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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3, Aug 2023

디 오리진: 아이작

2023.7.11 - 2023.7.18 서울대학교 제1파워플랜트(6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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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큐레이터 · 예술에삶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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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GIN_F=ma
예술로서의 메시지


학문 간 협업이 활발해진 오늘날 예술과 과학의 융합은 한동안 미술계의 주요 관심을 받아 기존과는 다른 유형의 예술가들과 담론을 활발하게 생산해왔다. 이제는 익숙해졌을 듯한 예술과 과학의 만남에 대하여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디 오리진(THE ORIGIN)’은 기술 또는 재료에 주목하던 기존 시도에서 전환하여 과학적인 수식에서 인문학적인 메시지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그 출발점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디 오리진’은 세 번의 개별 전시 <아이작(ISAAC)>, <알버트(ALBERT)>, <스티븐(STEPHEN)>으로 구성되며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에서 선보인 <아이작>을 시작으로 8월과 10월에 국립과천과학관과 제주노형슈퍼마켙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각 전시명은 과학 역사에 혁신을 가져다준 세 명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이름이고, 그들의 위대한 발견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 첫 번째 전시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기억과 추억이라는 실재하지 않는 것에 적용, 관람객이 작품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완성한다.

높이 8m에 달하는 대형 LED 스크린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적이다. 영상 속에는 곰인형, 비행기, 큐브, 회전목마 등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물건들이 관람객을 향해 선명하게 다가오다 이내 희미하게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관람객은 스크린 앞에 놓인 그네를 타고 앞뒤로 움직이며 영상과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전시 서문에 담긴 “올라가는 것은 내려와야 한다”는 뉴턴의 말처럼, 영상 속 던져지고 떨어지는 물건들과 그네를 타는 관람객의 움직임에서 발견하는 역학 법칙을 통해 둘의 만남과 헤어짐, 또는 엇갈림으로 찰나의 기억들과 불특정성을 전달하고 있다.

공간을 가득 채우며 울림을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전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어린아이가 연주하듯 담백한 스타카토 리듬과 어우러진 육중한 베이스는 명상적 평화로움과 등가속도 운동의 속도감을 함께 전달한다. 공간 구성에 따라 차별화한 설계와 다채로운 변주를 반복하는 사운드는 영상과 그네 아래 펼쳐진 수조 위에서 모습을 나타낸다. 마치 추억이 어렴풋해지듯 수조로 뻗어나간 영상 속 물건들은 우퍼(woofer)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원형 파장으로 해체된다. 무중력 상태에 가까워지는 그네와 같이 부유하는 음악으로 관람객들에게 “기억을 회상하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아이작>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입체적이고 독특한 체험을 구현한다.

‘디 오리진’을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구성과 협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하여 종합 콘텐츠 그룹 위지윅스튜디오의 미디어아트 레이블 버스데이(VERSEDAY)가 총괄 기획과 제작을 맡았고, 공동 기획과 아트 디렉터에 미디어 아티스트 박제성, 음악감독으로 뮤지션 오혁이 참여하며 <아이작>의 메시지를 시각과 청각 그리고 체험으로 섬세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콘텐츠와 시각예술, 대중음악 간의 협업은 창작 장르 간의 낮아진 경계와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표현력 그리고 다채로워진 조형적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아이작>은 작품의 메시지를 고민하지 않고도 그네를 타는 놀이만으로 역학이라는 뉴턴의 발견을 온전히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디 오리진’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의 시각이 중심이 되고, 전시는 놀이의 형태로 표현된다. ‘왜’라는 질문으로 세상만사를 배워가는 아이처럼, 위대한 과학자도 아이였던 시절을 상상하며 과학자의 연구소를 놀이터처럼 풀어보았다 한다. 아이는 또한 ‘디 오리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들에게 세 가지 선물을 받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는 전시장 한 편에 투사되며 프로젝트와 세 개의 전시를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을 이루어 낸다.

뉴턴이 정원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하여 과학자 또한 예술가와 같이 호기심을 갖고 상상력을 펼친다. 과학자는 수식을 통한 보편적인 법칙을, 예술가는 창작을 통한 개성적인 작품을 내놓는 것으로 해석의 과정과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발견과 상상이라는 시작점은 공감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디 오리진’은 과학이 추구하는 객관적 보편성을 예술이라는 형태를 통해 주관적인 특별함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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