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15, Apr 2016
전시제목 A to Z
Art Title A to Z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개봉 당시 돌풍을 일으켰다. 허나 유명세를 탄 이 영화는 원제 “Dead Poet's Society”와 전혀 딴판으로 번역됐단 사실로도 화제가 됐다. 여기서 말하는 ‘society’는 한국판 제목에 있는 ‘사회’의 뜻이 아니다. ‘협회’, ‘모임’을 뜻하기도 하는 society는 영화에서 극중 학생과 선생이 만드는 문학 동아리의 이름일 뿐이다. 즉, 직역하면 ‘(죽은 시인들이 지은)고전 시 협회’ 정도가 되는 것. 그러나 이 틀린(?) 제목은 오히려 영문 제목보다 영화 내용을 더 잘 반영했단 호평을 얻었다(한 평론가는 오역이 걸작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고전 시 협회'로 개봉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죽은 시인의 사회]만큼 흥행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이렇듯 제목은 한 편의 영화든 책이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대중들은 제목을 보고 선택을 내리기도, 제목을 통해 그 줄거리를 예측하기도 한다. 「퍼블릭아트」 또한 특집 타이틀을 비롯 모든 기사의 제목을 정할 때 엄청나게 고민한다. 미술 전시도 예외는 아니다. 텍스트가 흔치 않은 미술에, 몇 안 되는 글자를 접할 수 있는 것 바로 ‘제목’ 아닌가? 관람객은 제목을 통해 전시의 흐름과, 작품이 담고 있는 맥락을 유추하려 하기 때문에 미술에서 전시 제목은 그만큼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전시제목은 과연 무슨 역할을 하며, 어떻게 지어질까? 과연 전시제목도 유행을 따를까? 이번 특집은 중책을 짊어진 전시제목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기획 이효정 기자 ● 진행 편집부
멜라 자아스마(Mella Jaarsma) 'Until Time is Old' 2014 sea urchins, stainless steel, thread, clips, fabric 80×280×150cm Courtesy the artist Photograph- Mie Cornoedus