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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윤
Jung Su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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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처연함을 보는 담담한 시선

“기계는 심장이 없다. 사랑을 잃은 자의 가슴 속처럼.” 갤러리 토마스 파크에서 열린 정성윤의 개인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계는 하나의 목적과 완벽한 동작만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그 모습이 처연하다. 기계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제작됐고, 정해진 일을 부여받은 기계는 한 방향을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 기계이기 때문에 오류나 고장을 용납할 수 없다. 대개 기계가 실수하거나 고장나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정성윤의 생각은 다르다. 맡은 일을 가감 없이 ‘기계적으로’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에 그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다. 전시에 정성윤이 들고 나선 'They Spin Like Nonsense'(2015). 그간 그의 작업에서 익히 보았던 검은 원들이 줄지어 선 작품인데, 이번엔 반지르르한 당구공이다. 그는 쌓이는 점을 이어나가 하나의 긴 선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원형과 구에 대한 것들을 떠올렸다. 완벽한 구가 만났을 때 결국 그것은 하나의 점이 된다. 그 점들을 계속 이어보자는 시도였다. ‘층층이 쌓이는 점들’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내기 위해 시작한 그의 작품은 49개의 까만 공들이 나란히 서서 천천히 돌아가는 광경을 연출한다. 왜 49일까? 100의 절반인 50에서 하나를 뺀 숫자인 49가 작가에게는 0에 수렴하는 숫자라고 한다. 절반에서 겨우 하나를 빼냈을 뿐인데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니, 마치 하나를 잃는 것이 곧 전부를 잃는다는 듯 애틋한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반대로 절반에서 하나를 더한 51은 100에 가까운 완벽한 숫자가 된다. 이에 작가는 일부러 하나를 빼낸 49개의 공을 세워 모자라고 결핍된 이야기를 시도한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서지연

'Eclipse' 2014 스틸, 모터, 기어, FRP 각 900×230×40cm (2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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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점으로 맞닿아 있어서 하나를 떨어트리면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단순히 얹힌 상태의 공들, 연결된 것이 아닌 겨우 닿아 서로를 지탱하는 상태다. 살포시 서로를 지지하는 공들은 조금씩 움직이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제각각 돌아간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아차릴 수 없는 미묘한 움직임인데도, 구끼리 마주치면서 서로 약간의 생채기를 낸다. 각각이 스치며 만들어낸 궤도들은 계속해서 공에 자국을 남긴다. 윤기를 머금었던 반질반질한 표면은 이들이 마주치며 남긴 상처 자국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윤기를 잃어가고, 오랜 기간에 걸쳐 상처를 남기는 인간의 만남을 연상케 한다. 정성윤은 두 남녀가 춤을 추는 광경을 묘사한 「스텝스(Steps)」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으로 나타났고, ‘넌센스(nonsense)’라는 시구에서 작품제목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슬픈 감성을 전달하며,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돌면서 자국을 남기는 공의 움직임이 시구와 맞아 떨어진다. 앞서 언급한 기계를 향한 작가의 처연한 시선은 이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이 기계는 49개의 공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목적만을 지녔다. 오차 없이 완벽한 동작을 이뤄내야만 자신의 존재 의지를 지니는 기계의 움직임에서 완벽한 슬픔을 느낀 그다. 작품시작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아주 단단하고 완벽한 구를 원했다. 전 세계에서 당구공을 만드는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특히 이 크기의 검은색 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크기라는 것도 발견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어차피 다 비슷한 공산품일 뿐인데 공인구의 규격이 다르고 실제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공이 예술작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작가에게는 소소한 재미로 다가왔다. 이 공들의 지름은 6.55cm인데, 어찌 된 일인지 치수가 미세한 차이로 제각각이었다. 초정밀기계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완벽한 구를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Good Bye> 2012 3개의 휠, 기어, 

알루미늄, 스틸 120×120×220cm





공산품, 기계임에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었고, 작가에게는 그 지점도 상당히 의외였다. 눈으로 보기엔 똑같지만, 결국엔 다 다른 공이었고 이 생각은 <Two Hearts> (2015)와 연결된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두 개의 타원은 회전하고 있기에 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정사이즈 원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1m 지름에서 2cm씩 모자란 크기로 타원을 만들었지만, 눈으로는 식별이 어렵다. 이 두 개의 원은 같지만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며 궤적을 만드는데, 누군가와 밀접하게 맞물릴 것 같고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고 믿었으나 알고 보니 양쪽 다 2cm씩 찌그러져 있는 상태라는 것. 이 또한 처연하다. 「스텝스」 시구처럼 “우리 한번 춤을 춰볼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들어맞지 않는 이 차이는 작품 외곽의 변화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두 원은 결국 인간의 두 개의 마음, 두 개의 심장과 같다.


