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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3, Aug 2023

개, 충직하고 용감한 인간의 오랜 친구

U.K.

Portraits of Dogs
From Gainsborough to Hockney
2023.3.29-2023.10.15 런던, 월리스 컬렉션

● 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 이미지 Wallace Collection 제공

David Hockney [Dog Painting 19] 1995 © David Hockney Photo: Richard Schmidt Collection The David Hockney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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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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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세상에서 가장 충성심이 강한 동물이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런던 월리스 컬렉션(Wallace Collection)에서 ‘개의 초상’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입구의 문구다. 이처럼 개는 사교적이고, 충성심이 강해 인간의 오랜 친구로,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다. 전시는 예술 작품 속 개와 인간의 이야기, 그 특별한 관계를 미술의 역사와 함께 살펴본다.

런던의 중심부 옥스퍼드 스트리트 가까이에 위치한 월리스 컬렉션은 허트퍼드(Hertford) 후작 가문의 대저택을 활용해 설립한 미술관이다.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등 도시의 유명 뮤지엄들에 비해 공간 규모는 작지만, 허트퍼드 가문이 대대로 수집한 회화, 조각, 공예품, 가구 등의 방대한 소장품을 기반으로 현재는 국가적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 기획의 시작은 여기 모여있는 소장품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회화와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17세기 제작되어 사용된 권총, 로코코 시기의 여성 펜던트의 작은 보석, 18세기 가구에 이르기까지 총 900마리가 넘는 개의 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참고로 이번 전시의 공식 해시태그는 #WallaceWoofs 이다.)



Thomas Gainsborough <Tristram and Fox>
 ca. 1775-1785 © Tate Images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월리스 컬렉션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 <개의 초상: 게인즈버러에서 호크니까지(Portraits of Dogs: From Gainsborough to Hockney)>는 오랜 기획 기간을 거쳐 2020년 개최가 계획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긴 시간 연기되면서 올해 3월 말, 드디어 개막됐다. 크지 않은 전시실이지만 ‘귀족의 개’, ‘알레고리의 개’, ‘왕실의 개’, ‘화가의 개’ 등 총 8개의 섹션으로 알차게 구성된 이 전시는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고대에서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작가들이 어떻게 개를 표현해 왔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풀어낸다.

최초의 동굴 벽화에서 사람들과 함께 묘사된 것을 시작으로 개의 초상은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중세 태피스트리 등 지속적으로 미술 안에서 다양하게 등장해 왔으며, 특히 17세기 이후 영국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번성했다. 전시는 미술 속 개의 모습을 광범위하게 다루기보다는, 영국의 전통 안에서 개의 초상화와 그 수집의 역사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실제 전시도 대부분 영국 내 컬렉션으로부터 가져온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 도입부에서 영국박물관 소장품으로 1세기에서 2세기 사이 로마 시대에 제작된 서로 기대어 교감하고 있는 두 그레이하운드를 묘사한 대리석 조각을 먼저 만나게 된다. 처음 이 조각품을 구입한 수집가 찰스 타운리(Charles Townley)의 이름을 따 <타운리 그레이하운드(The Townley Greyhounds)>(1-2세기)라고 알려진 이 작품은 뒤에 앉은 개가 한 발을 앞의 개의 등에 올리고, 귀를 사랑스럽게 물며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담아냈는데, 개의 근육과 뼈의 위치 등 해부학적 디테일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Unknown artist <Dog lying on a ledge>
 1650-1680 © Ashmolean Museum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소장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메탈포인트 드로잉 작품이다.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다 빈치의 관심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드로잉은 디어하운드 종으로 추정되는 개의 발을 다양한 각도에서 밀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모여있는 발가락의 모습과 발바닥의 부드러운 패드까지 작가는 세밀하게 관찰해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전시는 개와 왕실과의 관계를 중요한 파트로 다루고 있는데, 특히 빅토리아 여왕이 수채화로 직접 그린 자신의 애완견 퍼지의 그림은 그 사랑을 드러낸다. 유럽 왕실과 귀족 집안에서 키워지던 개들은 특권을 누리기도 했다. 말 초상화로도 유명한 영국의 화가 조지 스텁스(George Stubbs)는 이런 개들의 해부학적 특성을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포착하는 초상을 그려 이름을 알렸다. 1784년 작 <클럼버 스파니엘(A Clumber Spaniel)>은 사냥개로 유명한 근육질의 개가 마치 사냥감을 향해 달려갈 준비가 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 스패니얼을 포함하여 스텁스가 그렸던 많은 개들은 견종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된다.

