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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3, Aug 2018

신호윤
Shin HoYoon

‘군도’ Layer의 위태로운 미학

1990년대 중·후반 IMF 고통과 후유증으로 불안한 현실에서 X세대는 어두운 미로 속으로 한없이 추락했다. 사회적·경제적 불안한 환경 속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했던 이 세대는 ‘최소한의 것’만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와 기성세대에 도덕성과 공정성을 강력하게 요구해오곤 했다. 그래서 어느 세대보다도 거친 현실에 잡초처럼 강하고 질기다. 마치 반항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호윤은 이러한 X세대의 기질과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나 기성세대의 반항아나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냉혹한 현실에 적응하는 현실주의자로 반항아적 기질은 오히려 예술 창조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렇게 가슴에 품은 날카로움은 새로운 예술 양식의 창조로, 등 뒤에 숨겨둔 비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적응력으로 그는 되살아나고 있다.
● 장경화 조선대학교 겸임교수, 문학박사 ● 사진 작가 제공

'Island 006-1' 2017 스테인리스 스틸 1500×500×300(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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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화 조선대학교 겸임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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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이후, 신호윤은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이하 양산동)’에서 2년 동안 작품 활동을 위한 소박한 지원을 받았다. 이 시기 그는 5명의 젊은 작가들과 그룹 ‘퓨전’을 결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지만 개념적 성향의 설치작품으로 거친 형식과 주제의식의 모호함 때문에 미술계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아마 전업 작가로서 밝은 청사진은 그릴 수 없었겠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당당하게 현실에 맞서며 자기 예술을 위한 희망의 드로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시기, 미술 재료를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던 그는 파지들을 모아 종이 작업을 시작했다.

 




<There is no essence-Seated Guan Yin> 

2018 종이, 스테인리스 스틸 55×40×95(H)cm  




Layer의 형식미학, 내용을 지배하다.    


2005년, 광주광역시 양산동 시절에 신호윤은 지인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관계인지라 그는 자신의 아픔을 달래면서 고인에게 헌사의 마음을 담아 종이로 수의(壽衣) 작품을 제작하여 그해 <설정-命>으로 발표한다. 이 작품이 종이로 제작한 첫 작품이다. 그 작품으로 받은 좋은 평가는 신호윤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종이는 물성과 특성의 한계가 있다. 우선 크기의 한계다. 단일 크기로 70×100cm를 넘을 수 없어 작품의 대형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재료의 영구성이다. 종이라는 재료가 그렇듯이 습기에 취약하여 보존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제작 방법과 대안 재료를 찾아야만 했다. 작품의 대형화를 위해서는 종이를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컴퓨터 밑 드로잉 작업보다 치밀한 계산으로 1차 제작된 종이를 이어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물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름종이(트레싱지)와 코팅이라는 방법을 실험하여 습기의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는 있었으나 이는 영구적이지는 못하다. 그래서 그는 현재도 종이라는 물성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꾸준히 국내외의 정보를 수집하고 뛰어다니면서 새로운 재료를 확보하고 실험하고 있다. 



 <Island 003-1> 2014 

종이, 종이에 우레탄 클리어 47×44×45(H)cm  





최근 작품을 보면 작품의 영구성 문제에 대한 걱정을 타파하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일궈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불상’ 시리즈와 <피에타> 등은 ‘우레탄 클리어’ 기법을 활용했다. 한편, 미술 평단의 일각에서는 이러한 그의 작품을 작품제작 전반에 있어 장인정신의 노동집약과 이미지의 모방(‘불상’ 시리즈)이라는 이유로 공예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그의 예술을 양식적 측면(표피적 측면)에서만 본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 예술에 있어 장르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그의 예술이 시대정신과 담론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어떻게 우리 시대를 증언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게 두드러진다. 동시에 글로벌 보편성을 어떻게 확보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질 수 있다. 현대 시각예술의 경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고 우선하는 경우가 잦다. 예술 작가에게 양식과 재료에 관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예술계 내에서 경쟁력 또한 확보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모두가 동시에 갖는다. 즉, 미술작품의 우수성은 내용과 형식의 문제로 집약되며, 내용보다는 형식적 측면이 우선 강조되어 작품 이동을 위한 신속성과 편의성 그리고 영구성과 크기의 한계성 등이 작가에게 매우 주요한 덕목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루어 볼 때 신호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작가로 앞으로의 경쟁력 또한 높은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There is no essence-Pieta> 2017 

종이, 종이에 우레탄 클리어 55×40×95(H)cm  




공간을 장악하는 ‘군도’와 ‘빅 브라더’


