한 그는 여전히 사분사분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정송 기자 ● 사진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제공

Installation view from the 2015 solo exhibition 'Isa Genzken' at David Zwirner, New York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London and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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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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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겐츠켄은 우리 삶 속 모더니티, 사람의 몸, 초상화, 도시 문화, 그리고 건축 등에 대한 비정통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1970년대 그는 미국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기반한 컴퓨터-디자인(Computer-designed) 조각을 선보였다.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현대의 ‘어리석음(folly)’인데, 이러한 것들은 조각 작품에서부터 부서지고 망가진 근현대 건축물, 그리고 그의 트랜스미션 조각들로까지 확장되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작가는 이 시대 만연한 의사소통이나 포용의 실패에 대해 꼬집는다. 1980년 후반 선보인 작업 가운데<Weltempfänger>는 이 ‘커뮤니케이션’과 ‘포용(받아들임)’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크롬 안테나, 상자 모양의 콘크리트 블록을 합해 라디오 리시버(Radio receivers)를 만들었다. 그는 “나의 안테나는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나 그 속에 담긴 톤을 ‘느끼는 것(feelers)’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고 한다. 이 작업은 1990년대 초반 거듭되는데, 작가는 작품 제목 뒤에 각기 다른 나라의 도시 이름을 붙였다. 이를 통해서 서로 다른 곳에서 다양한 대화와 교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담긴 결과물이다.




 <Two Orchids> 2015 Cast aluminum and stainless steel, lacquer Height appr. 

1,000cm Credit line: Courtesy Galerie Buchholz, 

Cologne/Berlin/New York and David Zwirner, New York/London 

Photo: Jason Wyche, Courtesy Public Art Fund, NY 

 2015 Artists Rights Society (ARS), N

ew York / VG Bild-Kunst, Bonn




또한, 우리는 이러한 작품 하나하나에서 즉각적으로 ‘기능 장애’에 대한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서로 끊임없이 어떠한 소리를 내지만, 그 속에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진정한 의사소통의 부재를 꼬집는다. 이렇게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작품에 뒤틀고 비꼬아 담아내면서, 늘 장난기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겐츠켄 작업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블랙유머(Black Humour)를 지향하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 드러나는 붕괴나 폐허의 현장은 그대로 “공허함과 유기”라는 이슈에 대한 완벽한 보기로써도 활용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작가는 이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모두 배제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서 드러나는 ‘실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우리에게 제시해 줄 뿐, 그 안에 담긴 깊고 진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은 관람자들의 몫이 되었다. 이자 겐츠켄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공간’이다. 작업 곳곳의 여백은 그의 작업에 재료나 콘셉트로 활용되어, 이를 통해 각양의 감상 혹은 경험을 도출해낸다. 하지만, ‘시각적 대혼란’을 만들어내는 그의 전반적인 경향과는 사뭇 대조되는 부분이다. 넘쳐나는 쓰레기 혹은 잔해들을 한 데로 모아 파괴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엉망으로 얽어 콜라주를 만든 것이 바로 그의 작업 특성이다. 하지만 작업의 공간 한편은 모든 것이 소멸했음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방치된 듯한 공간의 활용도는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경험하는 많은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공하기도 한다.



<Briefmarke I> 2014 Adhesive foil, mirror foil, 

adhesive tape, and paper on steel panels 4 panels 

Overall: 55 1/8×78inches (140×198cm)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

London and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우리는 또 겐츠켄의 매 작업에서 장난기를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재앙(disaster)’이란 단어의 예술적 의미에 열광한다. 전통적인 반 예술(Anti-Kunst)이 예술에서의 이 재앙이라는 의미를 가장 잘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는 도시 형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가 거리에 나가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의 이미지를 해석해 겐츠켄은 작품으로 그 형태를 완성한다. 여기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길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미지의 “스티그마(오명)를 형태로 해석(the kind that translates stigma into style)”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이 옳기 위해서는 반드시 틀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이러한 주장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발전기(generator)가 된다고 믿는다. 그는 마네킹을 활용해 ‘Actors’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흔히 얘기하는 더미(dummies)들을 활용한 작업이다. 