개를 사랑한 18세기 영국 초상화가 겸 풍경화가 토머스 게인즈버러(Thomas Gainsborough)는 인물 초상화나 풍경화에 자주 개를 그려 넣은 것으로 유명하며, 개의 모습을 독립적으로 담은 작품도 상당수 남겼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사랑스러운 애완견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트리스트럼과 폭스(Tristram and Fox)>(1775-1785)에서 게인즈버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한 쌍의 개를 감각적인 솜씨와 붓놀림으로 생기있게 묘사했다.



Unknown artist
<Roman, The Townley Greyhounds>
1st-2nd century CE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트리스트럼’이란 이름은 영국 작가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의 장편 소설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생애와 의견(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에서, 폭스는 휘그당의 정치인이었던 찰스 제임스 폭스(Charles James Fox)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게인즈버러의 화폭에 담긴 두 마리의 개는 단지 어떤 노동의 수단이나 스포츠용 동물로서가 아닌, 자신만의 감정을 가진 존재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존재한다.

프랑스의 여성 동물화가 로자 보뇌르(Rosa Bonheur)의 1864년 작 <브리조, 양치기의 개(Brizo, A Shepherd’s Dog)>는 다소 거칠고 두꺼운 붓질로 표현된 뻗치고 덥수룩한 털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갈색 눈동자로 보는 이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프랑스 오터하운드 견종의 개를 올리브그린의 배경과 함께 그린 유화 작품이다. 생동감 있는 묘사와 함께 친밀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오른쪽 위에 ‘BRIZO’라고 개의 이름을 기입해 두었다. 반면 영국의 동물 화가로 알려진 에드윈 랜드시어(Edwin Landseer)는 개에게 인간적 특성을 부여해 도덕적이고 풍자적 목적으로 개의 초상을 사용한다.

그의 작품 <의심스러운 부스러기(Doubtful Crumbs)>(1858-1859)에서는 화면 오른쪽에 앉아있는 검은 털의 작은 개가 잠들기 직전인 큰 개 앞에 놓인 맛있는 뼈다귀를 쳐다보며 얼른 잠들기를 기다리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 랜드시어의 작품은 도덕적인 메시지를 은유한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개 초상화에 대한 대조적 접근 방식을 살피는 예시로 제시된다.



Rosa Bonheur <Brizo, A Shepherd’s Dog> 
1864 © The Trustees of The Wallace Collection



의도적으로 전시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개의 초상 자체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위주로 전시작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려진 개의 초상화들은 화면에 부재하고 있는 주인에 대한 여러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시의 마지막은 귀엽게 그려진 닥스훈트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다.

동시대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호크니의 개’ 섹션으로, 그가 입양한 반려견 스탠리(Stanley), 부지(Boodgie)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작업들이다. 스탠리와 부지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자는 모습, 먹고, 서로 몸을 뒤섞어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모습 등을 그린 회화와 드로잉 그리고 작가의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에서 이들을 그리고 있는 호크니의 모습을 담은 짧은 아카이브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한쪽 벽면은 호크니가 벽 위로 가득한 강아지 그림들 앞에서 두 닥스훈트를 양옆에 끼고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있는 사진이 꽉 채우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알차게 준비된 이 전시는 큐레이터와 연구자들의 작품별 해설을 담은 오디오 가이드, 온라인 도록 등 풍부한 자료 또한 제공한다. 10월 15일까지 진행되니 혹시 런던으로의 여름휴가나 올가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관람을 계획 중인 이들이 있다면 한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이들이라면 전시를 보는 동안 시대를 가로지르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개들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이 전시의 관람 후, 월리스 컬렉션의 상설 전시실을 둘러보며 곳곳에 숨어 있는 개의 형상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껴보기를 바란다. PA



Edwin Landseer
<Hector, Nero and Dash with the Parrot Lory>
 1838 Royal Collection Trust /
 © His Majesty King Charles III 2023



글쓴이 서지은은 학부에서 미술, 미술사, 경영학을 전공하고, 이후 미국 뉴욕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퍼포마 비엔날레(Performa Biennial)’, 뉴 뮤지엄(New Museum) 등의 기관에서 경험을 쌓고, 2015-2016년에는 국제문화교류사업 일환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파견돼 1년간 남미 미술신을 연구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2016년 8월부터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로 재직하며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큐레토리얼 실천과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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