신호윤의 개인전 <피에타의 섬>(2017.12.19-2018.2.25)을 주목해 보자. 작가와 광주하정웅미술관이 공들여 준비한 전시 작품 중 특히 제1전시장 천장에 설치된 <군도>는 신호윤의 대표작으로 관람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붉은 색종이 레이어로 제작된 대형 인간 형상이 시선은 전시장 바닥을 향하게끔 설치되어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큰 전시장 전체의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입바람에도 날리는 종이 레이어는 육중한 무게감으로 선사하며 전시장 천정에서 곧 쏟아질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감을 자아낸다. 왜 신호윤은 이러한 작품을 제작하였고 그것도 제1전시장에 설치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앞서 언급했던 X세대는 부당한 사회와 기득세력에 대한 불만과 불공평함에 반감이 있다. 작가 역시 X세대이다. 그래서인가? 그의 작품 다수는 현대사회에 대한 발언을 담아내고 있다. <군도>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제작된 대표작으로 보인다. 


첫 전시장에 의도적으로 이를 설치한 작가는 가장 큰 전시공간이라는 측면 역시 고려했겠지만, 무엇보다도 관람객에게 가장 강력한 미학적 화두를 전달하고 자는 의도가 있었음을 읽을 수 있다. 예술가는 당대의 역사와 시대의 증언을 자기 미학 속에 구현되는 형상성을 통해 발언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는다. 신호윤은 역시 역사와 시대 앞에 당당한 소명의식을 가진 X세대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군도>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거대한 현대사회 공동체에 개인이 갖는 나약한 존재감을 회화적이지만 문학적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장 한장의 종이 레이어들은 나약한 현대인을 은유적으로 형상하고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공동체 사회를 움직이는 ‘빅 브라더’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천장 속에 감추어져 진 채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천장 속에 숨어있는 ‘빅 브라더’는 관심을 놓아 버리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붉은 컬러로 구성돼 불안감을 조성하도록 전시장에 연출됐다. 





<Migrated strange flowers> 2013 종이 가변크기




신호윤이 보는 현대사회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공동체 사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빅 브라더’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과연 이 ‘빅 브라더’의 정체는 무엇일까?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글로벌 자본(무기, 제약, 언론방송), 팽배한 국가주의, 제국주의 부활, 신자유주의 수구세력…. 모를 일이다. 그가 <군도>를 통해 관람객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불안감과 냉혹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학습의 예제이다. 그리고 매달린 복잡한 종이 레이어들로 작품의 내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 또한 관람객에게 오류의 이미지, 미지의 이미지로서 제시돼 역발상의 교육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인다. <군도>를 통한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우리 공동체라는 현실 인식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종이 레이어의 반복을 통해 관람객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미지 왜곡 효과를 통해 관람객의 둔감해진 기억과 정체성을 위태로운 공포로 각성시키고 고발하고자 했다. 그는 관람객이 이를 다각도에서, 움직이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 속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눈높이로 본질을 찾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관람객의 시선은 반복 효과를 통해 더욱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그의 예술은 시대정신과 글로벌 보편성으로 경쟁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신호윤은 현재 북경 798 활동과 홍콩 레드 체임버 갤러리(Red Chamber gallery)와 계약하고 광주와 북경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9월, 북경 798의 아시안 아트 네트워크 갤러리(Asian Art Networks Gallery)와 11월 홍콩 레드 체임버 갤러리에서 열릴 초대전 준비를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토대가 물론 ‘양산동 창작스튜디오’(2년)와 ‘북경스튜디오’(1년)1)임은 따로 말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광주광역시와 광주시립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다. 신호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고 있는 세대다. 그러면서 이 두 곳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한 ‘포스트 아날로그’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이와 발맞춰 설치에 영상, 음향을 더한 작업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각주]

1)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의 젊은 미술인 발굴과 육성의 결과가 서서히 성과를 일구어내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 결과는 국내를 넘어 국외까지 넓게 확산되어 국제사회가 ‘광주’에 문화·예술의 두터움이 나날이 축적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증명이 될 것이다. 시간의 깊이에 따라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의 공공성과 미래지향적 긴 호흡은 부끄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호윤




작가 신호윤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를 졸업했으며 광주 지산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비밀공작소 vol. 01>을 시작으로 광주와 서울, 북경, 방콕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2013년 일본 ‘고베비엔날레’, 2011년 ‘소피아페이퍼비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한 바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양산동 창작스튜디오와 북경스튜디오를 통해 발굴·육성되어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을 각인시키는 등 광주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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