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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3, June 2019

룸톤
Roomtone

이성과 감성 사이, 깊은 골을 채우다

김동욱, 전진경으로 구성된 룸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을 이용한 작업을 그동안 선보여 왔다. 대학에서 영상을 공부하며 마음이 맞은 이들은 이를 발전시켜 VR과 영상의 언어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바로 VR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에서 본 한 작업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줄곧 연구해오던 이차원적 프레임을 벗어난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사뿐만 아니라 직접 영상 속에서 체험하는 경험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 정송 기자 ● 사진 ROOMTONE 제공공

'Depth of Circle' 2018 가상현실 & 스크린 9분 ⓒ ROOM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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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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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나 사운드에서 쓰이는 룸톤이란 용어는 공간을 채우는 소리나 색조 등의의 미묘한 톤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들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 또 가상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 그 독특한 기운을 어떻게 작품에 담아낼까 고민하며 누가 봐도 룸톤 작업이네!라고 할 만한 자신들만의 공간성을 만들고 싶어 이런 타이틀을 내걸었다. 룸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창조되는 내러티브를 연구한다.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이 둘은 기본적으로 영상의 화법과 언어를 따르지만 이밖에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다층의 이야기 구조를 구성하고,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미디어가 가진 그 자체의 힘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에 힘을 싣게 되었다. 이와 함께 사운드도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데, 룸톤은 작업에 삽입되는 이 음향으로 사람들의 몰입을 좀 더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구현하는 공간이 360˚로 구성된다면, 사운드 역시 전방위에서 플레이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고, 이야기 구조, 즉 기승전결에 맞춰 함께 고조된다. 물론 이러한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데 있어 과유불급을 잊지 않는다고. 이들은 작업을 통해 하나의 주제나 콘셉트를 이어간다기보다 기존에 존재했던 이야기라도 가상공간 안에서는 새로운 형태로 어떻게 변주가 가능한지와 같은 내러티브 발전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함에 따라 사람들의 수용 능력, 인지 능력도 변화해가는 만큼 낯설고 어떻게 보면 불편하기까지 한 공간에서 각 관람객의 반응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다. 




<Depth of Circle> 2018 

가상 현실 & 스크린 9  ROOMTONE

 




작품은 이렇다. 작년에 선뵌 작업 가운데 하나인 <Depth in Circle>에서 이들은 이라는 도형으로 세포와 행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다. 세포의 이미지를 거시적으로, 행성은 미시적으로 그 크기를 조절해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 여인의 시각과 내레이션으로 극은 진행된다. 그가 우주를 표류하며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데, 이는 결국 새 생명을 의미한다. 물리적인 공간(실재하는 공간)을 활용해 유영할 수 있는 반경을 넓히지는 않았지만, 원형 햅틱 오브제를 통해 관람객은 작업 속 여인이 찾아낸 이 행성이자, 동시에 생명인 ()를 감각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ZER01NE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선보인 작품 <In the Gray>에서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식이 존재하고, 인간성과 사람의 꿈을 통해 자신들의 에러(error)들을 배워나가며 인류와 같아지고자 하는 이 기계들은 인간성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작업의 제목은 검정과 흰색 사이에 무수히 존재하는 회색의 여러 레이어에서 차용했다. 흑백의 논리 안에서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 개념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작업을 경험한 사람들은 룸톤이 제시한 공간 속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대화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작가와 관람자 사이에 끈끈한 소통으로 이어진다. 비록 룸톤의 각 작업의 스토리는 하나로 연결되진 않지만, 이들은 그 어떤 맥락이든 관람객들과의 인터랙션에 집중하고 있다.  





<Depth of Circle> 2018 

가상현실 & 스크린 9  ROOMTONE 




4차 산업혁명 5G 시대의 도래로 지금까지 상상하던 기술들이 구현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VR 기술은 시작점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아직은 그만의 예술 언어를 적립하기에 이르기도 하고, 또 기술의 한계로 실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한정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 세기 전 존재했던 기술력으로 현실화해 영상에 담아내기 어려웠던 지점들을 연출로 극복했었다. 룸톤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완벽히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접합할 수 없지만, 연출력, 스토리, 사운드, 물리적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그 간극을 좁혀내고 있다. 햅틱 센서와 같은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현실 감각과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룸톤은 앞으로의 작업에서 실재 공간을 가상공간과 함께 매칭하고 물리적 감각과 섞어서 구체화하는 방법과 아예 가상성만 존재하는 작업, 두 가지 방향성을 고려하고 있다. 첫 번째의 경우 경험과 감각에 집중하며 작업에 몰입할 수 있다면, 두 번째는 기술적으로 얼마나 이를 실제 세상 같이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다. 





<In the Gray> 2018 

가상현실 & 스크린 5  ROOMTONE




이렇듯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매체를 다루는 만큼 이들의 고민은 깊고,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진중하다. 예술이란 범주 내에서 자신들의 작업을 한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계속해서 질문하며 이들은 어떻게 하면 더욱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지에 대해 연구한다. 룸톤이 생각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지금은 게임을 하나 준비 중이라고. 갑자기 게임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더는 갤러리와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화이트 큐브 안에서만 전시되고 소장되는 작품을 예술이라고 한정 짓지 않는다. 회화, 조각, 설치 등 전통적인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도 변화를 꾀하고, 더욱더 많은 관람객과의 인터랙션에 집중하고 있는데, 당연히 직접적으로 1:1로 소통이 용이한 VR을 매체로 다루는 룸톤에게 게임은 많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이들이 만든 내러티브를 공개하고, 피드백을 얻고, 서로 다른 경험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플랫폼인 것이다. 견고히 뿌리 내릴 지점을 찾은 룸톤은 지금 바쁘다. 이성(기술)과 감성(예술)이 적절히 버무려져야 하는 작업에 기반을 둔 이들은 연구를 거듭하며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 있다. 아주 조심스레, 그러나 결코 더디지 않게 말이다. 

 



룸톤




룸톤은 김동욱과 전진경으로 구성된 미디어 아티스트그룹이다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를 나란히 졸업한 이들은 VR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통해 가상공간으로 매개된 경험을 제공한다국내에서는 아트센터 나비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등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대표작 <Depth of Circle>은 뉴욕 독립영화제(NYC Independent Film Festival)에 초청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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