신작들뿐 아니라 <Eclipse>(2014), <YOU>(2013) 등 기존작품들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정성윤의 작업은 미니멀한 외형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맞지 않는 마음, 틀어진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은 완벽하게 간결한 디자인으로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컬러도 무늬도 없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보통 기계 작업들이 지닌 장식적인 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작가지만, 그의 작품에도 마치 장식 효과를 시도한 듯 보이는<Goodbye> (2012)가 있다. 화려한 글씨체로 쓴 ‘Good Bye.’ 작가는 단지 ‘안녕, 잘 가’라는 말을 캐주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야구 유니폼에 있는 글씨체를 흉내 냈는데, 그 글씨체가 가장 대중적으로 환호를 연상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경쾌하고 가벼운 디자인으로 쓰였지만, 작별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텍스트. ‘Good Bye’라는 단어에서 글자 자체가 지닌 팝적인 화려함을 최대치로 내세웠을 뿐, 기계로 치장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대놓고 말하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그리고 무덤덤하게, “잘 가!” 라고 말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당시 작가는 작품 너머의 구조를 전면에 드러냈었다. 





<Two Hearts> 

2015 스틸, 모터, 플라스틱 100×100×18cm




그가 2000년대 초반 주목했던 웹 아트(web art)도 그림 뒤편 프로그래밍한 언어로 모니터를 가득 채운 것이다. 마치 암호 같은 텍스트를 클릭하면 곳곳에 유희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요소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담겼다. 코딩 속에 있는 언어를 역으로 끄집어내어 전면에 내세운 이 작업은 기계 내부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지점과 연결된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뜯어본 경험이 많았다. 항상 내부 모습을 궁금해 했고, 그러한 시절을 거치며 작업 구조를 다 보여주는 작품이 탄생했다. 작동 경로와 구조적인 움직임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작가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긴다. 


표현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여겼고,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정성윤에게 변환지점이 있었는데, 텍스트라는 것들이 약속된 기호기 때문에, 그런 직접적인 표현 방법보다는 조금 더 빼내고자 했다. 기호를 하나씩 제외하고, 가장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느낌만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구와 원이다. 기계 작업이란 것은 회전운동을 주로 하므로, 그 안에서 생겨날 수 있는 디자인과 형태는 대부분 다 단순하다. 그는 이제 복잡하지 않은 외형만 드러내며 하나의 요소에 더욱 집중하고 하나만 추구하려 한다. 이번 개인전은 그러한 그의 첫 발걸음이다.





<They Spin Like Nonsense> 2015 

스틸, 알루미늄, 모터, 당구공 21×320×10cm




정성윤이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소위 실패담이다. 무언가 하려고 하다가 안 된 이야기들, 작가의 지나간 사건들, 결핍된 이야기이다. 시련과 실패에 대한 단편이자 절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이는 작가만이 경험한 특별한 사건들이 아니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들. 그 순간을 캐치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슬픔 그 상태를 이야기할 뿐, 그 이상의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하지 않으며, 단지 슬픔에 대한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이야기를 한편의 슬픈 장편영화라고 본다면, 내 작업은 그 어떤 특정 시퀀스를 하나 띄어 와 움직이는 조각들을 구조적으로 끄집어낸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조각들을 수백 개로 이으면 영화 한 편이 될 수도 있다”는 정성윤의 말처럼, 그가 만들어낸 무수한 일면은 어디로 흘러갈까? 과연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은 또 어떤 엔딩을 낳을까?  

 




정성윤




작가 정성윤은 아트스페이스 휴, 김진혜 갤러리, 갤러리 조선, MMMG, 토마스 파크(Thomas Park)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Low Technology_미래로 돌아가다>, 테이크아웃드로잉/대화문화아카데미 <어제의 행성>, 문화역서울284 <페스티벌284 미친광장>, 아르코미술관 <2010 미디어 아카이브 프로젝트> 등 다양한 단체전에서도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아르코미술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기금을 받았던 그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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