작가는 2002년 ‘Empire /Vampire’ 연작으로 그 시작을 알렸고, 200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독일관에서 NASA의 우주복을 입은 사람만한 사이즈의 마네킹 3개를 천장에 매달아 놨다. 2013 MoMA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도 같은 마네킹 작업과 수트 케이스를 함께 전시한 바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에서 열린 전시 <Sky Energy>에는 반짝반짝 광택이 나고 장식된 알루미늄 패널에 세 개의 마네킹이 설치됐다. 그리고 다른 마네킹들은 두 개의 독립된 그룹으로 나뉘어 배치됐는데, 한 무리는 한 커플이 소파에서 경직된 섹스를 하며 싸구려 거실 세트를 차지하고, 다른 마네킹은 장식에 무관심하며 앙상블의 일부인 전신 거울에 몰두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Untitled> 2015 Boy mannequin on metal stand, black and white wig, 

fluorescent yellow vest, and spray paint; boy mannequin, blond wig, 

and teal shirt 52×18×26inches (132.1×45.7×66cm)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

London and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오늘날 우리의 의복을 감각적으로 믹스매치하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혼합해 작가는 하이패션 모델과 포스트-종말론적 생존자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반영해 비틀리고 비뚤어진 세상을 반추한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적인 현대 사회에서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마네킹들은 마치 우리 현대인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는 듯 보인다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가장 최근 그는 개인전 <Sky Energy>를 열었다. 이 전시의 제목은 1990년대 중반, 제작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직접 쓴 영화 대본 <Sky (Fragments for a movie)>에서 차용했다. 교외 주택 내부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과 관련해 이 글은 공공과 개인 사이의 긴장, 기만적인 성격의 외형과 표면에 대한 몇 가지 주제들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흥미를 느끼고 빠져있던 뉴욕의 고층 건물들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담은 ‘Towers’ 시리즈는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이다. 


일시적이고 기념비적인 이 건축적인 형식은 거울 호일과 스프레이 페인트로 장식된 중간 밀도의 섬유판으로 만들어진 수직 구조물인데, 작가의 콘크리트 작업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특성을 복잡하게 만들어 보여줬다.  2013MoMA에서 보여준 ‘Actors’ 시리즈도 빠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테이프, 포일, 스프레이 페인트, 사진, 알루미늄 패널, 엑스레이 이미지 등이 혼재된 아상블라주도 전시의 큰 축이 됐다. 이 전시에서 겐츠켄은 ‘Actors’ 연작의 인물과 벽면에 설치된 패널 등을 적절히 활용해 이차원과 삼차원 작업의 경계를 지우고, 사람들을 배우이자 동시에 관람객인 공간에 배치하는 영민함을 보여줬다. 건축과 구조에 대한 작가의 오랜 연구와 더불어 새로운 시도들의 집약체였던 전시는 우리가 작가의 예술 세계를 좀 더 진지하게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Installation view <Isa Genzken: Sky Energy> David Zwirner, New York, 2018 

 Isa Genzken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London and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회화와 조각, 설치, 필름, 비디오, 페인팅, 드로잉, 콜라주, 사진 등 그가 한 전시에 보여주는 작업의 장르는 이토록 다양하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의 기반이 조각 즉, 조형 언어라고 강조한다. 시각적 언어와 사용하는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그 결과물의 모습이 달라질 뿐이라고 말이다. 또 자전적인 요소를 함유하고 있어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함께 담론을 제시한다. 그렇게 겐츠켄은 자신의 작업이 이후 세대의 작가들과 예술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 및 소스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나 내가 완전히 미치고 불가능한 일, 그리고 틀린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바랐다(I always wanted to have the courage to do totally crazy, impossible, and also wrong things).” 이자 겐츠켄이 뱉은 모든 말과 그의 작품들은 그가 얼마나 예술가로서 적합한 인물인지를 증명한다. 모두가 ‘미쳤다, 불가능하다, 이상하다’라고 평가하는 것들을 끌어와 “그래,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나의 예술이 특별한 거야!”라고 부르짖는 듯한 작품을 매 순간 선보이는 겐츠켄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변화의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꼿꼿하게 그가 처음 결정한 길을 걸어간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말이다. 그렇게 이자 겐츠켄은 “예술은 조급해선 안 된다”는 그의 믿음을 예술로써 증명하고 있다.  

 

 

 

이자 겐츠켄

Isa Genzken pictured in <Isa Genzken: Sky Energy> David Zwirner, New York 2018 Photo by Jason Schmidt 

 Isa Genzken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London and Galerie Daniel Buchholz, Cologne

 



이자 겐츠켄은 1948년 독일 출신의 작가로, 함부르크와 베를린, 쾰른에서 순수미술, 미술사, 철학을 공부하고, 이후 1977년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학업을 마쳤다. 1978년 독일 브레머하펜의 카비넷 포 악투엘레 쿤스트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그는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전역과 미국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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