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 열정에 주목하는 대구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프로젝트. ‘도시’와 ‘공공성’에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을 지지하고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한다는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 일환으로 공모에 선정된 강주리의 작업이 지금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 설치돼 있다. 작가는 천장 높이 5.25m 4면이 유리벽으로 마감된 전시 공간에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한다. 마치 동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자라나는 종유석과 같은, 혹은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한 먼지, 우주를 떠다니는 작은 유성체를 연상시키는 이 8개의 크고 작은 입체 덩어리는 수많은 변이와 진화의 대상을 상징한다.
<Chaos> 2020
종이에 펜, 잉크젯 프린트, 가변 설치
동시에 그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변화를 위해 움츠리고 있는 형상을 나타낸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생태적 변화와 그 양상을 수집하고, 집적하는 행위의 흔적을 찾아나가는 작가는 어쩌면 낯설고 괴기스러워서 살펴보지 않았던 생태 순환계의 변이와 진화의 실상들을 펜 드로잉의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어떤 변화의 현실을 보이지 않는 내면적 인식으로 번안하고 그 속에서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고자 하는 작가 스스로의 고민이 작품 안에 담겼다.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살아남기’라는 실체적 해석이 세계의 끊임 없는 변화와 어떻게 관계하는지, 또 이 상황들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합류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지금 전시장으로 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