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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바로 마주한 센 강변에 위치한 케 브랑리 인류박물관은 그 자체로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프랑스 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건립한 야심작이다. 프랑스의 대표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를 맡고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진기한 유물들의 수만 대략, 37만 점에 이르는 케 브랑리의 스펙은 세계 그 어느 인류박물관보다 화려하다. 게다가 2006년 당시, 시라크 전 대통령의 취임식 날 첫 문을 연 것을 보면, 케 브랑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이 둘 사이의 스캔들도 끊이질 않았지만, 그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뒤에서 말들은 많았어도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며 케 브랑리 인류박물관이 열 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유산들이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총 네 개의 대륙의 유물들이 파리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 정확한 연유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인류의 유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그곳을 찾는다. 이러한 대중들의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 것일까. 10주년을 맞아 케 브랑리 인류박물관이 기획한 <페르소나: 기묘한 인간(Persona: étrangement humain)>전은 이미 보유한 컬렉션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로봇공학, IT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인류박물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Sculpture anthropomorphe>
ⓒ musée du quai Branly Photo Claude Germain
돌과 나무를 깎아 만든 고대 조각상부터 관객들 사이를 헤치며 전시장을 자유자재로 걸어 다니는 베렌슨 로봇(Robot Berenson)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는 인간이 창조한 모든 인공물(Artefact)의 방대한 역사를 인류학적, 예술사적, 과학 공학적 지식을 토대로 되짚는다. 크게 두 개의 테마로 나뉘어 진행되는 전시는 먼저, 고대 인류가 남긴 유물들을 통해 인간이 처음 어떠한 계기로 인공물을 창조하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기이하다 못해 형체를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추상적인 조각들이 차례대로 보인다. 언뜻 봐선 사람의 형체와 비슷한 것도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미숙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딱히 실용적이지도, 미적이지도 않은 오브제들을 수천 년간 계속해서 만들어온 고대인의 심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심리의 근원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인간이 느꼈을 막연한 불안과 공포, 동시에 그 세상의 본질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깔려있다. 대자연 앞에서 속수무책 쓰러지는 자신의 나약함을 경험한 인간들은 그 한계를 이겨낼 어떤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연극배우들이 자신의 얼굴 위에 덮어쓴 가면, ‘페르소나’처럼, 고대인은 자신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하기를 원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듯, 자신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창조하고자 했던 인간의 이 원초적이며 강렬한 열망은 시대가 흐를수록, 더욱 강한 인공물들을 탄생시켰다. 18세기 발명된 증기기관은 대량생산을 통해, 산업혁명을 불러일으키며,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했다.
<Persona, étrangement humain> 2016
Musée du quai Branly Installation view Du
26 janvier au 13 novembre 2016
ⓒ musée du quai Branly Photo: Gautier Deblonde
뒤이어 20세기에 등장한 컴퓨터와 인터넷은 사람의 두뇌가 해오던 연산처리를 대체하며, 인간이 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더욱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눈부시게 놀라운 진화속도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기계가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반복과 연산, 복제와 같이 단순한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로봇들은 하루가 다르게 인간의 형체를 닮아가고,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직관과 감정까지도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알파고의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이제 인공물들의 능력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인간이 자신들이 만든 피조물에 완전히 정복당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인공물들의 진화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시대를 따라, 인간이 추구해온 사회적 가치를 따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공물을 변화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그 변화의 방향과 목적이 어떠하든, 변화해야만 하는 것이 인공물들의 숙명이었으리라.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페르소나 욕망’이 도리어 인간의 공포와 불안을 극대화하는 꼴이 되었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Mori Masahiro)는 로봇의 모습이 사람과 너무 달라도, 반대로 너무 비슷해도 거부감이 생긴다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과 로봇을 구별 짓는 어느 정도의 차이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얼마나 모호하고도 잔인한 잣대인가. 신의 자식이지만, 신과 같을 수 없는 우리 삶의 비운을 고스란히 우리의 피조물들에 물려준 셈이다. 인공물들의 운명을 바꾸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욕망으로 비롯된 무분별한 창조를 멈추고, 창작자와 피조물이 갑과 을의 주종관계를 넘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이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결코 인공물이 아니다. 정작 무서운 건, 지나친 우리 자신의 페르소나 욕망이다.
<Apprentissage collaboratif du robot Berenson>
Musée du quai Branly Vacances de printemps:le
musée numerique projets collaboratifs 16 avril 2012
ⓒ musée du quai Branly Photo: Cyril Zannettacci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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