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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2, May 2019

발 없는 인간들

France

THOMAS SCHÜTTE TROIS ACTES
2019.3.15-2019.6.16 파리, 파리 조폐국
토마스 쉬테(Thomas Schütte)는 현대미술 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1954년 독일의 동쪽에 위치한 도시 올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생애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1972년 열린 카셀 ‘도쿠멘타5(Documenta 5)’였다. 그 이전에는 책으로만 예술을 접했다면, 도쿠멘타에서 발견한 솔 르윗(Sol Lewitt)이나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등의 작업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예술 세계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듬해, 쉬테는 뒤셀도르프 예술 대학(Kunstakademie de Düsseldorf)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를 사사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래로는 현대 조각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작품 세계는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며 한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있다.
● 임정현 프랑스통신원 ● 사진 Monnais de Paris 제공

Exhibition view of 'Thomas Schütte: Trois Actes' Photo ⓒ Monnaie de Paris / Martin Argyrog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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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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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중심부의 퐁네프(Pont Neuf) 다리를 건너 도시의 좌안으로 오면 파리 조폐국(Monnais de Paris)이 조성한 화폐 박물관과 그 안에 있는 옛 조폐 공장이 ‘Musée du 11 Conti’라는 이름을 걸고 정기적으로 흥미로운 현대미술 전시를 개최한다. 프랑스 옛 건물 특유의 커다란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널찍한명예의 안마당(Cour d’honneur)’에서부터 토마스 쉬테의 전시는 시작된다. <바람 속의 남자(Mann im wind Ⅰ, Ⅱ, Ⅲ)>(2018)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은 삼각 구도로 선 세 명의 남자들을 표현한 것으로 바람에 일그러진 얼굴이나 휘날리는 옷들이 제목과 맞아떨어진다


그 외에도 건물 밖 회랑을 따라 걸으면 5개의 안마당에 총 7점의 대형 조각을 찾을 수 있다. 전시장 내부에 들여놓기 힘들었을 큰 사이즈의 조각들을 야외에서 먼저 만나게 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시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듯하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얼굴 없는 남자(Man without face)>(2018) <깃발 든 남자(Mann mit fahne)>(2018)는 둘 다 고전 조각의 영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쉬테 특유의 진흙에 빠진 인간 형태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유머러스하고 천진한 <3번째 동물(Drittes Tier)>(2017)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육지 동물인지 바다 동물인지 모를, 아니 이 세상 어딘가에 속해 있는지 모를 거대한 생명체가 주기적으로 콧김을 뿜어내며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찰흙을 주물러 만들었을 법한 질감을 육중한 청동으로 구현한 이 상상의 동물은 기괴하지만 어딘가 처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





<Kristall II> 2014 Copper, wood 500×470×775cm 

Galerie Pietro Sparta ⓒ Andre Morin ⓒ Thomas schutte - 

ADAGP, Paris, 2019 Photo ⓒ Monnaie de Paris  / Martin Argyroglo 


 



전시는 3개의 테마로 나뉘는데, 첫 번째로뮤즈와 영웅(Muses et héros)’ 이어서다른 그리고 저 세상(L’autre et l’au-delè)’, 마지막으로모형부터 건축물까지(Du modàle au monument)’의 구성을 따른다. 3막으로 완성되는 연극을 보듯, 혹은 3가지 (예술) 행위의 기반을 밝히듯, ‘여성, 남성, 건축은 이번 전시의 세 가지 키워드다. , 인간과 인간이 이 땅에 남긴 구조물을 자신의 방식으로 빚어냄으로써 우리가 사는 사회와 그 조직체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불편하고 도발적인 증언을 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첫 섹션을뮤즈와 영웅이라는 여성/남성 형태에 할애 할만큼인간은 쉬테의 작업의 핵심에 닿아 있다. 받침대 위에 올라간 몸은 조각사적으로 로댕(Auguste Rodin)이나 마이욜(Aristide Maillol) 등을 계승하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면서도 몸과 얼굴이 분리되거나, 이목구비가 없는, 때론 짓이겨진 듯 일그러진 일련의 신체를 나열해 세상이 소비하는아름다운 몸의 전형성을 벗어나고 있다.  


