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3, Apr 2015
예술가 자생공동체
Artists' Union
최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연대공동체와 주거협력체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어쩌면 젊은 예술가들이 점점 더 먹고 살기 힘든 미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생존 대안일지도 모른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 아티스트들이 빈 건물이나 공간을 점령하는 ‘스콰앗(Squat)’운동을 통해 커뮤니티가 시작됐다. “우리는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다!” 당당하게 외치며 버려진 건물에 쳐들어가 터를 잡은 것. 혹은 누군가 유휴공간을 사들여 아티스트들에게 제공하며 생겨났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 예술가들은 월세와 예산을 공동 부담해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다소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꾸려나가는 양상을 띤다. 굶주림과 고통이 작가의 예술 혼을 불태우는 시대는 지났다. 큐레이터가 기획전에 초청해주기만을, 레지던시에 합격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이들은 함께 모여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야기하고, 놀고, 작업한다.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거나 혹은 이러한 모임을 기획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있다면, 이번 특집에서 소개하는 선배들의 경험과 팁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하나, 이들의 공동체에는 강요성은 없으나 단, 규칙은 있다는 것. 둘, 관심 있는 외부인의 참여에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것. 셋, 무엇보다도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이러한 자생 공간들을 운영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공동체 안팎에서 충실히 “따로 또 같이” 수행하고 있는 이러한 예술가들과의 직접적인 인터뷰를 통해 자생적 그리고 자발적인 공동체의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에 이어 평론가 정현이 공동체와 협력의 요구되는 원인과 이유를 노동의 조건과 연결해 설명한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혹은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예술 공동체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기획·진행 백아영 기자
야니 루스시카(Jani Ruscica) 'Evolutions' 2008 18' 20" 16mm film transferred to digital beta and HD Stereo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