<땅의 요정(혹은 난쟁이)(Wichte)>(2006) 10개의 남자 두상을 일렬로 세운 작품으로, 로마 제정 시대의 황제들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닥의 높이가 달라지는 복도에 진열해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눈높이 역시 달라지게끔 설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지나치게 근엄한,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얼굴들은 세라믹으로 만들었는데, 쉬테는 현대미술이도자를 간과하던 1990년대부터 이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청동, 알루미늄, 세라믹, 유리 등 재료의 변주도 흥미롭지만, 쉬테는 장르 역시 하나로 국한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1992년의레퀴엠(Requiem)’ 시리즈는 수채 물감으로 그린 작은 그림들이다. 곰이나 쥐 등의 동물과 인물 혹은 풍경을 그리면서 때로는 짧은 메시지를 함께 넣어 한 편의 그림동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Installation view of <United Enemies> 1993-1994 

Photo ⓒ Monnaie de Paris  / Martin Argyroglo





두 번째 섹션인다른 그리고 저 세상죽음에 관한 작가의 생각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27살이 되던 1981, 쉬테는 다소 호기로우면서도 젊은이의 냉소를 담은 첫 설치작업을 완성했다. 바로 자신의 무덤, 정확하게는 가상의 묘비인 <나의 무덤(Mein grab)>(1981)을 세우고, 1996 3 25일에 생을 마무리한 것처럼 표기했다. 물론 그는 예언한 대로  1996년에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을 필두로 쉬테는 끊임없이 죽음이나 부질없는 것들에 매료되었다. 죽음이야말로 모든 부조리와 비상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개념이라고 여겼던 까닭에서다. 신화 속의 인물의 완벽함과 달리 실제 인간은 비극과 희극 사이를 공명하며, ‘안에 갇힌 채 몸부림치는 존재라는 작가의 개념은 이번 전시 홍보를 위한 대표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는 1993-1994년의 작품들, ‘하나 된 적(United enemies)’ 시리즈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형 사이즈의 작은 피규어 두 개를 하나의 천으로 감싸고 끈으로 묶어서 서로 떨어질 수 없도록 해, 마치 머리가 둘 달린 하나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업이다. 헌데 토마스 쉬테가 처음 이 시리즈를 전시할 당시에는 작품의 크기가 작아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과 상반신을 극적으로 클로즈업한 사진을 작품 뒤에 크게 걸어 아이러니와 절망, 해결되지 않는 모순들을 폭력적으로 외치는 듯 한 각 인물상의 표정을 함께 전시하기 시작했다. 세상살이의 괴로움을 한껏 드러내는 이 시리즈는 언젠가부터 쉬테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Installation view of <Mann im Matsch (Modell 1:10)>

 2009 Bronzeguss, patiniert mit Stahlsockel, 

Bronze 58×36×29cm Photo ⓒ Monnaie de Paris / Martin Argyroglo




마지막 섹션인모형부터 건축물까지에서는 이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볼륨과 공간에 관한 생각을 실행까지 밀어붙인 쉬테는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건축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로 미술관 안에서 한시적으로만 진행되는 전시와 달리 현실에서 계속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남는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작가에게 건축은 일종의 공공 조각(public sculpture)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독일 서부의 도시 노이스에 있는 <조각홀(Skulpturenhalle)>은 아이디어의 유래가 상당히 재미있다. ‘성냥갑 위에 놓인 프링글스 과자모양에서 건물 형태를 착상, 실제로 2011년에는 <프링글스(Pringles)> 라는 제목으로 해당 오브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는 일상적 소품의 형태를 조각이나 건축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는 남다른 시선을 과감하게 작업에 반영한다. 그런 테스트 모형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수납 벽장 형식의 장소도 전시장에 마련되어 마치 아티스트의 작업실을 구경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다. 견본 형태와 사진 자료를 통해 그의 건축적 관심사를 따라가다 보면 끝자락에선 쉬테의 <크리스털(Kristall Ⅱ)>(2014)을 실제 크기로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나게 높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금 장식이 돋보이는 기욤 뒤프레 홀(Salle Guillaume Dupré)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구리와 나무로 만들어진 단출한 구조물은 소박한 쉼터이자 그가 만들어낸 발 없는 인간들의 집이 된다작은 인형이든 거인 같은 대작이든 토마스 쉬테가 주조한 인간들에겐 발이 없다. 무릎까지 땅에 박혀 있거나 아예 다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모습처럼, ‘이라는 덫에 갇힌 현존재들은 불가해한 세상에 발조차 제대로 디딜 수 없는 것일까. “나의 작품들은 이 세상에 뒤틀린 의문점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 철학적 예술가는 2021,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릴 대규모 전시를 앞두고 있다.    

 


글쓴이 임정현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학과와 프랑스 파리 8대학(Université Paris 8 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시, 지형학 그리고 유토피아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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